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두 시를 갓 넘긴 시각, 시내 중심가의 한 광장에서 뙤약볕 아래 서른 명 조금 넘는 사람들이 함께 요가를 하고 있었다. 왜 하필 이렇게 더운 시간에? 그래서 혹시나 하고 검색해보니.
6월 21일 월요일은 세계 느림의 날이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을 하거나 지나가는 구름을 그저 바라보는 것. " 즐기세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 CBC 뉴스 (몬트리올) 기사 중에서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커뮤니티 워커로 일하는 Clemence Boucher는 2001년 6월 21일 - 일년 중 가장 낮이 긴 날, '하지' - 을 '모든 활동을 천천히, 서둘지 않고 하는 날'로 정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휴대폰을 접고 대신에 요가 매트를 펴자.
- Winnipeg Free Press 기사 중에서
- CTV.ca (THE CANADIAN PRESS / Graham Hughes) 기사 중에서
몇 몇 언론의 지역 뉴스에서만 짧게 다루고 있는 걸 보니 아직 국제적인 기념일은 아닌가 보다. 하긴 그 어떤 정치인, 그 어떤 기업이 다 멈춘 나라, 더 느린 세상을 원할까. 그러니까 이 재밌는 날에 붙은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어는, 지구 위를 너무 급하게 내달리는 모든 인간들이 이 날 하루 만이라도 일손을 놓은 채 드러누워 음악을 듣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길 간절히 원해서 이런 날을 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몇 몇 사람들의 바람을 담고 있을 것이다. 남의 말을 듣기 보다는 다다다다 자기 할 말만 쏟아놓는 사람들, 극장 매표소나 정류장에선 일단 새치기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 분 단위 초 단위로 스마트폰을 체크하면서도 뭐 하나 놓칠까봐 초조해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날이겠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맞다, 어제가 하지, 낮이 제일 긴날이었지...! 알사탕이랑 알사탕 친구랑, 양이랑 나랑 넷이서 UBC 놀러갔다가, 바닷가에서 해지는 걸 보자, 오늘은 해가 제일 긴 날이니깐! 했는데, 결국은 못봤어요. 아쉬운 마음에 밤바닷가에 가서 그냥 좀 멍하니 앉아있다 왔지, 뭐.
'세계 느림의 날' 좋다, 내년부턴 나혼자라도, 내 주변만이라도 느림의 날을 보내보자, 한 번 권유해봐야겠다, 히히. 그 전에, '남의 말 듣기 보다는 다다다다 자기 할 말만 쏟아놓'기를 좋아하는 내 모습부터 조금씩 바꿔봐야지.흣.
어...누구랑 어디서 뭐하고 놀았는지 이렇게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데 ^^;;...UBC 한번 더 가게 되면 딴 건 몰라도 http://www.wreckbeach.org/ 에 미리 접속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