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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에서 '좌파'로 살아가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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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벅지 논란

내가 유이라는 가수(라기보다는 그냥 멀티플레이어 연예인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를 주목(표현이 너무 거창한데? ㅋㅋ)하게 된 것은 그 유명한 스타킹에서 보여준 '비욘세 댄스' 때문이다. 사실 비욘세 댄스로 히트를 친 것은 김옥빈이 먼저인데, 김옥빈보다는 좀 못했지만, 연예계 관계자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오, 이거 물건인데...?"라는 말이 나올법한 무대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렇게 시작된 유이의 상승세는, 태진아가 방송에 나와서 자신이 아들 이루랑 같이 찍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했듯이 "탑모델들만 찍는"거라는 소주광고에 나올 정도로 치고 올라갔다. 사실상 공식적으로 검증된 '미녀 연예인'들만 찍는 거라는 소주모델의 반열에 올라갔으니 유이는 좋은 쪽으로 생각해서 '전지현'코스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해주기에는 이상하리만큼 유이의 상승세는 좀 기형적인데가 있다. 요즘 워낙 그룹으로 데뷔해도 개인플레이를 많이 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유이가 애프터스쿨 멤버라는 사실이 함께 부각된 것은 손담비와 아몰레드 광고를 찍은 이후로는 거의 사라져 버린 듯 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초특급 스타 이민호와 CF를 찍더니, 어느날은 야구장 시구를 하고(아버지가 두산팀 2군 코치란다), 이젠 드라마에까지 나온단다. 데뷔를 올해 1월에 했는데 1년도 되기 전에 이렇게 많은 일을 헤치우다니!!

 

그야말로 완벽한 연예기획상품의 성공작이라 할 만하다. 손담비에 이어서 방송가의 메인 코스들만 쭉쭉 밟아나가는 거물을 만들어 냈으니 그 기획사도 어지간히 돈 좀 만지게 생겼다. 그런데 이 아이돌의 성공가도에 약간의 잡티가 끼어들었으니 바로 그 '꿀벅지' 논란이다. (아, 정말 서두가 길다. 내 글은 이게 문제다. ㅠ.ㅠ)

 

얼마전에 찍은 '처음처럼'광고에서 선보인 '쿨샷댄스' 이후 이 단어가 유행을 탔고, 이게 성희롱적 언어인지 아닌지를 두고 인터넷 상에서 말들이 많나보다. 어떤 인간들은 성희롱적 언어가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그럼 초콜릿 복근은 성희롱 아니냐?"라고 반문하는데,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이것도 성희롱이고 저것도 성희롱이니까 둘 다 쓰지 말라는 거다. 다른건 다 집어치우고라도 사람 몸을 부분부분 나눠서 먹는 거에 비유하지는 말아야지, 정말 인간적으로... 정육점도 아니고 말이야... 예전에 배슬기 노래중에 "내 다리가 좋아? 내 엉덩이가 좋아?"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노래가 있었는데, 난 정말 이런 노래가 인간을 파편화된 단백질 덩어리로 만드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논란의 당사자인 유이는 "꿀벅지는 나를 만든 단어, 기분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단다. 이 상황에서 나는 좀 노린네나긴 하지만 그녀보다 4살이나 많은 사람으로서 "니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본데..."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꿀은 달콤하다. 원래 달고 짜고 매운 음식들이 다 그렇듯이 그 맛을 계속해서 느끼고 유지하려면 처음에 느꼈던 자극보다 훨씬 더 센 자극이 필요하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과학 법칙에 의하면 이런걸 '베버의 법칙'이라고 하지 아마?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개념중에 거의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거다!! ㅋㅋㅋ) 이번에 꿀을 보여줬으면 다음번엔 달고나 정도는 되야 한다는 거다. 그게 이 나라 연예산업이 먹고사는 방식 아닌가? 그렇게 젊은 여자 연예인들의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내서 대중들이 소비하도록 하고, 막판에 가선 껍데기만 남겨서 날려버린다. 자신을 대중들 앞에서, 그것도 온 몸을 조각조각 내서 소비의 대상으로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이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을 90년대 화려한 스타인 룰라의 멤버 김지현이 얼마전에 케이블 채널 성인 시트콤의 술집 여성으로 출연하는 것을 보고 확실이 느꼈다.

