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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08
    새해 계획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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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1/04
    새해 계획(2)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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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12/11
    기억으로 만든 추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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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삼
  6. 2005/12/01
    장군님과 함께라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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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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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성교육 그림책(8)
    새삼
  9. 2005/11/16
    잉잉잉(1)
    새삼
  10. 2005/11/12
    가을의 유서
    새삼

새해 계획2

Rory님의 [새해 계획] 에 관련된 글.

내가 올해 안에 쇼부를 보고자 하는 건, 내 건강과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우선 금연과 나름 꾸준한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나의 식습관의 변화주 목표로 삼았다.

우선 술을 줄이고, 아주 확연히 줄이고, 야식을 금하며,

채식으로 전환 제 1단계에 돌입할 것이다. 채식은 나에게 어려운 과제다.

채식을 시도한 적은 여러 번 있으나, 늘 술안주에서 번번히 그 꿈은 무너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유별나게 구는 것도 싫었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닭고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못 먹는 고기야 없지만 안 먹고 못 살 것 같은 고기도 없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치킨만은 정말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사실 삼계탕도 그렇다.

아 생각하니까 자꾸만 먹고 싶어진다.



결국 나는 당장 내 식습관 전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식습관을 바꾸는 5단계 프로젝트에 돌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올해 목표로한 1단계는 기본적으로 술을 줄이고 야식을 먹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다.

술은 절대 일 주일에 한 번 이상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물론, 이것도 많다는 거 안다...-_-) 그래서 나의 목표는 구운 고기, 튀긴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다.

단 삶은 고기는 당분간은 유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는 육고기만을 포함하기로 했다. 왜냐면 도저히 갑각류들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ㅋㅋ

그리고 피자와 햄버거와 라면은 금지 음식이다. 물론 매우 먹고 싶겠지만, 정정 먹고 싶으면 피자는 집에서 야채로 만들어 먹고, 라면은 국수로 대체하여.. 여하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볼테닷!

 

가장 문제는 치킨이다. 치킨은 정말 정말 너무 너무 우울한 날에는 허용. 카카카 결국 이 프로젝트도 내 맘대로란 얘기.

 

근데 이 프로젝트의 초기의 문제는 바로... 변.비.다. 담배도 끊었지 술도 안 먹지 얘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어제 오늘 쾌변 요굴트를 두 개나 먹었는데 젠장. 배가 임산부만하다. 진짜 애 하나 낳아야 할 판이다. 거짓말 안 하고 이거 때매 허리 아프고 잠이 안 든다...흑. 그래도 열심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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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계획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수첩을 매우 사랑하는 처자이다.

따라서, 일 년의 시작도 당연히 새 수첩과 함께여야 한다. 그것도 분야별 수첩..ㅋㅋ

 

올해는 다이어리 하나와 손바닥만한 작은 플래너를 샀다.

그리고 작년에 썼던 다이어리와 재작년에 썼던 두꺼운 수첩을 놓고,

작년과 재작년의 새해 계획을 살펴봤다.

늘 그렇듯이 별 거 없고, 때로는 너무 희망차고 거대한 것들.

올해의 목록에도 몇 개를 똑같이 써 넣는다.

매년 적어 놓고도 한 번도 지키지 못했던 약속들이 찡긋거리며 날 원망한다.

새해 초의 나는 늘 그렇게 원대한 포부와 함께하다가,

연말엔 허덕거리느라 바빴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그 약속들을 꺼내보고..

 

그래도 뭔가 결심한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막 벅차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또, 올해도, 변함없이.

50개의 목표를 세운다. 대략 어이없는 목표부터 진짜 tiny한 것까지.

 

금연, 술 줄이기, 영어 공부하기 같은 매년 모두가 결심하는 것들도 있고,

메모하는 습관, 일찍 일어나는 습관 같은 귀찮지만 해야 하는 것들도 있고,

오토바이 여행, 바이올린 연주 같은 될 것 같기도 한데 절대 못 할 것들도 있고,

아프리카 여행, 프랑스 남자와의 연애처럼 당장은 힘든 것들도 있다.

그 중에 정말 해 보고 싶은 건, 부끄러우니까 목표를 이루면 말해야지.

