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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킹패밀리를 봤다.

영화는 유쾌했고,

공적인, 사적인 공간을 넘나들며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순간들을 만들었다.

영화 속 그녀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나에게 참 부러운 감정을 솟구치게 했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했을 법한 고민들을,

그런데 어딘가 석연치 않았던 구석들을

콕콕 찝어주는 듯한 장면들, 대사들.

(이렇게 선명한 영화를 보고도 여전히 표현히 모호한 나..-_-;;)

 

굉장히 오붓한 공간이었던 상영관의 덕도 있었을 것이고,

상영 이후 곧바로 이어졌던 알차고 길었던 감독과의 대화까지,

머리 속에는 이렇게 저렇게 쓰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막상 블로그에 글을 쓰려니 생각들은 휘휘 날아간 것 같다.

그래도 영화가 나에게 꽤나 '자극'적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나도 언젠가 해 보고 싶었던 이야기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해야 한다는 것? ^^;;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영화다!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의 상영관에서 나는 그만 쪽팔리게도 울어버렸다.

 

듬성듬성, 나는 국민학교 5학년 이전의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다.

아주 큰 사건들, 그리고 굉장히 아련하게 느껴지는 감정들 뿐,

명확한 장면들은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어쩌면 나는, 그 이전의 많은 기억들을 일부러 잊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속 수림이 방은 내 어렸을 적 방과 비슷하다.

집 안에 어른이 없었기 때문에 동네 애들이 놀이터였던 우리집은

마음대로 어지를 수 있는, 당시 다른 아이들에게 정말 획기적이었던 공간이었고

나와 동생은 늘 친구들을 데려와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놀았다.

(5학년 이후에는 친구들이 내 방을 보더니 답답하다고 치워준 적은 있지만...ㅋ)

 

영화를 보고 엄마한테 그랬다.

거기 나온 감독님 딸 방이랑 우리 옛날 방이 비슷해. 옷 막 쌓여있고. ㅋㅋ

그 감독님은 절대 안 치워준대.

 

그러자 엄마는, 예의 그 미안한 표정과 함께

아니야, 난 그래도 치웠어.

그런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몸의 기를 다 써버려서 결국 쓰러졌던 그 날까지,

자신의 일과 세상의 일과 온갖 책임감을 떠안고 있었던 사람.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면서도 우리에게 편지한장이라도, 녹음테이프라도 놔두고 갔던 사람,

 

엄마를 미워했던 적이 있다.

엄마가 견디지 못했던 일들을 나에게 떠넘기고 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2001년이었나, 2002년이었나,

새해가 되기 하루 전

나는 엄청나게 술을 먹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그 때까지 하지 못했던 말들을 퍼부어댔다.

그리고 엄청나게 울었고,

그 때 참 좋아하던 어떤 사람에 품에 처음으로 안겨봤던,

날이었다.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하게 됐지만,

나에게도, 세상이 가르쳤던 '가족'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소외감이 날 짓눌렀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투정을 부린다.

엄마가 가진 죄책감을 때론 이용하면서,

때론 내가 그 죄책감을 고스란히 안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게 엄마와 나의 닮은 점이다.

남들처럼 되고 싶었던 나.

그리고 자신의 길과 엄마라는 위치에서 방황하는 우리 엄마.

 

수림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엄마한테 안기고 싶어하는 나를 보면

수림이도, 큰 아이 같으면서도, 어른 스런 아이인 것 같으면서도

아이의 마음 속에 엄마가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될까 하는 것.

물론, 수림이가 나보다 훨씬 강인한 아이처럼 보이긴 했다. ^^

하지만 어쨌든, 평범하지 않은, 남들과 다른 가족 안에 속해서 요모냥 요꼴의 국가 안에서 사는 건 꽤나 피곤한 일이다.

 

영화 속 여성 공동체는 정말 부러운 그림이었다.

어릴 적 골목길 집에 살던 아련한 기억이 났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너희를 키운 건 하늘이란 말을 하곤 했는데,

그 때 우리 골목길에 살던 아줌마들은 참 좋았다.

 

비슷한 동네에 살면서 계속 모여서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래서 이사를 자주다니는 삶이 좋지는 않은 것이지.

도무지 동네 친구가 없어. 쳇.

 

종종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써 놓아야겠다.

이따위 글을 쓰면서도 조금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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