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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용접사의 세계

  우리랑 계약한 작업장에서 용접작업에 대해서 작업환경측정을 해 보면 아주 나쁜 곳은 별로 없다.  특수건강진단에서도 비염과 같은 자극 또는 알레르기에 의한 증상들이나 폐기능 검사상 소기관지폐쇄소견 등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생명과 관계된 심각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용접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많지는 않았다.  따로 신경써서 공부할 일이 별로 없었으니.

 

  오늘 약 세 시간 가량 면담한 이는 일당받고 일해온 용접사였다.  2004년부터 기침이 시작되어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폐섬유증 을 이어서 진단받고 산재신청을 냈는데, 기각. 재심청구를 해서 내가 조사를 하게되었다.  

 

  숨이 차서 이동하는데 오래 걸린다는 사람을 버스로 두 시간 거리를 오라해서 한 면담이었는데 중간 중간 기침이 심해서 약을 투여하고 기다려야 했다.  오늘 비정규직 용접사의 세계에 대해서  처음으로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어느 회사의 하청에서 일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곳을 다니며 몇달단위로 일을 했기 때문에 작업력을 입증할 근거는 하나도 없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좀 큰 회사 다닐때 모범직원상을 받았다고 한다. 2-300백개씩 용접할 물량이 쌓여있어도 그날 싸악 해치우곤 해서 받은 종이조각이다. " 2-3년만 안 아프고 옛날같이 일해보고 싶어요. 용접해서 만들어 놓고 나면 뿌듯하죠. 그 땐 재미있었어요. 야, 이거 내가 했다. 하고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후회가 되요. 아프고 나니까 모르고 그냥 작업한게 후회가 되요"

 

  그가 일했던 작업환경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보통은 작아도 1 M 정도 하는 크기의 상당히 큰 중장비 용접(CO2용접), 배관이나 커다란 제품에 대한 용접(티그용접),  유조차 탱크 용접(피복아크용접)이다.  세 가지 다 금속흄에 공통적으로 노출이 되는데 주 성분은 산화철이다. 그밖에  일산화탄소(CO2 용접),  크롬, 망간, 니켈( 피복아크용접) 등이 노출되는 화학물질이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에 나온다.

 

  문제는 보통 월 40-50공수에 해당하는 작업시간. 하루 9시간 작업에 대한 일당이  1공수라한다. 8시간이 아님에 주의, 6시이후 작업은 1.5배를 주니까 15-20공수에 0.7을 곱하면, 8일-14일을 더 일한 셈이다, 즉 월 잔업시간은 72시간-126시간. 하루에 3-5시간 잔업을 했다는 뜻.  고로 하루 평균  12-14시간을 일한 셈이다.  게다가 공사기일을 맞추느라 휴일없이 일할 때도 많았다 한다.

 

   어떤 환기시설도 어떤 보호구도 없이 그렇게 일했는데, 몸이 아프고 나서 부터는 사업주한테 보호구 좀 사달라했더니 각자 알아서 사서 쓰라해서 그렇게 했단다.  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거의 밀폐된 공간에서 4-5시간을 연속해서 그렇게 일했다는 점이다.  교과서에도 안 나오고, 매년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약 60만명의 작업중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서 수십개의 논문을 찾아서 약 이백쪽이상의 내용을 출력했다.  환자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각종 유해인자에 상상할 수 없는 농도로 노출된 이에 대해서 업무관련성을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면담을 함께 진행했던 산업위생사 왈, "그렇게 일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뭐 조사고 뭐고 안 해도 명백한 거네요" 

 

  지금도 그렇게 일하는 비정규직 용접사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그나마 그는 그렇게 일해서 딸을 대학까지 가르쳤고, 그 딸이 이 일을 추진해서 여기까지왔지만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오늘은 일 많이 했으니 술이라도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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