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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2, 처음으로 차였다!

(줄레줄레 썼다가 "등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다 날아갔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일단 올리고자 했던 사진 올리고

 짧은 몇 마디만 덧붙여 둔다. 나중에 생각나면 수정하든지...)

 

일요일 오후, 회의가 있어서 서울에 갔다.

혜화역 4번 출구로 나가는 통로에서 무심코 바라본 벽면에

한 여자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었다.

그 옆에 분홍색으로 쓰여진 선정적인 문구-

 

"내 나이 22, 처음으로 차였다!"

 


 

처음엔 무슨 영화 포스터인 줄로 알았는데, 읽어 보니 그게 아니다.

 

"다 좋은데 떨리는 첫 키스 때/ 담배 냄새는 너무 참기 힘들었다나? / 두고 봐 예뻐져서

 더 멋진 애 만날 테니까/ 그래, 이젠 너랑은 끝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 단호하고 선연한 붉은 사선, 금연!

그래, 그것은 보건복지부의 공익광고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사람들이 분주히 지나가는 그 틈새로 한장을 더 찍었다.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고 했던 포스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오라, 보건복지부가 성 인지적 관점이 빵점이로구나. 여성가족부는 정부 부처에서 저러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단 말이야? 근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 저런 게 턱하니 붙어 있으면 누군가는 필시 문제제기를 했을텐데, 여기에 설치한지 얼마 안되었나 보지.  아니면 내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고 했던 포스터를 둘러싼 논쟁을 기억하고 있는 동지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구태여 해설을 줄줄이 달지 않더라도 잘 아시겠지^.^ 내일 우리 여성위원장과 여성국장에게 사진이나 보여주어야지.

 

그런데, 짧게 한마디만 하자.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골초가 되어버린 동네의 또래 친구들 앞에서 호기심으로 담배꽁초를 빨아본 이후, 담배는 내가 친할 것이 아니구나, 하면서 일찌감치 비흡연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흡연에서 자유로운가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참가했던 무수한 회의와 술 마셨던 시간의 길이 이상으로 나는 간접흡연에는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나만큼 간접흡연 많이 한 사람 나와 보라고...!)

 

정부가 담배값을 제맘대로 올리든 말든, 정부가 담배곽에다가 소름끼치는 경고문구를 나날이 새롭게 찍어대도록 하든 말든, 궁극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각자가 선택할 일이다. 아무리 공익광고라고 하더라도 저토록 덜떨어진 시대감각과 빈약한 스토리로는 세금만 축낼 뿐이다. 담배냄새가 견디기 힘들어서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다는 그(녀)도 보지 못했거니와, 국경과 종교와 이데올로기도 초월하여 연분을 쌓는 것이 인간세상의 사랑얘기 아니던가 말이다. 보건복지부, 바보!

 

나보다 더 적극적인 누군가가 이 사진을 보고 정부에다가 강력히 항의를 할 것으로 믿는다.아니, 이미 했을지도 모르겠다. 당분간은 두고 보자. 그 후에도 그냥 저 광고판이 버젓이 행세를 한다면, 에고, 나라도 나서서 보건복지부와 한바탕 해야 되겠지.

 

암튼, 저 공익광고가 얼마나 저기서 버티는지 함 보자고!

 

(점심시간에 잠깐 고쳐썼는데, 어제 날아가 버린 그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참 이상하지, 똑같은 내용을 새로 쓰게 되면 영 남의 글처럼 낯설게 느껴진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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