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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출마, 그리고 상처에 대한 생각

* 이 글은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공공연맹 임원선거에 나간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중앙위원회가 비교적 순탄하게 끝났다. 나의 선거출마에 관한 건은 찬성 18표, 반대 5표, 무효 1표로 가결되었다. 표로 나타나지 않는 동지들의 걱정어린 마음들은 앞으로 서로가 함께 감당해야 할 일이겠지. 예정에도 없이 출마한다고 하자 내가 좋아(존경)하고 나를 아끼는(아낀다고 믿는) 동지들이 저마다 진심으로 걱정어린 참견을 했다. -되더라도 동지가 받을 상처가 걱정이네요. -(런닝메이트들이) 만만치 않은 사람들인데 견딜 수 있겠어요? -동지가 갈 길이 그게 아닌데...답답합니다. -무조건 반대표 조직해서 낙선운동할 겁니다. -이건 배신이예요. 끝이라구요. -(이성우) 주변 사람들이 정말로 밉네요. -차라리 부위원장 정도 나가서 다음을 기약하는 게 어때요? -선거를 통해서 제대로 바뀌는 거 봤어요? -왜 희생양이 되려고 나섭니까? -지역에서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도대체 왜 그래요? 그래, 아니나 다를까, 연맹의 게시판이나 우리 노조 게시판에 선거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인신공격성의 글들이 등장했다. 2년 전에 한차례 겪은 일이라서 이젠 어느 정도 덤덤하다. 그러나 나를 실명으로 거론하는 글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실명으로 차분하게 대응하리라고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두었다. 어느 동지가 내 게시판에다가, "얇디얇은 귓바퀴로 주워들은 풍문들을 마치 진실인 양, 자신의 판단인 양 치부하면서 그 모진 인연의 실타래를 악연의 연줄로 확대재생산한다." 고 그런 선거판 풍토를 안타까워하면서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주문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은 처지의 동지들을 위해 함께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을 향해 어느 날 등 뒤에서 비수를 꽂을 때 우리는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 글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말과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꽂았을지도 모르는 나의 가해행위는 어떻게 돌이켜 반성할 수 있을까. =상처 따위 =거뜬히 이겨넘어야 =세상 살아간다고 할 수 있겠지요 뭐... 그 동지에게 나는 이렇게 썼다. 아무도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저마다의 판단과 때로는 욕심까지도 나(혹은 누군가)에게 퍼붓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상처는 가해자의 치유될 수 없는 상처(의 흔적)일 뿐이지 이미 숱한 상처로 벼린 나에게 더 이상의 아픔은 아니다. (혹시 둔감할 뿐인가, 아니, 누구에게나 자신의 상처가 가장 아프다) 지난 7월에 썼던 "상처"라는 글을 다시 새겨 읽는다. =상처는 =언젠가 치유되고 잊혀지고 =이윽고 흔적도 남지 않지만 =상처 하나하나에 대하여 =100조개의 세포들이 뜻과 힘 모아 =처절하게 맞선 투쟁의 기록이 =곧 한 사람의 인생이요 =인간으로 세상을 견디는 힘의 근원이다. =무시로 되풀이되는 =이 가슴앓이. 노동조합 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20년전 10년 전의 나를 알던 많은 동무들이 그렇게 여기는 것처럼 다시금 천진함과 동글동글함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여 내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시뻘건 홍수를 받아들이는 바다와 같이 넉넉하고 의연하게 늘 활짝 웃으며 세상의 상처들을 안고 보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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