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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계획 놓고 정부부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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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예산 연구논문은 무료공개”, 공개접근 정책 확대

 

http://scienceon.hani.co.kr/84769
미국 “정부예산 연구논문은 무료공개”, 공개접근 정책 확대 (사이언스온, 오철우 2013. 02. 27 추천수 0
백악관 “논문 출판 이후 12개월 이내에 공개”
연구개발 연방기관에 6개월내 세칙 마련 지시
영국·유럽에도, 과학논문 출판·유통 변화 전망

영국이 국민 세금인 정부 예산의 지원으로 이뤄진 과학 연구의 결과물은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게 하자는 ‘공개접근’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도 그동안 부분 시행되던 공개접근 정책을 확대 시행하기로 해 온라인 시대에 과학 논문의 출판과 유통에 적잖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의 누리집을 보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청(OSTP)은 최근인 2월 22일 “연 1억 달러 이상의 연구개발비 예산을 쓰는 연방기관은 연구 결과물(논문과 데이터)에 대한 공중 접근을 확대하는 계획을 6개월 안에 마련하라”는 행정지시를 발표했다. 연 1억 달러 이상의 연구개발 예산을 쓰는 연방기관은 미국과학재단(NSF)을 비롯해 19곳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번 조처가 시행되면 한해에 18만 편 정도의 과학 논문이 구독료 없이 일반에 무료 공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청 발표자료(PDF)
이번 조처에 앞서 연방기관인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이미 '퍼브메드 센트럴(PubMed Central)'라는 공개접근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 과학 논문의 공개접근 정책을 시행해왔다. 국립보건원의 재정 지원을 받은 연구 논문은 학술지 발표 이후 12개월이 지난 뒤 무료 공개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번 오바마 정부의 정책은 이렇게 부분 시행되던 정책을 전면 확대한 것이다.
공개접근 정책의 확대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미국 정책은 영국 정책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논문 출판 비용을 연구비 예산에 반영함으로써 구독료 필요 없이 논문을 출판과 동시에 무료 공개할 수 있게 하는 영국의 공개접근 정책과 비교하면, 미국 정부는 학술지 출판사에 구독료 수익을 보장하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에 논문을 무료 공개하는 정책을 취한 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과학저널 <네이처> 등에서는 이번 조처는 완전한 공개접근을 요구하는 공공학술운동 집단과 출판 수익 감소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업출판사 쪽의 요구를 절충하는 선에서 마련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조처는 오랜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미국 과학계, 출판계, 의회에서는 납세자의 돈으로 이뤄지는 과학 연구의 결과물을 무료로 공개해야 하는지, 공개한다면 언제가 좋은지를 둘러싸고 지난 몇 년 간 의회 청문회를 비롯해 논쟁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엔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연구의 학술지 발표 논문을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백악관에 제출됐으며, 의원 일부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은 연구 논문은 출판 6개월 안에 무료 공개되어야 한다는 ‘과학기술 연구물의 공정한 접근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청의 행정지시 발표를 보면, 공개접근을 시행해야 하는 연방기관들은 기존의 학술 논문과 데이터는 어떻게 할지, 공중이 디지털 데이터를 찾아 접근하는 능력을 어떻게 높일지 등에 관한 8가지 이행 사항을 담은 공개접근 시행 계획을 6개월 안에 마련해야 한다. 뒤이어 정책의 본격 시행은 1, 2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책청은 공식 블로그에서 “시민 세금으로 이뤄진 과학 연구의 결과물은 시민이 손쉽게 볼 수 있어야 한다”며 “과학기술정책청은 그동안 폭넓게 의견을 모으고 연방기관 실무연구그룹을 꾸려 이 문제를 살펴왔으며 과학자, 과학단체, 출판인, 의원, 대중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정책을 마련했다”고 정책 수립 과정을 설명했다. 공개접근 학술운동을 이끌어온 과학저널그룹인 '플로스(PLoS)'는 따로 성명을 내어 "이번 행정지시는 공개접근 원칙이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라며 "이런 발전은 열린 접근과 열린 정부로 나아가는 주요한 성취"라고 환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영국은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예산의 일부를 일종의 게재료인 논문출판비용(APC)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과학 논문을 학술지 출판과 동시에 일반에 무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골드 공개접근(gold open access)’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위원회(EC)도 온라인에 기반을 두는 공개접근 방식의 출판 정책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이 정책을 오는 4월1일 첫 시행에 들어가 몇 년에 걸쳐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공개접근 정책 발표는 과학 논문의 출판과 유통 경로가 구독료 중심의 상업출판에서 지식의 공개와 공유를 강조하는 공개접근 방식으로 점차 바뀌는 추세를 좀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편에서는 이번 정책이 '출판과 동시에 논문의 무료 공개'를 주장해온 완전한 공개접근 요구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개접근 저널인 <플로스>의 창설에 참여했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생물학자 마이클 아이젠은 블로그 글에서 "이번 조처는 지금보다는 나은 좋은 일"이라고 평하면서도 국립보건원의 공개접근 정책 모델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으며 즉각적인 공개접근을 시행하지 못하고서 공개 유예기간을 따로 둔 점 등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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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자료] 유네스코, <공개접근의 발전과 촉진을 위한 정책 안내서>
“과학 정보는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산하는 가장 뛰어난 산출물이면서 동시에 기술혁신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공개접근(Open Access, OA)은 동료심사를 거친 학술적인 연구 정보를 만인한테 자유롭게 공개하는 조처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권리를 지닌 자들이 복사하고 사용하고 배포하고 전송하며 원저자를 적절히 밝히면서 합법적인 활동에 맞는 어떠한 다른 형식으로도 파생 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권리를 전 세계에 허용하는 게 필요하다. 공개접근은 학문의 전파를 늘리고 신장하기 위해서 정보와 통신 기술을 사용한다. 공개접근은 자유, 유연성, 공정성과 관련된 사안이다(OA is about Freedom, Flexibility and Fairness).
학 술저널의 구독료 상승이 공개접근 운동을 추동하는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디지털과 인터넷의 등장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어떤 형식으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었다. 공개접근을 통해 세계 각지의 연구자와 학생은 지식에 접근할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출판물은 더 많은 이들한테 읽혀 연구물의 잠재적 파급력은 증가한다. 지식에 대한 접근의 증가와 지식의 공유는 균등한 경제와 사회 발전, 문화간 소통으로 나아가며 혁신을 촉발할 잠재력을 지닌다.”(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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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대로 안된다 (노컷뉴스 기획기사, 2013-02)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407089
제2의 안티연금사태 오나…세대갈등 도화선될라 (노컷뉴스, 2013-02-18 06:00 | CBS 조은정 기자)
[국민연금 이대로 안된다 ①] 2030 세대 국민연금 불신, 논란 확산
국민연금이 출범 15년째를 맞았다. 짧은 역사동안 두 차례의 개혁을 거쳤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기초연금과 맞물리면서 국민연금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5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연금 추계(推計)의 해이다. 연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그대로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해외 사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국내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해 국민연금의 앞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1. 여성 의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남 모(35 자영업, 서울 방배동)씨는 계속되는 불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쌓이는 재고에 각종 세금을 내다보면 남기는 돈이 거의 없는데 매달 10만원씩 나가는 국민연금이 부담스럽다. 벌써 수개월째 체불해 밀린 금액이 100만원 가까이 된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연금 혜택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뉴스에 우울하기만 하다. 남 씨는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직장에 다니는 김대진(30 회사원, 경기도 일산) 씨는 최근 국민연금 관련 기사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제 갓 서른으로 연금을 수령할 날은 까마득한데 기금은 고갈되고 혜택은 줄어든다는 불안한 소식들뿐이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때에도 국민연금이 자주 화제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김 씨는 “지금 연금을 받는 분들은 얼마 안내고 혜택을 많이 받고 있지만 우리 세대는 3,40년 뒤라 어떻게 될지 모르고 솔직히 믿음이 안간다”며 “개개인이 알아서 노후준비를 하고, 국민연금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3. 택시기사 박 모(55 서울 서대문구) 씨는 한 달에 10만원씩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김 씨가 버는 돈은 한 달에 150만원 남짓. 밥값을 빼면 7,8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국민연금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최근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으로 65세가 되면 누구나 20만원씩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스러워졌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10만원씩 따로 모으면 65세까지 1200만원은 저축할 수 있는데 매달 10만원씩 내고도 23만원 받으면 손해가 아니냐”고 되묻는다.
◈ 떠도는 연금괴담에 불만 폭발하는 2030
젊은 세대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심상치 않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2004년 참여정부 때 국민연금 파동이 일어나면서 정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잦아들어 신뢰를 구축하는 듯 했지만 최근 다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 이후 세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데다 기초연금 공약으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묵은 국민연금 문제에 불을 지폈다. 연금 수령액을 더 늦춰야 한다는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것도 한몫했다.
인터넷에서는 2030세대가 희생양이라는 '국민연금 괴담'이 떠도는가 하면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는 냉소적인 댓글이 넘쳐난다. 한 단체가 주도한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은 한 달 만에 6만여 명을 넘어섰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중장년층 국민연금 가입자들도 기초연금 문제로 심기가 불편하다. 모든 노인에게 준다던 기초연금 20만원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는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확연히 줄어든 임의가입자 수치로 확인된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수는 최근 3년간 한달 평균 3천여명씩 폭발적으로 증가해왔지만 지난달에는 20만7890명에서 20만8754으로 불과 864명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지역 창구별로 가입 해지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오는 3월에 5년마다 한번씩 나오는 국민연금 추계가 발표되면 분위기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대한민국을 휩쓴 국민연금 안티 파동이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 뿌리깊은 불신의 원인은? 기금고갈에 대한 오해 때문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은 기금 고갈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2060년, 또는 그보다 앞서 기금이 바닥나고 나면 이후 어떻게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못미더운 것이다.
일반 가입자들에게 '기금 고갈은 곧 연금 파탄'이라는 등식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기금이 바닥나도 부족분을 어떻게 해서든 세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안심시키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낸 돈을 돌려받는다는 개념이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단순히 낸 돈을 돌려받는 재테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후세대에게 돈을 끌어다 쓰는 방식을 포괄하고 있다. 후세대에게 빌린 돈을 추가로 얹어주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금은 점점 줄어들게 설계돼 있다.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면서 연금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금 고갈이 모두 정부의 잘못이고, 후세대는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리라 여기는 것은 오해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를 풀어야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오해가 불신을 낳고, 이는 연금 개혁을 지연시키는 연쇄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정부 운영상의 잘못도 있겠지만 국민연금의 기본 개념을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며 "고령 사회에 노후보장은 필수인 만큼 국민연금을 어떻게든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후세대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 연금 추계 앞두고 정치권은 폭탄 돌리기 급급
5년마다 재정상태를 점검하는 국민연금 추계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켜왔다. 정부는 두차례의 연금 개혁을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을 다소 늦췄지만 오는 3월 말 공개되는 추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인구 고령화와 평균수명 연장으로 연기금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2060년보다 다소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올해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기초연금 문제가 어떻게 조정될지 지켜봐야 한다. 인수위에서 일괄 지급이 아닌 기존 연금수급자들에게는 차등 지급으로 방향을 결정한 만큼 반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해법을 찾고 설득하는 대신 폭탄 떠넘기기에 바빴던 것이 현실이다. 부글부글 끓는 여론 때문인지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연금 개혁 문제를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각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회 연금특위는 수년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자칫하면 어느 쪽에서건 공격받기 쉬운데다 워낙 복잡한 영역이다 보니 대다수 정치인들도 문외한이거나 다루기를 꺼린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 업무 보고를 하다보면 의원들이 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연금 문제는 세대간, 계층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포괄하고 있어서 민감한 주제이다. 솔직히 의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정부도 추계와 제도개선을 함께 논의한다는 규정에 따라 '제도개선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여론과 국회의 눈치를 보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 감추려다 곪는다. 오해 풀고 개혁 서둘러야
이대로 손을 놓고 있어도 될까? 연금학자들은 대체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2060년을 맞는다면 연금액의 절반을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세금 충당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2배로 인상하는 보험료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전에 미리미리 조치를 취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윤석명 센터장은 "현재는 연금 수령자가 많지 않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개혁이 오히려 쉬울 수 있다"며 "5년, 10년 뒤에는 고액 연금 수령자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해관계가 커져 개혁이 더 어렵게 된다. 지금 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연금에 대한 오해와 기금 고갈에 대한 공포심을 해소시킴과 동시에 합리적인 연금 개혁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CBS는 국내 연금 전문가들과 함께 인구 구조에 대한 치밀한 분석, 해외 사례 등을 다루며 3차 연금 개혁을 위한 밑그림을 논의해본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410055
기초연금-국민연금, 섣부른 통합은 재앙 부른다 (노컷뉴스, 2013-02-20 06:00 | CBS 조은정 기자)
[국민연금 이대로 안된다②]"세금 쥐어짜도 재원 없다면 증세 논의해야"
몇년간 잠잠했던 국민연금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은 다름아닌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표 공약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재원 조달 한계에 부딪히면서 인수위에서 차등지급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인수위는 20일 기초연금을 월 3만원에서 최고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박 당선인에게 최종 보고하고, 국정과제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초연금 차등지급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중요하게 따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초연금에 소요되는 재원 일부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안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어 기존 가입자들 반발이 거세지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성격이 다른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동해 해결하려다보니 국민연금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 "국민연금 건드리면 안돼", 연금 전문가 5명 중 4명이 반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국내 연금 전문가들 상당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섣부른 통합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CBS 인터뷰 결과 국내 연금 전문가 5명 중 4명이 통합 운영을 반대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다른 성격의 제도로, 기초연금 재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국민연금을 건들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가뜩이나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초연금 재원을 위해 기금을 빼다 쓴다면 재정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며 "공적 부조 성격의 기초연금과 적립 방식의 국민연금을 섞어버린다면 제도 운영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쌓여있는 연기금이 많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로 세금을 걷을 필요가 없이 손쉽게 가져다 쓰고 싶겠지만 국민연금은 후세대들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비축해놓은 돈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고령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민연금 자체를 개혁을 해야하는 마당에 기초연금 비용까지 충당하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실장은 "재정 불안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와중에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 기금을 건드린다면, 국민연금의 틀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기초연금은 세금을 통해서,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통해서 운영되는 것인데 이 둘을 통합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연금제도를 통째로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재정 통합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적 부조와 적립식 연금을 확실하게 분리한 스웨덴 사례를 언급했다. 스웨덴은 수년에 걸친 연금 개혁을 통해 공적 부조 성격의 최저보증연금(Guarantee Pension: GP)과 소득비례연금(Income Pension: IP), 완전적립식 개인연금(Premium Pension: PP)을 분리시켜 운영하고 있다. 연금 선진국들이 공적 부조와 적립식 연금을 분리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만 원칙없이 통합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유일하게 국민연금 기금 충당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고갈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다"며 "당장 옆집 노인이 굶고 있는데, 안방에 400조원의 금은보화를 쌓아놓고 조금도 안도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 국민연금 가입자들 본전 생각 안나게 기초연금 차등안 조정해야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하지 않고, 차등지급하는 데에는 대체로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등지급이 차선일 수 있다는 것. 다만, 국민연금 가입 여부가 기초연금을 책정하는 주요 기준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나뉘었다.
