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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A. 의식 I. 감각적 확신; <바로 이것>과 사념, §20-상부

(§20) [그런데 아직 뭔가 안개에 쌓여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 즉 감각적 확신에 적용되는 변증법이[1]단지 감각적 확신의 거동 혹은 행적을[2]{우리가 보고 나열한} 단순한 사건의 전개일[3]뿐이고, 그리고 {감각적 확신이 사건의 전개를 스스로 반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각적 확신은 {자신의 거동과 행적에 온통 파묻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건 전개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안개가 좀 걷히고 훤해질 것이다. 그래서 자연적인 의식도 역시 {이리저리 헤매는 가운데} 항상 이 같은 결론으로 떨어진다. 즉 감각적 확신의 거동과 행적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필연적인} 진짜배기는[4] 바로 감각적 확신이 사건 전개 이상의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이다. 자연적 의식은 이렇게 [갖은 과정 끝에] 감각적 확신의 진짜배기가 뭔지 겪게 되지만 {그 필연성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얻을 때마다 {그 결과를 축적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오직 망각할 뿐이고 그래서 다시 처음 상태로 되돌아가 운동을 새로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자기 망각적인 경험을 반복하는 감각적 확신을 놓고서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보다는 대려 그것을 근거로 하여 감각적 확신이 매번 귀착하는} 결과와 달리[5]찍어 지시하는 개별적인 <이것>, 달리 표현하면 감각에 와 닫는 사물로서의 외적 사물의 실재나 존재가 의식에게는 절대적인 진리라는 주장이 보편적인 경험으로, 또는 철학적인 주장으로, 아니면 심지어 회의주의를 거친 결론으로까지 내세워지는 것을 보면 말문이 콱 막히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반대되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따르면 보편적인 경험이란 감각적으로 와 닫는 개별적인 <이것>이 <이것>의 저편에 있는 의식이 마주하는 진리라고[6]경험하는 것이란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과 반대되는 것이 보편적인 경험이다.



[1]원문 <die Dialektik der sinnlichen Gewissheit>. 여기서 소유격이 주격 소유격인지 아니면 목적격적 소유격인지 정확하게 구별해야 할 것 같다. 역자는 목적격적 소유격으로, 즉 여기서의 변증법이 감각적 확신이 스스로 하는 변증법적 운동이 아니라  강요된 변증법적 운동이라고 이해하고 번역했다. 이유는 우선 헤겔이/우리가 감각적 확신을 강요하여 말하게 만들고 그리고 보여주라고 부추기기 때문이고, 다음 감각적 확신이 자발적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망각할 확률이 낮은데 자꾸 망각하기 때문이다.

[2]원문 <Bewegung oder Erfahrung>. 여기서 <Erfarung>을 <Bewegung>과 동선에 놓는 것을 보아 <경험>보다는 <erfahren>이란 동사의 원래 의미의 하나인 <durchziehen/어디를 통과하여 지나가다>란 의미로 쓰여진 것 같다. <Erfahrung>이 <행적>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면 <Bewegung>에도 주체의식이 깃든 <운동>보다는 <거동>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3]원문 <Geschichte>. 여기서 <Geschichte>는 헤르더에 의해서 그 의미의 폭과 깊이를 갖게 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geschehen>에서 유래된 이 <Geschichte>는 <역사>외에 <일어난 일>, 그리고 <일어난 일에 대한 보고>란 의미가 있다.

[4]원문 <was an ihr [der sinnlichen Gewissheit] das Wahre ist>. <an ihr>에는 <필연적>이라는 Moment도 있는 것 같다.

[5]원문 <gegen diese Erfahrung>

[6]원문 <die Wahrheit des sinnlichen Diesen für das Bewusstsein>. <für>를 <이것의 저편>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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