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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2/31
    [글/권정생] 비나리 달이네 집
    간장 오타맨...
  2. 2004/09/20
    [글/권정생] 강아지똥
    간장 오타맨...

[글/권정생] 비나리 달이네 집

  • 등록일
    2004/12/31 22:15
  • 수정일
    2004/12/31 22:15
** 권정생 선생님은 1930년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을 어린 시절 직접 겪었고, 6.25를 겪었습니다. 전쟁의 참혹상을 잘 알고 있는 이분의 글에서 반전 동화라 생각되어진 이 글을 올려 봅니다. 참 따스한 글 입니다. 또 강아지가 나옵니다, 달이... 그림을 올리지 못한게 못내 아쉽게 느껴지네요... 아저씨와 달이의 그림 참 넉넉합니다. --------------------------------- 강아지가 말을 하는 걸 나는 한번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비나리에 살고 있는 강아지 달이는 말을 한다는군요. 대체 달이는 어떤 강아지 인지, 그리고 아빠라는 신부님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 모두 비나리고 가 보도록 해요.


"달아, 사람 다리가 몇 갠지 아니?" "두 개." "개 다리는 몇 개?" "내 개." "그럼 달이 다리는?" "세 개." "에구, 달이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도ㅤㄲㅒㅤ비구나. 아니면 무시무시한 괴물이고." "아니냐, 달이는 그냥 달이야." 비나리 마을은 경상도 북쪽에 있는 어느 깊고 깊은 산골에 있습니다. 사방으로 산이 둘러쳐 있어 동산에서 늦게 해가 뜨고, 서쪽으로 해가 빨리 집니다. 달이네 집은 비나리 마을 한쪽 가장자리 개울가에 있습니다. 늙수그레한 아저씨 하나하고 두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여섯 살인가 입곱 살인가 나이도 자세히 모르는 달이는 쪼그만 강아지이니까요. 그런데, 그 달이가 사람처럼 말도 할 줄 알고, 사람처럼 이것 저것 생각도 한다니 모르겠습니다. 비나리 마을 사람들은 달이가 사람처럼 말을 하는 걸 한번도 못 들었으니까요. 그러니 그 달이가 사람처럼 이것 저것 생각을 한다는 것도 이상할 수밖에 없지요. 달이는 그냥 서양 강아지, 푸들인지 발발이인지 꾀죄죄한 그런 짐슴으로 보일 뿐 특별한 강아지 같지도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그 달이하고 함꼐 살고 있는 아저씨는 달이하고 재미있게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그 아저씨는 나이 예순 살이 넘은 건지, 아직 예순 살이 덜 되었는지, 어정쩡한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아직 새파란 젊은이 같기도 합니다. 생긴 것도 그래요. 누구는 동글동글한 호떡처럼 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덜 굽힌 군고무마같이 생겼다고 그러고, 또 누구는 어느 길가 비쩍 마른 장승철머 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남자인데도 하회탈 가운데 각시탈처럼 예쁘게 생겼다고 하거든요. 사람 생김새야 모두 비슷해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 않ㅤㄱㅖㅆ어요? 그러니 그 통나무집 주인 아저씨도 보통 사람처럼 생겼다고 하면 가장 확실하겠지요. 그 아저씨하고 달이는 아침 일찍 들로 갑니다. 어느 날은 아저씨가 경운기를 탕탕 끌고 달이가 뒤에 올라타고 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그냥 왱이나 호미를 메고 가면 달이가 겅정겅정 따라가기도 합니다. 콩밭에 풀을 매다가 밭고랑에 앉아 쉴 때면, 달이도 곁에 와 앉습니다. 