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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2011년 3월 12일 15시 36분. 원자력 시대의 종말”. 이번주 월요일 <슈피겔>지의 표지.
아무 일에도 집중이 안된다. 거의 비슷한 내용의 뉴스가 온종일 반복되지만 그래도 뉴스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독일에서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파장은 크다. 적.녹연정(1998-2005)이 관철한 <원자력 하차/Atomausstieg> 정책을 의기양양하게 철회한 흑.황연정이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두고 입장을 하루아침에 바꿀 정도다. “하차”에서 “하차”한 다음 다시 “하차”한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의 빗발치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엊그제까지만 해도 독일 원자로는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침 튀기지 않았던가? 적.녹연정의 정책에 항의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전력기업과 협상하여 어렵게 따낸2000년6월14일 <원자력 중단합의/Atomkompromiss>와 이에 따른 제반 법령을 메르켈 정부는 일방적으로 철회하고,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최근 시행한 것이다. 원자력법 실행권한이 주 정부에 있기 때문에 관련 법률개정은 연방상원을 통과해야 한다는 지적 및 항의에도 불구하고 연방상원의 찬성이 필요 없는 법이라고 우기고 발효한 것이다. NRW 주에 좌파당이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적.녹 소수정당이 들어섬에 따라 연방상원에서 과반수를 상실한 흑.황연정의 우회정책이었다. (이 문제는 물론 헌재소에 걸려있다.) 메르켈 정부 법개정의 골자는 원자로 가동을 평균12년 연장한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가동중단조치에 해당되는 30년 이상 되는 원전들이 계속 가동하게 되었다. 근데, 이 원전들의 시한연장을 3개월 유보한다는것이다. 그리고 7개 원전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얼마 전까지의 작태를 보면 믿기지 않는 조치라는 비판이다. 2주 후에 있을 바텐-뷔르템베르크의 주총선을 염두한 조치라는 것. 이 주에서는 독일연방공화국 건국이래 줄곧 기민당이 집권하여 왔는데, 현재 <슈트트가르트 21> 중앙역 신설계획에 대한 주민의 대대적인 저항운동 등으로 정권상실위험에 빠져있다. 적.녹연정의 <원자력중단합의>의 번복을 앞장서서 밀어부친 마푸스 주총리가 메르켈의 원전정책으로 불거지고 후쿠시마 사태에 더욱 거세게 진행될 반핵운동에 견딜 수 없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반핵운동에 뿌리를 둔 녹색당이 득세하여 정권을 창출하는 것은 불 보듯이 뻔하다는 것. 이런 정세판단이 메르켈로 하여금 “하차”에서의 “하차정책”을 채택하게 했다는 비판이다.
후쿠시마는 이런 정치적인 이슈로만 끝나지 않을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1755년11월1일 리사본 대지진이 유럽 정신사에 미쳤던 영향을 넘어서는 사태가 아닌가 한다. 리사본의 지진은 <가능한 세계 중 가장 좋은 세계>라는 라이프니츠의 테오디체에 일격을 가하고, 볼테르의<칸디드> 등을 비롯하여 계몽주의를 돌이킬 수 없는 이념으로 완착시킨 사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우리 뇌에 각인하는 계몽은 무엇일까? 우리가 온갖 제물을 갖다 바쳐놓고 엎드려 절하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신은 무엇이고, 어떻게 거기서 빠져 나갈 수 있을까? 거기서 빠져 나간, 빠져 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그립다. 그리고 그 신전 앞에 합장하는 사람보다 똥물을 찌끄르는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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