 

이런 대중의 욕망 구조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심지어 대중들이 지금껏 바래왔던 욕망과 다른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연예인은 한마디로 '한방에 훅 가는 거다.' 좀 예전 일이고 유이와는 좀 다른 케이스이긴 하지만, 황수정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드라마 '허준'에서 보여줬던 단아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방탕한 생활을 즐긴다는 악소문에 휩싸인 그녀는 그 소문 한방에 정말 훅 가버렸다. 또한 가깝게는 박재범의 경우는 어떤가? 그에게서 짐승돌의 이미지만을 갈구했던 대중들은 자기들만의 배타적 공동체인 '조국'(?)에 대한 비하(이런 감정은 학벌에 대한 감정과 비슷한 것 같은데, 아무리 후진 학교를 나왔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남이 자신의 모교를 욕하면 기분 나쁜, 그런 학벌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 를 접하고선 그를 한방에 미국으로 보내 버린 것이다. 그는 대중들에게 인간 박재범이 아니라 짐승돌 이미지를 생산하는 연예상품 박재범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짐승돌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민족'이라는 배타적 공동체의 애국주의적 심성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냥 어제 오늘 생각 난 것들을 다 긁어모아서 쓰다 보니까 글이 이렇게 길어졌는데, 그냥 유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런거다. "너도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자기 스스로 꿀벅지라는 상품 이미지에 갇혀버리는 순간 그것 외에 어떤것도 너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어느날 살이라도 갑자기 찌는 날에는 대중들은 바로 리콜 들어간다. 그게 당신 앞에 닥친 운명의 실재상황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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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그리는 두바이 드림

행인님의 [4대강 사업의 진면목] 에 관련된 글.
 

 

 

요즘 나는 시간이 날때마다 뉴레프트 리뷰 한국어판에 실린 논문들을 하나씩 읽어가고 있다. 어제는 마이크 데이비스의 <두바이의 공포와 돈>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그 중 단연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이것이었다. "후진 사회는 원조 국가들에 존재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 '이념형'을 모방한다."

 

중동의 한 복판, 천해의 항구를 끼고 있는 두바이는 중국 상하이와 함께 21세기를 대표하는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WTC가 테러로 무너진 이후 미국의 초고층 건물들의 아성을 물리치고 세계최고를 달리는 호화빌딩들이 이 건물들에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올해 연말에 완공될 거라는 버즈두바이 빌딩은 '자랑스럽게도' 삼성건설의 기술력을 통해 160층, 800m의 높이를 자랑한다.

 

게다가 이 곳은 부동산 천국이다. 하기는 도시 전체가 공사판, 그것도 휘황찬란한 쇼핑센터에 초호화 호텔과 빌딩들로만 가득한 그야말로 파라다이스인데 왠만한 땅값은 명함도 못 내밀겠지... 마이크 데이비스의 언급처럼 "제각기 봉건주의와 농민 중심의 마오주의에서 출발한 두 나라"인 두바이와 중국은 본래 자기 아닌 세계의 이념형(그러나 이념형은 오직 '이념'이기 때문에 실재하지 않는다)을 모방하는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아랍과 중국의 민족적 자부심이 격돌한다는 것도 상기해둘 만하다. 이렇게 미쳐서 돌아가는 과대망상 추구병은 전례가 있다. 영국과 독일은 20세기 초에 드레드노트형 전함 건조 경쟁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과연 그런 경쟁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일까? 교과서의 대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대 건축물은 언제나 경제가 투기적 과열 상태에 놓였음을 알려주는 징후였다."

 

얼마전 행인님의 블로그를 갔다가 보게 된 기사의 내용은 딱 위의 두바이와 상하이의 상황이 떠오르게 한다. ("4대강변에 유럽형 고급주택 들어선다"(아시아경제, 09.25)) 물론 유럽형 고급 주택 건설이 두바이에 지어지는 버즈두바이 빌딩같은 거라는 질적으로는 다를 것이다. 그런 문제를 제껴놓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이런 건설사업들이 지향하는 서구적 라이프 스타일이 그들이 지향하는 '서구'에 실존하는 것들일까? 4대강변에 유럽형 고급주택이 들어선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에 있는 한국 건물이지, 유럽 건물은 아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자신들의 상상속의 유토피아, 즉 테드 슈레커가 말한 '국경없는 세계와 담장쳐진 도시'를 쾌적한 강변에 만들기 위해 전부다 삽들고 설치고 있는 것이다.