 

매년 10% 목표 달성에 그쳤던 목록,

올해에는 다 지키고 줄 좍좍 그어버리는 멋진 일들이 있음 좋겠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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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들

눈 내리는 길을 걸어 집으로 들어오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애써도 쉽게 잊혀지는 것들. 올해는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해다. 차근차근 돌아보면서 버릴 건 또 버리고, 담아둘 건 또 담아두고 그래야겠다. 언덕길엔 눈이 참 예쁘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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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 만든 추억

1. 화요일엔, 점을 보러 갔었다. 나름대로 목돈이 들어온 김에, 그 동안 맛난 거 많이 해 줬던 라디카 언니랑 맛난 거 먹으러 동대문 어느 네팔 식당에 갔다가 둘다 우울해 있던 차에 점이나 보러 갈까 하고 무작정 대학로 어딘가로. 추운 날이었다. 믿을 수 없는 어딘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리는 타로점을 봤다. 입냄새가 많이 나던 그녀는 나에게는 생활습관을 바꿔보라는 충고를 했고, 언니에게는 내년부터 좋은 일이 많이 생길테니 두 달만 잘 버텨 보라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깔깔깔 웃으며 내년에는 잘 보내보자고, 교보에 가서 내년 다이어리를 하나씩 손에 들고 웃으며 안녕하고 인사했다. 그리고, 그 다음 언니에게 온 전화는 출입국 관리소 안에서 였다. 그냥 그렇게 됐어, 언니는 웃었다.


오늘 아침 목동엘 갔다. 나는 종종 실수를 한다. 이무언니가 잡혔을 때도 라디카 언니에게 같이 보러가자고 말했다가 에크 했었는데, 이번에도 구말씨나 라주씨에게 언제 언니를 보러 갈 거냐고 물었다. 구말씨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거기 어떻게 가. 바보 같다. 나는. 북적이는 면회소, 불친절한 직원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여러 나라의 말소리들. 로션이랑 양말, 빗을 챙겨갔는데 빗은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들일 수 없다고 했다. 웃으며 언니를 만났다. 잘 됐어요, 가서 잘 쉬다가 다시 오면 되지. 언니 얼굴이 많이 상해보였다. 잠을 잘 못 잔다고 한다. 내 뒤에 언니를 면회왔던 한 분은 언니를 멀리서 보곤 눈물부터 터뜨렸다. 에이, 울지 마세요, 잘 됐다고 생각하면 되죠. 그렇게 말하곤 혼자 먼저 그 곳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탄 순간부터,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묻어두었던 마음부터, 언니 일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내 문제들이 왈칵왈칵 눈물로 터져 나왔다. 날씨가 추웠다. 터덜터덜 걸어 지하철 역으로 가면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렀다. 그래도 언니가 웃으니까 좋은 거라고 잘 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3. 서독제에 가서 영화를 봤다. 애니메이션 경쟁부문이었는데, 재미났다. 꼬물꼬물, 나도 언젠가는 재미나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욕심이 났다. 헤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장형윤 감독님의 단아한 모습에 반해버렸다. :) 내가 궁금해 하던, 토끼와 바다거북이의 행보는 결국 부족한 제작비가 이유였다. 이런. 그래도 즐거웠다. 좋은 영화들과 간만에 만난 좋은 친구들. 수다도 영화도 다, 즐거웠삼. 4. 그리고 한 밤중에 불러낸 장주씨와 일당들. 흠.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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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투나잇을 보다가

황우석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글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다분히 감정적인 나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비슷한 입장의 글들이 많이 있었고, 나는 그저 거기에 동의하는 것으로 말려고 했다. 하지만 정말 감정적인 나는 난자를 기증하러 무궁화를 한 송이씩 들고 나타난 여자들을 보고는 참을 수 없는 구역질에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숭고한 뜻의 자발적 난자 기증자들'은 한편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있었지만, '진달래 꽃길을 황우석 교수님의 황소걸음으로 걷자'는 남자와 무궁화 한 송이를 난자 한 '송이'처럼 연구팀에 놓고 나오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여성들을 보니 악 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졌다. 아아아-아악!($#%&@$#%@~~~~) 민중언론 참세상의 ["황우석 교수님, 진달래꽃 사뿐히 즈려밟고 오세요"] 에서 펌 의사는 말했다. 부작용이 많이 발견되는 건 아니라고, 배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10%에서 5% 정도, 입원을 해야하는 경우는 '고작' 1%이며 개복을 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많은 건 아니라고. 단순히 생각해봐도 우리의 숭고하신 천 명의 여성분들 중 100명은 배란에 문제가 생기고 10명은 입원을 하셔야 한다는 건데, 의사인 그에게는 많은 부작용은 아닌가보다. 심지어 화장품도 다 부작용이 있어 두드러기가 나고 하는 거라고, 부작용 없는 게 어디있나는 기증자의 말과 '게다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더욱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아이러브 황우석 까페 운영자'님의 말씀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나도 달려가 난자를 기증해야 하는 걸까. 그래야 '한국'여성으로서의 제 몫을 다 할 수 있는 건가. 연일 황우석으로 도배가 되는 온갖 언론들의 모습 속에는 여성은 없고, 정말 다분히 남성 중심적 과학 속에 소외 된 여성도 없고, 오로지 희생정신 강한 한국의 아름다운 여성들만 있을 뿐이다. 아, 혹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바보처럼 달려드는 여성이거나. 나는 무섭다. 세상이.