그럴 때면 둘이서 얘기를 한다는군요. "달아, 사람 다리가 몇 개지?" "두 개." "그럼, 개 다리는 몇 개?" "네 개." "또 달이 다리는 몇 개?" "세 개." "달이는 도깨비가 아니면 괴물이구나." "아니야. 달이는 그냥 달이야." 그런데, 달이가 왜 자꾸 제 다리가 세 개라고 할까요? 달이도 보통 강아지면 다리가 네 개여야 하는데 말이지요. 삼 년 전에 달이는 혼자서 산에 놀러 갔다가 오른쪽 앞다리 하나를 잃었거든요. 그 때, 달이네 집 주인 아저씨는 지금 살고 있는 통나무집을 짓느라 많이 바빳기 때문에 달이 혼자 심심했답니다. 달이가 아무리 이 때나 저 때난 같이 놀아 주기를 기다려도 모른 척 대패질이야 톱질이야 곁눈질도 안 하고 일만 하는 거예요. 심심해진 달이는 그냥 마을 밖 들로 산으로 혼자 뛰어가서 놀 수밖에요. 그 날 아침, 달이는 온 골짜기가 울리도록 '깨갱! 깨갱!' 소리치며 집으로 돌아오자 그 때서야 아저씨가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연장을 내던지고 달려갔지요. "달아, 달아, 이 자식아......" 아저씨가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달이를 안아올리자 오른쪽 앞다리가 잘려 나가고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지요. "아빠, 아파 아파....." 달이가 아저씨한테 울면서 그렇게 말했다는데. 아무도 들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아저씨 혼자서만 들었다니까 어쩌겠어요.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할 뿐이지요. 달이는 자동차를 타고 시내 병원에 가서 없어진 다리 상처를 꿰매고 약도 바르고 주사도 맞았지요. 그래서 겨우 죽지 않고 살아난 것만도 다행이었으니까요. 며칠 뒤에 아저씨가 달이한테 물었어요. "달아, 자동차에 치였니?" "........" 달이가 암말도 안 하는 걸 보니 자동차 사고는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럼 누가 돌맹이로 때렸니?" "........" 그래도 달이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혹시 누가 노루 잡는다고 놓아 둔 갈고리 같은 덫에 치였니?" 그 때 달이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아니, 이것도 누가 본 사람이 없으니 꼭 믿을 수는 없지만, 아저씨가 달이 고개가 끄떡하는 걸 봤다니 어쩔 수 없잖겠어요. 글머 왜 사람들은 그렇게 덜 익은 군고구만지, 비쩍 마른 장승 같은 아저씨 말을 믿어야 하는지요. 사람들은 달이네 집 그 아저씨를 보고 "신부님, 신부님!" 하고 부르니까요. 신부님이란 성당에서 아주 거룩한 제례복을 입고 많은 신도들 앞에서 미사를 인도하는 분이잖아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예수님 대신 세례식도 하거든요. 그런 분이라면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잖겠어요. 그러니 낙엽송 통나무집 아저씨 말이면 열이면 열 가지 모두 그대로 믿을 수밖에요. 어쨋든 달이는 그렇게 해서 다리가 세 개밖에 없는 강아지가 되었지요. 다리가 세 개뿐인데도 달이는 옛날처럼 잘 걸어다니고 잘 뛰어다녔어요. 한 가지 달라진 건 혼자 있을 때, 하늘을 쳐다보고 가만히 뭔가 생각을 한다는군요. 가끔 가다 그 통나무집 덜 굽힌 군고무마 같은 신부님이 달이가 오도카니 혼자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걸 봤대요. 그렇게 앉아 있는 달이 눈에 눈물 방울이 맺혀 있는 것도 봤고요. 혼자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달이가 눈물을 짓고 있었다는 거지요. 그러니 달이는 뭔가 혼자서 생각하며 울기도 하니까 대단한 강아지가 아니ㅤㄱㅖㅆ어요. 