 

4대강사업에 대한 우려로 홍수피해, 수질오염등이 거론되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지껄여봐야 이들의 짱구통속에서는 이 문제들이 별로 고려대상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나오미 클라인이 <쇼크 독트린>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자연적 재앙과 충격들은 새로운 돈놀이를 시작할 수 있는 청신호일테니까 말이다. 마치 두바이가 고가의 석유가를 등에 업고, 또한 양 손에는 지구 온난화와 환경 대재앙이라는 현수막을 하나씩 들고선 "세계 최고의 명품 휴양지 두바이로 오세요~"라고 외치고 있듯이 말이다. 이명박 정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 어차피 '유럽형 고급주택'들에는 최신식 식수정화장치가 준비되어 있을 테고, 홍수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첨단의 경보시스템 또는 그런것쯤 걱정하지 않아도될 안정적인 입지를 만들어 놓고 완벽한 성벽을 칠테니 말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자연 재앙을 겪게 되면 이런 개발지역을 롤모델로 제시하겠지... 마이크 데이비스의 말대로 "실제의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그 뜻밖의 횡재수가 묵시록적 사치 행각의 장려금으로 쓰이고 있다."

 

아차차,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내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이념형'은 아닐수도 있겠다. 다음은 코리아헤럴드 9월 22일자 기사중의 일부이다.

 

"The government said yesterday it is considering granting permanent residence to foreign nationals who purchase local real estate with a certain level of value."

 

즉, 부동산 많이 소요하면 외국인에게도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는 거다. 그러니 그 알흠다훈 유럽형 고급주택에 실제 유럽인이 살수도 있는거다. 두바이처럼 데이비드 베컴이 와서 살수도 있는 거다!!! 와우!!!

 

물론 두바이처럼 공사현장에서 1년에 880명이 사망할 수도 있겠지만... 뭐 저 먼 옛날 이집트 피라미드 만들때도 그정도 희생쯤은 있었을테니까... 근데 지난 금요일에 같이 일하는 22살짜리 아이는 나중에 두바이 같은 공사현장가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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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짝사랑

한 동안 블로그 포스팅을 안했었는데, 또 손가락을 간지럽히는 소리를 들어서리... ㅋㅋㅋㅋ

 

요즘 밤늦은 알바로 너무 피곤해서 약국에 가서 레모나를 한 통 샀다.

근데 약국에 있던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가관이다.

정운찬 총리 지명자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청문회 서면 답변으로 입장을 밝혔는데,

행정상 비효율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단다.

 

난 세종시 문제에 딱히 관심은 없지만,

몇년 전부터 특별도시 만든다고 그 지역 땅값 폭등시켜 놓고,

게다가 그 지역 농민들한테 땅 뺏어서 그 지역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그 시작을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쨌든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면에서 정운찬이 이 문제를 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 같아 재수없긴 한데...

 

그러나 내가 기가 막힌 것은 이어지는 민주당의 논평이었다.

행정도시 건설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논의되었던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만...

결국 한다는 소리가 정운찬이 이딴 식으로 나오면 정치적 야합이라는 거다.

 

난 순간 좀 어리둥절 했는데,

정치밥을 몇년 처드신 이양반들이 혹시 야합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나 싶었다.

야합은 서로 다른 편인데, 사적인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려고 행하는 불순한 행위... 뭐 이런 거 아닌가?

근데 정운찬의 이 발언에서 뭐가 야합이라는 거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얘기고,

거기에 총리로 지명된 사람이 비슷한 견해를 밝혔는데...??

 

혹시 민주당은 아직도 정운찬이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하철 가판대에서 파는 일요신문 따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운찬이 "머리는 한나라당쪽인데, 가슴은 민주당쪽"이라는 말을 믿고

정운찬의 가슴에 기대나?

 

얘네들 아직도 옛 짝사랑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이렇게 진상짓을 하고 있으니,

세종시며 4대강이며 참 깝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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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지명에 고향마을이 환호?

구르는돌님의 [심대평 그리고 정운찬] 에 관련된 글.
 

