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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호승] 누더기

  • 등록일
    2005/06/18 22:33
  • 수정일
    2005/06/18 22:33

당신도 속초 바닷가를 혼자 헤맨 적이 있을 것이다
바다로 가지 않고
노천횟집 지붕 위를 맴도는 갈매기들과 하염없이 놀다가
저녁이 찾아오기도 전에 여관에 들어
벽에 옷을 걸어놓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잠은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은 꺼놓고
우두커니 벽에 결어놓은 옷을 한없이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무인등대의 연분홍 불빛이 되어
한번쯤 오징어잡이배를 뜨겁게 껴안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먼동이 트고
설악이 걸어와 똑똑 여관의 창을 두드릴 때
당신도 설악의 품에 안겨 어깨를 들썩이며 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같이 묵묵히 등을 쓸어주는
설악의 말 없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은
바다가 보이는 여관방에 누더기 한 벌 걸어놓은 일이라고
누더기도 입으면 따뜻하다고

                                               ****** 시와 시학 2005년 여름호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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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임연] 피 흘리는 꽃

  • 등록일
    2005/06/18 22:21
  • 수정일
    2005/06/18 22:21

*** 해방글터에 시를 퍼날라 옴.



겨우내 얼었던 손
이제 겨우 봄 햇살에 녹이려는데
지금, 자본의 차가운 바람끝은 매섭다
정맥의 굵은 외침이
질긴 하루를 매달고
휘황한 불빛이 별처럼 반짝이는데
살아갈 희망의 등불 켜고
서릿발 같은 보도블록에 씨를 심는다
뜨거운 눈물이
언 땅을 녹이고
다부진 결의가 햇빛이 되어
단단한 도시에
거부하는 자본에
피 흘리는 꽃이 되었다

피 흘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피 흘리지 않은 투쟁이 어디 있으랴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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