통나무집 아저씨는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달이 자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는데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달이가 마치 아느 절집 스님 같기도 하고, 옛날 옛날 훌륭한 도사님 같기도 하고, 때로는 예수님 같기도 하다니까 듣는 사람들 귀가 영 간지러울 때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 모두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강아지나 토끼나 산에 사는 노루나 늑대나 호랑이나 모든 짐승들은 사람들이 벌이는 그 무시무시한 전쟁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잖아요. 총칼도 안 만들고, 핵폭탄도 안 만들고, 거짓말도 안하고, 화도 안 내고, 몰래 카메라가 없어도 도둑질도 안 하고, 술 주정뱅이도 없고, 가짜 참기름도 안 만들고, 덫을 놓아 약한 짐슴도 안 잡고, 쓰레기도 안 버리고요. 그러니까 달이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짐승들은 스님 같기도 하고 도사님 같기도 할 수밖에 없지요. 특히 달이 같은 조꼬만 강아지는 도사님보다 더 휼륭할 수도 있지요. 하늘을 쳐다보고 달이가 눈물을 흘리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닐 거예요. 아무리 강아지이지만 사람들이 불쌍하고 안타까울 거예요. 더욱이 달이는 사람 아저씨하고 함께 살고 있잖아요. 낙엽송 통나무집 아저씨가 성당 신무님을 그만두고 비나리 마을에 와서 농사꾼이 된 것도 달이하고 같은 생각 때문이었을 거에요. 사람들은 아무리 가르치고 타일러도 하나도 착해지지 않으니까요. 다섯 해쯤 전까지 아저씨는 자동차가 어지럽게 왔다갔다하는 네거리 모통이에있는 커다란 성당 주임 신부님이었거든요. 일요일이면 달이도 성당 안에 살짝 들어가서 미사를 드리는 걸 자주 봤지요. 그 때마다 달이는 신부님이 참 신기해 보였지요. 보통 때하고는 너무도 다르게 보였으니까요. 커다란 드레스 같은 제례복을 입고 아주 거룩한 말씨로 무언가 무언가 가르치고, 동그란 과자에 물을 묻혀 사람들한테 하나하나 먹여 주고.... 한번은 달이가 물었어요. "아빠, 난 왜 과자 안 줘?" "무슨과자?" "미사 때 과자 물 묻혀 가지고 딴 사람한텐 다 줬잖아?" "그런 말야......" 아저씨 신부님은 우물쭈물 대답을 못 했어요. "달이도 뒤에서 과자 먹고 싶었는데...." "달아, 그건 말이지......." 아저시 신부님은 그 때부터 괴롭기 시작한 거지요. 어째서 미사나 영성체(예수님의 몸과 하나가 되는 것) 같은 걸 사람끼리만 해야 하는지 자꾸 자꾸 생각하게 된 거에요. 달이는 그 뒤에도 이것 저것 자꾸 물었지요. "아빠, 아빠. 하느님 많이 무서워?" "아냐, 하느님은 안 무서워." "그런데, 사람들은 미사 때 무서워서 조마조마해하던데....." "......" 한번은 또 이런 말도 물었어요. "아빠, 사람들이 예수님 나무에 달아 놓고 잡아먹었어?" "......" 그 때마다 아저씨는 하나도 대답을 못 했어요. "아빠, 난 성당 안에 들어가면 자꾸 무서워." "뭐가 무섭더냐?" "천장도 무섭고, 제대도 무섭고, 촛불도 무섭고, 그리고......" "그리고 또 뭐야?" "사람들이 예수님 잡아먹었다고 하느님이 무섭게 겁주는 거지?" "........" "우리 성당 문 잠가 놓고 하느님 가둬 버리고 우리끼리만 살면 안 돼?" "........" 언젠가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에 갈 때였어요. 달이도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그만 길에서 타이어 펑크가 나 버렸어요. 아저씨 신부님은 빵빵한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나서 잠시 길가에 앉아 쉬었어요. 들판에는 오우러의 따뜻한 바람이 불고 어디선지 찔레꽃 냄새, 아카시아 꽃 냄새가 날아왔어요. 산 중턱 저만치에 집이 한 채 조그많게 보였어요. "아빠, 저기 집이 있다!" 달이가 소리쳤어요. "참 예쁜 집이구나." "아빠, 우리도 저런 집에 살면 안 돼?" "........" "하느님도 성당 안에만 있지 말고 이런 데 나와서 살면 좋을 텐데......" "그래, 그렇겠구나!" 