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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예정된 슬픈 만남

  • 등록일
    2008/11/16 00:16
  • 수정일
    2008/11/16 00:16

이별을 예정하고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언젠가는 가야할 곳이 있고, 만남의 시간이 고정되어 있는 이주노동자 그/녀들과 함께하는 삶은 즐거우면서도 한편 이별이라는 예정된 작별이 있기에 마음은 무겁다.

오늘 스리랑카 자나드씨와 만쥴라씨는 EPS(Empolyment Permit System,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와 체류기간이 남아 있는 합법 이주노동자들이다.

만쥴라씨는 한국에 오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동생이 EPS를 통해 들어오면 자신은 내년 비자 만료시점인 1월에 출국한다는 말을 하였다. 자나드씨도 “불법사람 무서워요. 집에 가요. 꼭 스리랑카 오면 저희에게 연락주세요” 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또 이별을 하는 구나···. 시간은 남았지만 또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이들에게 ‘투쟁’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기엔 스리랑카에서의 삶과 상황이 이를 어렵게 한다.

송출할 때 브로커에게 4000달러를 주고 왔다는 만쥴라씨··· 집의 빚을 이제서야 다 갚았다며 안도하지만, 동생이 EPS로 들어오지 못하면 출국을 안 한다고 말한다. 자나드씨도 “무서워서 한국에서 살아가기가 어려워요.

친구들도 집에서 나가지 못하고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그냥 집에 머물고 있어요. 돌아다니지 못해요” 라며 지금까지 한국에서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자신이 돌아간 뒤 혹시 스리랑카에 오게 되면 찾아달라는 안부도 전해준다. 자나드씨는 브로커가 아버지와 절친한 사람이라 만쥴라씨보다는 적은 1800달러를 주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말한다. 유럽은 더 많은 돈을 브로커에게 주어야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하며, 여전히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고 싶은 스리랑카 친구들이 줄을 서 있다는 말을 한다.

만쥴라씨는 아는 사람 중에 사장이 있으면 동생을 고용해 달라며, 패스포트를 카피해서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렇게 친구들은 이곳에 정착하고 싶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방인으로 취급받는다.

한쪽에서는 이주노동자 그/녀들을 위한 문화행사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역민과 함께하는 사업들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행사는 시간 때우기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국제결혼한 가정의 이주민(이주여성)에 대한 지원 또한 다채롭게 지원되고 있지만 이주민(이주여성)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그녀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이주민 여성들은 그녀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따스한 말 한 마디를 나눌 수 있는 진솔한 친구를 원한다. 이러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자와 피교육자라는 대상으로 전락한 관련 사업은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정착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이별이라는 화두가 이주노동자들과의 이야기에서 드러난다. 참 마음이 아린 일이다. 웃고 함께 지속적으로 지내지 못함을 알았지만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참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스리랑카 사이트에 들어가 노래를 듣거나 소식을 접하면서 이주노동자 그/녀들이 갖게 될 고국에 대한 향수의 깊이를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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