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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균 수면 시간 9시간. ㅡ.ㅡ;
나에게 2007년은 보람차고 희망찬 새해가 아니다.
며칠 전에 현역에 있는 후배녀석이 전화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했다.
녀석이 "형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어? 근데 형은 올해 복 받을 일이 없잖아~~~"
하고 놀린다.
1월이 거의 지나가고 짧디짧은 2월이 다가오는 요즘
나는 이중의 압박 속에 시간을 허비 중이다.
하나는 왜 내가 지금 활동도 못하고 백수짓을 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자괴감.
또 하나는 대체 나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조바심.
다름 사람들과 다르게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은 아닌지,
과대망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도 의심해 보는 요즘이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엔 급기야 개꿈같은 악몽을 꾸었다.
이게 뭐냐! 이게! 으윽.
새해가 된지 8일쯤 지났다.
뭔가를 하긴 했는데, 아무 것도 안 한 것처럼 느껴진다.
1일엔 선배와 담소를
2일엔 혼자 춘천에
3일엔 연극과 술
4일엔 책상정리와 마지막 세미나, 뒷풀이
5일엔 ... 기억 안나고
6일엔 영화
7일엔 ...
매일 메인 이벤트(?)를 하나씩 치룬 듯도 싶은데 허망하게 보낸 시간이 더 많은 듯 하다. 이 께름직한 기분.
내일 새벽에 떠난다.
보름 일정을 대폭 축소해 일주일 이내로 줄였다.
원래는 광주까지 가려했다가, 아침에 잠깨면서 일단 땅끝으로 연장해 두었다.
잘 갔다 올 수 있을까.
춘천에서처럼, 아무래도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묵묵히 페달을 밟아 봐야겠다.
마침, 겨울날씨가 되었다.
오후에는 시내의 복작복작한 극장에서 "미녀는 괴로워"를 봤다.
재미있다는 소문에 힘입어...
초중반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다.
그런데 주인공이 왜그리 목소리가 애같은지, 연약하고 착한 애인 것인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원작만화에서도 그런가?
훌륭했던 것은 감초 연기를 해낸 이한위와 임현식 등 중견배우들. 출산드라 김현숙도 좋았다. 한 친구(여성)는 이 영화 보고 너무 예쁜 김아중 때문에 사랑스러워 죽을 뻔 했다고 그러더니만, 나는 주진모 보고 "이넘 역시 잘 생겼어" 하고 감탄했다;;
영화 함께 본 이들과 저녁 먹으면서도 서로 공감했던 거지만,
상품사회에서 우리의 시각은 S라인에 점점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 으흑...
영화에서는 전신 성형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부작용을 가볍게, 코믹 에피소드로 다루고 있지만, 사실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소재로 한 독립 애니메이션도 있다.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춘천애니메이션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아, 그리고 진보넷에서 상영했었던 Mouse without tail도 같이 볼 수 있음)
**
집으로 돌아와 대조영을 잠깐 보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소화기로 불 끄는 방법,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응급처치 방법 등을 익힌 후,
자연스럽게 TV켜놓고 있으니 드라마시티를 하네.
'참빗'이라는 단막극이었는데, 오히려 이 드라마 감동.
암에 걸린채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젊을 때 버린 아들(미군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혈아)을 찾기를 갈구하는 엄마, 옆에서 간병을 하면서 엄마가 버린 형 앞으로 되어 있는 유산을 어떻게든 자기 앞으로 찾아보려는 아들, 그리고 역시 혼혈인으로 부모 없이 자라다가 온갖 멸시 설움 다받다가 결국 가짜 아들 행세를 하게 된, 착하디 착한 '미국'.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혼혈인들에 대한 차별을 보여주면서도 따뜻한 인간 사이의 사랑과 정을 보여주었던 드라마.
열시 좀 넘어서 일어났다.
집안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대충 아침밥 먹고 자고 있는 동생 좀 이뻐해주고, 등 좀 긁어주고.
나사가 망가져 버릴까 고민하던 짐받이를 케이블타이를 이용해 자전거에 장착.
(시험삼아 약 6kg에 달하는 책들을 6시간 정도 얹어 놨는데 이상은 없다.)