 

 

대전에서 발행되는 지역 신문중에 중도일보라고 있다.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관공서 같은데 가면 꼭 있기 때문에 어쩌다 한번씩 보게 된다. 이번에 세종시 건도 그렇지만 항상 이동네 지역 현안이 전국적 이슈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역 언론들도 항상 그런데에 불만이 많다. 그러다보니 지역적 동질감 같은게 형성되서 그런지, 약간 친자유선진당의 냄새가 많이 나기도 한다. 물론 중도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근데 어제 우연히 그 신문을 보고 좀 어리둥절했다. 정운찬이 총리로 지명되자, 그의 고향마을에 찾아가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였다. 근데 그 기사에 배치된 사진은 영락없이 아들이 올림픽 금메달 땄을 때, 환호하는 동네 주민들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기사 하단에 적힌 설명 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총리로 지명되었다는 소식에 고향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원래 총리지명되면 그런건가?

물론 올림픽 금메달 땄을때가 아니더라도 이런 장면들은 종종 있다.

국회의원 선거 또는 대통령 선거 당선 되었을 때, 고향마을 소식을 전하는 장면 등...

 

근데 참 살다살다 총리지명 되었다고 이런 난리를 치는 건 처음봤다. 근데 더 웃긴건 그 고향마을이라는 데에 정운찬의 친인척은 고모(맞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궁금하신분은 직접 중도일보를 찾아보시길)인가 밖에 안산다더라. 그리고 그 마을 이장인가를 인터뷰 했는데, 그 사람도 "나랑 나이터울이 많이나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동네는 지금의 정운찬하고 상관이 없는 동네라는 거다.

 

이걸 비롯하여 이러저런 풍경들을 보고있자니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얼마 전에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도 그랬다지 않나. 정운찬이 총리직만 잘 수행한다면 앞으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당당히 나올 자격이 있다고. 내가 볼때 이 문장 하나만 놓고 보자면 하나마나한 얘기일수도 있다. 자기 역할 잘 수행하면 대선후보 경선에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은 심지어 욕많이 먹는 전여옥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말이다. 근데 왜 이들은 이토록 정운찬 스타만들기에 나서는가?

 

이 작자들이 벌써부터 좌판을 깔아놓으려는 것 같다. 물론 박근혜가 독보적이기는 하지만, 혼자만 독주하면 재미가 없으니 경쟁상대 몇명 붙여서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도 안정적인 정권재창출에 나쁠것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희태가 대표에서 물러나고 정몽준이 일선에 등장한 것일테고... 벌써 한나라당은 후보군이 마련되었다. 정통보수 박근혜, 재벌보수 정몽준,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명성높은 개혁적 경제학자 출신의 정운찬. 한나라당이 그리는 짜임새 있는 각본이 그려져 가고 있다.

 

아, 그런데 그 반대쪽 동네는 왠지... 암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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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그리고 정운찬

지난 주 충남대에 청강을 듣고 나와서 저녁을 먹으려고 학생식당에 들어갔다가 벽에 걸린 TV뉴스에서 정운찬이 총리로 지명되었다는 얘길듣고 '얼음'이 되었었다. 그 이후로 온갖 생각들이 밀물처럼 밀려와서 블로그에 뭐라도 적어볼까 했는데, 안정적으로 컴퓨터를 할 시간이 안나서 이제서야 몇 자 두드려보려 한다. 근데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라....

 

내가 충청도 사람이니만큼 심대평 걱정부터 해볼란다. 아, 그것보다 먼저, 오늘 케이블에서 재방송 하는 상상플러스를 보니까 문제가 "충청도에서 쓰는 '대간하다'라는 말의 뜻은?"이었다. 난 처음에, "저게 문제야? 저걸 몰라?"라고 생각했는데, 출연자들이 정말 다 모르는 것 같더라. 솔직히 난 저게 사투리인지도 몰랐다. 밖에서 일하다 들어온 우리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 "아이고, 대간하다"인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더라!! 그걸 보고 있자니 괜히 얼마나 충청도가 전국적으로 소외되었으면 저딴게 문제로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말도 안되는 지역감정인건 알지만, 따지고보면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나 전라도 사투리는 대충 다 알지 않나? 근데 왜 충청도 사투리는 모르냐고!!!???

