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2014

from 단상 2014/04/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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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휠체어를 사용하게 된 사람이 있다.

내 기억 속에서 그는 언제나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가 처음 서던 순간, 달려오던 장면도 남아 있을 것이다.

공무원이었던 탓에 연금이 나오긴 하지만

다섯 식구가 건강하게 지내려면 생활비만 필요한 게 아니다.

그들 모두 오랫동안 힘든 세월을 보냈다.

옆에서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는 참 씩씩한 사람이었는데도

같이 사는 식구들은 의기소침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냉수마찰을 하고, 신문을 읽고, 라디오를 듣고,

일기를 쓰고 세상 공부를 쉬지 않았다. 

사회생활도 활발하게 했고 다니기 불편한 길이 보이면 항의도 많이 했다.

가끔 '너구리'를 끓이거나 청국장을 먹게 되면 

'오늘은 너구리, 물 조절 잘해!'

'오늘 점심은 청국장! 김치 너무 많이 넣지 말고!'

하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말을 막 배우던 어린 시절부터 장애는 가까이에 있었고

지금도 날마다 옆에 있다.

 

21세기라는 말이 멋지게 들렸던 어린 시절의 나는,

아직 너무 막연하지만 만약 21세기가 온다면 

적어도 장애인의 이동권과 일할 권리는 보장될 줄 알았다.

그렇게 열심히 집회도 하고 토론회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이들에게

2014년 이 날, 차마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다시 일어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진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handicapped/6337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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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

장애여성공감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2014/04/23 19:52 2014/04/23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