아저씨 신부님은 그러고 나서 꼭 일 년 뒤에 농사꾼이 되었던 거에요, 비나리에서 다이가 다리만 다치지 않았더라도 참 좋았을 텐데.... 하지만 달이는 세상엔 모든 게 다 좋은 일만 있지 않다는 것을 배웠거든요. 아저씨는 비나리에 오고부터 하얗던 얼굴도 새까맣게 그을고 손바닥도 딱딱하게 굳은살이 박였어요. 옷을 홀랑 벗고 개울물에 멱도 감고요. 아주 씩씩하게 탕탕탕 시끄러운 경운기도 끌고, 낫으로 풀도 베고, 괭이로 밭고랑도 고르고, 호미로 김도 메고요. 고추도 따고, 콩 타작도 하고, 벼를 거둬들이고요. 아침에 이슬이 깔린 풀밭길을 걸어가면 바짓가랑이가 흠뻑 젖어 버리지요 달이는 그 바짓가랑이 뒤를 쫄랑쫄랑 따라다니고요, 달이는 아저씨 바짓가랑이 냄새도, 등 뒤에서 나는 땀내도 모두 좋았지요. 손수 지은 밥을 달이한테 나눠 주고 진드기도 잡아 주고요. 어느날, 달이가 또 물었어요. "아빠, 왜 내 이름이 달이야?" "왜? 달이가 싫니?" "그게 아니라, 왜 달이라 지은 거냐고?" "그건 달이가 달님을 닮았기 때문이지." "어째서 내가 달님을 닮았어? 사람들이 모두 내 이름하고 하나도 안 어울린다고 하는걸. 꼭 짝짝이 신 같대." "사람들이 달이를 볼 줄 몰라서 그렇지, 달이는 꼭 달님을 닮았어. 그것도 둥그런 보름달님 말야." 아저씨가 아무리 그래도 달이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달이는 아저씨 혼자서 개울 둑길에 앉아 하늘의 달님을 쳐다보고 있는 걸 봤어요.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전에도 자주 자주 혼자서 달님을 쳐다보고 있을 때가 많았지요. "아아, 그렇구나!" 달이는 그제야 알았어요. "아빠, 이제 알았어!" "뭘, 알았니?" "아빠는 달님을 좋아하는 거지?" "...." "그래서 내 이름이 달이가 된 거지?" "....." "그런데 아빠는 뭔가 마음이 추운 거지. 그렇지?" "....." "아빠, 어릴 때 뭘 했어?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아저씨는 얼른 대답을 안 했어요. 한참 있다가 입을 열어 말했어요. "아빠가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전쟁이 있었지." "...." "폭격으로 집이 불 타고, 총으로 서로 죽이고, 식구들이 헤어지고......" "....." 이번에는 달이가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달이는 말 없이 한참을 가만히 있었어요. 무어라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 말이 안 나왔어요. 달님은 자꾸 자꾸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고요. 가만 있으니까 어둠 속에서 개울물 소리만 조록조록 들렸어요. 며칠 뒤, 달이는 꿈을 꾸었어요. 비나레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널따란 풀밭이었어요. 거기 아저씨하고 달이가 비스듬히 앉아 있었고요. 아저씨가 물었어요. "달아, 사람 다리는 몇 개지?" "두 개." "그럼 개 다리는 몇 개?" "네 개." "달이 다리는 ?" "네 개." "달이 다리가 어째서 네 개니?" "달이 다리 네 개야. 이 봐!" 그러면서 달이가 벌떡 일어났어요. "얼래? 정말 네 개구나." "달이가 뛰어볼 테니 잘 봐." 그러면서 달이는 진짜 네 개 다리로 넓은 풀밭을 뛰어다녔어요. "달아! 달아!" 앉아 있던 아저씨도 함께 일어나 달이 뒤를 겅정겅정 따라 뛰었어요. 오래오래 그렇게 둘이서 뛰어다녔어요. 새들이 날았어요. 나비들도 날았어요. ㅤㄸㅗㅊ들이 하얗게 빨갛게 노랗게 마구 피어났어요. 하늘엔 휜구름도 둥둥 떠다니고요. P.S 권정생 선생님의 말 중 마지막 문장.... 여러분들이 살아갈 세상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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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정생] 강아지똥

