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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씨네21]을 보다가 영화 [파주]에 관한 김연수의 글에 인용된 중식(이선균 분)의 말이 한참 머리 속을 떠돌아 다닌다. 중식은 왜 이런 일을 하냐, 는 은모의 말에 "처음엔 멋있어 보여서 했고, 다음엔 갚을 빚이 생겨서 했는데, 지금은 일이 자꾸 들어 오네"라고 대꾸한다. 참으로 심드렁한, 그래서 너무나 슬픈 대답이다. 여기에 대한 김연수의 해석이 또 참 서글프고 아프지만 절절하다. 중식의 저 말은 그러니까, '생애전환기'(40대)에 처한 스스로에게 답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난 저 중식의 말과 더불어 '생애전환기'라는 단어에 우뚝, 멈췄다. 생애전환기라... 맞는 말이다. 김연수도 그렇지만, 나도 생애전환기지 않은가?
학원 원장에게 대학 강의와 연구실 일로 일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다. 하긴 원장도 고등부 준비를 하면서 예전같지 않은데다, 내가 보기에 더 이상 내가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사표를 날리고 광주로 왔다. 생각했던 대로 그녀는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3시간 30분 전에 일 그만두고 광주로 달려 왔어요. 그런 얘긴 내일 해도 되지 않나요?" 난 내가 서운한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그녀도 성급했다는 것을 인정하리라.
하여간 이제 생애전환기고, 난 그나마 안정적이던 돈줄을 내던졌고, 이제 다시 '안정'을 되찾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결심도 남았다. 그건 일종의 내개 남은 삶 전반에 대한 성찰, 정도가 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내 생이 30대 이후로 또 한 풀 꺽여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고, 또 그만큼 삶이 밀도 있게 전개될 것이라는 것이다. '밀도', 그래 밀도가 문제다. 그 밀도를 조절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고, 내가 얼마나 삶을 주도면밀하게 가져가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다. 몇 가지 떠오르는 것. 잠을 줄이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공부를 더 많이 하며, ... 시간을 지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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