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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시도: 훨더린의 송가 "라인강" - 5

[횔더린의 삶은 비록 혁명가의 삶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그의 생각의 중심에는 항상 프랑스 혁명이 있었다. 횔더린에서 프랑스 혁명을 사상한 하이데거류의 해석은 1945년 패망한 “독일정신”의 난장이들이 따르는 해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연 해석.번역이 어렵다. 여기에 횔더린의 삶과 “횔더린의 유일한 친구”(페터 헤르트링, 그의 역사소설 <횔더린>, 579쪽)인 혁명가 이작 폰 징클레어(Isaak von Sinclair)의 삶이 삼투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연은 ‘doch’로 시작한다. ‘그러나’ 정도로 해석.번역할 수 없다. 연인관계에서 한사람이 크게 잘못하여 상대가 결별을 선언할 때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 “Ich liebe dich doch”다. ‘나의 잘못이 다 맞더라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정도가 되겠다. 1989년 11월 13일 동독 인민회의에서 국가보안부 장관 에리히 밀케가 한 말이 생각난다. “Ich liebe – Ich liebe doch alle – alle Menschen ...” “나는 사랑한다. 나는 정말(doch) 모든,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누가 그걸 믿어? 평범한 사람들을 못살게 했던 현상이 정면으로 반박하는데.  현상과 들여다 볼 수 없는 내면이 사이비관계가 될 때 등장하는 표현이 ‘doch’다. 나이 30을 갓 넘은 1801년에 이 시를 쓴 횔더린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암튼, 이런 사이비를 인식했는지 거듭 강조하는 표현으로 첫 행이 시작된다.

 

이방원의 <하여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천년까지 누리리라

 

에 <단심가>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줄이 있으랴  
 

로 대답한 정몽주의 심정이었을까?]

 

 

 


그러나 그는 결코, 결코 그것[젊은 날의 혁명적 열기/프랑스 혁명]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와 같은 자가 근원을, 젊은 시절의 순수한 목소리를 잊어버리기 전에 먼저, 거처할 수 있는 모든 땅(Wohnung)이 다  꺼지고 [땅을 지배하는] 법이 또한 다 꺼져서 인간의 대낮이 소름이 끼치는 모습이(Unbild, 당시의 아델룽 사전에 따라 번역)  될 것이다. 누구였는가? 누가 맨처음 사랑으로 맺어진 결속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고, 서로에게 올가미가 되게 하였는가?  [이런 썩어빠진 사랑의 올가미에 목이] 굳어진 완고한 자들이 비로소 천상의 불을 취할 수 있다는 자신의 권리에 확신하면서 동시에 바로 그 각자의 권리인 천상의 불을 조롱하지 않았던가? 이때 비로소 (사망으로 향하는) 인간의 길을 경멸하고,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대담 무쌍한 일을 선택하고 감히 신들과 똑같이 되려고 하지 않았던가?           

 

Doch nimmer, nimmer vergißt ers.
Denn eher muß die Wohnung vergehn,
Und die Satzung und zum Unbild werden
Der Tag der Menschen, ehe vergessen
Ein solcher dürfte den Ursprung
Und die reine Stimme der Jugend.
Wer war es, der zuerst
Die Liebesbande verderbt
Und Stricke von ihnen gemacht hat?
Dann haben des eigenen Rechts
Und gewiß des himmlischen Feuers
Gespottet die Trotzigen, dann erst
Die sterblichen Pfade verachtend
Verwegnes erwählt
Und den Göttern gleich zu werden getrach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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