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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난민의 정치경제학

[번역]

제목: 이주의 대장정 여름에 나타난 모순들 (Widersprüche im langen Sommer der Migration), 유물론적인 경계레짐분석을 위한 접근(Ansätze einer materialistischen Grenzregimeanalyse)

글쓴이 : Fabian Georgi

출처 : 프로클라 (Prokla) 183호 (2016.5.26)

 

 

1. 서론

 

'이주의 대장정 여름'에 독일 정부가 취했던 행위는 분석하기 힘든 정치적인 수수께끼를 안겨주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이미 유로 위기시 유로의 붕괴와 유럽 단일화(Staatsprojekt Europa) 프로젝트의 당위성의 실추를 무릅쓰고 독일 정부가 취했던 비타협적인 긴축정책 역시 간단하게 설명될 수 없었다 (참조 Georgi/Kannankulam 2015). 이와 비슷하게 2015년 9월 초부터 2016년 3월까지 발칸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에게 부분적으로 경계개방을 허용함과 동시에 이를 다시 통제하려는, 즉 [경계개방 이후] 독일로 향하는 걷잡을 수 없는(eigensinnig) 이주민 유입의 폭등(wachsender Umfang)을 망명법을 악화하고 EU 외부 경계를 터키의 도움을 받아 봉쇄하여 다시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 역시 설명이 안되는 구석이 많다.

이런 정책을 놓고 빗어진 첨예한(bitter) 분쟁과 나아가 독일 주민이 이곳저곳에서 점점 더 폭력적인 국수주의로, [난민 유입] 못지 않게 걷잡을 수 없게 (eigensinnig) 반응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볼 때 오늘날 이주와 난민의 경제학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매우 시급하다. 더욱 분명한 것은 이주와 이주 정책에 대한 확실한 유물론적인 관점들이 수년 전부터 주변화되었기 때문에 이런 주제에 관한 정치경제학적인 분석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주 연구의 주류는 '문제해결의 왜곡'(‘Problemlösungsbias’)이라는 병에 걸려있고 자본주의 경제와 (이주)정책 간의 연관성을 이론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좌초하는 반면, 비판적인 경계레짐연구의 맥락(Umfeld)에서 진행된 수많은 작업들은 [이주와 난민을 두고] 어떤 말이 오고 가는지, 어떤 실행/실천이 행해지는지 이를 이론화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경계]레짐들이 [단지] 내재적으로[만] {=자기 지시적으로만} 분석되는 경향이라는 게 이 논문의 핵심 테제다. 이런 식의 연구들은 경계레짐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분쟁구도를 불러일으키고 행위자의 실천을 각인하는 정치-경제학적인 구조에 의한 역동성들을(Strukturdynamiken) 간과한다. 게다가 해방적인 변화들의 조건들은 근본적인 정치-경제학적인 분석 없이  적당하게 이해될 수 없다.

이런 배경 아래 이 논문의 중심에 두 개의 질문을 두었다. 첫째, 어떻게  '이주의 대장정 여름'에 독일연방정부가 취했던 전략(부분적 경계개방, 망명법 개악/개정, 난민 루트 봉쇄)이 사회적 역관계와 정치경제학적인 모순들을 중점에 두는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을까? 둘째, 어떤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도구들을 가지고 근본적으로 이주 및 경계레짐들의 형태와 변화를 비판적-유물론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분쟁의 맥락, 행위자, 그리고 과정을 경험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해주는 절차와 개념을 제공하는 역사-유물론적인 정치-분석에 기대고 있다. 이 접근의 중심에는 이주 및 경계레짐 내부에서 분쟁적으로 충돌하는, 경향적으로 끝없는 행위자 실천들의 다양성을 역동적인 '헤게모니프로젝트들'과 관련 당파들을 축으로 하여 배치하여 인식을 돕자는 제안이 놓여있다. 이런 헤게모니프로젝트들은  정태적이거나 패쇄적인 집단의 산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레짐 실천들을 모두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들은 전망하기 어려운 역관계들을 분석적으로 배열하고 이들의 전위(轉位)를 재구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개념적인 추상 혹은 구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참조 Buckel et al. 2014).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autonom) 이주 운동들(Migrationsbewegungen) 역시 탈출-실천을 주도한 사회적 세력으로서 [인정하고] 이들의 주체성(Eigensinnigkeit = 비타율성)을 감소/환원하지 않는 가운데 앞의 분석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vgl. ebd.: 52f.; Benz/Schwenken 2005).

2015/2016년 독일의 이주정책이 야기한 분쟁의 보다 깊은 맥락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이 논문은 역사-유물론적인 정치분석의 방법을 비판적 이주 및 경계레짐연구에도 쓸모 있게 구체화하고, 나아가 '유물론적인 경계레짐분석'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다섯 개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서문에 이어서 2장은 비판적인, 특히 민족/인종지적 경계레짐연구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의 경시가 문제가 된다는 테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걸 배경으로 하여 레짐개념을 조절이론적으로의 진전을 제안할 것이다. 3장은 테제적으로 독일 정부가 '이주의 대장정 여름'에 취했던 전략적인 행위의 바탕이 되었던 역관계의 정치분석을 진행할 것이다. 이어서  제시되는 본론 장은 이주 관련 분쟁을 맥락화한다. 여기서 3가지 정치경제학적인 구조모순들의 역사적인 구체화를 분석한다. 내가 보기에 이런 모순들의 조절이 이른바 2015/2016 난민위기의 핵심에 놓여있다. 이 모순들은 지구 남쪽의 축적과 위기 과정의 결과들을, 노동력 문제를 이주 정책으로 해소하려는 자본(Kapitalfraktion)의 시도를,  그리고 지구 북쪽 주민 대부분의 민족-국수주의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물론적인 경계레짐분석의 진전을 목적하는 연구프로그램 스케치로 논문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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