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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강부회의 멍에를 벗어라

누가 쓰라고 해서 급하게 쓴 거.

무슨 얘기를 하고자 했는지 나도 헷갈리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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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정권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특히 이명박 정권에서 공공기관 노조들의 수난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었다. 실제로 2008년 8월 이후 6차례나 발표된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은 노동조합 때려잡기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지난 3년 가까이 공공기관 노조들은 참 모질게 싸워왔고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9월 1일부터 시작된 공공서비스노조 위원장과 몇몇 지부장들의 단식투쟁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러한 단식투쟁에 9월 8일부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 가세했다. 발표가 임박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대한 선진화 방안과 안전성평가연구소 민영화, 그리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조용주 원장의 가공할만한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는 투쟁이다. 노조 탄압이 사실상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의 내용이며, 건기연 말고도 다른 출연연에서 이미 노조 탈퇴공작을 파상적으로 벌여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실 세 가지 현안이 모두 출연연 선진화방안에 집약되어 있다.

 

출연연 선진화 방안은 2008년 4월에 정부가 KAIST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통합하려고 기도했을 때 이미 시작된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노조와 직원들의 결집된 투쟁에 밀리고 촛불정국에 둘러싸여 통합논의는 그해 가을에 중단되었지만, 정부는 3년간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서 출연연의 거버넌스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그 3년의 마지막 해이다. 때맞추어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에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출연연을 중대형연구소로 재편하겠다고 했다.

 

물론 출연연 현장에서 보더라도 출연연의 거버넌스는 개편해야 한다. 문제는 연구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연구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의 기조는 구시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공공연구노조가 미리 입수하여 지난 8월 10일에 발표했던 정부의 출연연 선진화 방안을 보면 현재 교과부와 지경부가 13개씩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 과학기술계 출연연을 여러 부처로 분산 배치하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5개 출연연과 지식경제부 산하 7개 출연연을 각각 하나의 연구소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부처가 나누어 관리하고 있던 출연연을 3개의 연구회 체제로 묶어서 부처로부터 독립시킨 것이 1999년의 일이니까 11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출연연을 부처 산하에 두느냐 독립적으로 관리하느냐 하는 것은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떠나서 출연연에서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 인문사회계 출연연에 대해서도 2008년에 잠시 개편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부처 소속으로 되돌리는 것은 연구자율성에 역행한다는 것이 현장의 여론이었고 노조의 공식 입장이었다.

 

출연연을 부처에서 직접 관리하면 기관의 독립성과 연구자율성이 실제로 후퇴하는가? 그렇다! 얼마나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통제하느냐 하는 강도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기관장 선출 과정에 부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기관의 예산도 부처가 직접 통제할 수 있다. 연구과제 선정에 부처가 갖는 권한도 막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96년에 PBS(Project Base System,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연구자들은 연구비 수주와 인건비 확보라는 이중삼중의 굴레에 매여 신음하였고, 그러한 폐해를 완화하려고 도입한 것이 99년 김대중 정권에서의 연구회(연합이사회) 체제였다.

 

그 당시 노조(과기노조)는 연구회 체제가 전문가 집단에 의한 자율적 관리기구로 기능해야만 성공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옥상옥의 통제장치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의 우려는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연구회는 출연연에 대한 통제와 간섭을 완화시키는 기구가 되지 못하고 정부의 지침을 충실하게 출연연에 전달하는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급기야 이번 출연연 선진화방안이 추진되면 연구회는 해체되게 된다.

 

정부 부처의 통제와 연구회의 간섭이 외부의 권력으로 연구자들에게 작동한다면 기관장은 내부의 살아있는 권력으로 연구자들을 구속한다. 어찌 보면 기관장들은 출연연 내부에서는 영주와 같은 신분이지만,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에 임기와 무관하게 물갈이된 것처럼 권력 앞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기관장의 연봉은 기관장 평가에 의해서 좌우되는데,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의 세부 기준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오기도 하니 기관장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미칠 노릇이다. 얼마 전에는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점수를 조작하여 특정 기관의 평가 등위를 11위에서 4위로 올려주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연구실적의 가중치가 엄연히 크지만 기관장들이 노사관계나 선진화지수를 더 크게 받아들이고 노조 탄압에 자신의 생사가 달린 듯이 행세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일찍이 송(宋)나라의 정초(鄭樵)는 '통지총서(通志總序)'에서, 사관들이 일식과 같은 순수한 자연현상의 이변을 길흉의 조짐 따위로 해독하여 붙이는 것을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연구데이타 조작이나 보고서 조작 등 특히 지식노동자(출연연 연구자들을 통칭함)의 견강부회와 혹세무민이 두드러졌고, 그에 맞서 2009년에 공공연구노조에서는 연구자율성 침해사례를 공개적으로 접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출연연에 요구하는 것은 온순한 지식시녀집단이 되라는 것이니 공공연구노조는 태생적으로 그것에 맞서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 사례를 보자. 공공연구노조 건기연지부 김이태 동지가 4대강 사업은 곧 대운하사업이라는 양심선언을 했던 것은 2008년 5월이었다. 연구자의 양심에 따른 행동이라 징계할 수 없다고 공언했던 건기연은 그 후 조용주 원장이 오고 나서 김이태 박사를 중징계에 처했다. 그 당시 연간 7억원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던 김이태 박사는 지금은 소속 부서에서 왕따 신세로 전락했고, 그의 징계를 막고자 했던 노조 지부장과 부지부장은 해고되었다. 출연연의 독립성과 연구자율성이 무참히 파괴된 현장이 지금 건기연이고, 출연연 선진화방안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견강부회의 사슬을 끊고 연구자율성을 쟁취하기 위해 공공연구노조는 더 굳세게 투쟁하기를 기대하고, 지식노동자가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노동자들이 그 투쟁에 함께 연대하기를 바란다.(201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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