곧바로 나갈 채비 하고, 잔차 챙겨서 쌩쌩 도심으로 내달렸다.
구 허리우드 극장. 그러니까 서울아트시네마/필름포럼에 도착해서 영화표를 끊었다.
굿모닝, 나잇. 원어로는 본조르노, 노떼. 이탈리아 영화.
10분 전에 들어갔는데 400석 가까이 되는 극장에서 달랑 혼자 보게되나 싶더니 나 외에 6명이 더 들어오더만.
약 100분간 영화 관람. 중간중간 나오는 기록영상들이 2년 전쯤 읽었던 이탈리아 역사책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영화를 다 보고선 인사동을 내려다 보며 사진 몇 장 찍었다.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수많은 인파들. 옥수수호떡이 인기인가 보다. 줄줄이 줄서서 기다리는 걸 보면- 언젠가 평일 오전 인사동에서 고운 햇빛을 담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FREE HUGS. 한 여학생(?)이 눈에 띄어 한참을 유심히 보다가, 사진을 한 장 찍을까... 그래도 얘기는 하고 그래야겠지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그냥 넘어감.
원래 영화 끝나고 나면 대학로에 가서 옛 친구 만나려 했는데, 그 녀석이 몸이 안 좋다고 못 나오겠다네. 그래서 서점이나 들를까 했는데 마침 출출함.
김밥천국이나 갈까 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중국집. 짜장면 먹어본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은거야. 그래서 4000원 주고 수타짜장면 한 그릇. 분위기도 좋았고, 맛도 괜찮았고, 친절하고!
기다리는 동안 몇 동지에게 짧은 안부전화.
가장 가까운 영풍문고에 들러서. 이것저것 책을 많이 뒤적여 보면 좋았을텐데 잔차도 좀 걸리적거리고, 사람도 많은지라 떠오르는 책만 빨리 골라서 나왔다.
이관술 평전 구입. 모레 기차 안에서 읽을 생각이다. 개념어 사전이란 책이 있던데 심심할 때 짧게짧게 보기에 좋을 것 같고 황광우가 쓴 철학콘서트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던지. 슬라예보(?) 지젝이란 사람이 쓴 "레닌에 대한 13가지 연구"라는 책 들추어 보고.
청계천에 참 많은 사람들. 종각 근처 피아노 거리에는 이쁜 조명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한 컷 찍었는데 어떤 연인에게서 사진 찍어달라 부탁받고 한 장 찍어 주었다. DSLR이었는데 별로 잘 찍어 주진 못한 것 같고...
다시 열심히 달리다가 문득 동국대 앞을 지나던 순간. 남산이나 가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16인치 미니벨로로 잘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스타트. 국립극장에서 15분만에 팔각정까지. 중간에 2번 쉬었으니. 그래도 아직 하체가 완전 부실해진건 아니로군! (아, 참고로 겨울 들어서 5년전 몸무게로 돌아왔다. 드디어!!!)
내리막길을 나름대로 슬슬 내려오는데 겨울이니까 조심해야지. 두 번 미끄러질 뻔 했다. 마침 헬멧도 없었는데... 그리고 집에 도착.
집에 와서 밥먹고, 1년 동안 해 온 소문난 칠공주 끝나는 꼴을 보고 지금은 개콘을 틀어놓고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중.
○○운동이라 한다면,
시민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인권운동
정보통신운동
빈민운동
등등등
이렇게 놓고 보면 ○○이란 그 운동의 주제나 대상 혹은 그 주체를 뜻하는 것일터.
예를 들어 여성운동을 보면
내가 읽어본 기초적인 서적들을 보면
대체로 네 가지로 분류.
자유주의적 여성운동
사회주의적 여성운동
맑스주의적 여성운동
급진주의적 여성운동.
그런데 이것들은 동일한 주제와 대상, 주체를 설정하고 있긴 해도
사실상 각각의 세계관과 지향은 천차만별.
어찌보면 끝말은 ○○운동으로 똑같이 끝나도 사실상 내용은 완전히 다른 것일지도.
게다가 的이라는 한자의 심오함이 더해지만 상당히 혼란스러워지는 듯.
에이씨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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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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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그렇군요-부가 정보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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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조만간 그런 만남을 앞두고 있답니다.정말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아픈 만남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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