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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를 겪다.

어제 아침.

센터에서 밤샘 편집을 하고 7시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다가..

11시쯤 전화벨이 울려 일어났는데

전화를 받으러 가려고 침대에서 발을 디디니

첨벙.

 

첨벙?

 

비몽사몽 상태로 밑을 보니 온 방안이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이게 꿈인가? 와 물이다... 이런 생각을..-_-;;

 

동생이 잠깐 일어났던 10시쯤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으니

대략 3-40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부랴부랴 근원지를 찾아보니

산비탈에 있는 우리집, 산에서 내려온 빗물이 산 쪽으로 나 있는 창 틈으로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던 거다.

놀란 것도 잠깐이고 우선 정신없이 물을 퍼 내고 있는데

참 집이 반지하도 아니고 1층인데다가 나름대로 집이 있는 위치도 번화가 대학로인데

빗물이 새는 것도 아니고 아예 물이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로 방 안에 차다니

우스워서 자꾸 웃음이 났다.

 

다행히 빗줄기가 잦아들어 물이 더 이상 차지 않았고

물을 퍼내고 가재도구를 들어내고

장판을 들어내고

대충 어느정도 정리가 됐다고 생각하니

또 그냥 이 김에 물청소 했다 싶어서 잘 된 거 같기도 해서

지원나온 엄마 아부지와 동생과 함께 고량주에 점심도 웃으며 먹었다.

 

저녁 때는 비옷입고 신난답시고 FTA반대 집회도 가고

그냥 그렇게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자버렸다.

 

 



어제는 그냥 하루가 정신없이 진짜 일어난 일이 아닌것처럼 흘러갔는데

오늘은 현실이 됐다.

우선 엄청나게 쌓여있는 빨래.

하루종일 돌려야 하는 난방때문에 찜통 더위인 집

집안에 퀴퀴한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도...

 

젖어버린 카메라와 테잎이 문제였다.

어제 재빨리 맡긴 덕분에 렌즈쪽은 이상이 없는데

헤드를 갈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

헤드 간지 2개월 반밖에 안 됐다..ㅠ.ㅠ

침수 수리비만도 7만원 가까이 들고

배터리도 나갔고

 

이번에 수료작 만든다고 찍어놓은 원본 테잎들도 몇 개 젖어서 못 쓰게 됐다.

미리 캡쳐를 받아놓은 건 그나마 괜찮은데

인터뷰 테잎 중 안 받아 놓은 게 조금 있고

 

이런 일들이 다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게 되니 끝이 없다.

왜 어제 하필 카메라를 이 방에 놨을까 좀 더 높은 곳에 놓지 않았을까

왜 어제 하필 테잎을 가방에 넣어놨을까

왜 캡쳐를 안 받아 놨을까

왜 더 빨리 못 알아챘을까

왜...

 

옷장도 종이박스여서 안 젖은 옷이 없고

멀티탭도 물에 잠겨 거기 연결 돼있던 것들이 다 괜찮은지도 모르겠다.

 

후회는 그만하고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정말 의욕자체가 사라진다.

물.

좋아했는데 진짜 싫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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