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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2/02
    눈 묻은 손 / 나희덕
    간장 오타맨...

눈 묻은 손 / 나희덕

  • 등록일
    2023/02/02 12:14
  • 수정일
    2023/02/03 11:37
눈 묻은 손
나희덕
노파의 눈 묻은 손이 자꾸만 소쿠리 위로 간다
작고 파란 소쿠리에는
눈이 반 콩이 반
아무리 가린다 해도 손등보다 밤하늘이 넓으니
어쩔 수도 없다, 눈을 끼워 파는 수밖에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고
얼마냐고 묻는 목소리에 눈이 묻는다
이천원이라는 노파의 목소리에도,
콩알 섞인 함박눈을 비닐봉지에 털어넣는 노파가
받아든 천원짜리 지폐에도 눈이 묻는다
멀리서 눈을 뒤집어쓴 버스가 오고
나와 눈과 비닐봉지는 눈 속을 펄럭이며 뛰어간다
깜박 잠이 들었던 것일까
창 밖에 눈 그치고 거기까지 따라온 눈이 길 위에 희다
그러나 손등의 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 손에 남겨진 것은 한줌의 젖은 콩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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