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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여의도에서

그러니까 어제-

 

비정규법안과 관련한 그놈의 노사정협의가

이윽고 마지막 교섭에 들어간 상황이고,

여전히 법안처리 유보와 강행처리의 전망이 팽팽한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일찌감치 법안처리 유보로 감잡았을지 모르지만

 연맹이 막연한 추측만으로 지레 손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

임원, 사무처 야간대기 지침을 내렸다가

밤 10시에, 에이, 일 끝난 동지들은 집에 가서 대기하라고

몇몇 동지들을 부추겨 집으로 보내고 나서

밤 11시쯤에

KTX 막차는 이미 놓쳤고

고속버스라도 타야겠다고 사무실을 나서려다가

혹시나 해서 위원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냥 대전으로 가버릴 상황은 아니었다.

 

법안 내용에 대한 교섭은 이미 결렬된 상태였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다르고

이목희는 현재까지 합의된 것들만 갖고라도

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해서

처리하면 어떻겠냐고 사실상 강행처리의사를 거듭 밝혔다는 것.

 

만에 하나라도 강행처리를 한다면

당장에 파업으로 치고 나올 조직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이

민주노총 간부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길래

전화에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싸움을 제대로 못하면 전사하는 거지요,

이게 정부나 국회한테 매달리며 교섭을 사정해서 될 일입니까,

즉시 판 깨고 나와버리라고 하시지요,

이러고서는 수석부위원장, 조직실장들과 국회 앞 농성장으로 갔다.

 

발전기 한대에 의존해서

겨우 어슴프레한 조명이 밝혀진 천막농성장,

어두운 가로수 아래 '중앙의 고급 간부'들이 웅성거리고 있는데,

무어 건설적인 대책이라고는 논의되지 않고

그저 국회안에서 진행되는 상황에만 급급하고 있었지.

명분을 만들고 만들어 질질 끌어온 교섭이며,

힘없다고 그것에 매달려온 숱한 시간들,

다 누구 책임이겠나-

 

밤 12시가 지나서였나,

이번 회기에는 법안 처리를 하지 않도록 건의하겠다는,

이목희의 발표가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그동안의 협의를 바탕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어서

교섭을 계속하겠노라는 것도 덧붙여졌다.

 

천막 안에서는 한국노총 간부들이 상황 보고를 듣고 있었고,

천막 밖에서는 민주노총 임원, 산별대표자, 지역본부장들이

강승규 수석의 소개로

이수호위원장, 단병호의원, 이석행총장 순으로

이어지는 소감과 보고의 말씀들을 경청하였다.

 

이럴 줄 알았어, 집에나 가버릴 껄-

작은 후회가 구석진 자리로 배회하는 나뭇잎에도 묻어나고

여의도를 떠도는 바람에도 실려 내 맨살을 때렸다.

6월 국회에 상정된다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게 된다면,

그 때까지 나는, 우리는, 대관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벽 2시에서 3시, 그 어중간한 시간에

포장마차, 잔치국수 한그릇 말아달래서

소주 몇잔 연거푸 들이키고는

사무실에 와서 소파에서 잤다.

 

벼라별 꿈을 다 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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