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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9/04/29
    [시/박몽구] 길이 끝난 곳(2)
    간장 오타맨...
  2. 2019/04/23
    [시/박화목] 4월(2)
    간장 오타맨...
  3. 2014/05/08
    [시/박상률] 오월은 오늘도
    간장 오타맨...
  4. 2014/04/30
    [시/박몽구] 길이 끝난 곳
    간장 오타맨...
  5. 2014/04/29
    [시/오민석] 푸른 꽃
    간장 오타맨...

[시/기형도] 엄마생각

  • 등록일
    2019/05/08 18:17
  • 수정일
    2019/05/08 18:17

엄마생각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한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어버이날이다. 그래서 나도 엄마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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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희덕]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등록일
    2019/05/02 18:33
  • 수정일
    2019/05/02 18:33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야
히히히히힝, 내 안에서 말 한 마리 풀려나온다

말의 눈동자,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가라, 가서 돌아오지 마라
이 비좁은 몸으로는

지금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
흰 물거품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시간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시인, 문학과지성사,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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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박몽구] 길이 끝난 곳

  • 등록일
    2019/04/29 17:15
  • 수정일
    2019/04/29 17:15

길이 끝난 곳

박몽구

모두들 훌훌 옷 벗어버린 만추에도
향기 잃지 않는 생강나무 몇 포기
땅거미 밀쳐서 갈길 분명하게 일러준다
유명산은 부드러운 흙길 내주어 쉽게 정상으로 올리더니
하산길 십리 내내 모난 돌만 깔아놓았다
두부를 잘게 갈라놓은 듯
거대한 바위들이 비바람에 부서지면서 만든
칼 같은 모서리들이 끝없이 가로막는 길
처음에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이 바늘에 찔린 듯하고
산문으로 닿는 길 아득하던 것이
이내 익숙하고 푸른해졌다
느리게 걸음을 옮기면서
가을 깊도록 향기의 주인 기다리는
고추나무 향기를 맡고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팥배나무 열매를 만날 수도 있으니
나는 그때서야 정상에 모인 바위들을 쪼개
산 아래로 던져놓은 사람의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좀 천천히 가라고
쫓기듯 살아가면서 놓친 것들의 이름을 불러보라고
구상나무의 귀를 빌어 누군가 일러주었다
새차게 산 아래로 치달릴 줄밖에 모르는
물들을 모아 벌거벗은 나무들
얼굴을 비추고 있는 박쥐소에서
한참 동안 물 낯바닥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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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박화목] 4월

  • 등록일
    2019/04/23 11:03
  • 수정일
    2019/04/23 11:03

4월

박화목

4월은
거칠은 계절풍이 부는 가운데도
굳은 땅을 뚫고 짓누른 돌을 밀어 제치며
어린 푸른 싹이 솟구치는 달이다.

사월은 정녕 생명의 외침을
아무도 막아내지 못하는 달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고....

그 누가 착하고 어진 우리를 억누르고
한 몸의 영화를 그 속절 없는 부귀를
누리려고 했던가?
썩은 권력은 언제든 허물어지고 마는 것을....

한 겨우내 죽은 듯
침묵 속에서 살아온 생명들
이제 활활히 분화처럼 활활히 솟구치나니
아 진정 4월은 
부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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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박상률] 오월은 오늘도

  • 등록일
    2014/05/08 14:48
  • 수정일
    2014/05/08 14:48
오월은 오늘도
-- 무등과 광주

박상률

제게 맞는 이름 하나로
제게 맞는 빛깔 하나로
불리어지지도 못하고
나타내어지지도 못하고
오월은...
아직도 앓는다
모든 것이
저마다의 이름 하나로
저마다의 빛깔 하나로
불리어지고 나타내어지는데
오월은 오늘도
이름없이 빛깔없이
은유법이다.
더 할 나위없는 무등이어서
이미 빛고을이어서
이름이 없어도 빛깔이 없어도
그대로 이름이 되는지
그대로 빛깔이 되는지
말도 없이
오월은 오늘도
우리에게 봄보다 짙은
울림만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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