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연애']에 관련된 글
할 말이 주르륵 넘쳐버린 어느날
망서리다가 편지를 보낸다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채 적지도 못하고
그냥, 잘 지내냐고 나도 잘 있다고 간단하게
보내고 나서 잊고 있다가 어느날 예기치 못한 곳에서
이를테면 엄마의 화장대 같은 곳에서
이미 오래 전에 왔던 답장을 발견한 느낌
망각의 삶 홈페이지에서 긁어온 글
작성한 날짜가 7월 5일
출처: 망각의 삶 - '그 연애'에 대하여
조금 정신적으로 느슨한 것 같기도 하고…
무기력한 것인지, 여유있어진 것인지 조금 혼란스럽지만,
어쨌든 제 생애 처음으로 조금 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 인 것 같아요.
뭘 하고 살지, 어떻게 살지 아직도 여전히 모르겠는 것이…
영화는 아주 많이 짧아 질 것 같고, 조금 다른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이 영화가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이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그리
엄청나게 중요한 것도 아니에요…그저..소소하다고나 할까..
조금 자책을 섞어 얘기하자면 사소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연출자로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부심이 그렇게 없느냐 라는 지적을
누군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주목하고 주장해야 하는….
세상의 많은 불합리와 부조리, 영화따위는 꿈도 못 꿀 힘든 현실에 직면해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먹다가 목에 걸리는 아주 작은 생선가시 정도의 문제의식만을 담고 있는
제 영화가 소소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작은 영화가 세상의 틈새를 조금 채워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주축을 이루는 큰 돌은 아니니까요.
이 영화는…
저에게 있어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고 가까운 존재라는 이야기밖에는 못하겠네요.
그럼에도 이렇게 재편집을 하는 이유는…
뭐랄까… 제 자신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졌다면 서랍속의 개인소장용이 되든,
책갈피에 끼워넣었던 나뭇잎들만큼 한때의 감상적인 산물이 되든 상관없겠지만…
영화라는,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한 아주 이기적인 과정에,
자신들의 귀한 노력과 시간을 쏟아준 친구들의 그것만은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라서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전 그게 계속 마음이 쓰여요.
제가 지금 뭔가 할 수 있는데까지 더 해놓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사실, 상영기회를 얻지 못한 1년여의 시간동안은 제 영화를 전혀 다시 보지 않았어요.
이해받지 못하고, 동감받지 못한, 제 세계를 다시 들춰내게 될까봐 좀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그 사이 제 앞에서 ‘니 영화는 안될 것 같다!’ 대놓고 말씀하신분은, 제 아버지뿐이긴 했지만.
사실 영화가 안 될 것 같은게 아니라, 제가 안될 것 같았어요.
그저 그렇게 주변만 맴돌다가, 아쉬움만 가진 채로 자신의 작업을 접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제 자신도, 제 영화의 제목처럼 그저 그런 감수성으로, 그저 그렇게 고군분투하다가,
고만고만한 작품들을 만들고, 그저그런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가,
그저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면서,흐지부지 이도 저도 아닌 인생을 살게 될까봐 두려웠어요.
뭔가 되지 않으니까 억지로 일상의 행복이나 찾으려고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혼란스러웠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느끼는 감정들이 어떤 것의 산물인지 몰라
당황하던 시간의 연속이었죠.
마음속의 여러 산을 넘어서 다시 본 영화는…다시 편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점이 많았어요.
이야기가 여전히 재밌는 부분도 있었고, 캐릭터들도 정이 갔지만,
준비할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하고 찍었던 만큼 아쉬운 점도 많이 보이더군요.
아쉬운 점을 개선하고,내 이야기들을 어떻게 맥을 이어갈지가 재편집의 주요 고민이었습니다.
이제 편집은 거의 끝났고, 영화의 룩도 다시 만들고 있는 요즘에는
조금 마음이 편합니다.
나는 할만큼 했으니, 8월에는 소박한 휴가를 즐기리라 마음먹으며…
제가 사는 이 시간은, 그 누가 아닌 바로 제가 원해서 있는 것이니만큼
뭐든 즐겁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복잡한 세상에…
우리가 타인을 모른다고, 그들의 삶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주목받지 못했다고,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며..
많은 사람이 느끼지 못했다고 의미없는 것은 아니죠.
이건 제 자신에게 하는 말 뿐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일구며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다른 작은 아티스트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비슷하게 갈등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도,
세상과 자신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서로 따뜻하게 손은 잡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들 행복하시길 바래요.
영화가 다시 완성되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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