김용하 교수는 "국민연금 안에는 자기가 적립한 금액 이상으로, 후세대에서 끌어오는 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미 그자체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며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따져서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이다"고 찬성했다.
반대로 이상은 교수는 "국민연금에 가입해도 빈곤한 층이 있고, 연금에 가입안했지만 넉넉한 노인들이 있다"며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중심에 놓고 따지는 것은 논리에도 안맞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재원 문제로 할 수 없이 차등지급을 결정했다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폭을 잘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뤘다. 현재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390만명(2012년 12월 기준) 중 국민연금을 함께 받는 사람이 101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복 수급자들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들 중 월 10만원씩 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20만원 정도밖에 못받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만큼, 이들이 본전 생각을 하지 않도록 기초연금 액수를 충분하게 지급해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세금 쥐어짜도 재원이 없다면 정공법 택해라
인수위에서는 국민연금 기금 활용안을 최근까지 만지작거리다 사회적 반발을 고려해서인지 다시 접는 분위기로 돌아선 듯 하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현 단계에서는 2017년 정도까지는 재원조달은 가능하다고 듣고 있다"며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국민연금 활용안은) 여러가지 생각 중 하나로 마치 인수위의 최종 결정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살아있다. 인수위 초기에 국민연금 활용안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박근혜 당선인이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충당하겠다'고 교통정리까지 했지만 최근에도 안이 폐기되지 않고 비중있게 검토됐다. 국채를 사들이게 해 국민연금을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만큼 기초연금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방증인 것이다.
세금을 쥐어짜도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인수위는 쌓여있는 국민연금 기금에 미련을 못버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차라리 정공법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윤석명 연금연구센터장은 "재원이 모자라다면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던지,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을 활용한 제 3의 방식을 찾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은 교수는 "조세감면 혜택을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인 뒤에도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때가서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득 과정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416608
연금이 국가미래 흔든다, 스웨덴의 뚝심 배우자 (노컷뉴스, 2013-02-27 06:00 | CBS 조은정 기자)
[국민연금 이대로 안된다③]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해 '국민행복연금'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이 술렁거리고 있다. 세대간, 계층간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연금 논쟁이 신호탄을 울렸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그 속도가 빠르다. 5년마다 실시되는 국민연금 추계 때마다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고, 재정 건정성이 악화되는 것도 바로 전광석화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 때문이다. 연금 문제가 고령화와 함께 바짝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국가들에 눈을 돌려 보면, 연금 개혁에 일찍 눈을 뜨고 꾸준히 진행한 나라는 다소 안정적인 경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연금 개혁에 실패하면서 복지 지출을 조절하지 못한 국가들은 하나같이 장기 경제 침체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리스처럼 파탄에 이른 나라도 있다.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곧 그 국가의 미래 경제를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 스웨덴, 여야 초월해 10년간 뚝심있는 연금개혁
복지 국가의 표본으로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은 90년대부터 연금 개혁을 일찌감치 서둘러왔다. 가장 먼저 연금 개혁에 손을 댄 국가는 바로 스웨덴이다. 90년대 초반에 경제위기를 겪었던 스웨덴은 무려 10년에 걸친 연금 논쟁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었다.
스웨덴은 90년대 초반까지 전 노인을 대상으로 일정액을 평등하게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소득에 비례한 부가연금(ATP) 제도로 나뉘어 운영돼 왔다. 기초노령연금-국민연금으로 이원화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노령인구의 급증과 연기금 고갈 문제가 불거지면서 90년대 초반부터 열띤 사회적 논쟁이 시작된다.
보수진영의 연립정부 주도 하에 연금 개혁이 시작되자 당시 야당이었던 사민당도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던 연금정책을 포기하며 암묵적으로 개혁에 동조했다. 이에 스웨덴은 수년간의 논쟁 끝에 기초연금을 과감히 폐지하고 소득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정 안정화에 성공한다.
현재는 공적 부조 성격의 최저보증연금(Guarantee Pension: GP)과 소득비례연금(Income Pension: IP), 완전적립식 개인연금(Premium Pension: PP)으로 삼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기초연금 폐지로 보편주의가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구제도가 안고 있던 모순이 사라지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은 혜택이 늘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세계 국가 경쟁력 1위인 핀란드 역시 90년대 초반 연금 제도의 기본 틀을 크게 바꿨다. 보편적 기초연금 제도를 운영했던 핀란드는 이를 유명무실화 시키고, 저소득층을 중점 지원하는 방향으로 노후 소득보장제도를 변경하고 있다. 대신 최저소득보장제도와 주택수당제도 등을 강화했다.
노르웨이는 2011년 부터 1963년 이후 출생자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제도를 폐지하고, 저소득층 보호 차원에서 공공부조 성격의 최저보증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이들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은 여야간 소모적인 정치 논쟁을 자제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끈질기게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연금 개혁에 성공했다.
특히 애매한 보편주의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최저연금제도로 저소득층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펴 거시적으로 인구 구조를 개선해왔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북유럽식 복지 국가의 배경에 의외로 과감한 연금 개혁이 있었던 것이다.
중미권에서는 캐나다 연금이 선진적으로 꼽힌다. 캐나다는 지난 97년 국민연금, CPP(Canada Pension Plan)개혁을 단행해서 분담금을 다소 인상하고, 유지 관리 비용을 절감시켰다. 또한 2014년까지 지급할 연금의 20%, 2075년까지 30%를 축적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연기금 수익률도 11%를 웃도는 등 높은 운용력을 자랑한다.
◈ 그리스, 스페인 등 연금 부담이 국가경제에 발목, 미래세대 투자 소홀
반면 유럽발 금융위기를 불러온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 국가들은 부담 대비 높은 연금 지출로 인해 정부 재정이 불안정해졌다.
스페인과 그리스는 과도한 연금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스페인 국민들은 은퇴하면 직전 15년 평균급여의 85%를 연금으로 받았고, 그리스는 재직 시 월급의 95%를 받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급여율이 높아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됐지만 연금 개혁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순탄치 않았다.
스페인은 높은 급여율에도 불구하고 표를 의식해서인지 지난해 오히려 연금지급액을 1%p 늘렸다. 그리스는 재정위기 이후 지속적인 연금 삭감을 시도했지만 대규모 파업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는 1992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친 연금 개혁을 시도했지만 겉핥기에 그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에는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까지 늦추는 극단적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도 연금이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의 국민연금 성격인 '후생연금'에 대해서는 경제성장율과 평균 수명 추이를 반영해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했지만 기초연금의 경우 재정 공동화가 심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저출산, 보육 등 미래 세대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전체 복지지출에서 연금 등 고령예산 비중은 47%에 달한 반면 미래에 대한 투자인 보육 등 가족예산은 5%에 불과했다. 전체 복지예산의 12%를 아동수당 육아휴직 수당 등에 투입한 스웨덴과 대조적이다.
◈ 연금 개혁 늦추면 더 큰 혼란 초래, 사회적 대토론 시작하자
우리나라의 연금 역사는 짧지만 인구 구조가 워낙 빠르게 급변하고 있어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해외 선진국들은 수십년 동안 연금의 혜택을 누린 후에 문제가 불거졌지만 25년 역사의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수혜를 받기도 전에 기금 고갈의 문제가 닥치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아 노인 인구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악이어서 빈곤 해소와 연금 개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표 참조)

그럼에도 해외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일부 반발을 딛고서라도 과감하게 연금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빈곤율은 낮추고 연금의 재정 건전성은 높이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특히 스웨덴처럼 여야가 정쟁(政爭)을 떠나 거시적인 안목으로 타협해야 개혁을 이끌 수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연금연구센터장은 "연금을 손보면 후세대가 무조건 손해본다는 등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만큼, 개혁의 방향을 잘 설정하고 그 필요성을 설득해 지금이라도 사회적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금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책은 저출산 완화 등 미래세대 투자를 통한 인구구조의 개선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연금 개혁이다"며 "연금 자체에 대한 제도 개선 뿐 아니라 출산 및 보육 정책과 병행해서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422006
'불안불안' 시한부 국민연금…소생술 없나? (노컷뉴스, 2013-03-05 06:00 | CBS 조은정 기자)
[국민연금 이대로 안 된다 ④] 국민연금 2060년에 바닥, 보험율 인상 or 제3의 안
국민연금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선, 사각지대가 많고 급여율이 적어 노후 보장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빠른 고령화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딜레마이다.
국민연금은 재정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노인 빈곤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가지 중 노인 빈곤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표1 참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76.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 복지 지출은 1.7%로 최하위권이다. 기초연금을 2배 인상하는 공약은 많은 논란을 빚었지만 심각한 노인 빈곤율을 고려하면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국민행복연금'으로 통합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후세대들이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연금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율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국민연금의 재정 건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 2060년에 바닥나는 국민연금, 보험료 소폭 인상은 불가피?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는 400조원 가량 쌓여있지만 2060년이면 바닥이 난다. 이번달에 재정계산이 다시 나오면 고갈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수도 있다.
기금이 바닥나면 어떻게 될까? 물론 국가가 존재하는 이상 약속한 연금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고 보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때가서 세금을 대폭 늘리거나, 보험료를 올리는 비상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후세대에 연금 폭탄을 떠넘기기 전에, 미리미리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춰야 한다. 연금 전문가들도 대체로 국민연금의 제도 개선을 찬성하고 있었다.
방법은 세가지. 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을 적게 혹은 늦게 받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을 덜 받거나 늦게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지금도 우리 연금은 평균 소득액의 40%에 불과해 소득 대체율이 낮기 때문이다. 지급 수령액도 이미 연금 개혁을 통해서 60세에서 65세로 늦춰졌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보험률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보험률 인상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공감하고 있었다. 이상은 숭실대 교수는 "우리는 보험률을 25년간 한번도 인상시키지 못했다"며 "보험료를 2~3%만 인상하면 기금 고갈율을 2090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 계산에 보수적인 미국의 보험율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그정도 수준은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율은 소득의 9%이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회사와 개인이 4.5%씩 부담한다. 이는 국민연금이 출범한지 25년동안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 이를 11~12%까지 끌어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수십년 늦출 수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2030 세대들에게도 지속가능한 연금이 되려면 지금부터 재정을 튼튼하게 해야한다"며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적정부담-적정급여로 바꿔야 한다. 당장 고통스럽더라도 제도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소득구간 올리고 최저-최고연금 두자는 제3의 안 눈길
보험료를 인상하는 대신 소득 구간을 더 늘리자는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안도 눈길을 끈다. 현재 국민연금은 월 소득 389만원 이상이면 보험료와 연금액이 똑같다.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보험료는 최고 389만원을 기준으로 내고 있는 것이다. 이 구간을 더 세분화해서 더 버는 사람이 더 내게 하자는 것이다.
대신에 최저연금과 최고연금을 둬서 계층간의 소득 분배율을 높이자고 김 교수는 제안한다. 최저연금으로 최소한의 노후를 보장하는 대신, 최고연금을 둬서 고소득층이 좀 더 희생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표2 참고)

중간층은 9%의 보험료를 더 인상하지 않아도 되고, 저소득층은 최저연금으로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김 교수가 국민연금공단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보험료 부과대상의 소득 상한선을 현행 건강보험기준인 연간 8710만원(월 725만원)과 동일하게 상향 조정할 경우, 보험율을 9%에서 12% 올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고갈 시점도 5년 연장됐다.
김진수 교수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의 9%라고 하지만 고소득자의 경우 사실상 훨씬 낮은 금액의 보험료를 내고 있었던 것"이라며 "고소득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조금 더 높이는 대신, 퇴직연금 등을 강화해서 다층보장체계로 노후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젊은 세대 미움 사는 국민연금, 신뢰 구축이 시급
문제는 국민연금을 못미더워하는 여론이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해도 반응은 차갑기만하다. 국민연금의 신뢰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개선을 하자고 나서는 것은 정부와 국회 입장에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일이다.