 

그래서 였을까? 내가 볼땐 심대평이 총리가 너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이회창도 충남 출신이긴 하지만, 워낙 법조계와 중앙정치판에서만 놀던 분이라 예외로 두자면, 사실상 충청도를 대표하는 정치인은 심대평 아닌가? 충남도지사를 수차례 역임하고 당당히 중앙정치로 올라가 독자적인 충청권 정치세력화를 이루신 분 아닌가? 그래봤자 전라도와 경상도 등쌀에 밀려 제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없었겠지만....

 

그래서 좀 억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총리가 너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까오한번 잡아보고 싶었을 테고... 근데 총재님이 태클을 거시니 기분이 적잖이 상했겠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저런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이회창의 정치적 판단이 옳았던 것 같다. 사실 심대평 혼자 총리로 보낸다고 해서 선진당에게 이득이 돌아올 것은 하나도 없기에, 그는 나름 MB와 정치적 거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걸로 생각해 논게 세종시 특별법. 하지만 수도권 집값이 곧 자신의 지지율인 MB가 그걸 받을리가 있나?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입각은 정치적으로도 명분이 서질 않는다는 이회창의 계산법은 정확했고, 그게 심대평의 공명심에 상처를 준 게 아닐까?

 

아이고, 근데 심대평 대신 총리에 앉혀논게 완전 다크호스다. 게다가 이 사람도 충남 공주 출신이다. MB가 정치적 계산법에 따른 심대평 총리 입각 카드를 버리고, 경제 전문가 정운찬을 앉혀놓음으로써 정운찬은 나름 이슈메이커가 되었다. 이렇게 되니 심대평은 왠지 여기저기서 끈이 떨어진 듯 한 느낌이... ㅠ.ㅠ (그가 한나라당 들어간다고 해서 반가워해줄 사람도 없을 듯....)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발등에 불 떨어진 것은 민주당이다. 제작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경선을 두고 저울질 할 때, 정운찬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으니 말이다. 자기들도 못 데려가 안달이었던 사람을 현 정부가 총리로 앉혀놓겠다는데, 요렇게 되면 정세균 대표가 말한 '인사 청문회에서 철저 검증'이라는 말만큼 뻥카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노회찬 마저 그를 두고 '장미'라고 했는데...

 

현 정부 들어서 이전 정권에서 기용되었던 인사들이 줄줄이 비엔나로 나가 떨어지는 판국에서도 살아남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노무현 정권 말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기용되었던 김종훈인데, 그놈 여적지 자리 꿰차고 앉아서 한-EU FTA, 한-인도 FTA 추진하고 있더라. 하여간 2000년대 한국 대외경제 정책을 말할때 이 삐리리한 놈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놈은 DJ-노무현 시대가 이명박 시대와 고속도로로 통한 다는 것을 보여주는 놈이니까...

 

사실상 정운찬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김종훈이처럼 단순히 관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마이뉴스 블로그에 누가 그런 글을 써 놨던데, 그는 국회의원 경험 한번 없지만 총리기용설 한번에 스트레이트로 대선후보군으로 오른 인물이다. 제작년에야 너무 갑작스럽게 그의 이름이 거론되어서 경황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앞으로 3년이나 남았다. 총리직 하다가 그냥 여기저기 이름 몇번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의 이름값은 상승곡선을 탈테고.... 그야말로 잘 만들어진 '정치상품'이라는 말이 적절하다.

 

누가, 왜,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정운찬을 기용했는지, 내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더 떠들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여러모로 민주당만 작살나게 생겼다는 생각이다.

 

 

 

덧) 그럼에도,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충남대 학생식당 자장면이 너무나 맛있다는 거다.

       일주일에 한번씩 그 자장면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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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경제학

한겨레21에 재미난 기사가 실렸다.