  • 등록일
    2004/09/20 21:15
  • 수정일
    2004/09/20 21:15

EBS에서 어른들이 읽는 동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던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을 이곳 다솜공부방 서재에서 끄내어 읽어보고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생명을 가지지 않는 미물이지만 생명력을 불어넣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권정생 선생님의 글에서 따스함과 사물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자연에 대한 따스한 온정을 느껴보았답니다. 이곳에서 읽고 싶었던 글을 읽어 기분이 좋군요.

이에 내 공간에 두고두고 읽고자 퍼올 립니다.

---------------------------------------------

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어요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이에요.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강아지똥이에요.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가 보더니

강아지똥 곁에 내려앉아 콕콕 쪼면서

"똥!, 똥! 에그, 더러워......"

하면서 날아가 버렸어요.

"뭐야! 내가 똥이라고? 더럽다고?"

강아지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



바로 저만치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고 있던

흙덩이가 곁눈질로 흘끔 쳐다보고 빙듯 웃었어요.

"뭐 땜에 웃니, 넌?"

강아지똥이 화가 나서 대들 듯이 물었어요.

"똥을 똥이라 않고 그럼 뭐라 부르니?

넌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야!"

 

강아지똥은 그만 "으앙!"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요.

 

한참이 지났어요.

"강아지똥아, 내가 잘못했어. 그만. 울지마."

흙덩이가 정답게 강아지똥을 달래었어요.

"......."

"정말은 내가 너보다 더 흉축하고 더러울지 몰라...."

흙덩이가 얘기를 시작하자.

강아지똥도 어느 새 울음을 그치고 귀를 기울였어요.

 

"... 본래 나는 저어쪽 산비탈 밭에서

곡식도 가꾸고 채소도 키웠지.

여름엔 보랏빛 하얀빛 감자꽃도 피우고...."

"그런데 왜 여기 와서 뒹굴고 있니?"

강아지똥이 물었어요

 

"내가 아주 나쁜 짓을 했거든.

지난 여름, 비가 내리지 않고 가뭄이 무척 심했지.

그 때 내가 키우던 아기 고추를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죽게 해 버렸단다."

"어머나! 가여워라."

"그래서 이렇게 벌을 받아 달구지에 실려오다가 떨어진 거야.

난 이젠 끝장이야."

그 때 저쪽에서 소달구지가 덜컹거리며 오더니 갑자기 멈추었어요.

 

"아니, 이건 우리 밭 흙이잖아?

어제 싣고 오다가 떨어뜨린 모양이군.

도로 밭에 갖다 놓아야지."

소달구지 아저씨는 흙덩이를 소중하게 주워 담았어요.

 

소달구지가 흙덩이를 싣고 가 버리자

강아지똥 혼자 남았어요.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강아지똥은 쓸쓸하게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겨울이 가고 봄이 왔어요.

어미닭 한 마리가 병아리 열두 마리를 데리고

지나다가 강아지똥을 들여다봤어요.

"암만 봐도 먹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어, 모두 찌꺼기 뿐이야."

어미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가 버렸어요.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어요.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ㅤㄸㅗㄷ아났어요.

"너는 뭐니?"

강아지똥이 물었어요.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그래, 방실방실 빛나."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 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그래애..... 그렇구나...."

강이지똥은 민들레가 부러워 한숨이 나왔어요.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민들레가 말하면서 강아지똥을 봤어요.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똥은 얼마나 끼뻣던지

민들레 싹을 함껏 껴안아 버렸어요.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똥은 온 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ㅤㄲㅗㅍ봉오리를 맺었어요.

 

꽃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저 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강아지똥/ 글/ 권정생, 그림/ 정승각/ 민들레 그림책 1/ 길벗어린이

 

간장 오타맨이...

 

P.S  그림 동화인데 그림을 올리지 못하였군요... 아쉽습니다. 조카들이 있다면 조카책을 뺏어서 잃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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