가뜩이나 비우호적인 국민연금을 또다시 손대겠다고 하면 젊은 세대들 저항과 반발이 극심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보험률 인상 등 제도 개선 논의가 번번히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금에 대한 불신이 더 팽배해진 것은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접근 방법도 한몫 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국민행복연금'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는 안을 밀어부치면서 마치 재정까지 합치려 한다는 의구심을 남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쌓여가는 시점에서 국민행복연금이 거론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며 지금이라도 통합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국민연금은 마치 수술이 필요한데 환자의 체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와 같다"며 "제도를 손 봐야 하지만 사회적 신뢰가 크지 않아서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오 실장은 이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았으면 제도 개혁 논의가 더 쉬웠을 것"이라며 "국민행복연금 제도 하에서는 생산적으로 논의를 하기 어렵다. 우선 연금 통합안을 철회하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각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어도 될까? 이 부분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올해부터 당장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과, 몇년은 여유가 있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윤석명 센터장은 "5년, 10년 뒤에는 고액 연금 수령자가 많이 생겨 이해관계가 커지면서 제도 개선이 더 어려워진다"며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 반면 오건호 실장은 "5년 정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대한 신뢰를 쌓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해법을 모색해보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은 모두 공감했다. 문제를 감추거나, 왜곡하지 말고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해 국민연금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연금이 자칫 여야 정쟁의 도구로 이용돼 세대간, 계층간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3월에 추계가 나오면 국민들에게 현재의 연금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을 하고, 설득할 부분은 설득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국가의 미래 재정과 인구 고령화 문제를 좌우하는 핵심 사항인 만큼 전문가들과 정치인,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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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크라우치,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서평기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215155739
수명 다 한 신자유주의, 호흡기 누가 줬어? (프레시안, 박수형 동덕여자대학교 강사, 2013-02-15 오후 6:20:23)
[프레시안 books] 콜린 크라우치의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
순리에 맞지 않는 신자유주의

세상엔 언뜻 보기에 순리에 맞지 않는 일들이 꽤나 많다. 사랑한다고 평생을 함께 하겠다며 결혼한 남녀가 툭하면 부부 싸움을 벌이는 일도 그렇고, 가창력도 외모도 그저 그래 보이는 가수가 월드 스타로 각광 받는 일도 그렇고, 현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패배한 일도 그렇다. 그리고 영국 출신의 저명한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에겐 경제 위기 후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있는 신자유주의가 그런 경우이다.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와 잇따른 유럽 재정 위기는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의 총아인 규제받지 않는 금융 시장이 한 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걸쳐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위기를 야기한 금융 기업과 관련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런 활동을 뒷받침한 경제 이론에 수정을 가하는 게 순리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적지 않은 거대 금융 회사들은 시장 원리에 따른 파산이 아닌 정부 구제 금융으로 살아남았고, 그들 회사의 직원들은 위기 이전 수준에 버금가는 수익을 챙기며, 신자유주의는 경제를 이해하고 운용하는 지배적 관념의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콜린 크라우치의 책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유강은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은 바로 이 문제, '신자유주의의 이상한 죽지 않음'을 다룬다.
신자유주의 해부 1 : 시장 실패
신자유주의는 다른 무엇보다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의 가치를 강조한다. 개인들이 물질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자유 시장은 인간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최선의 수단이며, 그런 시장은 좋게 봐줘야 비효율적일 뿐이고 최악의 경우 자유를 위협하는 국가와 정치보다 더 선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척이나 단순하고 쉬운 개념이지만, 이러한 경제 원칙의 문제와 한계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왜 그것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크라우치는 이 과제를 두텁지 않은 분량의 책에서 효과적으로 그것도 독자가 쉽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책의 1장 '자유주의를 배반한 신자유주의'는 먼저 신자유주의가 어떤 기원에서 출발해 어떻게 발전했는지 조명한다. 여기에선 누구나 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다른지,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의 지배적 경제 원칙이었던 케인스주의가 어떤 까닭으로 신자유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은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
2장 '순수 시장이라는 불가능한 꿈'은 신자유주의가 신성시하는 자유 시장의 특징과 한계를 설명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흔히 국가 공공서비스는 무능하고 교만한 데 반해, 자유 시장은 소비자 선호에 민감하고 경제적 자원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고 말한다. 크라우치가 보기에도 그런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이 그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시장 실패'의 경우 정부의 시장 관여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일이 된다. 아래 표는 크라우치가 지적한 순수 시장을 위한 요건과 관련된 시장 실패를 요약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해부 2 : 국가·시장·거대 기업의 안락한 동거
이렇듯 시장 실패 영역이 광범하고 정부 관여가 불가피하다면,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는 진즉에 힘을 잃고 다른 대안이 모색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그런 일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3장 '시장을 집어삼킨 거대 기업'과 4장 '공기업 민영화의 불편한 진실'은 그 답이 '거대 기업'에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이념이든 그것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그로부터 혜택을 받는 주요 사회 집단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지난 세기 중반의 케인스주의가 중산층과 노동계급의 지지를 바탕에 둔 경제 이념이었다면, 신자유주의의 핵심 지지 집단이자 수혜자는 거대 기업이다.
경제 문제에 관한 논쟁은 흔히 국가와 시장 간의 대립적 관점에서 전개되곤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시장과 국가 뒤에는 거대 기업이 숨어 있고, 그들은 자신의 시장 지배적 지위와 국가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유 경쟁 시장의 규칙을 깨뜨리거나 진입 장벽과 같은 시장 실패의 사례를 활용한다. 공공부문에 시장 경쟁의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민영화·시장화 사업도 실상은 거대 기업에 안전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수단 이상이 아니었다.
크라우치의 신자유주의 해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5장 '사유화된 케인스주의'에 있다. 거대 기업이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하청업체의 이윤 마진을 줄이고 노동자의 임금을 깎으며 전체 사회의 부를 독점해가는 것은 분명 그들에게 엄청난 이익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심화되면 그들 거대 기업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들에게 집중된 부로 인해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사회적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 바론 그런 문제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과거 케인스주의에서 수요 부족 문제는 정부 재정으로 해결하곤 했다. 그러나 정부 관여를 경계하는 신자유주의에서 부동산 담보나 신용 카드를 통해 크게 불어난 소비자 채무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대안의 사려 깊음
6장과 7장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넘어 대안의 문제를 다룬 장들이다. 6장 '기업의 정치세력화와 새로운 가능성'은 거대 기업이 그들의 막강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으로 인해 사회적 관심과 비판의 초점이 되는 역설적 상황을 상정한다. 그것이 수반한 결과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익히 들어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념이다. 크라우치도 인정하듯 거대 기업은 이 개념을 활용해 자신의 비위(非違)를 호도하거나 일종의 기업 홍보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계적인 차원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거대 기업에 대해 한 나라 정부가 규제를 가하기는 어렵고 때때로 그런 기업조차도 소비자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개념은 비록 드물고 제한적이라도 시민 사회 운동이 거대 기업의 비민주적 행태를 견제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7장 '시민 사회에서 찾는 돌파구'는 제목이 시사하듯 저자의 대안이 다른 어떤 영역보다 시민 사회에 있음을 보여준다. 크라우치는 거대 기업의 전횡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비판하지만 시장에도 긍정적 역할이 있음을 인정한다. 다른 한편 그는 여태껏 거대 기업과 공모해왔던 국가 관료와 대표가 어느 순간 일변해 시장에 대한 민주적 규제를 가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와 거대 기업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런 경제 체제가 불합리하고 부당하다는 인식이 발전한다면, 시민 사회는 거대 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를 견제하는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크라우치에게 시민 사회는 다양성과 차이·긴장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비폭력적으로 행동하며 공적 갈등과 담론, 이해와 타협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시장·국가·기업에 대한 가치 지향적 비판이 수행될 수 있다. 국가와 기업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민 사회를 통한 활발한 논쟁의 장은 여전히 열려 있다. 공동의 가치에 대한 정당한 해석을 독점하려는 국가의 주장에 맞서, 사회의 여러 가치를 주주 이익 극대화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삶이라는 기업의 주장에 맞서, 시민 사회는 그들의 지배에 도전하고 공적 목표를 탐구하며 그와 관련된 기획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크라우치는 이런 역할을 기대해 볼만한 시민 사회 행위자로 특히 다섯 개 집단에 주목한다. 첫 번째는 주변적 지위에 있는 정당이다. 정당은 국가를 더 넓은 사회와 연결해주며 갖가지 대의와 쟁점이 정부로 진입토록 하는 통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시민 사회에서도 정당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기업 권력에 대항하려는 어떤 시도든 정당을 주요한 조직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두 번째는 국가와 경제로부터 자율적인 종교 집단이다. 종교 단체는 가치의 장에서 예전의 권위를 많이 상실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동기와 결부된 정치와 경제의 우선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권위를 갖고 윤리적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집단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집단은 운동 단체와 자선 단체이다. 이들 두 단체는 종종 겹쳐지기도 하지만 전자는 흔히 논쟁과 갈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기업에 문제의 시정을 촉구하는데 반해 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나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자원을 직접 제공한다는 차이를 갖는다. 마지막 집단은 전문직 단체이다. 여기서 전문직은 직업 활동의 방법에 대해 자율적으로 획득한 일단의 가치를 발전시킨 직업 집단을 의미한다. 물론 전문직의 노동은 직무를 위한 것이고, 그 종사자는 그런 일을 통해 수입을 얻는다. 그러나 전문직 노동은 사회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때로는 국가와 기업의 지배 논리에 대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를 위한 함의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에 담긴 분석과 대안은 한국 사회에도 많은 함의를 던져준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이 책이 그간 한국의 중요한 정치경제 현상들에 대해 가졌던 의문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재벌 대기업은 어떻게 과거보다 더 큰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되었는지, 김대중 정부와 현대 그룹, 노무현 정부와 삼성 그룹 간의 긴밀한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명박 정부 하에서 강력하게 추진된 고환율 정책이 누구에게 가장 큰 이득을 주었는지, 지난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공기업 민영화 사업, 외자·민자 유치 사업의 실질적 수혜자는 누구인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주기적으로 나타났던 신용카드 위기와 부동산 가격 폭등, 그리고 오늘날 1000조에 달하는 가계 부채의 근원(根源)은 어디에 있는지. 이 책은 이런 많은 중요한 문제들을 보편적인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준다.
물론 일부 독자에겐 신자유주의과 거대 기업 간의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에 비해 시민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크라우치의 대안이 미적지근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대안 부분에서 신자유주의 하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으며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거대 기업에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는 노동자나 중소기업 집단의 정치적 잠재력을 경시하고, 정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정당 간 경쟁이 중심을 이루는 선거를 통한 사회적 힘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그럼으로써 거대 기업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경제 행태를 규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못내 아쉽다.
그러나 크라우치가 신자유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시민 사회의 마지막 집단으로 전문직과 그들의 '직업 윤리'를 강조한 대목에서 그 전문직에 대학 교수로 대표되는 지식인·전문가 집단을 포함시켜본다면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는 쉬운 일로 생각된다.
사실 이 책의 주장은 매우 반갑기도 했지만, 그런 만큼 우리 학문 공동체의 역량 부족에 대한 부끄러움도 컸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급진적이고 광범위한 신자유주의 경제 개혁을 단행해왔고 그 속에서 재벌 대기업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커졌으며 점점 더 많은 노동자, 서민, 중소기업, 영세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을 목도해왔음에도, 우리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체계적이고 심도 깊게 다루지 못했다.
물론 관련 연구가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계화나 사회 복지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차고 넘쳤다. 그러나 그들 대다수 연구는 각자의 연구 영역에서 나름의 가치 기준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구성하는 데만 급급할 뿐, 실제 사회의 여러 이익 갈등과 권력 관계의 동학이 어떻게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과제를 감당할만한 역량을 갖춘 뛰어난 연구자들이 대거 대통령 후보 캠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미국 정치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연구하는 것'이 되었나?
미국 정치학회장을 지냈던 시어도어 로위는 그의 학회장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연구하는 것이 되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국가 권력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연구해야 할 정치학자들이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데 용이한 연구 주제, 연구 방법인 공공 여론, 공공 선택, 공공 정책에 점점 더 몰두해가고 있다는 비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서 예전과 달리 경제 민주화나 복지국가 건설이 주요 이슈로 다뤄진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사람들은 그런 정책과 공약이 과연 새 정부에서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의심하기도 한다. 이런 의심이 타당한 이유에는 사회경제 이슈를 압도했던 박정희 대 노무현 대립 구도나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정치 개혁 이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득력 있는 사회경제적 정책 대안을 구성하는 데 있어 지식인·전문가 집단의 책임 방기도 무시할 수 없다.
유권자 다수가 신뢰할 만한 공약과 정책이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저 말뿐인 가치 원칙이나 통계수치 상의 재정 여력을 넘어서는 문제의 현실에 대한 인과적 분석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 정답이 있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왜 어떻게 재벌 대기업이 그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 왜 노동자나 중소기업 집단은 그런 영향력을 상쇄할 만한 수의 힘을 조직하는 못했는지, 왜 이른바 '민주정부'들은 그렇게 쉽게 신자유주의 정책에 경도됐는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에 대한 사실 정보와 인과 분석이 어느 정도는 이뤄져야 했다.
그렇지 못한 조건에서 일상에 바쁜 유권자 시민을 과거에 대한 향수나 비위 사건의 폭로가 아닌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으로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그런 역할을 담당했어야 할 많은 사람들은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데 머무르거나 기껏해야 일시적인 유권자 분위기와 지역, 세대, 성별 구분 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여론 조사를 분석하고 해석하고 또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만 열중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 대선은 얼마나 민주적이었나?
지식인·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직업윤리를 고수하며 주어진 사회적 역할에 충실히 하지 못한 문제는 선거 과정뿐 아니라 선거 결과를 평가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선이 끝난 지 두 달이 가까워옴에도 우리 주변에는 왜 야당 후보가 패배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 결과를 수용하기도 어려워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지식인·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해답을 제시하곤 한다. 진영 대립의 문제, 야당의 지나친 급진화, 친노 패권주의, 50대 보수화, 정당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수긍할 수 있는 주장도 있고 그렇지 못한 주장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들 해석 모두가 하나같이 "왜 야당이 패배했는가"라는 질문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와 사회 복지 확대가 우리 사회의 과제라는 데 수긍하고 크라우치의 신자유주의 분석에 동의한다면, 우리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는 "지난 대선은 과연 얼마나 민주적이었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이 선거인데 거기에 다시 민주주의의 기준을 갖다 대는 일이 생뚱맞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라고 해서 다 같은 선거가 아니며, 민주주의에서 좋은 선거란 다른 무엇보다 사회의 다양한 이익과 요구가 광범위하게 표출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기준에서 지난 대선은 얼마나 민주적이었나?
