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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슬픔의 맞불

  • 등록일
    2004/08/03 11:01
  • 수정일
    2004/08/03 11:01

또 한차례의 패배가 이 땅을 후비쓸고 가던 날

막다른 골목 어두운 길 돌아서다가

바람 휘감기는 모퉁이에서 나는

바람에 떠 있는 허연 어덩이와 마주쳤다.

 

골목 앞 허름한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실하던 남편 공장 사고로 잃고

현기증 많던 딸아이 하나

아지랑이 따라 집을 나가고

늙도록 계절 없이 혼자 산 여자

넋을 놓고 혼이 빠져 반편이 된 여자

어두운 골목길에서

훌러덩 엉덩이 다 드러내놓고

오줌을 누고 있었다

 

펑퍼짐하고 혀연 살덩이

생산을 끝낸 그 허전한 엉덩이 위로

서늘한 먼지바람이 스치고 있었다

스쳐온 바람이 내 눈으로 들어와

그만 참았던 눈물 흘리고 말았다

생산을 중단한 자의 귀가길이여

 

오, 그것은 슬픔의 막다른 골목이었다

돌아나올 수밖에 없는 길 없는 길이었다

그것은 슬픔의 맞불

한 슬픔이 다른 슬픔을 꺼버리는

슬픔의 맞불이었다

돌아나올 수밖에 없는

길 없는 길이었다

모든 시작처럼 그렇게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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