 

청년 DJ와 대통령 DJ의 가상대화

 

이런식으로 깔끔하게 한 인물의 다른 두 시기간의 대화를 구성해낸 정도면 기자가 얼마나 DJ의 저서를 열독했는지 눈에 선하다. 내가 사회복지학과를 입학하고 공부한 몇 안되는 사회복지관련 개념들 중에 제일 오랫동안 나를 (물론 나 뿐만은 아니겠지) 괴롭힌 주제는 바로 "생산적 복지"였다. DJ가 99년 전면에 내걸어 그의 '대중경제론'이 현실화되는 경로라고 여겨진 이 "생산적 복지"는 <민주주의와 함께 가는 시장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물론 <한국 사회복지 성격논쟁>에 참여한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듯이, 생산적 복지는 기든스가 제창한 제3의 길의 변종에 불과한 것이지만, 위 기사를 보면 그렇게 간단히 볼 문제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 소리냐 하면, 신자유주의가 안착화되기 시작한 90년대의 한국과 영국의 경우를 놓고 생각했을 때, 생산적 복지가 갖는 정책적 위상은 어쩔 수 없이 한계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갖는 '역사적 함의'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뭐 내가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가 71년 대선에서 처음 세상에 발표한 대중경제론은 그 당시 관점에서는 매우 급진적인 사상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또 따지고 들자면 이광일 교수가 평가하듯이, 그것도 케인즈주의적 국가개입이 어느정도 관철될 수 있는 자본주의 호황기에나 내놓을 수 있는 경제플랜일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의 체계적인 담론을 당시 척박한 남한 땅의 지식 풍토 속에서 일궈 낼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덤으로 대중경제론을 작성하는데 박현채 선생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브레인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간 믿음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대중 선생의 대중경제론이 '대중참여경제론'으로 이름을 바꿔 재출간되는 시점과 맞물려 어쩜 이렇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걸맞는 이론이 될 수 있었을까? 물론 (세번째로 나오는 '물론'이다 ㅋㅋㅋ) DJ정권 당시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교수의 증언처럼 97년 말 당시는 IMF를 등에 업은 미국 재무부 차관보가 유력 대선 후보 3명을 면접을 보고 협박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서 울며겨자먹기로 IMF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관련기사 보기) 하지만 그렇게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DJ선생을 평가하기에는 그의 사상적 변화가 뚜렷해 보인다

 

DJ선생은 90년대에 앨빈 토플러의 <제3의물결>을 읽고 뿅 가셨단다. <제3의 물결>이 무엇인가? 정보화 혁명의 도래를 이야기하며 이에 걸맞는 유목적 인간으로 재탄생 할 것을 종용한 책 아닌가? 그런 주장에 동감했던 그가 IMF의 요구를 억울하게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을까?

 

어찌되었든 간에 DJ의 사상적 변화는 남한 재야인사의 정치적 위상 변화와 함께 시장주의가 내면화된 여정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도 장날 엿장수들마냥 DJ의 유훈이랍시고 '민주대연합론'을 부르짖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DJ노믹스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한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       *

 

그래서 선택한 내 9월 독서목록

 

 

1. 민족경제와 민족운동 (박현채 저, 창비, 1988)  

 

 

 

2. 대중참여경제론 (김대중 저, 산하,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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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하루, 씁쓸한 할배들의 몽니

행인님의 [조갑제는 제2의 허경영이 되고픈가?] 에 관련된 글.

 

 

오늘부터는 차분히 책도 읽고, 그동안 준비만 하고 있었던 자격증 시험 공부도 시작하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운전면허 도로주행 시험에 떨어지고 나니 완전 기분이 어그러졌다. 재교육과 재시험은 9월 초에나 가능하다고 하니 이거 원... 지난번 코스 시험에서도 그랬는데, 평소에 잘 되던 부분에서 뽀록이 나버리니 기분이 더 엉망이다. 절반도 못 달리고 실격처리 되어버렸으니....

 

제대로 베베꼬인 기분으로 들어와서 인터넷을 또 하염없이 뒤적거리다보니 행인님의 조갑제에 대한 논평이 돋보인다. 난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에 우리 할배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가 사뭇 궁금해서 포털에서 난리를 치기 전에 이미 인터넷 독립신문과 조갑제닷컴을 뒤져보았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국장 반대운동이라니... 게다가 어디서 그런 자신감을 잡수시고 오신건지 국민의 95%가 김대중을 싫어한다고... 솔직히 다른거 다 접어두고 '글로벌 스탠다드'의 기준으로만 치자면, 독재자로 명성이 자자한 박정희보다는 노벨평화상 수상한 김대중이 더 인물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설마 우리 할배들께서는 노벨 위원회도 빨갱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사족: 물론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알몸으로 드러누워 투쟁하는데 군홧발로 짓이기고, 롯데호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 결국 임산부까지 유산시킨 화려한 '전적'은 김대중이라는 한국사에 전무후무한 인물을 평가하는데 빠져서는 안될 대목이지만 말이다.)

