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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에 모처럼 네 식구가 장보러 갔는데
(요즘은 아내나 가문비 중에서 한 사람은 잘 빠지는 편)
가문비가 난데없이 요가강습 테이프 하나 사야겠다고 해서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세 여자가 우르르 몰려가서
DVD 하나를 골라 왔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곧장 컴퓨터 앞에 와 앉고,
거실에서는 연신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가 봤더니
아래와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더라.
아내가 한마디 하기를,
"어이, 배나온 아저씨, 여기 술 빨리 깨는 호흡법이 나오는데 같이 하시는 게 어때?"
그 분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 10년전 쯤이었을 것이다.
내일신문 주주독자 모임에서 주선자의 요청으로
나는 자의반 타의반 진행을 맡았고,
이런저런 율동과 놀이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 말문을 트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안간힘을 썼다.
거기에 나이 칠순이 가까운(정확히는 모르겠다)
그 분이 밝게 웃으면서 우리와 함께 하려고 애쓰고 계셨다.
그 후로도 우리는 가끔 만났다.
대전역 집회나 통일행사에서, 장기수 선생님의 장례식에서
심지어 지역의 작은 청년회 창립기념행사까지
그 분은 늘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먼저 아는 체를 하셨다.
그 분이 어떤 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익히 알려진 대표자들이나 소개하는 각종의 집회나 행사에서
그 분이 소개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 분은 드러나지 않게 어디에나 계셨고
내가 가까이 지나칠 때면 꼭 먼저 손을 잡아 주셨다.
오늘,
평택 팽성읍의 5년 전에 폐교된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한반도 전쟁 반대 7.10 평화대행진>에서
질척거리는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인파에 파묻혀 있던 나에게
누군가 불쑥 손을 잡으며 아는 체를 했다.
-여기도 오셨구만.
=아이고, 장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셨어요?
-(손을 꼬옥 잡은 채로) 건강하죠?
=예, 선생님, 여전히 건강하시죠?
-예, 아직도 과학기술에서 일하고 계시지요?
=아니, 지금은 서울에 있는 상급단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하, 나는 지금은 천안에 가서 살고 있어요.
=언제 그리로 가셨습니까?
-3년쯤 되었지, 아마.
=예, 그래도 이렇게 늘 열심히 다니시니 고맙습니다.
-하하... 예전에 연세대에 통일행사 한다고 학생들이 들어갔다가 경찰에 마구 두들겨맞고 나왔잖아요? 그 때 같이 했던 설동호라는 사람이 천안에 있어요. 그 사람들하고 같이 왔어요.
=(설동호, 들은 적이 있다. 어딘가 총학생회장을 했던 것 같은데...) 예, 그러시구나.
-자, 또 봅시다.
=예,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명함을 한 장 드리고는 연락처도 챙기지 못했다.
천안에 살고 계시고, 설동호라는 동지를 찾으면 알 수 있을 듯하다.
다행히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그 이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장석정 선생님...
내가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열심히 나다니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헤어지려는 찰나, 잠깐만요, 해서는 사진을 한장 찍었다.
에이, 주변의 누구에게라도 청해서 같이 찍는건데...
5년전에 폐교되었음을 알리는 표지석,
학생들의 몸짓 공연,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소개, 연설과 노가바 두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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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가 모두 유연한 편이네요..ㅎㅎ열심히, 같이 좀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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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좀 하려면 모두들 깨어있는 시간에 집에 좀 있어야 할텐데, 그게 영 자신없네유^.~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