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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 등록일
    2010/08/16 11:58
  • 수정일
    2010/08/30 12:35

비가 온다. 오랜만에 산책하기로 한 계획을 접는다. 오래동안 비가 오면 우발성이 필연성이 되는 것일까? 시간의 작은 단위 안에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은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많은 빗방울들이 낙하하는 그 점 안에 어떤 필연성이 있을 것인가? 이를테면 이러한 우발성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계획을 추진한다면, 그것은 의지의 자발성이 만들어내는 필연일 것이다. 실재(reality) 안에서 빗방울들은 일종의 법칙처럼 움직이지만, 현실(現實) 안에서 그것들은 완연한 우발성이다. 그렇다면 '나'는 실재하는 것이긴 하지만 현실은 아닐 것이다.

 

이 부분, 바로 이  방면에서 나는 사유를 진행하고 있다. 현실성과 실재성. 실재하지만 현실은 아닌 것, 또는 그 역. 도대체 현실은 실재성의 운동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일까? 나는 지금 이 두 범주의 차이를 말하고 있다. 직관적으로 확증되는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도대체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완전태를 이야기했을 때 그것은 실재인가 현실인가? 프로이트가 실재(현실?)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그것은 과연 이념의 혼동은 아니었을까? 

 

다시 빗방울이다. 개체로서의 빗방울들, 하지만 하나의 무한집합으로서의 빗방울들. 전체가 개별적인 것들의 총합 이상이라면 이 빗방울들은 실재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무한'이 되어서야 하나의 현실이 되는 이 비선형적인 운동들은 어디에서 비약을 이루는 것인가? 실재로부터 현실로, 또는 개별로부터 무한으로. 아니면 그것은 연속적인 어떤 것인가? 베르그송인가, 라이프니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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