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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4/05/08
    [시/박상률] 오월은 오늘도
    간장 오타맨...
  2. 2014/04/30
    [시/박몽구] 길이 끝난 곳
    간장 오타맨...
  3. 2014/04/29
    [시/오민석] 푸른 꽃
    간장 오타맨...
  4. 2014/04/25
    [시/이문재] 내안의 식물
    간장 오타맨...
  5. 2014/04/24
    [시/이문재] 새벽의 맨 앞
    간장 오타맨...

[시/박상률] 오월은 오늘도

오월은 오늘도
-- 무등과 광주

박상률

제게 맞는 이름 하나로
제게 맞는 빛깔 하나로
불리어지지도 못하고
나타내어지지도 못하고
오월은...
아직도 앓는다
모든 것이
저마다의 이름 하나로
저마다의 빛깔 하나로
불리어지고 나타내어지는데
오월은 오늘도
이름없이 빛깔없이
은유법이다.
더 할 나위없는 무등이어서
이미 빛고을이어서
이름이 없어도 빛깔이 없어도
그대로 이름이 되는지
그대로 빛깔이 되는지
말도 없이
오월은 오늘도
우리에게 봄보다 짙은
울림만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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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박몽구] 길이 끝난 곳

길이 끝난 곳

박몽구

모두들 훌훌 옷 벗어버린 만추에도
향기 잃지 않는 생강나무 몇 포기
땅거미 밀쳐서 갈길 분명하게 일러준다
유명산은 부드러운 흙길 내주어 쉽게 정상으로 올리더니
하산길 십리 내내 모난 돌만 깔아놓았다
두부를 잘게 갈라놓은 듯
거대한 바위들이 비바람에 부서지면서 만든
칼 같은 모서리들이 끝없이 가로막는 길
처음에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이 바늘에 찔린 듯하고
산문으로 닿는 길 아득하던 것이
이내 익숙하고 푸른해졌다
느리게 걸음을 옮기면서
가을 깊도록 향기의 주인 기다리는
고추나무 향기를 맡고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팥배나무 열매를 만날 수도 있으니
나는 그때서야 정상에 모인 바위들을 쪼개
산 아래로 던져놓은 사람의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좀 천천히 가라고
쫓기듯 살아가면서 놓친 것들의 이름을 불러보라고
구상나무의 귀를 빌어 누군가 일러주었다
새차게 산 아래로 치달릴 줄밖에 모르는
물들을 모아 벌거벗은 나무들
얼굴을 비추고 있는 박쥐소에서
한참 동안 물 낯바닥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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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민석] 푸른 꽃

푸른 꽃

오민석

지옥이 따로 없다
다수 대중이 단지 생계를 위해서
전생애를 걸어야 하는 세상이 지옥이다
다만 목구멍을 위해서 우리가 허구헌 날 기죽고
부자유해지고 우울해져야 한다면
그게 바로 지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옥에서의 한 철'을 보내고 있는 셈인데
이곳에선
'지옥이 아닌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자들에게는, 감옥으로의 길고 근사한
휴가가 주어진다
이곳에선 어쩌다, 가족 외의 더 큰 공동체를
사랑하면 그것은 불온한 죄가 된다.

금지된 사랑, 속에, 지옥의, 벽,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피는
푸른 꽃.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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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문재] 내안의 식물

내안의 식물

이문재

달이 자란다 내 안에서
달의 뒤편도 자란다
밑물이 자라고 썰물이 자란다
내 안에서 개펄은 두꺼워지고
해파리는 펄럭거리며
미역은 더욱 미끄러워진다
한켠에서 자라도 자란다

달이 커진다
내 죽음도 커지고
그대 이별의 이후도 커진다
죽음의 뒤편도 커지고
이별 이전도 커진다

뿌리만큼 거대한
내 안의 식물 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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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문재] 새벽의 맨 앞

새벽의 맨 앞

이문재

그대는 이제 마음의 극치까지
몸의 맨 앞에까지 나서려 하지 않는다
무심함이 가장 큰 힘인 줄을 깨달았는지
온통 무심함으로 가득 완강해져
노을 속에서 노을빛으로 붉어지고
어둠 아래에선 어둠으로 어두워진다
이제 나의 발음은 의미를 불러오지 못한다

초승달이 무슨 잘못처럼 떠 있다
이내 사라지고 밤하늘 온통
두드러기처럼 별들 도진다 잔뜩 화난 듯
열꽃처럼 피어난 별들
초승달 있던 자리를 지나
전속력으로 뛰어내린다
새벽 하늘을 할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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