민주주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분하며, 이제 우리 사회는 후자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보다 더 민주적인 선거에서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집단 간의 상충하는 이해관계, 고용주와 노동자의 상충하는 이해관계, 대형마트와 영세상인 간의 상충하는 이해관계가 충분히 표출되고 그들의 요구가 아래로부터 모아지며 그러한 조직적 활동의 힘이 한껏 드러나지 않는다면, 누가 당선되든 신뢰할 만한 정부 정책으로 경제 민주화나 사회 복지 확대를 이루기는 어렵다. 파당적 이해관계에 묶일 수밖에 없는 정치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지식인·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주지 못한 것은 크게 안타까운 일이다.
책의 저자와 번역자가 인정하듯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는 독자가 가능한 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대중용 교양서이다. 그래서 우리 삶이 왜 점점 더 팍팍해져 가는지 답답한 사람들, 왜 지난 선거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실망스러웠는지 궁금한 사람들, 그리고 그 선거에서 참여하고 앞으로 참여할 지식인·전문가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책이 많이 팔린다면 재판에서는 더 많은 역자 해설주를 담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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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21130000194&md=20121203003541_AN
신자유주의 끈질긴 생명력, 그 비결은… (헤럴드경제, 이윤미 기자, 2012-11-30 09:47)
글로벌 위기 원흉 지목 불구 경제의 정치권력화 더 심화
국가-시장-기업간 안락한 조정
정부의 역할 기업에 양도, 공기업 민영화 등 독점화 초래
사적인 것 넘어 공공가치 추구
제4의 세력 작은 시민사회 통해 시장-국가 대립 돌파구 찾아야

2008년 글로벌 금융 붕괴 이후 원흉처럼 지목된 신자유주의는 몰락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명한 사회학자 콜리 크라우치(영국 워릭대 경영대학원 거버넌스 공공관리 부문 교수)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어느 때보다도 더 정치적으로 강력해졌다. 수년째 독한 화살에도 왜 신자유주의는 이상하게 죽지 않는 걸까. 크라우치는 국가와 시장, 기업의 관계를 통해 그 이유를 찾아낸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3자 사이의 ‘안락한 조정’(comfortable acommodation)이다. 이는 국가와 시장의 대립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논쟁이 잘못됐음을 전제한다. 즉 시장과 기업을 같이 놓고 보는 게 아니라 제3세력 즉 거대 기업이 핵심주체로 참여하는 삼각관계로 보는 것이다. 즉 신자유주의는 국가ㆍ시장ㆍ거대기업의 안락한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제, 반독점법을 무너뜨린 자유주의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이런 시각에서 신자유주의 쟁점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가며 ‘순수시장과 완전 경쟁을 통한’ 자유경제라는 게 얼마나 본질과 다른지를 보여준다.
우선 신자유주의자들이 추구한다는 ‘순수시장’은 없다. 모든 가격이 비교 가능하며 모든 것이 거래된다는 순수시장 조건과 달리 현실은 가격 없는 상품이 존재하며 시장은 외부성을 다루지 못한다. 또 시장의 진입장벽 때문에 부와 권력의 불평등이 축적되고 정보접근의 불평등, 강력한 이익집단이 정치과정의 내부자가 됨으로써 경제와 정치는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오히려 시장과 완전경쟁이 왜곡되고 무력해진 이유는 뭘까. 저자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반독점법의 무력화를 든다. 소수의 강한 기업만 살아남는 정책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고 거대 기업에 권력을 주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시민사회라고 알려진 미완성의 세력 집단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 시민사회의 조직들 자체가 인간이 운영하는 다른 제도에 비해 더 믿음직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사회는 진정한 다원주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본문 중)
저자는 신자유주의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인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특정기업의 독점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무원들이 민간 부문 인력에게서 배우도록 장려하고 민간부문 컨설턴트들이 정부의 정책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경제의 정치 권력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다.
케인스주의 수요관리의 위기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신자유주의가 약속한 안정적인 대량 소비도 허상이었음을 저자는 밝힌다.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빚을 지는 정부 대신 일부 빈곤층을 포함한 개인과 가구가 빚을 떠안는 ‘사유화된 케인스주의’가 바로 신자유주의 번영과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생긴 비현실적인 돈을 통해 실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이득을 얻었으며, 이런 무책임성이 공동선이 됐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걱정하는 것은 기업의 정치권력화다. 문제는 기업 스스로 진화한다기보다 정부가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하고 기업에 양도함으로써 벌어지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가령 초국적 기업에 부과되는 사회적 책무가 그것. 환경 및 아동, 노동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의 경우, 그 책임 수행 여부가 기업의 틈새 수요 창출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평판이기 때문에 실제로 행동을 바꾸지 않고서도 주장과 자기광고를 활용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미 전작 ‘포스트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를 빈 껍데기로 몰아가는 요소 중 하나로 글로벌 기업의 권력을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 거대 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입장은 안락한 3각관계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제4의 세력, 즉 작은 시민사회를 통한 4자 구도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시장과 국가의 대립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즉 신자유주의적 우파가 시장을 가리킬 때 실제로는 기업을 가리키는 오류와 좌파가 시장과 기업에 대한 대항력의 원천으로 본 국가가 정당의 이데올로기적 기원과 상관없이 거대기업의 헌신적 동맹자 노릇을 하고 있는 허점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적인 것을 넘어 공공의 가치를 추구할 가능성을 시민사회에서 찾은 것이다. 저자는 시민사회 조직들이 서로 다르고 때로는 대립하는 도덕적 의제를 추구하지만 그래도 도덕적 목표를 지닌 채 행동한다고 본다.
“어떤 종교나 신념 체계도 패권을 갖지 못하는, 경쟁하는 가치들의 복수성을 내포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는 게 크라우치의 단언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301942495&code=900308
[책과 삶]기업 지배에 종속된 국가·정치…그래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다 (경향, 김종목 기자, 2012-11-30 19:42:49)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 | 콜린 크라우치 지음·유강은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88쪽 | 1만5000원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시장의 한계와 신자유주의의 결함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아니라 개인과 가구가 경제성장의 짐을 떠안고 빚(주택담보 및 신용 대출)으로 금융자본을 먹여 살리는 ‘사유화된 케인스주의’로 번영을 이루다 파탄 지경에 빠졌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성장과 번영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여러 국가의 정부는 복지·공공지출을 줄여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거대 은행들은 망할 법도 했지만 살아남았다. 정부는 은행이 망하면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며 막대한 돈을 달라는 은행의 요구를 들어줬다. 공무원들은 수천명이 해고됐지만, 은행원들의 보너스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영국의 진보적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는 “(금융위기에도) 시장의 한계나 신자유주의의 결함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금융위기가 거대 기업, 특히 거대 금융기업들이 현대사회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는커녕, 그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만 기여했다”고 밝힌다.
책은 ‘이상하게 죽지도 않고 되레 살아난 신자유주의’에 관한 이야기다. 크라우치는 신자유주의 기원과 정책·이념의 확장 과정을 분석한다. 이 문제를 더 짚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고전적 자유주의가 표방한 경제와 신자유주의의 그것을 대비한다. 크라우치의 분석은 이렇다. “국가 개입을 최소로 한 채 시장이 지배하는 경제에 관한 자유주의의 원래 전망은 사멸한 듯 보였다.”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이념이 자유주의가 역설했던 순수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착각한다.
금융위기 때 정치나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는 순수 시장의 법칙이 작동했다면, 은행들은 시장에서 퇴장당했을 것이다. 진입 장벽도 엄연히 존재한다. 대형 항공기 제조업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독점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배한다. 이럴 경우 “경제 이론의 수학적 모델에서 가정하는 과정으로 가격과 상품의 질을 정할 수 없”다. 시장 참여자들이 ‘완전한 정보’를 얻는다는 것도 허구다. 크라우치는 “핵심적인 문제는 시장경제에서는 대부분의 정보 자체에 가격이 붙는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부유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쉽고, 효율적인 경쟁을 내려 더 부유해질 공산이 크다. 이런 불평등은 금융 시장에서 더 심하다. 거대 기업이나 부유층이 말하는 시장과 자유는 진입·퇴장 장벽이 없는 순수 시장이 아니라 도전받지 않는 재산권, 낮은 수준의 규제, 낮은 세금에 관한 것이다.
크라우치는 전작 <포스트 민주주의>(2004)에서 선거 같은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하는데도 소수 특권층의 권력이 강화되는 문제를 짚었다. 속편 격의 이 책에서도 민주주의 문제를 파고든다. 특히 “민주주의를 텅 빈 껍데기로 몰아가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로 글로벌 기업의 권력을” 부각시킨다. 그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본 ‘국가와 시장의 대립’이라는 구도로는 지금 신자유주의 문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신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3세력’인 거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은 정부의 많은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거대 기업은 시장과 국가의 작동을 변형시킬 정도로 힘이 세다.
다음 사례는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의 하나의 답이 될 것 같다. 2010년 금융 유통 시장에서 과거의 관행은 되살아났다. 기업 로비스트들은 미국 상원에서 작업에 착수하면서 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법안을 크게 약화시켰다. 기업이 단순히 로비스트 덕분에 죽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기업은 스스로 표준을 정하고 사적인 규제 체제를 확립하는 정치적 주체로 부상했다.
국가와 정치는 기업 지배에 종속된 양상을 보인다. 크라우치는 시장 모델이 요구하는 경제와 정치의 분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한다. 그는 선거운동 자금의 문제를 사례로 든다. 기업의 정치 개입은 전통적 의미의 ‘자유시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인데도, 특히 미국인들은 ‘일상적인 일’로 당연시한다. “정치권력과 경제적 부는 서로 교환 가능한 통화”가 되었다. 부의 불평등은 권력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크라우치는 “거대 기업의 성장에 조력함으로써 사적 경제권력과 국가권력의 강력한 결합에 공모”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지탱시켜온 주축인 ‘시카고 학파’의 문제도 여러 곳에서 비판한다.
책은 독점적인 공익 사업을 정치 연줄이 있는 사적 소유주들에게 넘겨준 것에 불과한 공기업 민영화 과정, 수요 관리가 사실상 사유화되면서 일어난 금융위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두루 짚고 있다.
크라우치는 “신자유주의가 이제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우파의 왼쪽’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진단한다. 크라우치의 대안은 비판의 강도만큼 세지 않다. “진정한 다원주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활력을 기대해보자는 정도다. 그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네 가지 힘 즉 국가, 시장, 기업, 시민사회 사이의 계속적인 긴장이 존재하는 경제를 지지한다”며 “이런 긴장이 창조적으로 유지된다면, 기업가의 혁신과 권력 불평등에 대한 억제를 모두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덧붙였다. “물론 계속해서 기업의 부가 지배하는 그늘 아래서 유지될 공산이 크긴 하지만 말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63266.html
위기 맞고도 건재한 신자유주의, 가면을 벗기다 (한겨레, 한승동 기자, 2012.11.30 20:32)
2008년 미국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투자은행 등 거대 금융업체들은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공적자금)에 매달렸다. 국가(정부)의 역할을 부정하며 오직 시장의 자유경쟁만 외치던 신자유주의의 총아들이 정작 위기에 빠지자 살려 달라고 달려간 곳이 국가였다면, 이보다 더한 모순이 어디 있나? 그것은 명백히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세상사가 통상적인 관례대로 굴러갔다면, 우리는 지금 파산한 신자유주의의 잔해를 처리하고 새 대안체제 적응에 바빠야 옳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발등의 불을 끄자 은행원들이 받는 거액의 보너스는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그들을 살린 정부의 수많은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구제금융 원천제공자인 일반 납세자들의 삶은 실업과 복지·공공부문 축소로 한층 더 피폐해지고 있다. 잇따른 위기에도 신자유주의는 건재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콜린 크라우치 영국 워릭대 교수의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공공정책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연구해온 이 사회학자는 기업, 특히 거대기업의 정치권력화로 민주주의 원리가 무력해진 오늘날 사회를 ‘포스트민주주의’라는 말로 개념화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초래한 경제구조상의 변화를 치밀하게 살핀다.
크라우치가 보기에 현존 신자유주의는 순수한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자유시장에 충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을 장악하고 공공부문과 국가까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그 실체는 바로 거대기업이다. 따라서 시장이냐 국가냐를 둘러싼 논쟁은 무의미하다. 정치는 시장과 국가, 그리고 이들의 동맹이자 지배자인 거대기업 사이의 ‘안락한 조정’으로 변질돼버렸다. 정당은 주요 자금줄인 기업과 최상층 부자들에게 기대고, 언론 또한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예에서 보이듯 거대기업과 부유층의 앞잡이로 전락했다.
그리하여 고용증대와 경제성장 토대인 공공부채를 국가가 책임졌던 케인스주의는 그 부담을 힘없는 개인과 가구에 떠안기는 ‘사유화된 케인스주의’로 변질됐다. 이제 개인과 가구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빚에 허덕이며 경제성장을 떠받치고 배부른 금융자본과 부자들을 먹여 살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 차례 그 의미가 엎치락뒤치락 뒤바뀐 자유주의 역사와 시카고학파, 그것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은 버지니아대 공공선택학파에 이르는 신자유주의 역사를 살펴가며 크라우치는 해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시민사회’를 국가·시장·기업에 이은 제4의 세력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4자 간에 긴장이 유지되는 경제체제를 만들고, 개인주의가 아니라 집단적인 공동의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다. 글쎄, 이게 대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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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그림자/창조경제, 알고보니 21세기식 박정희 모델?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30320134249
박근혜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미래일까?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 2013-03-25 오전 7:25:22)
[박근혜 취임 한 달] 창조경제, 알고보니 21세기식 박정희 모델?
박근혜 대통령은 유독 '미래'라는 단어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02년 당시 재선의 '박근혜 의원'이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에서 나와 만든 정당은 '한국미래연합'이었고, 그가 여당 내 소수 정파의 수장이던 시절 친박계를 자처하며 당을 뛰쳐나간 이들이 만든 당은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였다.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것은 '국가미래연구원'이었다.
