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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게 낀 안개로 흐리멍텅하고, 거리에서는 낙엽이 나부낀다. 며칠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가 오더니 어느덧 가을이다. 엊그저께까지만 해도 아열대를 무색하게 했던 여름이었는데 말이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는 가슴”이 사라진 과거가 된게 오래전 일인데, 이건 왠일인야. 넘 쓸쓸하다. 그리움이 엄습한다.
날 찾아온 ᅠJ, 까마득한 옛날 내가 차려준 아침에서 레르담 치즈의 맛을 알게 되었다면서 레르담을 먹을 땐 “오빠가 생각나.”한다. 그런 일도 있었던가? 그날 아침 밥상을 둘러 앉았던 사람들을 기억에 떠올려보려고 하지만, 떠오르는 건 이름뿐이다. ᅠᅠJ만 변함없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내 곁에 와, 사랑했던 이들의 감각기관에 저장된 풍부한 과거의 일부를 되돌려 준다.
‘무의지적 기억’? 아니야. 그 기억은 내 안에 있다가 어쩌다 떠오른게 아니야. 날 사랑하는 J가 내게 갖다준거야. 내 기억을 좀더 완성시켜준거야. 내 기억은 애당초 불완전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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