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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A. 의식 I. 감각적 확신; <바로 이것>과 사념, §1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정말 그런가? 뭔가를 대상으로 삼는 지가 정말 첫 대상인가? 뭔가를 대상으로 삼는 지의 힘을 빌려 우리가[철학이] 지를 대상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철학이 대상으로 삼는 지는 이미 <실체적인 삶/substantielles Leben>에서 벗어나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원초적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는가? 무의지적 기억(mémoire involontaire)이 가능한 것은 감각의 대상이라는 것이 달리 표현할 수가 없어서 감각의 대상이라고 불려질 뿐이지 감각에게 대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역자는 서설에서 <실체적인 삶>과 거기서 벗어나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생생한 초등학교 입학식에 대한 기억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덧붙이자면 독일에 온후 한동안 자주 똑 같은 꿈을 꾸었다. 따스하고 밝은 햇살에 기타소리가 맴도는,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꿈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대상이 아니라 대상 안에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사촌 형이 따사로운 봄날 자주 갓난애기를 데리고 뒷동산에 올라가 기타 연습을 했단다. 알고 나선 두 번 다시 그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Mémoire involontaire>에 나타나는 것은 목전에 있는  <das Diese/바로 이것>이 아니다. 그 동기야 마르셀 푸르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das Diese/바로 이것>이 되겠지만, 차 한잔에 곁들어 먹는 <마들렌>이라는 과자에 의해서 솟아오르는 것은 <das Diese/바로 이것>이 아니라 <한 세계/eine ganze Welt>다. 여기에 <직접지>가 <가장 풍부한 인식>으로 보이는 이유가 있다.

 

헤겔은 이 문단에서 이런 <무의지적 기억>이 가지고 있는 구조를 전개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왜 의식에 <무의지적 기억>이 등장하는가 아닌가? 여기서 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는가? <의식>이 능동적인 원리라면, 완전 수동적인 <무의지적 기억>은 의식의 터전에서 자리잡을 수 없지 않는가. 훗셀의 현상학과 함께 프로이드의 심리학에 가서 알아봐야 할 내용인 것 같다.

 

그래서 철학이 등장하는 지를 향해서 취하는 태도도 문제가 있다. 철학은 <직접지>가 취하는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그런데 <직접지>가 <태도를 취한다>고 할 수 있을까. <태도>의 의미에는 대상화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는가? 역자가 이해한 것과 같이 <직접지>가 대상화 이전의 의식상태라면 <직접지>에게 능동적인 태도는 없는 것 같다. 비교하자면 유아가 태 속에서와 같이 <보살핌>과 <돌봄> 안에 있듯이 <직접지>란 대상 안에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을 꼭 <지>라고 할 필요도 없겠다.

 

그리고 철학이 이런 의식을 대상화할 수 있을까? “How can we know the dancer from the dance?”  대상화한다면 대상화된 의식이 취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된 의식이, 아니면 온전히 능동적인 원리가 되는 의식이 취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무의지적 기억>이 취하는 “태도”는 아니다. 이런 선상에서 보면 철학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관조/Zusehen>라는 것에 억지와 폭력이 스며있는 것 같다. 이런 요소[Moment]는 <Zusehen>이라는 개념 자체에도 있다. “Sieh zu, dass du das schaffst!” „주변을 잘 보살펴 그것을 달성해라!“ 정도로 번역될 수 있지만 „달성 못하기만 해봐라“란 위협도 스며있다. 철학의 <Zusehen>에는 이런 위협이 스며있는 것 같다. 의식의 형성에 <눈총>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사르트르가 보여주었다.

 

다듬고 방향을 주는, zurichten하는 <Zusehen/눈총>아래 의식이 형성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눈총>은  철학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학이 아니면 문학이 다루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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