현재 박 대통령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강조하고 있는 가치 역시 '미래'에 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수위에 놓이는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이며, 이를 청와대에서 지원하는 역할은 미래정책수석이 한다. 미래부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 부서임도 주지의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부"라는 언급을 통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선 기간부터 미래부는 이미 "박근혜 정부의 모든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집시켜,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는 부서"(2012년 10월, 새누리당 선대위)로 규정됐다. "창조기술의 산업 확산과 경제 각 부문의 상상력과 창의성 배양, 미래를 선도할 신성장동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연계 등이 미래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미래부 구성의 핵심 논리는 산업 간 융합에 있다. "창조경제는 융합이 핵심"(3월 18일 수석비서관 회의 모두발언)이라는 것이다. 공룡 부처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박 대통령은 미래부를 복수 차관제의 거대 조직으로 만들었다.
지난 12일 기업 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의 입에서도 '융합'은 쉴새없이 쏟아졌다. 그는 "방송통신 융합 분야를 비롯해서 IT와 미래 산업에 대한 각종 업무를 미래부에서 총괄, 원-스톱으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서 세계 속의 경쟁에 밀리지 않도록 하려 한다"고 미래부 설립 취지를 밝히면서 "제가 구상한 창조경제는 IT와 산업의 융합,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 간에도 '융합'…본질은 미래부와 같다
박근혜 정부에서 '융합'은 산업 분야 간에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이나 취임 이후 거의 모든 공개 발언에서 '행정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언급했다.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모든 부처가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통해서 일관성과 효율성을 다졌으면 한다"(18일 수석비서관회의)는 취지다.
부처 간 업무의 융합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든지 협의 기구를 만들어서 너와 나의 일을 구분하지 말라"며 "TF팀이나 협의체를 만들었다고 하면 예산이 그 협의체로 가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예산 운영과 인사 평가 시스템도 부처 간 협업을 염두에 두고 손을 보라는 것.
박 대통령이 미래부를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산업 간 융합이나 정부 내에서 이끌어내려 하고 있는 부처 간 협업은 같은 맥락을 가진다. 대통령이 제시한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업무영역이나 산업분야의 구분은 없어져야 하며, 목표 중심으로 모든 것이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제시한 목표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목표 지향적 체제는 효율성 극대화라는 무시 못할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국가의 핵심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것이 동원되는 체제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이끈 '박정희 체제'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업무 처리 메커니즘으로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식 구조가 된다. 박근혜 정부 1기의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상명하복에 익숙한 관료 출신인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관련 지시를 보면 이런 우려가 단지 기우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문화와 산업, 그리고 과학기술도 서로 접목해서, 접목되는 부분에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시장과 수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을 전부 찾아내 수석실과 각 정부 부처에서 챙기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전부 찾아내 챙기는' 이같은 방식의 지시는 바로 국가 주도 산업화를 추진했던 '박정희 모델'을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박근혜 정부가 '21세기형 박정희 정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관측은 여기에 기인한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지난 7일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미래부를 "박근혜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에 비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래' 대신 '근대화'라는 목표를 제시했었는데, 박 대통령이 '미래'를 향한 국정 기조로 제시했던 국민행복, 경제부흥, 창조경제, 문화융성이 박정희 시대의 민족중흥, 잘살아보세, 과학입국, '체력은 국력'을 연상시킨다는 것도 묘한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박근혜의 미래, 21세기식 박정희 모델일까?
박정희 체제의 긍정적 측면을 짚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난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장기 전략을 세워 필요한 투자와 정부 지원을 해서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박정희 모델이었다면 그건 항상 유효한 전략"이라면서도 "예전처럼 대통령이 재벌총수에게 강제로 '여기다 투자해라, 저기다 투자해라' 하는 것이 박정희 모델이라면 그건 이미 시대가 지나간 것"이라고 했었다.
장 교수의 조언대로 박근혜 정부는 투자와 지원을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융합 테마주'로 분류되는 일군의 기업들의 주가만 올려놓고 끝날까? 미래부 장관이 아직 임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섣부른 예측은 위험할 수 있다. 다만 몇몇 불길한 조짐들은 보인다.
우선 창조경제를 이끌 현장 지휘관 격으로 박 대통령이 발탁했던 2건의 인사는 모두 실패했다. 김종훈 전 미래부 장관 후보자와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다. 관료 출신이 다수인 박근혜 정부에서 이들의 현장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미국과 기업 현장으로 돌아갔고 '창조경제'는 관료들에게 맡겨졌다.
정태인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구상에 대해 "표제는 좋다. 사회적 자본, 융합 얘기도 나오더라"고 긍정적 측면을 짚으면서도 "관료들이 하던 것을 그대로 나열한 것"이라며 "개념과 정책이 따로 노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국가가 개입할 부분과 놔둬야할 것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걸 구분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큰 틀에서 별달리 다를 것이 없는 '혁신경제', '두 바퀴 경제'론을 주창했었고, 본인 스스로가 성공한 IT 기업인이었던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최근 "밑에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창조이지, 위에서 명령하듯이 하면 창조가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위에서 '신성장 동력' 이런 식으로 아이템을 정해버리는 것은 요즘 맞는 접근 방식이 아닌데다 '융합'이 잘 되지 않게 벽을 치는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싹트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하준, 정태인 그리고 안철수. 이들의 조언은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융합이라는 방향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빅3'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한 방향이기도 하다. 다만 국가 주도, 관료 중심의 하향식 체제로 '창조경제'가 잘 될까 하는 점에 대한 우려도 한결같다.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우려를 기우로 돌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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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2192239005&code=910100
박근혜에 드리운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들 (경향, 안홍욱 기자, 2013-02-19 22:39:00)
ㆍ아버지 사람 전면 배치
ㆍ권력 집중 1인 통치 방식
ㆍ복지 외치며 성장 지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내각과 청와대의 주요 보직 인선을 마무리하며 국정을 운영할 채비를 마쳤다. 발탁된 인물들과 이를 통해 읽히는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방향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목표는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구호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정책기조와 이를 뒷받침할 인물들은 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경제나 복지 정책에서 성장론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아직 복지 공약 실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방향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증세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성장론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 시장론자인 현오석 후보자를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에 기용하는 등 인선에서도 이 같은 점이 드러난다.
박 당선인의 사람을 고르는 것과 이로부터 유추되는 국정운영 스타일도 아버지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다. 이번에 중용된 인물들은 대부분 고시에 합격한 관료이거나 교수 출신의 전문가들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인선과 똑같다. 심지어 이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 치세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한 이들도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1974년부터 6년간 ‘박정희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해 ‘부녀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975년 ‘박정희 개발성장’의 밑그림인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은 부친에 이어 박 당선인과 대를 이은 인연을 맺게 됐다.
권력이 분산되지 않고 박 당선인에게 집중되는 ‘1인 통치 방식’도 나타난다. 이번 인선으로 청와대 비서진을 통해 내각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나타났듯 박 당선인만 쳐다보게 하는 리더십이 ‘박정희 시대’가 30여년 흐른 상황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 과정에서 현장 방문 경험을 전하며 정책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과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가 향후 주요 인선을 총괄하는 만큼 부처 장관들의 청와대 눈치보기가 강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박 당선인과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정희 시대의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이제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초석을 놓겠다”고 했다. 안상훈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은 앞서 박 당선인의 ‘창조경제론’을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30222153839
강력한 중앙집권, 새정부 열쇳말은 '박정희'?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 2013-02-25 오전 7:43:00)
박근혜 시대에 드리운 박정희 그림자
'박근혜 정부'가 첫발을 내디뎠다. 새 정부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 속에, 새 정부 곳곳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이 눈에 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신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예상하는데 있어서 '박정희 스타일'이 중요한 열쇳말로 떠오르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육영수 전 영부인이 문세광에 의해 암살된 1974년 광복절부터 1979년 10.26 사태까지 만 5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박정희 정부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이 기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이 향후 박 대통령의 정부 운영에 은연중이라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개연성 있는 추측이다.
경제기획원과 경제부총리
실제로 새 정부의 정책과 인사에는 곳곳에 박정희 시대를 연상케 하는 부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5대 국정목표의 첫머리에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놓였다. 반면 대선 기간 박근혜 캠프의 10대 공약 수위에 있었던 경제민주화는 하부 개념으로 전락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이 성장 우선주의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에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할 인물들이 경제기획원(EPB) 출신인 것도 눈길을 끈다. 경제기획원은 1961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 의해 창설됐고 1963년 경제기획원 장관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되면서 박정희 정부의 성장정책에서 견인차 역할을 했다.
부활된 경제부총리를 겸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박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은 현오석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다. 현 장관 후보자는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했고, 재정경제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을 때 경제정책국장을 지냈다. 조원동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도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기획원 외에 두 사람이 모두 몸담았던 KDI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곳이다.
그간 이명박 정부에서 강만수, 윤증현 기재부 장관 등 재무부 금융분야, 이른바 '모피아(MOFIA)' 출신들이 득세했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의 이헌재,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모피아' 출신으로 분류된다.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를 연상케 하는 수사(修辭. 레토릭)가 정권 이양기에 인구에 회자된 것도 이채롭다. 박 대통령 본인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 신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였던 안상훈 의원은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구상에 대해 "제2의 새마을 운동"이라고 했고, 고용·복지분과 간사였던 최성재 신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지명 소감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초석을 놓는데 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성장과 함께 박정희 시대의 또다른 키워드였던 '안보' 역시 강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발표에서 인수위는 '국방예산 증액을 국가재정증가율을 상회하는 폭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공산주의라는 것은 강한 데에 약하고 약한 데에는 강하기 때문에 우리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 (북한이) 언젠가 대화에 응해 오리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되살아난 '과학입국 기술자립'
새 정부의 구상이 담긴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도 '박정희 코드'는 숨어 있다. '창조경제' 전담 부처로 박근혜 정부의 실세 부서가 될 것이라는 평을 듣는 신설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표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휘호 중 유명한 것이 '과학입국 기술자립(科學立國 技術自立)'이었다.
유명 대중소설로 잘 알려진 고(故) 이휘소 박사와 박 전 대통령 간의 에피소드도 2012년 판으로 거듭났다. 이 에피소드에 담긴 이미지 중 '핵'과 관련된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2월 미 정부 및 의회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원자력협정 재개정을 2차례나 강조한 것과 연결된다.
박 전 대통령은 미국 측과의 약속을 깨고 1978년까지 핵개발을 계속할 만큼 핵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기사 보기) 다만 소설과는 달리, 이휘소 박사는 박 전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이나 독재에 비판적이었다는 것이 이 박사 유족의 증언이다. 핵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이 처음 시작된 것도 박정희 시대인 1978년이었다.
이휘소 박사 에피소드에서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아무래도 '핵'이지만, 이 에피소드에 담긴 다른 이미지도 있다. '해외 인재 등용'이다. 박 전 대통령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가 자리를 잡은 한국인 출신 학자와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조국 근대화' 구상에 동참해줄 것을 애국심으로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으로 지명된 김종훈 후보자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 자수성가한 이민 1.5세대다. 신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20년 넘게 일한 최순홍 전 유엔 정보통신기술국장이 임명됐다. 박 전 대통령의 유학파 인재 등용을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내각·청와대 곳곳에 '박정희 키드'
정부조직개편안에 담긴 또다른 '박정희 코드'는 강력한 중앙집권형 체제다. 청와대 경호처를 장관급 경호실로 격상하고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을 첫 실장으로 보임한 것은 대통령의 위상을 드높이는 조치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게 해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권의 '1차 거름막' 역할을 하게 한 부분은 '강한 청와대'의 마침표다.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시기부터 제기된 이같은 관측은 국무위원 및 청와대 주요 보직자 인선을 거치며 더 힘을 얻었다. 비서실장에는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3선 의원 출신의 허태열 전 의원이, 정무수석에는 '친박 중의 친박'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임명됐다. 반면 내각의 수장인 정홍원 총리·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전문성과는 논외로 정치적인 힘이 아무래도 떨어진다는 평이다.
평균연령을 봐도 청와대(61.1세)가 내각(58.2세)보다 약 3살 많다. 내각보다는 청와대가 강한 것이 1기 박근혜 정부 인적 구성의 특성인데, 그렇다고 청와대 실장이나 수석 가운데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만한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1인의 국정 지배력이 극대화되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친정 체제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도 '박정희 코드'는 숨어 있다. 총리 이하 국무위원 18명과 청와대 실장·수석 12명까지 30명 가운데 관료 출신이 14명,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지만 원 출신이 관료인 허태열, 유정복(내무관료), 김장수(군인), 진영(판사) 의원까지 넣으면 18명이 된다.
관료 출신 가운데서도 윤성규 환경장관 내정자는 기술관료 출신(기술고시13회)이다. 학자·연구자 출신도 7명이나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거의 모든 정책을 고시 출신 관료나 학자들과 상의했던 점이나 기술 인력을 중시했던 점을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있는 '박정희 인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행정고시 출신인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4년부터 전두환 정권기인 1985년까지 청와대 비서실 정무1실에서 근무했다. 10.26 사태까지 5년간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한 것.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기획원 사무관 시절이던 1975년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고, 최성재 고용복지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전 영부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설립된 서울대의 지방출신 수재 기숙사 '정영사' 출신이다.
2대에 걸친 인연도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서종철 국방장관의 아들이다. 서 전 장관은 5.16 군사정변 당시 정변 주도세력의 지휘소였던 6관구 사령관이었고 박정희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장관을 지냈다. 특히 서 전 장관은 1975년 인혁당 사태 당시 군법회의에서 도예종씨 등 8명이 사형판결을 받자 그 즉시 사형집행명령서에 서명해 이들을 사형시킨 장본인이다.
또 류길재 통일장관 후보자는 고 류형진 대한교육연합회장의 아들이다. 류 전 회장은 5.16 사태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의장 고문을 맡았고 국민교육헌장의 초안을 작성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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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그림자]성장주의·1인 통치·기술관료 중용 ‘아버지 스타일’ (경향, 오창민 기자, 2013-02-19 22:26:55)
ㆍ성장 중시 정책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정 비전을 ‘희망의 새 시대’로 정했다. 선거 과정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을 보좌하며 국정을 함께 책임질 내각과 청와대 인선 뚜껑을 열어보니 감춰져 있던 ‘성장주의’가 드러났다. ‘구시대’ 인물이 대거 포진해 경제민주화나 복지 공약 실천보다는 성장에 진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대표적인 예다. 현 후보자는 행정고시 14회로 1974년 관가에 입문해 관료 생활 초기 주로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에서 일했다. 경제기획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짜고 거시경제의 키를 쥐고 있던 개발경제시대의 핵심 부서다.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계획을 입안했던 실무자가 30여년 뒤 딸(박근혜 당선인)의 경제사령탑으로 일하게 된 셈이다.
