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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러누워보는상영회 2-'돌속에갇힌말'] 에 관련된 글

 

* 리우스의 [돌속말] 소감 

* 덩야핑의 [돌속말] 소감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무거운 궁뎅이를 끙, 하고 들어올려

가게에 가서 맥주 큐팩을 두 통 사고

마침 손바닥만한 케잌을 팔길래 그것도 하나 사고

오징거제트 두 마리도 사고

주섬주섬 챙겨서 작업실에 갖다놓았다

 

원래 저녁밥을 지어 멕이려고 했는데

리우스가 냉면을 먹자고 꼬드겨서 그렇게 하기로 했고

덩야핑이 먼저 와서 냉면집으로 갔다

덩야는 상영료로 돈 대신 책을 주셧는데

재밌는 마나책을 두 권이나 갖고 오셨다, 아, 신난다!

 

리우스 와 그 친구들 셋과 덩야와 내가

그럭저럭 먹을만한 냉면을 조용히, 몹시 조용히 다들 잘 드셨다

(회냉면, 매워서 징징 울다가 결국 다 못먹음...)

리우스가 쏘겠다고 나서는 게 꼴보기 싫어서 몇 푼 보탰는데

술이 있냐고 묻더니 더 사야한다고 기어이 큐팩 두 통을 더 사시더라

작업실로 돌아와서 영화를 틀라고 하는디

아, 왜, 리모트컨트롤이 없는 것이냐

소리를 좀 키워야쓰겄는디...

 



리모콘을 찾느라 여기 저기 들쑤시고

어제 그제 디비디를 보고 간 친구에게 전화를 넣어보고

서랍을 다 뒤지고 난리법석을 떨다가 간신히 찾아서

소리를 키운 다음에 다시 틀었다

 

가끔 쿡쿡, 웃음소리가 들리고

(좀 더 확실허게 웃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헤...)

우울하고 답답한 엔딩장면을 보면서 영화는 끝났다

 

제작비, 제작기간, 인터뷰한 사람들을 찾기까지의 과정

그 날의 개인적 기억,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

출연한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이야기가 11시까지 이어졌고

덩야는 (아마도 축구를 보러? 큭큭) 10시경에 먼저 일어섰다

관객들이 다 집에 간다고 일어설 무렵에야

아, 케잌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퍼뜩 나서

'방송취소 1주년'을 기념하는 촛불, 대신 담배를 케잌에 꽂고

박수를 와르르 친 다음에 불끄고 냠냠 먹었다

맛났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관객들이 상영료도 내고 밥값까지 준비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러니 저녁은 제가 준비한 걸로 (아쉽더라도...) 드시고

상영료도 그 때 그 때 상황봐서 융통성있게 준비했으면 좋겠다

감독 중에는 안받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감독이 달라고 해도 우리들 지갑이 말라버렸을 때도 있을터이니

서로 서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그나저나 3회는 어떤 영화를 같이 볼까나

과연 3회 상영회를 할 수 있을까나

그것이 걱정이로세

 

(리우스께서 말씀하시길,

하얀 바탕에 까만글씨가 좋다, 고 해서

한번쯤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2006/06/28 09:51 2006/06/28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