불필요한 덧붙임을 하자면, 황우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난 내가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죽을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내 생각'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나에게 그 말은 상처가 됐다. 부끄럽지만 나는 일부 황우석의 연구가 성공하길 바랬으며, 그로 인해 고칠 방법이 없는 병에 걸린 그녀에게도 한 가지라도 방법이 생기길 바랬다. 지금의 언론의 분위기나 황우석의 연구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보다 많은, 때로는 기적적인 치료법이 누군가에게든 연구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 과정에 지금과 같은 논란이 따라서는 안 되겠지만. 아, 역시 다분히 감정적이고 부끄러운 글이 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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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님과 함께라면

이순신장군과 함께 농민들을 막고있는 포졸들 사진이넘작아슬프군

 

+. 모블로깅에 재미들렸삼.

 사실 디지털 카메라가 오로지 핸드폰에만 있기 때문인 것 같음.

 장군님과 경찰들이 비슷한 자세인 것 같아서 찍었는데 소심해서 넘 멀리서 찍어더니 의도가 살지 않았음.

 

 추가하자면,

 집에 가던 버스에서 뒷자리에 앉은 남자쉐이 둘 때문에 좀 열이 받아서

 집에 가려다 말고 광화문 가서 집회 구경 좀 했음.

 그 녀석들이- 안 그래도 계속 이상한 얘길 해서 거슬렸는데- 차가 막히니까

 농민들은 지네 동네에서나 하지 왜 여기와서 '지랄'이냐고 해서 뒷골 땡겼삼.

 옆에 그 녀석 친구가 그래도 여기서 해야 사람들이 보지, 라고 하니까

 그럼 여의도 가서 하라그래. 왜 내가 다니는 종로에서 이래 짜증나게..

 

 아, 사람이 죽든 말든 이제 별 상관 없는 걸까.

 게다가 길이 막히는 건 농민 때문이 아니라 저렇게 열나게 길을 막고 선 경찰 때문이라고.

 하지만 소심한 나는 그저 혼자 궁시렁거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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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앞에

오늘 나의상태
ㅋ 지하철에서 모블로깅 해 봤다. 간만에 지하철 거꾸로 타는 실수를 해 주셨기 때문. 요즘 너무 정신을 놓고 산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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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성교육 그림책

이런 책을 내 아이에게도 사 줄 수 있음 좋겠다. 예쁘고 쉽고, 매우 선명하다.(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약간 딱딱하고 도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독일애들이라 그른가- 아, 또 이 편견..ㅋ) 아이는 어디서 나와? 나는 어디서 왔어? 라는 아이들의 철학적 물음에 답해주기 좋을 듯! +) 특히 뽈똑 튀어나오는 아이의 모습이 넘 좋아. 너무 주체적으로 보이잖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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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잉잉

바쁘다. 아니 바쁘다기보다 정신이 없다. 벌려져 있는 일들은 많고 차근차근 하나하나 잘 처리해 나가면 좋겠는데 여기서 툭 저기서 툭 막 튀어나오니 안 그래도 정신없는 나 같은 인간에게는 요즘은 정말 힘들다. 호어스트처럼 해야 할 일을 수첩이나 포스트잇에 써 놓고, 그 포스트잇들 때문에 숨 막히는 상황이랄까. 엿튼 잘 하고 줄 쫙 그러버리거나 포스트잇 시원하게 떼어낼 수 있음 좋으련만. 책상에 널부러진 종이들에서 오늘 필요한 문서를 찾는 것조차 너무 괴롭다. 언제 이걸 다 정리하나... 으흑흑.. 술 마시고 싶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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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유서

이번 달 페이퍼를 교보에 앉아서 잠깐 보다가, 주제인 가을의 유서를 보고, 문득 7년 전에 어떤 기억이 떠올라서. 유서라기 보단, 그냥 넋두리에 가까운 글. 사실 막상 유서를 쓰려고 보니, 별 달리 남겨 줄 것도 없고 써 놓을 만한 업적ㅋㅋ도 없어서, 그 어떤 기억이 나를 지배했던 며칠을 생각하며 끄적끄적.