새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는 단순한 자리가 아니다. 검사 출신 정홍원 변호사가 국무총리에 내정돼 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사실상 경제부총리가 전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임무를 맡기에 현 후보자는 적임자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 후보자는 2009년 KDI 원장에 부임한 이후 경제민주화와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적극 옹호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히는 양극화, 가계부채 위기, 부자감세로 인한 재정악화, 친재벌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한 경제력 집중 등에 관한 비판은 전혀 하지 않았다. 각종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복지 정책 확대나 대형마트 규제 등에 반대하는 일관된 친재벌·성장주의 입장을 밝혀왔다. 박 당선인은 자신의 핵심 공약과 전혀 맞지 않는 인사를 경제 정책과 재정 예산까지 총괄하는 경제부처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19일 성명에서 “현오석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운영 기조인 경제민주화 과제를 수행하는 데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부동산·주택 정책 등을 총괄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박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다. 박정희 정권 때 국방장관을 맡은 고 서종철 전 국방장관의 아들이다. 서 후보자 역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공급을 늘리자는 전형적인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평소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 중심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는 부동산 경기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를 철폐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를 연상케 하는 슬로건도 등장했다. 지난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서 ‘제2의 새마을운동’이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박 당선인도 18일 “새마을운동은 정부가 막 이끈 것 같지만 국민이 자발적으로 한 부분이 크다”고 거들었다. 새마을운동의 부정적 의미를 퇴색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의 성장주의 회귀는 인수위 구성 때 이미 예고됐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던 인사를 배제하고, 시장 중심의 성장론자와 행정 관료를 전진배치했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은 “경제민주화를 용도폐기한 것이다. 과거 식의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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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그림자]‘강한 청와대’로 내각 장악… 대통령 중앙집권식 운영 (경향, 안홍욱 기자, 2013-02-19 22:27:07)
ㆍ1인 통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9일 마무리한 인선을 통해 직접 내각을 통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청와대가 실무형으로 꾸린 내각을 관장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하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구상하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책임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과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당선인이 관료·전문가를 내각의 전면에 포진시켰지만 ‘박근혜 정부’의 지향점을 보여줄 만한 상징적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에서 정보통신기술로 회사를 일군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정도가 이런 비판에서 벗어난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책임총리, 책임장관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에 직면한다.
일각에선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낙마한 이후 박 당선인이 ‘최고의 인물’을 찾기보다는 인사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두고 한 인선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지만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의 공약과는 엇나갈 공산이 크다. 박 당선인은 대선공약집에서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고 총리의 정책조정·정책주도 기능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장관제와 관련해선 “예산·인사·조직 권한을 각 부처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한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최근 청와대 비서진을 통해 내각을 직접 관장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비서는 비서일뿐 일은 장관들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인선된 장관들은 국정운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보다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역할에 머무를 것이란 평가가 많다.
청와대에 박 당선인의 측근들이 포진해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친박(근혜) 맏형’ 격인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를 비롯해 대선 캠프와 인수위를 거치며 박 당선인과 호흡을 맞춘 인사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했다. 청와대가 박 당선인의 친정체제로 구축된 것이다.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은 내각을 직접 이끄는 대통령의 중앙집권식 통치 스타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을 총괄하는 기구가 있음에도 비서실에서 공약 마련을 주도한 것을 연상시킨다.
조순형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위원은 뚜렷한 소신과 실천력이 있고 국정에 대한 기본적 이해, 식견, 경륜도 있어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박 당선인이 책임총리, 책임장관제 공약을 그냥 포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주요 인사권을 틀어쥐게 되는 것도 부처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도록 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장관이 얼마나 부처를 책임있게 이끌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60대 청와대’를 통해 ‘50대 내각’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 실장·수석비서관 평균 나이는 61.1세, 내각 후보자는 57.6세(총리 후보자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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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그림자]고시 관료·외국박사 등 관리형 기용… 다양성 실종 (경향, 유정인 기자, 2013-02-19 22:26:50)
ㆍ관료·전문가 중용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청와대 인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고시에 합격한 관료’, ‘외국 박사학위를 소지한 학자’다. 정부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첫 인선이 관료·학자 출신의 전문가에 집중된 것이다. 전문가들을 집중적으로 기용함으로써 ‘효율성’을 행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신 ‘다양성과 통합’ 가치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회를 ‘수평’으로 훑어 인재를 찾기보다 ‘수직’으로 두껍게 하는 인사를 했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의 인선 기준은 철저히 ‘전문성’을 지향한다. 관련 분야에서 최고 경력을 쌓거나 학문적으로 연구하지 않은 사람은 배제되고 있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 당시 거의 모든 국가 정책을 관료나 교수 출신 전문가와 함께 토론하고 집행한 것과 똑같다.
박 당선인의 고시 출신 ‘관료 사랑’은 수치로 드러난다. 30명 중 16명을 모두 행정·외무고시와 사법시험, 육사 등을 거친 관료(군 포함)에서 낙점했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행시 8회)부터 현오석·서남수·유정복·유진룡·윤상직·조원동·모철민 내정자 등 8명이 행시 합격으로 공직에 진출했다. 행시에 합격하고 학자의 길을 걸은 유민봉 수석 내정자까지 합치면 9명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사시 14회)와 함께 황교안·진영·조윤선·곽상도 내정자 등 5명은 사시 합격자다. 김장수·박흥렬·김병관 후보자는 육사를 나왔고, 윤병세·주철기 내정자는 외시를 통과했다.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한 윤성규 후보자도 이후 기술고시를 합격했다.
석·박사 학위 소지자도 압도적으로 많다. 청와대 12명만 들여다봐도 8명이 박사다. 이 중 4명(최성재·모철민· 최순홍·유민봉)이 미국 유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조원동 내정자는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허태열 내정자와 이남기·김장수 내정자 등 3명은 국내 박사지만, 허 내정자는 미 위스콘신 대학 석사로 외국 학위 소지자다. 곽상도(성균관대 대학원 석사)와 주철기(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벨기에 브뤼셀 자유대 대학원 석사) 내정자까지 폭을 넓히면 석·박사 출신이 10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문가 기용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관료 등 전문가 기용은 민간 분야에 비해 정부 기관이 월등히 앞선 역량을 보유했던 과거 개발 시대에나 통했다는 것이다. 관료들이 자기들만의 논리로 문민 통제를 거부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도 국민 시각에서 정무적으로 판단하는 인물들의 내각 기용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전문가 및 효율성 중심의 내각이 되다 보니 여성이나 장애인 등의 기용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청와대 3실장 9수석 중 여성은 없다. 내각을 합쳐도 조윤선(여성가족)·윤진숙(해양수산) 후보자 등 2명뿐이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여성의 역할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강조한 데 비춰보면 초라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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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그림자]성공한 동포 발탁·상명하복 운영 ‘개발시대 리더십’ (경향, 임지선 기자, 2013-02-19 22:26:10)
ㆍ통치 스타일
‘박근혜 시대’에 1960~1970년대 ‘개발 시대’ 리더십이 되살아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인선부터 정부조직법 처리 등 국정운영 예고편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나를 따르라’식 ‘계몽군주’의 모습이 어른거린다는 것이다. 국가 성장의 방향이나 인재·동력을 선진국 모델에서 찾고, 지도자가 결정하면 관료는 집행하고 국민은 따르는 ‘상명하복’의 국정 흐름 등 저개발 국가·시대의 리더십과 닮았다. 하지만 아버지 시대와 국가의 경제력, 정치의식 모든 것이 판이하고, 다기한 이해관계 조정과 소통이 정치적 권위의 원천인 민주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에 자칫 시대착오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미래부 김종훈 후보자는 이휘소 박사 경우와 유사
정부 조직법 처리·인선 ‘민주적 소통’ 부재 우려

우선 ‘창조경제’로 집약되는 국가 미래 방향에서부터 개발 시대의 논리가 엿보인다. 박 당선인은 그 핵심으로 ‘공룡 부처’ 논쟁의 대상인 미래창조과학부에 큰 기대와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미래부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창조경제를 일구고, 이것이 차기 성장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지나친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 우려는 물론이고, 창조경제가 어떤 실질적 파급효과를 가져올지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창조경제 개념에 반대한 것도 그런 이유다. 마치 아버지 시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식 그림자가 비치는 대목이다.
특히 그 창조경제의 지휘자로 김종훈 미국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을 영입한 것은 아버지 시대의 ‘인재 발탁’을 연상시킨다. 인재가 부족하던 시대에 박 전 대통령이 조국 근대화에 동참해달라며 애국심에 호소해 미국·독일 등 선진국 유학파 인재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던 모습과 닮았다. 귀국이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유명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가 대표적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19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한국 사회에서 변화를 초래하려고 할 때 외국에서 성공한 동포를 데리고 온 경우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며 “결국 경제개발에 선진국 실정을 따라가고, 정보통신산업으로 드라이브를 걸려는 것인데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말했다.
정책집행에 특화된 관료 중심의 국무위원·수석 기용, 그 과정에서 보안을 최우선시하는 ‘깜깜이 인선’은 박 전 대통령의 ‘계몽군주’적 스타일 그대로다. 그 누구도 “나는 인선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전언처럼, 오로지 지도자의 ‘낙점’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반복된 것이다. 인선을 하고도 2인자를 두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기보다는 보좌에만 충실한 인사들을 곁에 두고 쓰는 것도 박 전 대통령 용인술과 닮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집행을 잘하는 관료를 쓰고, 경량급 인사를 택하는 이유는 박 당선인 스스로 모든 것을 쥐고 가겠다는 뜻 아니냐”면서 “소통을 원하는 사회와는 안 맞는다는 지적이 현실화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난산을 겪고 있는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선 ‘나를 따르라’ 스타일이 더욱 선명하다. “박 당선인이 오래 고민해온 그대로”(한 인수위원)란 전언대로 반론이나 이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야당에 “한번만 도와달라”고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국회에서의 협상에서도 유연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예 박 당선인은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부처의 장관 내정자부터 발표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 ‘나는 할 테니까 협조하라’는 식에서는 국회와 야당을 경시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반대가 있으면 소통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민주적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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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그림자]“제2 새마을운동, 제2 한강의 기적, 잘살아보세” (경향, 강병한 기자, 2013-02-19 22:25:57)
ㆍ개발시대의 구호와 담론
ㆍ박 당선인 측근·공직자 앞다투듯 잇따라 언급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박정희 정권 시절의 담론과 구호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탄생으로 박정희 시대 국가철학과 인물들이 부활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당선 직후 회견에서 “다시 한번 ‘잘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받아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말 박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 ‘잘살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세계 속에 우뚝 일어섰던 실사구시의 국민정신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잘살아보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1971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해 전국에 보급한 노래 제목이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안전과 경제부흥이라는 박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실천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16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농어촌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주민 역량을 결집해 마을 발전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2011년부터 추진 중인 ‘우리 농어촌 운동’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박 당선인 경제철학인) 창조경제의 개념을 흔히 시장경제에 대해서만 얘기하는데 이것을 확장하자는 것”이라며 “ ‘두 번째 새마을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 ‘제2의 한강의 기적’의 초석을 놓는 데 미력하지만 당선인을 돕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 측 인사들의 ‘제2의 새마을운동’ ‘제2의 한강의 기적’ 등 숫자 2를 강조하는 표현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적으로 박정희 정부의 제2기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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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그림자]부친이 썼던 인물 또 쓰고… 대를 이어서 중용 하기도 (경향, 정환보 기자, 2013-02-19 22:25:44)
ㆍ박정희 연고 인물 발탁
‘아버지 사람은 내 사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새 정부 내각과 청와대 주요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대를 이은 인연’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상 최초의 부녀 대통령에 이어 새 정부 주요 인사들 중에서도 다수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 집권기에 청와대와 정부에서 직접 일을 했던 ‘아버지의 사람들’이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1974년부터 1985년까지 11년간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박정희·최규하·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1974년 모친 육영수 여사의 사망으로 ‘퍼스트 레이디’ 대행을 했던 박 당선인과 청와대 근무 시작연도가 같은 허 내정자는 28년 만에 청와대로 ‘컴백’했다.
