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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15
    마르크스는 자본을 모른다?(3)
    ou_topia

마르크스는 자본을 모른다?

$low님의 [맑스는 자본을 모른다] 에 관련된 글.

 

시노페의 디오게네스가 없었더라면 유럽의 과학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아마 “두 발로 걷는 깃털 없는 짐승”(플라톤, 정치가/폴리티코스, 266e)이 난무했을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털을 다 뽑은 닭 한마리를 갔다 놓고 “ecce homo!”했을 때 플라톤의 낯은 뜨거웠을 거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디오게네스의 해학으로 유럽의 사유는 다행히도 목전에 있는 것을 찍어 올려 보여주는 허섭스레기 학문의 길을 걷지 않게 되었다. 서막에서 넘 챙피를 당했기 때문에. 그러나 불행히도 그게 근절되지는 않았다. 헤겔의 정신현상학도 그런 챙피주기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도르노의 글엔 ‘허섭스레기’(Abhub, 목전에 있는 것을 들어 올린 것)에 대한 한숨이 곳곳에 서려 있다.

 

“두 발로 걷는 깃털 없는 짐승”이 “이성을 갖는 생명체” 혹은 “공동체(polis)를 이루고 사는 생명체”로 대체되었다.

 

인간에 대한 사유가 사물화(Verdinglichung)의 길에서 벗어났다. 인간이 관계와 실천의 범주가 되었다. 이성 혹은 합리성이 인간 내재적 성질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그리고 사물 간의 관계와 실천이 존재하는 영역의 문제가 되었다.

 

라이프치히 소재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인간과 영장류의 결정적인 차이는 사회성에 있다고 한다. 양적 차이를 인식하는데 있어서는 침팬지와 어린아이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물질적 세계 인식에서는 심지어 침팬지가 앞선다고 한다. 결정적인 차이는 침팬지는 타인의 행동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숨겨놓은 맛있는 것을 찾는 중 ‘저기 있어’하는 손가락질에 어린아이는 반응하지만 침팬지는 그렇지 않는/못한다는 것 (참조: http://www.3sat.de/page/?source=/scobel/147999/index.html). 이런 능력을 두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 할 수 있고 지시와 맥락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성이 존재하는 관계와 실천의 영역에 대한 사유의 대열이 유럽 정신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야말로 그 사유의 at its best.

 

근데 마르크스가 “두 발로 걷는 깃털 없는 짐승” 플라톤이라는 주장에 말문이 콱 막힌다.

 

맑스는 자본을 물질적 재화라고 보았다.”

 

자본을 사회적 관계에서 분석하고 서술했던 마르크스가 ‘자본은 이것이다’라고 찍어 올려 보여 주었단다 (사회적 관계로서의 자본에 대한 더 자세한 상술은 이곳 EM 님 참조).

 

‘안 그랬다’라고 서부 영화의 카우보이가 권총을 꺼내어 쏘듯이 반박할 수 있겠지만, 그건 물론 마르크스의 방법이 아니다.

 

관계에서 출발하는 사유는 명제의 순수성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건 내 명제와 상관없어’하지 않고 오히려 꾸정물처럼 탁한 현실에 뛰에 들어가 자기상실을 마다하지 않는다 (정신현상학 서설). 전체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아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온전히 아는 것(고린도 전서 13)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이자’ 정책에(참조: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 베노와 쾨레의 2014.9.9 연설,https://www.ecb.europa.eu/press/key/date/2014/html/sp140909.en.html) ‘그건 게젤이 아니야’하는 것과 같은 순수성 지키기는 마르크스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자본의 사물화, 즉 자본을 사물(Ding)로 보는 걸 마르크스는 자본운동의 일정한 단계의 현상으로 주제화한다. ‘자본의 사물화 없어’ 혹은 ‘난 그렇게 말한 적 없어’ 하지 않는다. 자본론 324장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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