 

이런 할배들의 작태를 보고 있자니 얼마전에 읽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열외인종 잔혹사>의 장영달 옹이 생각났다. 월남전 참전 용사이자 자랑스런 애국시민으로서 매일 아침마다 파고다공원에 나가 시국강연을 하시며 종로에 있는 기원에서 박정희 신을 접신했다는 여인네의 강연을 들으며 뽕을 잡수시는 장영달 옹께서, 이번 국장을 통해서 박정희 신과 반란 선동꾼 김대중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데 비분강개하여 소설의 벽을 박차고 현실로 나오신 듯 하다. 이들은 국장을 하게 되면, 소설 속에서 그려진 코엑스몰의 십헤드 카니발과 같은 난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걸까? 양머리를 뒤집어쓴 테러분자들의 집단 난동?

 

우리 할배들의 씁쓸한 몽니를 보고 있자니 주원규씨의 그 훌륭한 현실 묘사가 다시 떠오르면서 안 써도 될 글을 그냥 또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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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그속에 우리는??

올해 들어서 안타까운 죽음이 너무나 많다. 용산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경우가 가장 가슴이 아프지만, 이 나라의 거목들이 줄줄이 스러지는 것도 용산의 경우만큼은 아니어도 가슴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올 해 들어 세명의 거목들이 스러졌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두 사람은 내 인생 자체와 별 상관이 없던 사람이긴 하지만, 요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이 세 사람이 세트로 연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몇 달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묻지마 추모'열기에 거품무는 글을 쓴 적이 있긴 하지만, 나도 개인적으로는 그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고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우리'(??)를 '대표'(??)했던 이였는데, 그런 감정이 조금이라도 안 든다면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정치인으로서 상상해 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해서 너도 나도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는 그 때의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임기 당시에도 '그 노인네 임기만 채우면 다행'이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던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덤덤 한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그렇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차분한 분위기 때문인지 좀 딴 생각이 든다. 김수환 추기경 때도 그렇고, 노 대통령때도 그렇고 소위 '좌파'라는 사람들은 (물론 나도 그랬지만) 참 냉소적이었다. 물론 게 나쁜 건 아니다. 5년 내내 그의 정책이 맘에 안들었는데 죽었다고 "그는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라는 맘에도 없는 고백을 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참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어느 누가 죽어도 그럴 것 같다는 거다. 물론 좌파에게는 '열사'가 있긴 하지만 '열사'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것은 희생된 자에게 느끼는 연민과 고통이지, 일부 사람들이 노무현과 김대중의 영정 앞에서 드러냈던 것과 같은 '존경'과는 사뭇 다른 것일테다. 사회적으로 명성이 난 어떤 이가 이승을 떠나도 그렇게 '쿨'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원래 나쁜 놈이었으니까 당연하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왜냐면 그런말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좌파'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사실 이건 좀 비극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 같이 보고 배울 만한 '스승'이 없다는 거.... 내가 아직 한 세기로 따지면 1/4분기 정도밖에 안 살아서 잘은 모르지만 좌파가 다 같이 존경하는 그런 스승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전태일 열사 정도가 있으려나? 김진균 교수 돌아가셨을때는 어떤 분위기였을지 세삼 궁금해 진다.

 

그리고... 이런 얘기 미리 하는 건 완전 무례한 말인 거 알지만,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신다면 좀 많이 슬플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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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김민선....ㅠ.ㅠ

"김민선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고 이 소송을 진행한다. 말조심하라는 경고다. 청산가리라니. 미국산 쇠고기가 청산가리냐? 과 김민선은 촛불집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전체 피해규모는 4200억원 정도다. 사과? 해도 안 받을 거다. 미국산 쇠고기 홍보대사가 되거나, 학교 쫓아다니면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 마케팅을 해준다면 (소송 취하) 생각해보겠다. 앞으로 소송은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내가 첫 번째 당사자일 뿐이다." 