경제 관료 출신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사무관이던 1975년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7~1981년)’ 수립에 참여했다. 박정희식 압축성장의 ‘밑그림’을 그렸던 인물이 후대에 다시 경제 수장 자리에 지명된 것이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각각 부녀 대통령 내각에 참여하게 된 ‘부전자전’형도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부친인 고 서종철씨는 박 전 대통령의 육사 1기 선배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육군참모총장과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거쳐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 부친인 고 류형진씨는 5·16 쿠데타 직후 설립된 국가재건최고회의 교육부문 고문을 지냈다. 이후 제3공화국 교육정책 수립과 국민교육헌장 초안 작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정권’에서 직접 일을 하진 않았지만 부친의 영향을 받은 인물들도 이번 인사에서 중용됐다.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박 전 대통령 시절인 1968년 서울대 안에 설립된 기숙사 ‘정영사’ 출신이다. 정영사라는 이름은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가운데 글자 ‘정’과 ‘영’을 따 붙여졌다. 최 내정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정영사 1기생이다. 1975년 정영사 동문회장을 맡은 최 내정자는 당시 청와대를 방문해 박 당선인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출신으로 영남대를 나온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는 출신 대학이 인연의 고리다. 과거 학교법인 이사회 정관에 박 전 대통령을 ‘교주(校主)’로 지칭한 영남대는 박 당선인이 부친 사후에 법인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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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민연금만 뜯어고치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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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컴즈 개인정보 유출 첫 패소…집단소송 뇌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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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주민번호 수집 금지 시행 / 인터넷 실명제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901644&cp=du
인터넷 주민번호 수집 금지 내주부터 시행한다는데… 포털·쇼핑몰 업체들 준비 부족으로 곤혹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해인 기자, 2013.02.14 18:11)
다음 주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포털, 인터넷쇼핑몰, 게임 등 관련 업체들이 이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23조 2항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이들 인터넷 기반 업체들은 본인 확인 목적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아이핀, 휴대전화 인증, 신용카드, 공인인증서 등의 대체 방식으로만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 이 법률의 적용 대상 업체는 23만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인터넷 업체들은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라는 대의명분만 강조하면서 정작 주민번호 대신 인증대체수단을 준비해야 할 업체들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위반하면 어찌하겠다’는 말만 반복해 왔을 뿐 업체들이 준비할 시간, 비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업체들의 대체인증 준비가 늦어진 데는 정부의 늑장이 한몫했다. 정부가 개정 법률 시행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체인증 방식인 휴대전화 인증과 관련해 통신사를 인증기관으로 선정한 것은 지난해 12월말이었다. 정부가 주민번호 대체 인증수단으로 적극 권장하고 있는 ‘아이핀’의 국내 등록자수는 8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가장 유력한 대체수단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통사를 통한 휴대전화 인증은 업체들의 시스템 투자와 인증수수료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해마다 휴대전화 인증으로 떠안게 될 수수료 부담이 10억원에 달한다”며 “중소업체들의 경우 몇 천만원의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계도기간이 만료된 만큼 주민번호 수집 및 이용실태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반복해 업체들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단속·처벌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한 중소게임업체 관계자는 “보안문제가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 보안 시스템 및 인력 강화 등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하다”며 “지금은 점검과 처벌을 운운하기보다 작은 업체들이 위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지원책을 논할 때”라고 강조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2142146575&code=930301
공공기관이 되레 개인정보 보호 ‘역행’ (경향, 홍재원 기자, 2013-02-14 21:46:57)
ㆍ인터넷 주민번호 수집 오는 18일부터 전면 금지
ㆍ방통위 등은 ‘예외’… 법 적용 민간기업 한정 탓

오는 18일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한 방송통신위원회는 홈페이지에서 여전히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되레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는 셈이다. 방통위는 “인터넷상에서 주민번호 수집·이용을 금지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18일부터 본격 시행되며, 오는 3월부터 각 사이트에 대한 집중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이날 방통위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민원게시판이나 국민제안게시판에 글을 남기려면 주민번호를 입력해 실명인증을 받아야 했다. 다른 공공기관도 주민번호가 실명인증에만 사용된다고 명시하고는 있지만 역시 주민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하거나 대검찰청 자유발언대에 글을 남기려 해도 주민번호를 입력해 실명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실명인증을 요구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의 적용 대상이 민간기업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정보관리는 행정안전부 지침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다. 결국 방통위는 민간기업의 주민번호 수집 금지는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체 홈페이지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해킹 등 인터넷 사고 때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고 주민번호 등이 다른 사업 목적에 활용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주민번호 수집을 원천 금지해 불법 정보유통을 막자는 게 방통위 새 법안의 취지다. 공공기관도 해킹 대상에서 예외가 아닌 만큼 관행적인 주민번호 수집은 제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공기관의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행안부 관계자는 “민간업체 쪽 정보 강화 노력과 별도로 공공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관리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기관 업무의 특성상 주민번호 등을 완전히 삭제하기는 어렵다”며 “개인정보 암호화 및 아이핀 인증 대체 등 공공부문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단계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제도에 따라 포털 등 모든 사이트는 이용자에게 회원 가입 등을 할 때 주민번호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기존에 수집한 주민번호도 내년 8월까지 파기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실제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와 넥슨 등 주요 게임사이트는 회원 가입을 할 때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가능하도록 바꿨다. 다른 주요 사이트들도 주민번호 실명인증이 금지됨을 공지하면서 이를 대체할 인증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영세한 사업자가 많은 쇼핑몰이나 중소형 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비상이 걸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이핀이나 통신사 인증 등 새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면서 “정부에서는 6개월의 시간을 줬다고 하지만 세부적인 방법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영세업체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it/573960.html
인터넷서 주민번호 수집·이용 18일부터 금지 (한겨레, 이순혁 기자, 2013.02.14 20:06)
정부 단속 팔 걷자 업체들 “준비부족” 비명
지난해 8월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라, 18일부터 인터넷상에서 주민번호 수집·이용이 금지된다. 정부는 실태 조사와 함께 단속에 나설 계획인데, 현장에서는 준비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상에서 주민번호 수집·이용 금지 계도기간(6개월)이 만료됨에 따라 18일부터 주민번호 수집·이용실태 점검에 나서겠다. 위반 사업자는 시정명령 등을 통해 엄격하게 조치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거나 법령에서 허용하고, 불가피한 경우로 방통위가 고시한 경우가 아니면 주민번호 수집·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과 이에 따른 유출 사고 등을 막기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했고, 다음달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사이트와 게임·성인물 관련 앱 등을 먼저 단속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게임·전자상거래 등 관련 업계 쪽은 갑작스런 시행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도기간 6개월 동안 공인인증서와 아이핀 등 대체 수단을 통한 본인인증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했다지만, 실제 시스템 구축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부 이동통신 부가서비스 사업자들은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대책이 없다’는 업체들의 하소연에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을 막기 위한 법안이 통과된 뒤 6개월이라는 계도기간 동안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니, 이제 와서 어깃장을 놓는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중소 영세 웹사이트 사업자는 인터넷진흥원의 전문인력을 통해 주민번호 수집 창 삭제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 사업자들이 지난달 말 낸 공동건의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뜰폰 업체들은 현재 가입자를 유치할 때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데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되면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정보통신망법 적용 유예 또는 본인인증기관인 통신사가 알뜰폰 업체들의 본인인증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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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49
SKT·KT·LG U+가 본인확인기관이라는 꼼수 (미디어스, 김수정 수습기자, 2012.12.28  16:24:13)
방통위 지정…개인정보보호위 ‘권고’와 배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SK텔레콤, KT, LG U+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했다. 본인확인업무 명목으로 이통 3사에게 주민번호 수집 및 사용을 허용,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은 지 1달 여만이다.
방통위는 28일 열린 72차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 KT, LG U+를 정보통신망법 23조의3에 의거해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본인확인기관이란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본인확인 수단을 개발·제공·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방통위가 지정한다.
방통위는 지난 본인확인기관 지정신청서를 받아 2달여 간 외부 전문가의 1, 2차 심사를 거친 후 이번 결정을 내렸다. 심사기준은 △물리적·기술적·관리적 조치계획 △기술적 능력 △재정적 능력 △설비규모의 적정성 등 4가지로, 통신 3사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다만, 각 통신사별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통 3사는 본인확인 업무와 관련된 이용약관을 제정·운영해야 한다. 또, SK텔레콤과 KT의 경우 개인정보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보완·강화하도록 조건을 부과해 내년 1월 10일까지 방통위에 이행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본인확인 유지 여부를 사업자 자율에 맡겨 지난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위원장 박태종)로부터 ‘권고’를 받은 것과 배치된다.
지난 8월 인터넷 주민번호 수집 금지 및 수집된 개인정보 파기를 골자로 해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됐고, 같은 달 헌법재판소도 인터넷 본인확인제에 위헌 결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을 내렸다. 하지만 방통위는 그 동안 본인확인 여부를 사업자 자율에 맡겨 주민번호 수집 및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왔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방통위에게 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2(주민등록번호의 사용 제한) 규정과 관련, 개선하라고 권고 조치한 바 있다.
방통위는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근거가 사라지자 휴대전화를 본인확인 인증수단으로 제공, 이통 3사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로써 이통 3사는 아이핀 사업자 3사(NICE신용정보, 서울신용정보, 코리앗 크레딧뷰로), 공인인증기관 5사(정보인증, 전자인증, 무역정보통신, 코스콤, 금융결제원)와 동등한 위치가 됐다.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이통 3사 본인확인기관 지정은 본인확인제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무색하게 하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방통위는 신용정보회사, 이통사 등 몇몇 기관에게만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특혜를 주고 있다”며 “이러면 헌재의 위헌 결정 효력이 이용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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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ct.jinbo.net/drupal/node/7316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권고, 고무적이지만 아쉬움 남아 (2012년 11월 27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어제(11/26)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12년 제19회 회의를 개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제한」규정 관련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결정은 우리 단체가 지난 8월 23일 헌법재판소의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 이후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여전히 본인확인업무라는 명목으로 광범위하게 주민번호의 수집 및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에 대하여 같은 달 28일 이 위원회에 진정한 데 따른 것이다.
http://act.jinbo.net/drupal/node/7124
올해 2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가 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2에 따르면, 본인확인 업무나 영업상 필요한 경우 특정 업체들에 주민번호 수집과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제23조의2(주민등록번호의 사용 제한) 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없다.
1. 제23조의3에 따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
2. 법령에서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을 허용하는 경우
3. 영업상 목적을 위하여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이 불가피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2 제1항 각 호에 따라 예외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경우에도 동법 제22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함을 명확히 할 것 △정보통신망법 제22조 제2항 제1호 및 제2호에서 규정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사유가 '주민등록번호'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 △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2 제1항 제3호의 '영업상 목적을 위하여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이 불가피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하는 경우'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권고하였다.
정보통신망법이 원칙적으로 주민번호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확인기관이거나 영업상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해주면 당사자 동의와 무관하게 주민번호를 예외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이 법의 전체적인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일일뿐더러 위헌적이다. 예컨대 정부가 광범위하게 보급하는 아이핀(i-pin) 제도는 3개의 민간신용정보업체에게 전국민의 주민번호를 몰아다 주는데, 정보주체는 이 정보를 삭제할 수 없고 이 업체들이 이 정보를 다른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알 길도 없다. 이동통신사는 영업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법적 근거도 없는 주민번호의 제공을 강제해 왔고 그 과정에서 KT는 80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에 있어 정보주체의 동의에 의해야 한다는 개인정보보호 원칙에 충실하게 정보통신망법을 해석하고 그 개선을 권고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여 즉각적인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본인확인제 위헌결정과 본인확인업무는 무관하다고 보고 본인확인업무와 기관 지정 그 자체에 대하여 우리 단체가 진정한 내용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은 점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록 각 조항의 연혁적인 기원이 다르다 할지라도 본인확인제와 본인확인업무와 기관 지정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본인확인제(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를 적용해야 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기관의 아이핀 발급서비스를 제공(동법 제23조의2)하도록 요구해 오지 않았던가. 본인확인제도의 위헌 결정으로 정보통신망법에서 주민번호를 수집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규율하지 않는 본인확인 업무와 기관에 대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그 지정을 계속하는 것은 언어 도단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법적 근거 없이 '불가피하게' 주민번호를 사용해야 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으나, 그들이 누구인지 밝힌 바도 전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문에 적시되어 있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충실하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들의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에 대한 제한에 즉각 나서는 것이다. 특정 업체들에게 주민번호를 예외적으로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주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과 전혀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주민번호를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엄격히 필요한 경우로 제한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과도 어긋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개인정보감독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법리적 해석을 넘어서 정보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8425
18대 대선, 인터넷 선거실명제를 폐지하라 - [공동논평] ‘악법도 법’인가? (참세상 외 2012.11.27 16:51)
올해 8월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재판관 전원일치의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되지 않아 18대 대선기간에도 적용된다.
8월,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위헌 판결을 내렸다.
또한, 헌재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 게시판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밝히며 모바일 게시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사실상 실효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주요 포털사이트의 본인확인제도가 폐지됐다. 선거실명제를 관할하는 중앙선관위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취지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아 국회에 인터넷 선거실명제 폐지의견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뒤이어 9월 5일에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100여 개 인터넷 언론사들도 선거실명제를 폐지하라며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인터넷 선거실명제도는 곧 폐지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국회에서 선거실명제 폐지 논의는 공전되었고 여야 정당의 무관심 속에 인터넷 선거실명제 폐지는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중앙선관위 “지난 8월의 헌재 판결 취지를 잘 알고 있지만 이는 공직선거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관위는 현행법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며 인터넷 선거실명제 실시를 강행하고 있다.
선관위의 논리는 한마디로 ‘악법도 법’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이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벌써 오래전에 입증되었지만, 군사독재 시절 법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던 그 논리를 2012년 대선에서도 다시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실명제는 아직도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로 남아 있다. 2010년 프랭크 라뤼 UN 인권보고관은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며, 2011년 9월 뉴욕타임스는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가장 멍청한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한 사례로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꼽기도 했다.
이처럼 손상된 한국의 인권 상황속에서 독자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보장을 위해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우리 언론사들은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고 불복종운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우리 언론사들은 댓글 게시판 폐쇄, 외부링크 댓글 쓰기에 이어 선거실명제를 더욱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익명 SNS 덧글”을 제공하기로 했다. 각 언론사들이 나름의 상황에 맞게 인터넷 선거실명제 불복종 운동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믿는다. 익명이 곧 민주주의는 아닐지라도 익명없이 민주주의도 없다는 사실을.
2012년 11월 27일
뉴스민 http://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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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충청 http://www.cmedia.or.kr
울산저널 http://http://www.usjournal.kr
참세상 http://www.newscham.net
참소리 http://cham-so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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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ct.jinbo.net/drupal/node/7274
[성명서] 국회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법안을 신속히 처리하라 (2012년 11월 12일, 선거실명제 폐지 인터넷언론 95개사 (11월12일 현재), 인터넷기자협회, 한국인터넷지역신문협의회, 망중립성이용자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인터넷실명제가 만장일치로 위헌판단을 받았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명제가 유지중이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공직선거법 제82조의6)가 여전히 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재 결정 이후에 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를 국회에 권고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앞둔 현재 인터넷언론사 등에 본인확인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회가 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법안을 조속히 처리하여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법안은 이미 지난 9월 5일 진선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바 있어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당장 처리할 수 있음에도 선거가 코앞에 이르기까지 이 법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여야 국회의원 모두의 직무유기이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24일 정보통신망법상의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에서 인터넷실명제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판단은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포털등의 중요 인터넷 언론사들이 본인확인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폐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직선거법상 실명확인제도를 유지시키는 일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 국회는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혀 주어야 한다. 
