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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표상된 것이 이와 같이 순수한 자기의식이 차지하는 재산이[1] 되게 하는 것, 즉 일단 이렇게 보편성이란 것의 경지로 향해 올라가는 것은 교양의 일면일 뿐이지 아직 완성된 교양은 아니다.[2] 무슨 말인지 살펴보자.[3] 고대와 근대의 학문하기에는 근본적인[4] 차이가 있는데 자연적인 의식이 두루 교양을 쌓는[5] 것은 사실 고대에서만 이루어지고 [근대에 들어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대에서는 자연의식이 자신이 처해있는 삶[의 터전에서 벗어나오지 않고 대려] 그 생활현장을[6] 붙들어 안고 애쓰는 가운데 그 현장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철학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내용을 속속들이 갖춘 충만한[7] 보편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런데 근대에 들어서는 추상적인 형식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서 개인이 하는 일이란 위와 대조적으로 고작 그것을 찍어 올리는 일일 뿐이다. 추상적인 형식을 쫓아 끝내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8] 노력은 이젠 내면에 있는 뭔가를 밑도 끝도 없이 불쑥 꺼내어 놓는 것과 [실재]와 괴리된 보편적인 것을 얼토당토않게 찍어 올려놓는 것이 되었다. 예전에는 보편성이 일상생활의[9] 구체성과 다양성에서 발현되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해야 하는 일은 개인을 그가 헤어나오지 못하는[10] 감각적인 생활양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그를 동시에 사유대상과 사유실체로[11]만들어 [반성하는 주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반대로 [말라 비틀어진] 고정된 특정 사상에 정신의 힘을 불어넣어 보편적인 것을 실현하는데 있다.[12] 그런데 이와 같은 말라비틀어진[13] 사상에 [정신의] 물이 차게 하는 일이 [경직된] 감각적인 일상생활에 정신이 깃들이게 하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근대]사상을 규정하는 것은[14] 자아, 즉 부정의 힘, 달리 표현하면 절대적인 현실을[15] 실체로 하고 그것을 터전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에 반대로 감각에 따른 규정은[16] 단지 추상적인 직접성, 달리 표현하면 거기 있다는 것 자체 외 다른 것이 없는, 즉 [어쩌다 생긴 자기 나름대로의 힘만 있지 다른] 힘이 없는 직접성을 터전으로 삼는다. [말라 비틀어진] 사상에 [정신의] 물이 차려면 순수한 사유가, 누차 이야기된 의식 내부에서 일어나는 직접성이[17], 자기를 [축으로 인식하는데 있어서 어떤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매개운동의] 힘으로[18] 인식해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자기에 대한 절대적인[19] 확신이 자기를 털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기를 털어낸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20] 이것은 자기를 제거하거나 제쳐놓는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정립의[21] 양극을 이루는 고착관념을[22] 버리는 것이다. 즉, 내용과 분리되고 대립한다는 구체성 외 다른 구체성이 없는 순수한 자아라는 고착관념과 순수사유의 터전에 자리 매김됨으로써 자아의 절대성을[23] 뒷받침하는데 한몫 하는, 내용과 자아가 분리되어 있다는 고착관념을 모두 다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에 의해서 순수한 사상은 비로소 자신의 참다운 모습인 개념이 된다. 개념이란 [한방에 끝나는 운동이 아니라] 거듭하는 자기운동의 [결과이며][24], [한방에 끝나는 원이 아니라] [그때그때 완성을 이루어나가는] 원에 또다시 원을 그리는[25] 운동이다. 이렇게 개념으로 나아가는 운동이 될 때 순수한 사상은 그의 실체가 본래 그랬듯이 정신적인 본질이 되는 것이다.
[1] 원문
[2] 플라톤이 <동굴의 비유>에서 이야기한 이념을 향해 올라가는 운동(anabasis)과 다시 동굴을 향해 내려가는 운동(katabasis)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3] 원문 <-> 파렌테시즈.
[4] 원문
[5] 원문
[6] 원문
[7] 원문
[8] 원문
[9] 원문
[10] 원문
[11] 원문
[12] 원문은 <먼저 것을 나중에 이야기하는/hysteron proteron> 수사학적 표현이다.
[13] 원문
[14] 원문
[15] 원문 재체다. 그래서
[16] 원문
[17] 원문
[18] 원문
[19] 원문
[20] 원문 <-> 파렌테지스
[21] 원문
[22] 원문
[23] 원문
[24] 원문
[25]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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