아직 기억해. 그 날, 수유역 4번 출구의 그 계단. 교복을 입은 채 깔깔거리던 나를 멈춰서게 했던 그 순간을. 쓰러져있던 그 남자. 계단을 뒤덮었던 피. 부서진 머리. 그리고 비명소리와 비릿한 피 냄새. 부서진 그의 머리를 감싸며 울부짖던 한 여자. 그 때부터였어. 언젠가 내가 죽는다면 계단에서일 거라고 생각한 건. 어느 순간 나도 그처럼 계단 한 모서리에 머리를 박은 채 뇌를 드러낸 채 죽고 말거라고 말야. 그래서 계단을 두려워 했었나봐. 언제고 바닥으로 뒹굴어버릴 것 같아서, 바닥에 버려진 처참한 내 광경이 보이는 것 같아서. 가을이라 다행이야. 난 가을에 태어나서 좋았어. 아마 가을에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단지 걱정이 되는 게 있다면 오늘 아침 예쁜 속옷을 입고 나왔을까, 가방엔 숨겨야 할 만한 건 없나, 뭐 그냥 그 정도야. 그리고 유서 같은 걸 미리 써 놓았으면 좀 편했겠다 하는 생각. 사실 특별히 할 말이 있을까 싶긴 해. 가진 게 별로 없으니 누군가에게 물려줄 것도 나눠줄 것도 마땅치 않으니까. 그저 나를 좋아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고맙고, 이런 식으로 인사하게 되어서 미안하다는 것 정도는 말해야 겠지.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는 내게 계단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어야 했어. 내 물건은 원하는 사람이 다 가져가도록 해. 그리고 남는 게 있다면 필요한 곳 어딘가에 기증해줘. 그리고 내 컴퓨터 속 파일은 모두 지워버려줘. 내 일기장이며 수첩도 다 태워줘. 온라인에 있는 것이든, 오프라인에 있는 것이든 내가 없는 곳에서 내 글을 누군가 마음대로 해석해대는 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특히 심리학적 분석이니 뭐니, 의사소통의 부재니 이런 말을 붙여놓을 거라면 더더욱. 내가 찍었던 사진도, 내가 찍혀 있는 사진도 모두 나와 함께 태워줘. 혹시 모르잖아. 영화 원더풀 라이프처럼 한 가지 순간만 영원히 기억해야 할지도. 사진을 가루로 날려주면 문득문득 그 기억들이 날 거야. 행복한 기억이 아니더라도 필요할 것 같아. 행복한 기억이란 적어도 약간은 불행한 기억이 있어야 그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 나누어 줄만한 재산이 많지 않다는 건 이런 순간엔 꽤나 좋은 일이구나. 별로 걱정할 것이 없잖아. 내 돈 가지고 싸울 만한 사람도 없을테고. 통장에 남아있는 돈이 있다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 아마 얼마 없을 테지만. 웃는 얼굴이 예쁜 사람이고 싶었어. 사실은 하고 싶은 일도 많았어. 좋은 사람들과 재밌는 일들을 만들어보고 싶었어. 이제 와 아쉬워. 부끄러운 내 마음이 말하지 못했던 것들, 겁이 나서 덤비지 못했던 것들, 다 말하고, 다 해 볼 걸 하는 후회가 돼. 이제 늦어버렸지만. 후회란 늘 그렇게 늑장을 부리기 마련이지. 계단이 차가워. 너무 추하게 쓰러져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돼. 오늘 화장을 제대로 하고 나왔었나, 한 쪽 구석이 튿어진 구두를 신고 나온 거 같은데.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해. 꽤나 멋진 모습으로 이별하고 싶었는데. 당신에겐 내 말이 들릴까? 바닥에선 은행냄새가 나. 가을은 다 좋았는데 이 냄새는 싫었어. 가을 거리에 진동하던 은행 냄새, 그리고 그 노란 빛. 이 은행은 누구 발에 밟혀 이 계단까지 왔을까. 이제 내 몸도 밟혀 이런 냄새가 나겠지. 당신은 지금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늘 그랬듯이 늦으려니,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을까. 당신의 얼굴이 꼭 보이는 것 같아. 당신의 노래가 듣고 싶어. 애달픈 노랫소리에 잠깐 동안만 엉엉, 울었으면 좋겠어. 지금이 나쁘다는 건 아냐. 그저 아주 잠시 동안만, 그러고 싶어. 차가운 계단 바닥에 얼굴을 댄 채로 따뜻한 눈물을 조금만 흘렸으면 좋겠어. 버선코를 닮았다는 예쁜 꼬마아이의 그 가락에 맞춰서. 이제 정말 안녕의 시간이야. 날 아는 모든 사람들, 부디 모두 행복해. 당신들 덕분에 난 참 행복했어. 고마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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