인터넷실명제가 그간 수많은 이용자들과 시민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은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이제 한 달 남은 대선을 인터넷 실명제가 유지된 채로 치러야 한다면 그것은 국회의 책임이다. 제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는 더 이상의 정쟁과 다툼을 멈추고 즉각 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014
일본도 주민등록번호 도입? “배울 걸 배워야지”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2012-11-15  15:40:36)
[인터뷰] 공통번호 도입 반대 활동가 시라이시 다카시씨, “개인정보 통합 할수록 위험”
일본 정부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를 벤치마킹해 공통번호라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2월 개인식별번호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2014년 6월 번호를 교부해 2015년 1월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도입 초기에는 세금과 연금 등의 분야에 한정하기로 했지만 소득과 사회보장 수급실태를 파악해 납세의 공평성 및 투명성을 높인다는 게 목적이다.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 다양한 신분확인 번호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공통번호 도입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인터넷실명제의 폐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례를 조사하고 한국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목적이다. 활동가 시라이시 다카시(白石孝)씨를 1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진보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프라이버시 액션(Privacy Action)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카시씨는 한국의 현실을 들으면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카시씨는 “남북 휴전 상태에서 독재 정권이 스파이 진상 조사를 위해 만든 법이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특히 인터넷 실명제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카시씨는 “일본에서는 아직 공통번호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본에 돌아가 한국 상황을 알리고 공통번호 도입을 반대하는 행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독립된 위원회를 설치하고 개인정보를 누설한 행정직원에게 최고 4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다카시씨는 “한국의 경우에서 보듯 일단 전국적인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작성되면 어느 경로로든 누출되는 사고를 피할 수 없고 이에 따른 개인정보 피해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공통번호를 소비세 증세에 따르는 저소득층 대책에 활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해 저소득층에 소득세를 환불하거나 급부금을 지급하거나 하는 급부포함세액공제 도입에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취지는 좋지만 단순히 행정편의를 위해 개인정보를 통합관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게 일본 시민단체들의 반대 논리다. 한국에서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신분도용, 피싱 등의 사례가 이들의 반면교사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공통번호제도가 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르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운전면허증과 여권 취득, 은행구좌 개설, 렌트카 이용 등에도 필요하고, 온갖 정보의 밀접한 결합인 만큼, 신용카드 도용을 비롯한 온갖 사기 사건을 유발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까지 4년 동안 한국의 개인정보 유출 건수는 1억2천만명분에 이른다. 국민 1명이 2회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계산이 된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에서는 경찰이 영장 없이도 통신주체의 개인정보를 사이트 운영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면서 “2010년 기준으로 정부에 인터넷, 휴대전화,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 제공건수가 700만건이 넘었다”고 소개했다.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사례를 들면서 “이 남성은 결국 무죄로 풀려났지만,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로 인터넷 발언자를 특정하고 있는 것이 이 사건으로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다카시씨는 “일본에서는 공통번호의 문제점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사례를 듣고 보니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카시씨는 “한국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돼서 다행이지만 여전히 선거법상 실명제는 남아있고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를 활용해 정부가 국민들을 관리하는 구조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일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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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2091202010151785002
행안부, 주민번호 암호화도 안했다 (디지털타임스, 신동규 기자, 2012-09-11 19:44)
개인정보보호 솔선수범도 모자랄 판에…
해킹땐 심각한 사회문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관리시스템의 주민번호가 암호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행안부가 개인정보보호법의 주무부처이기 때문이다.
11일 정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행안부가 관리하고 있는 주민등록 관리시스템의 주민번호가 암호화돼 있지 않아 자칫 해킹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시스템에서는 주민번호를 키값(식별값)으로 두고 국민들의 이름과 세대주 주소 등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이같이 국민의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는 정부관리 DB에 대한 암호화 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행안부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기관 및 기업 등에 대한 DB암호화를 강제하면서 자신들은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30일 발효된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360만여 기관, 기업 등이 주민번호, 여권번호 등에 대한 개인정보 암호화 조치를 오는 12월31일까지 의무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행안부에서는 주민등록 관리시스템이 내부망(외부 인터넷과 분리된 망)에 들어있고 양이 워낙 방대해 주민번호의 암호화를 차일피일 미뤄온 것으로 안다"면서 "행안부 주민등록시스템의 양과 유사한 대법원 가족관계증명시스템은 지난해부터 주민번호가 암호화 돼 있으나 아무 문제없이 구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 주민등록시스템과 연동돼 돌아가는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추산이 안될 정도로 많아 정부에서도 이를 암호화했다가 시스템이 멈추는 등 기술적인 부문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시스템 내 주민번호는 외부 인터넷과 단절된 내부망에 있어 상대적으로 해킹 위협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 정보가 유출될 경우 국민들의 이름과 세대주, 주소 정보 등이 고스란히 해커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카드사나 채권추심업체 등으로 관련 정보가 넘어갈 경우 불법 추심 등의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번호가 암호화가 안 돼 있는 것은 맞다"면서 "9월중으로 외부 전문가로부터 개인정보영향평가를 받을 예정이며 이에 따라 주민등록 관리시스템의 주민번호를 암호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3조 하위 규정인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조치 기준'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처리자가 내부망에 고유식별정보를 저장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영향평가의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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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t.co.kr/mtview.php?no=2012081518241898112&type=&
'사라지는 주민번호'··· 인터넷문화가 바뀐다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2.08.17 05:00)
[주민번호 클린]18일 '주민번호 수집금지' 정보통신망법 전면 시행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국내 인터넷 서비스 이용 문화에 혁명이 시작된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온라인 사업자들의 주민등록번호(주민번호) 수집행위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이버 공간에서 포털, 게임, 쇼핑몰 등 가릴 것 없이 회원 가입 시 주민번호를 받아왔다. 그러나 주민번호 수집 남발행위는 대규모 유출사고로 이어져 명의도용, 스팸, 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되는 등 사회적 이슈로 대두돼왔다. 정부가 인터넷 공간에서 '주민번호 기재란'을 없애는 극약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주민번호 기재란' 사라진다
금융거래, 세무 등 법적으로 주민번호를 받도록 명문화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민간 웹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시 '주민번호 기재란'이 사라진다. 포털, 게임은 물론 미디어, 방송, 음악 서비스 등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웹사이트는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인터넷 뱅킹이나 주식거래 등이 예외다.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따라 인터넷 게시글에 댓글을 달거나 19세 이상 성인인증 혹은 게임시간선택제(셧다운제)에 따른 연령 확인 시에도 이용자들에게 주민 번호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아이핀,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신용카드 등 다른 대체수단을 이용해야한다. 이들 법령에 '주민번호'를 받아야한다고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오픈마켓이나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 주민번호를 기재했지만 앞으로 주문번호와 비밀번호 등 다른 인증절차로 바뀐다. 포털, 게임 등 온라인 사업자들이 주민번호를 저장하지 않는 대신 성명과 주민번호의 진위여부를 통해 본인임을 확인해주던 일회용 실명인증 서비스도 금지된다. 대신 이용자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휴대폰 번호 등 다른 조합의 실명 인증 서비스가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방통위는 시장 혼란 최소화와 시스템 정비 등 사업자 준비기간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법 시행 후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치기로 했다. 한편, 기존에 온라인 사업자들이 보유해왔던 주민번호도 모두 폐기 처분된다. 포털과 게임 등 대형 사업자들은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에, 나머지 전체 사업자들은 시행 후 2년 이내에 모두 파기해야한다.
◇법 시행 '카운트다운'…눈치보기 '여전'
그러나 정작 18일 당일 이용자들이 달라진 사이버 공간을 피부로 느끼진 못할 수 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엔씨소프트, 넥슨 등 대형 사이트들은 이미 주민번호 수집을 중단한데다 CJ 등 일부 대기업들이 가세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한 대다수 중소 웹사이트들은 18일 이후에도 당분간 주민번호 기재란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들의 일대 혼란도 우려되고 있다. 법안 개정 자체가 워낙 급박하게 이루어진데다 6개월간의 계도기간 때문이다. 내년 2월까지는 단속과 처벌을 면하기 때문에 가급적 시스템 전환을 늦추겠다며 '눈치작전'에 들어간 기업들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반면, 1인 쇼핑몰과 중소형 쇼핑몰 등 기술적 여력이 부족한 온라인 사업자들도 상당수다. 여기에 무엇보다 주민번호 수집제한 정책이 제대로 실효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체수단 활성화 정책이 절실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핀(I-Pin)제도다. 바뀐 법에 따라 일평균 방문자 1만명 이상 주민번호 수집 사이트에 대체수단인 아이핀 등 대체수단을 반드시 도입해야 된다. 그러나 방통위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일평균 방문자 1만명이 넘는 1235개 사이트 중 무려 68%인 839개 사이트가 여전히 주민번호만으로 본인확인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단체발급시 담임교사의 대면 확인만으로 청소년에게 아이핀을 발급하기로 하고 연말까지 전국 410개 학교에서 개인정보보호 순회교육을 실시해 아이핀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당사자의 신원 확인 없이도 부모 등 신원보증인의 동의와 확인만 있으면 청소년에게 아이핀을 발급해줄 계획이다. 아울러 공인인증기관과 이동통신사들을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해 휴대폰 인증까지 정부가 보증해주는 대체수단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진행해왔던 업종별 설명회도 개별 사업자별 설명회로 전환하는 한편, 중소 웹사이트들의 주민번호 미수집 전환을 위해 140개 웹호스팅 업체들을 활용해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민번호'로 연령을 확인하는 등 본인수단으로 확인하라는 법조항 자체가 없는데도 가장 손쉬운 수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민번호 수집이 관행적으로 만연돼왔던 게 현실"이라며 "이용자들 역시 다소 번거롭지만 주민번호 대신 대체수단을 통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다 소중히 관리하는 습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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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302/h2013021420554621950.htm
공익보다 비밀이 우선인 법 '파장' (한국, 남상욱기자, 2013.02.14 20:55:46)
■ '떡값 검사 공개' 노회찬 의원직 상실
"공익보다 정보비밀을 우선시… 통비법 개정해야" 목소리
벌금형 없이 무조건 실형… 처벌 과도
부실 수사한 황교안은 장관후보에 '대조'

대법원이 14일 '안기부 X파일'에 나오는 '삼성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노회찬 의원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자 통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대표적 진보 정치인으로 꼽히는 노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 등 핵심 공소 내용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고도, 인터넷에 도청 정보를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통비법에 발목을 잡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공적 이익을 위해 위법하지 않은 수단으로 얻은 도청ㆍ감청 정보를 공개한 행위를 통신비밀 누설이라고 본 법원의 판단에 대한 의구심도 있지만, 그에 앞서 불법 도청ㆍ감청 행위와 이를 공개한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한 통비법 자체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법원이 정보 공개의 공익적인 목적보다는 정보의 비밀에 무게를 두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점도 이 법 개정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노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일부유죄 취지로 파기하면서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등 이 같은 기준을 유지해왔다. 법원은 이런 기준으로 안기부 X파일을 넘겨받아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서도 통비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통비법이 위반자에 대해 벌금형 없이 무조건 실형에 처하도록 한 것도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 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역 의원은 금고형 이상 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을 잃게 돼 있기 때문에, 노 의원의 경우처럼 통비법 위반 유죄가 인정되면 무조건 의원직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히 정치권의 불만이 크다. 새누리당 의원 18명을 포함한 여야 의원 152명이 지난 4일 통비법 위반자에 대해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 의원과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연도 새삼화제다. 황 후보자는 2005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서면조사만 하는 등 부실 수사했다는 비판을 받은 X파일 특별수사팀을 지휘했다. 수사팀은 불법 로비 정황이 드러난 삼성 측 인사와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을 모두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시민단체 등은 '검찰이 재벌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수사팀은 노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안강민 변호사만 한 차례 조사했을 뿐 다른 관련자 수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기소 후에도 검찰은 이런 입증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부실 수사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익을 위해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뇌물과 떡값 검사를 고발했던 노 의원은 통비법에 걸려 의원직을 잃게 됐고,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3949.html
‘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 (한겨레, 김태규 기자, 2013.02.14 19:58)
통신비밀보호법 무엇이 문제인가
도청과 공개행위 형량 차이 없어
형법상 정당행위 때만 처벌 피해
통신비밀 보호 법익 강조 지나쳐
헌재소장, 한정위헌 의견 내기도

대법원은 14일 ‘삼성 떡값 검사’들의 이름을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한 노회찬 의원의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는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크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형태로 도청 내용을 게재한 행위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비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형을 규정하고 있다. 도청과 이를 공개한 행위를 똑같은 무게로 처벌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에 관한 내용’을 공개했을 때에는 면책되는 것과 달리, 통신비밀 공개의 경우 형법상의 정당행위로 인정될 때에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행위 기준은 ‘통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공중의 생명·재산 등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는 등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일 때’ 등으로 매우 까다롭다. 통비법 안에서 개인의 통신비밀 보호와 이를 공개하려는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게 되는데, 통신비밀을 보호하려는 법익이 과도하게 강조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을 상실하는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처벌 조항이기도 하다.
이런 법적 문제는 노 의원이 2009년 3월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다뤄졌지만, 2011년 8월30일 헌재는 재판관 7 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7명의 재판관은 “법원이 정당행위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화 내용을 위법하게 취득한 행위 못지않게, 위법하게 취득된 대화 내용을 전파하는 행위도 대화의 비밀을 침해하는 정도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강국 당시 헌재 소장은 ‘한정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통비법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는 비판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고, 공정한 비판이야말로 사회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불법 감청·녹음 등의 방지라는 입법 목적은 불법적으로 이를 행한 자를 철저하게 찾아내고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 단지 불법 감청·녹음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과 공익을 위한 언론의 헌법적·사회적 소임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비록 도청 등으로 생성된 정보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하는 행위는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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