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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자정이 지나서

지역의 동지들이 전화를 했다.

함께 나눌 고민거리가 있으니

아파트 앞으로 나오라고.

"벤처의 꿈"에 가 있으라고 했다.

(두어 시간 전에

 노회찬 의원이 충남대 강연을 마치고 뒷풀이를 했던 곳인데,

 이미 당원 동지들은 모두 떠났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기는 했다)

 

가서 여러 동지들의 고민을 듣고

어느 정도 해결도 되었는데,

또다른 곳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 노동조합의 비교적 젊은 활동가 동지들이다.

신성동에 있으니 오란다.

어은동에서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오라고 했다.

 

새벽 1시가 훨씬 지나서

신성동에 있던 동지들이 왔다.

술 제법 마신 지역 동지들은 이윽고 가고

새로 합류한 동지들과 술을 마시면서

내 거취 문제에 대한 깊고 강한 비판과 걱정들을 듣는다.

 

그 마음 내 모르랴.

하나도 반박할 얘기가 없다.

자세한 것은 또다른 기회가 주어지면 쓰기로 하고,

새벽 3시가 지난 밤 거리에

취한 동지들이 어깨를 걸고 앞서서 간다.

 

차를 몰고 조심스레 뒤따라 가는데

차창과 안개에 가려서

동지들의 모습이 흐릿하기는 하지만

나로 하여 여러날 쌓인 체증과 불만과 비판들로

휘청거리며 걷는 모습이

아프고

고맙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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