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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시도: 훨더린의 송가 "라인강" - 8

„Das Gesez [=Gesetz] dieses Gesanges ist, daß die zwei ersten Parthien [=Partien] der Form <nach> durch Progreß u Regreß entgegengesetzt, aber dem Stoff nach gleich, die 2 folgenden der Form nach gleich dem Stoff nach entgegengesetzt sind die letzte aber mit durchgängiger Metapher alles ausgleicht.“

“이 노래의 법은 첫 2 부는 형식상으로는 진보와 퇴보로 대립하나, 소재상으로는 동일하고, 다음 두 개의 부들은 형식상으로는 동일하나 소재상으로는 대립한다. 이와 달리 마지막 부는 소재와 형식을 두루 관통하고 통일하는 은유로 모든 것의 화해를 이룬다.”

 

<라인강>이 어떻게 ‘흐르는가’ 알 수 있게 해주는 횔더린의 길잡이(Anweisung)는 헤겔 <정신현상학>의 <지각> 장의 이해를 돕는 길잡이로도 안성맞춤이다.

 


올 여름, 둘 다 바뻐 휴가를 못갔다. 남은 휴가를 낸 짝지, 내 일과를 엉망으로 만든다. 늦은 아침 밥상.

짝지: 우리 오늘 뭐해?
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러 갈까?
짝지: 어디?
나: [전시장 이름이 얼른 생각이 안난다.] 알잖아. 거기.
짝지: 거기가 어딘데?
나: 거기이~~. 자기가 거기하면 난 다 알아먹잖아.
짝지: 거기가 여럿이잖아. 어디?
나: 그로피우스-바우.

 

 


<정신현상학>의 <감각적 확신>이 자의반 타의반 수행한 변증법적 운동은 “거기”가 “그로비우스-바우”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헤겔의 말을 빌리자면 “einfaches Zusammen vieler Hier”. “거기”가 “가장 풍부한 인식”(“die reichste Erkenntnis”)이 아니라 아무런 규정이 없는 단순한 존재 그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아무런 질적 규정이 없는 단순한 양적(“viel”/많은) 일반성.

 

<지각>의 테마는 “거기”하면서 표상된 사물, ‘그로피우스-바우’에 대한 풍부한 인식이다. 다시 헤겔의 말을 빌리자면 “감각적 지의 풍부는 지각에 속하지 직접적 확신에 속하지 않는다”. (“Der Reichtum des sinnlichen Wissens gehört der Wahrnehmung, nicht der unmittelbaren Gewißheit an”). 그런데 이 사물이,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얽히고 설킨 사물”(“ein vertracktes Ding”, 자본론, 제1편,1장, 4절)이다. 지각의 대상이 되는 사물은, 보다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지각의 장에서 파악되는 사물의 존재양식은, 사물이 일반적인 존재(Allgemeinsein)임과 동시에 하나로서의 단순한 존재(Einssein)라는 이중성격을 갖는다. (헤겔: “das Ding von vielen Eigenschaften”)  그래서 착각하기 마련이다. 인식이 부족해서 착각하는 게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착각’할 수 밖에 없다.

 

<지각>에 속하는 “풍부한 인식” 혹은 “풍부한 지”에 달하는 길이 테마인 <지각>은 3 개의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는 지각에 내재하는 이중성격의 모순을 전개하는 과정이다. 각 과정에서 참과 허를 가르는 검증이 진행된다. 검증의 척도는 지각이 스스로 채택한 것. 진리는 불변해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하여 “sichselbstgleich”(변하지 않고 자기자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척도가 된다. 이 3 단계가 횔더린이 <라인강>의 길잡이에서 말한 3 단계와 구조적으로 똑 같다.

 

주지하다시피 <지각> 첫 단계에서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지각의 대상인 사물이고 (횔더린의 소재상의 동일성), “진보와 퇴보” 운동을 하면서 모순에 빠지는 것은(횔더린의 형식상의 대립) 지각이다. 둘째  단계에서는 정반대다. 셋째 단계에 이르러 비로소 ‘관계’가 앞 두 단계를 아우르는 기본범주가 된다.

 

(짝지가 제촉한다. 바쁘다. 더 자세한 설명은 내일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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