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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 등록일
    2019/09/05 09:16
  • 수정일
    2019/09/05 09:16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나희덕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 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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