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Slowness Day

from 토론토 2010/06/2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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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두 시를 갓 넘긴 시각, 시내 중심가의 한 광장에서 뙤약볕 아래 서른 명 조금 넘는 사람들이 함께 요가를 하고 있었다. 왜 하필 이렇게 더운 시간에? 그래서 혹시나 하고 검색해보니. 

 

6월 21일 월요일은 세계 느림의 날이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을 하거나 지나가는 구름을 그저 바라보는 것.  " 즐기세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  CBC 뉴스 (몬트리올)  기사 중에서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커뮤니티 워커로 일하는 Clemence Boucher는 2001년 6월 21일 - 일년 중 가장 낮이 긴 날, '하지' - 을 '모든 활동을 천천히, 서둘지 않고 하는 날'로 정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휴대폰을 접고 대신에 요가 매트를 펴자.

-  Winnipeg Free Press 기사 중에서

 

- CTV.ca (THE CANADIAN PRESS / Graham Hughes) 기사 중에서

 

몇 몇 언론의 지역 뉴스에서만 짧게 다루고 있는 걸 보니 아직 국제적인 기념일은 아닌가 보다.  하긴 그 어떤 정치인, 그 어떤 기업이 다 멈춘 나라, 더 느린 세상을 원할까. 그러니까 이 재밌는 날에 붙은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어는,  지구 위를 너무 급하게 내달리는 모든 인간들이 이 날 하루 만이라도 일손을 놓은 채 드러누워 음악을 듣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길 간절히 원해서 이런 날을 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몇 몇 사람들의 바람을 담고 있을 것이다. 남의 말을 듣기 보다는 다다다다 자기 할 말만 쏟아놓는 사람들, 극장 매표소나 정류장에선 일단 새치기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 분 단위 초 단위로 스마트폰을 체크하면서도 뭐 하나 놓칠까봐 초조해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날이겠다. 

 

 

2010/06/23 07:42 2010/06/23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