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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투나잇을 보다가

황우석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글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다분히 감정적인 나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비슷한 입장의 글들이 많이 있었고, 나는 그저 거기에 동의하는 것으로 말려고 했다. 하지만 정말 감정적인 나는 난자를 기증하러 무궁화를 한 송이씩 들고 나타난 여자들을 보고는 참을 수 없는 구역질에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숭고한 뜻의 자발적 난자 기증자들'은 한편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있었지만, '진달래 꽃길을 황우석 교수님의 황소걸음으로 걷자'는 남자와 무궁화 한 송이를 난자 한 '송이'처럼 연구팀에 놓고 나오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여성들을 보니 악 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졌다. 아아아-아악!($#%&@$#%@~~~~) 민중언론 참세상의 ["황우석 교수님, 진달래꽃 사뿐히 즈려밟고 오세요"] 에서 펌 의사는 말했다. 부작용이 많이 발견되는 건 아니라고, 배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10%에서 5% 정도, 입원을 해야하는 경우는 '고작' 1%이며 개복을 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많은 건 아니라고. 단순히 생각해봐도 우리의 숭고하신 천 명의 여성분들 중 100명은 배란에 문제가 생기고 10명은 입원을 하셔야 한다는 건데, 의사인 그에게는 많은 부작용은 아닌가보다. 심지어 화장품도 다 부작용이 있어 두드러기가 나고 하는 거라고, 부작용 없는 게 어디있나는 기증자의 말과 '게다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더욱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아이러브 황우석 까페 운영자'님의 말씀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나도 달려가 난자를 기증해야 하는 걸까. 그래야 '한국'여성으로서의 제 몫을 다 할 수 있는 건가. 연일 황우석으로 도배가 되는 온갖 언론들의 모습 속에는 여성은 없고, 정말 다분히 남성 중심적 과학 속에 소외 된 여성도 없고, 오로지 희생정신 강한 한국의 아름다운 여성들만 있을 뿐이다. 아, 혹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바보처럼 달려드는 여성이거나. 나는 무섭다. 세상이.


불필요한 덧붙임을 하자면, 황우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난 내가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죽을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내 생각'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나에게 그 말은 상처가 됐다. 부끄럽지만 나는 일부 황우석의 연구가 성공하길 바랬으며, 그로 인해 고칠 방법이 없는 병에 걸린 그녀에게도 한 가지라도 방법이 생기길 바랬다. 지금의 언론의 분위기나 황우석의 연구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보다 많은, 때로는 기적적인 치료법이 누군가에게든 연구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 과정에 지금과 같은 논란이 따라서는 안 되겠지만. 아, 역시 다분히 감정적이고 부끄러운 글이 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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