 
"촛불집회에 나왔던 청소년들이 향후 15년~20년간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으면 국민체력에 단백질 부족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업계에 큰 타격이 생긴다"
 
 
 

에이미트인가 하는 미국 쇠고기 수입업체 대표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한 기사 내용이다.

따른건 다 제껴두고, 미국산 쇠고기 안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해진다니, 이건 어느별에서 온 코메디냐?

세상에 고기가 미국산 쇠고기 밖에 없냐? 쇠고기로 치자면 한우도 있고, 돼지고긱도 있고, 닭고기도 있다.

아무리 장사치라 고기 몇 점 못 팔아먹은게 분하고 원통하더라도 이렇게 말을 막 던져도 되냐?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홍보대사가 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니?? 무슨 협박이야, 이게!!!

 

고기장사께서는 우리나라가 단백질 부족이라 걱정이시겠지만,

이나라의 엄청난 육류소비가 비만과 건강악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에 일말에 책임은 없으신지...

 

이 꼴리는 대로 소송 작렬하는 한국사회의 스펙터클은 가히 공포영화수준이다. ㅠ.ㅠ

김민선 불쌍해서 어쩌니...ㅠ.ㅠ 힘내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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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좌파'로 살아가기

어제 우연히 아래 동영상을 발견했는데... 아, 김구라!! 정말 무섭고도 독한 놈이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개그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정말 독설의 神이다.

 

김제동, 정계유착 좌파? (SBS 야심만만)

 

YouTube 동영상을 어떻게 퍼오는지 몰라서 일단 링크를 걸어놓는다.

이 동영상을 보고 "김제동, 니가 어떻게 좌파냐?"라는 딴지는 걸지 마시길. 물론 나도 '학'적인 기준에선 김제동이 좌파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다. 또한 따지고보면 한국사회의 '정서상' 그를 좌파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김제동이 그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숨김없이 밝혀 왔지만, 그것이 한번도 웃음의 소재로 쓰인적은 없었다. 그런데, 구라신께써 이렇게 빵 터트려 주셨는데... 이거 뭐 웃기도 뭐하고 울기도 뭐하고... 그냥 썩쏘만 나올 뿐이다.

 

내가 이걸 보고 씁쓸한 이유는 김구라의 독설이 한국사회에서 '좌파'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에게 "이 사람 좌파에요 좌파"라고 낙인을 찍어놓고서는 그에게 이 사실을 인정할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좌파 어때, 좌파?"김구라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는 김제동을 상대로 사상검증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까발림으로써 하나의 완벽한 독설개그를 완성한다. 이건 뭐 요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연예인 사생활 까발리기랑 비견할 만한 시츄에이숀이다. "연예인 00씨가 △△씨랑 사귀었다 헤어졌다더라"라는 폭로 개그 비슷하게 "김제동은 좌파라더라"라는 폭로.

 

근데 더 안습인 것은 이에 대한 김제동의 대응이다. 내가 '안습'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김제동을 비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저런 상황에서 그가 느꼈을 당혹감을 나 또한 이해하기 때문이다. 저렇게 사람들 많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가 "너 좌파지?"라고 몰아세우면, 분명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그를 "어쩌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니?"라는 안타까움의 메세지를 담은 시선을 던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대답은 기껏해야 두 가지.

 

1> "그래 나 좌파다. 그게 뭐 어때서?" : 요건 내가 많이 쓰던 방법인데, 스스로 당당했음을 자족할만 한 발언이지만, 경험상 이런 식이면 최소 2-3년은 친구없이 지낼 각오를 해야 한다.

2> "난 좌파 아니에요. 그냥 중도?" : 이런 말을 할땐 항상 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져서 나같은 사람이 좌파로 보이는 거다... 뭐 이런 사족을 붙이곤 하는데 아무리 많은 사족을 붙인다 해도 옹색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김제동은 "좌파인거 인정하는데 중도좌파다"라고 말한 것은 애매하지만 어쨌든 2번의 케이스를 따른 것이다. 그가 말했듯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

 

TV공중파에서 노정렬류의 정치풍자가 사라지니 김구라식의 정치누드가 판친다. 어쩌면 이것이 21세기판 색깔론은 아닐까? 김제동이 느꼈을 당황스러움은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좌파'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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