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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문재] 내안의 식물

  • 등록일
    2014/04/25 13:40
  • 수정일
    2014/04/25 13:40

내안의 식물

이문재

달이 자란다 내 안에서
달의 뒤편도 자란다
밑물이 자라고 썰물이 자란다
내 안에서 개펄은 두꺼워지고
해파리는 펄럭거리며
미역은 더욱 미끄러워진다
한켠에서 자라도 자란다

달이 커진다
내 죽음도 커지고
그대 이별의 이후도 커진다
죽음의 뒤편도 커지고
이별 이전도 커진다

뿌리만큼 거대한
내 안의 식물 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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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문재] 새벽의 맨 앞

  • 등록일
    2014/04/24 15:11
  • 수정일
    2014/04/24 15:11

새벽의 맨 앞

이문재

그대는 이제 마음의 극치까지
몸의 맨 앞에까지 나서려 하지 않는다
무심함이 가장 큰 힘인 줄을 깨달았는지
온통 무심함으로 가득 완강해져
노을 속에서 노을빛으로 붉어지고
어둠 아래에선 어둠으로 어두워진다
이제 나의 발음은 의미를 불러오지 못한다

초승달이 무슨 잘못처럼 떠 있다
이내 사라지고 밤하늘 온통
두드러기처럼 별들 도진다 잔뜩 화난 듯
열꽃처럼 피어난 별들
초승달 있던 자리를 지나
전속력으로 뛰어내린다
새벽 하늘을 할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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