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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날

술을 물처럼 마시면

속절없이 취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젠

짧은 시간에 세 팀과 조우했고

제각기 사연은 출중했으므로

술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여

일찌감치 취해서 귀가했고

 

집에 와서는

혹시라도 취하여 늦잠잘까 걱정하여

밀가루 입힌 말린 고추를 튀기고

쇠고기고추장볶음과

쥐눈이콩조림을 챙겨서

미리 도시락 반찬으로 준비하고야 잠들 수 있었다.

 

이른 아침

반쯤 채운 더운 물에 몸을 가두고

눈 감고 가만히 생각한다.

 

술 취했으면 자야지

세상 없어도 자야지

아침에 일찍도 일어났는데 뭔 걱정?

취해서 뜨거운 식용유라도 엎었으면 어쩔 뻔 했어?

도시락이야 하루쯤 건너뛰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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