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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A. 의식 II. 지각; 혹은 사물과 불량거래-§3 상부

(§3) {그럼, 이제 그 필연성에 따라 대상을 전개해 보겠는데, 먼저 감각적 확신이 하는 행위의 결과를 보자.}[1] [감각적 확신이 말하고 지시하는] <이것>은 항상 <이것이 아닌 것>, 달리 표현하면 <이것>을 지양한 것으로[2] 정립된다. 이렇게 지양되기 때문에 이 부정의 결과는 [아무런 둘레 없이 그냥 흩어지는]  무(無)가 아니라, [어디엔가 속했다는 흔적으로 한정되어 자기 정체성을 갖는] 규정된 무[3], 달리 표현하면 한가지 내용, 즉 [지시된] <이것>의 무인[4] 것이다. 이 무(無)는 이렇게 감각적인 <이것>을 지양한 것이기 때문에 이 무에는 감각적인 것이 아직 남아 있다. 다만, [목전에 있는 것에 찰싹 붙어있는] 직접적인 확신이 손가락으로 찍어올리려고 하는[5] 개별적인 것으로 남아있지 않고 보편적인 것으로 남아있게 된다. [나중에 보겠지만] 이런 보편적인 것이 바로 성질로 규정되는 것이다.<거두다/das Aufheben>는 우리가 보았듯이 부정적인 것에서 드러나는 부정행위가 갖는[6] 이중의 의미를 충실하게 담아내는 표현이다. <거두다>는 <거두어치워 없애버리다>라는 부정임과 동시에 <거두어치워 두다>라는 간직이다.[7] <이것이 아니다>라는 부정행위의 결과로 나타난 무는 <이것>의 직접성을 {소홀히 하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는 것으로서 스스로 감각적인 것이다. 다만, 이 무(無)가 간직하는 직접성은 {모든 <이것>을 품는} 보편적인 직접성일 뿐이다.



[1]원문 <also>

[2]<aufheben>이 갖는 <거두어치워 [없애]버리다, 거두어치워 [선반에] 올려 두다/간직하다,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다>란  세가지 의미로서의 지양.

[3]원문 <ein bestimmtes Nichts>. 부정관사 <ein>을 한가지/하나라는 <자기정체성>으로 받았다.

[4]원문 <ein Nichts von einem Inhalte, nämlich dem Diesen>

[5]원문 <meinen>

[6]원문 <an dem Negativen>

[7]원문 <aufbewahren>. 그냥 <보관하다, 보존하다/konservieren>란 의미가 아니다. 남이 보기야 보잘 것 없는 엄마의 사진을 가려 소중히 간직한다는 의미다. <aufbewahren>란 낱말은 지금은 사라진 <Wahr>라는 명사에서 파생된 낱말인데, <Wahr>는 양치기가 수백의 양을 세세히 구분하는 주의력(Aufmerksamkeit)으로 그들을 품어 보호하는(Obhut) 것과 비교되는 의미를 갖고 있다. <wahrnehmen/지각하다>의 <Wahr>도 이와 마찬가진데 <in Wahr nehmen/뭔가를 비호하다>란 말이 줄어든 것이다. 이 <비호/보호>란 의미는 <verwahrlosen>이란 낱말에서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Wahr>가 없어서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 어린이들을 <verwahrloste Kinder>라고 한다. 그래서 <bewahren>에서 <wahren>은 사실 <in Wahr nehmen>과 같은 의미다. <wahren/비호하다>와 <wahrnehmen/지각하다>는 한속이다. <Wahr>는 또한 영어 <aware>, <to warn>등의 어원이기도 하다. 적이 오는지 구원병이 오는지 경각심을 갖고 망을 보기 위해 세운 <Warte/망루>란 낱말과 친족관계를 이루고, 이들은 다시 <wehren>과 함께 인도게르만어 <uer >에 어원을 두고 있다. <werden/되다>란 조동사에서 살펴보았듯이 <uer>는 <지렁이/Wurm>의 어원이기도 하다. <꼬다, 엮다>란 기본의미에서 <보호하다>란 의미까지 갖는다. 그래서 <bewehren>은 <나뭇가지 등을 꼬아 엮어서 울타리를 쳐서 보호하다>란 의미다. 독어 <Bürger/시민>에는 <citoyen>과 <bourgeois>가 혼탁하게 스며있는데, <Bürger>는 <Burg/성, Ville>를 <보호하는/방어하는/uer)> 사람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Duden, Das Herkunftswoerterbuch, 198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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