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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9/09/26
    [시/ 유안진] 포스트모던한 이별식
    간장 오타맨...
  2. 2019/09/05
    [시/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간장 오타맨...
  3. 2019/09/03
    [시/나희덕] 나무가지가 흔리릴때
    간장 오타맨...
  4. 2019/08/30
    [시/김중식] 황금빛 모서리
    간장 오타맨...
  5. 2019/08/21
    [시/정희성] 이곳에 살기 위하여
    간장 오타맨...

[시/베힌봉] 연탄불 사랑

  • 등록일
    2019/10/08 08:29
  • 수정일
    2019/10/08 08:29

참 오랜만에 연탄가게를 본다

시골이라지만 집집마다 기름보일러 윙윙 돌아가고
스위치 하나면 방에 앉아 온도 조절할 수 있는데
아직도 연탄난방을 하는 집이 있긴 있나보다
연탄은, 아랫연탄 윗연탄이 서로 물려 뜨겁게 타오를 때
비로소 완성되는 가난한 사랑의 또다른 이름
아랫연탄 다 타면 윗연탄은 또 아래로 내려가
위에 얹힌 새 연탄에게 불길 전하고는
마침내 흰 재가 되어 얼음길을 덮는 꿈의 순례자
추운 오늘은, 뜨끈뜨끈 연탄불 사랑으로
가난을 녹일 그 집 아랫목에 앉아
연탄불로 끓여낸 뜨거운 라면 한 그릇 얻어먹고 싶다
젓가락 부딪치며 함께 먹는 그 사랑의 마음을
스위치만 내리면 냉방이 되는 세상에다 부려놓고 싶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는
기름보일러를 몸 속에 내장하게 되었다
수틀리면 언제라도 스위치를 내리고
보일러 온도 떨구듯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게 되었다
한파 몰아치는 오늘은 내 몸 속에 연탄난방을,
서로 윗연탄 되려고 음모 꾸미지 않는
저 검은 꿈의 가난한 사랑을 뜨겁게 지피고 싶다
사랑을 순례하느라 자기를 다 태워 버려도
또 뜨겁게 그 꿈의 불길 잇는 연탄의 몸 구멍
우리 핏줄 같은 몸 구멍이 피워 올리는 불꽃에
뜨거운 국밥 끓여 그대와 나눠 먹고 싶다

---시집 『악기점』(세계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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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시영] 시월

  • 등록일
    2019/10/04 09:25
  • 수정일
    2019/10/04 09:26

시월

이 시 영

나비가 지나간 하늘 한복판이 북처럼 길게 찢겨졌다. 그곳으로 구름 송이들이 송사리처럼 모여들어 엉덩방아들을 찧느라고 가을 한 자락이 오후 내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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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유안진] 포스트모던한 이별식

  • 등록일
    2019/09/26 15:56
  • 수정일
    2019/09/26 15:56

포스트모던한 이별식

유안진

가볍게 몇걸음 옮기다 돌아서더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한다는 말이
다달이 한두 번씩은 어렵겠지만
라디오 FM에서도 괜찮은 음악을 들어보게 되듯이
마음 내키면 마땅한 때를 골라
바람도 쐬듯 그렇게 바람소리 같더라도
사소한 소식이라도
아릿하지만 알음알음으로라도 건네주고 받자고
자발없는 부탁일지 모른다고 윙크까지 곁들이고는
차에 오르더니 다시 내다보며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고쳐서는
타다 남은 심지에
파란 불꽃 다시 켜질지 모르지 않느냔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궂은 비 하늘에다 무슨 고함 발악질 악다구니라도 내지르고 싶었다, 프리모던(premodern)이 더 인간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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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 등록일
    2019/09/05 09:16
  • 수정일
    2019/09/05 09:16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나희덕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 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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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희덕] 나무가지가 흔리릴때

  • 등록일
    2019/09/03 13:06
  • 수정일
    2019/09/03 13:06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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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요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 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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