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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뭉크가 그린 <길을 가는 노동자들>이란 제목의 그림이 엄습하듯이 떠올랐다. 노동자들은 그림자를 무겁게 늘어뜨리면서 길고도 긴 황량한 길을, 끝없이 이어지는 리듬에 맞춰, 해 뜨는 이른 아침에 혹은 해지는 저녁에 가고 있었다. 쾰러의 그림과 함께 한 인생의 도정을 묘사한 이 그림이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이유는 그림 중간에 구부정한 자세에 움푹 들어간 눈으로 앞만 빤히 바라보면서 길을 가는 짧은 수염의 노동자의 형상에서 나는 항상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 두 그림의 복사본이 쇠사슬을 끊는 회색의 노동자를 묘사한 그림과 함께 우리 부엌 벽을 장식하는 유일한 그림들이었다. 한 그림은 파업과 봉기를 표현하였다면 다른 그림은 지속되는 도정과 다시 작업을 재개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매일의 노동량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들을 불렀다가 다시 집으로 보내는 사이렌 소리에 따라 오고가 있었다. 이들이 바로 노동에 본질을 부여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아이쉬만에게 이 그림을 제시하였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체험한 것이 모두 다 이 그림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잠이 덜 깬 다리를 터벅터벅 힘겹게 옮기면서 공장을 향하는 길, 교대작업시간을 마치고 나서 혼이 사라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작업장에 꽉 묶인 상황, 그리고 이런 예속과 주는 일자리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강제에 대한 증오, 다른 사람 좋은 일을 위해서 노동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노여움과 그 노여움을 참아 삼키는 일,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불안 등 내가 몸으로 느낀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었다. 그 그림에는 끝없는 반복으로 마비된 정신과 몸의 고립이 있었다. 그 그림에는 쓰러뜨려진 자의 낙심이, 무능력하고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했다는 느낌이, 더없이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썩혔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이 그림은 동시에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것을 또한 모색하고 있었다. 이젠 말문이 막히고 기계의 단조로운 동작 안에서 분리된 개인들이지만 그들이 가는 길은 함께 하고 사용하지 못한 힘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길이었다. 그 힘은 아직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잠재하고 있었고 높은 담으로 장식된 쭉 뻗은 길을 가는 노동자대중의 흐름대열을 걷잡을 수 없게 하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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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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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잘 읽었습니다. 저항의 미학이 번역 중이라는 소식이 반갑네요.. 다만 기다림이 굉장히 길것 같기도 하네요. 꼭 읽고 싶은 책인데 이렇게 부분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