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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8
    이태경의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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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3/24
    [이태경 비판] 이건희와 가신그룹만이 문제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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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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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반론

지행네트워크의 하승우씨와 네 글에 대한 이태경씨의 반론이 오늘 프레시안에 실렸다.

 

"언제까지 반자본·도덕적 엄격주의인가"

 

뒤의 '도덕적 엄격주의'라는 공격은 아마도 내 글을 향하고 있는 듯 하다. 솔직히 나도 지난번 기고가 게재된 이후에 좀 마음이 찝찝하긴 했다. 한나 아렌트의 아이히만에 대한 분석을 인용하면서, 사유는 인간의 '의무'라는 점을 분명히하는데까지는 좋았으나, 뒤에서는 약간 오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인간 이하의 존재'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고... 나는 '인간'이라는 용어를 얼마간 철학적인 개념으로 사용한 건데, 읽는 사람 입장에선 그저 '저 놈은 인간도 아니야'라는 비난성 멘트랑 다를 바 없이 읽힐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나는 별 생각없이 '임직원'을 직원은 빼고 임원만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했는데, 사전적 의미도 그렇고 다른 이들의 글에서도 그렇고, 그 단어에는 삼성의 일반 노동자들도 포함되는 것이었다. 오 마이 미스테이크!!! 혹여나 나의 글을 읽고 불편하셨던 삼성의 노동자들에게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글쓰기의 세밀함이 부족했던 문제였던 것이고, 그 표현이 단지 세밀함의 부족인지, 진심인지조차 구분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태경씨의 '삐툴어진 사상' 덕분인 듯 하다. 그는 글 말미에서 "실존적인 인간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가 진보ㆍ개혁진영에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겨우 내가 지향하는 인간이 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라는 식으로 빠져나가고 만다. 대체 이런 변명이 인간의 실존적 이해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냥 솔직히 말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하고 싶은건 아니고? 김용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도 그 놈의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구조본 간부의 이야기가 실렸던 기억이 난다. 다들 그런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산다. 이태경씨는 혹시 '그러니 어쩔 수 없다, 걍 닥치고 살아라'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닌지?

 

언제까지 반자본, 도덕적 엄격주의를 고집할꺼냐고 다그치는데, 오히려 나는 언제까지 그렇게 자기 편한대로만 문제를 선별해서 보고 근본적 문제를 우회하는 '사상적 기회주의'를 고수할거냐고 묻겠다. 사실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특정 개인을 찝어내어 "저 놈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 만큼 속 편한게 어디있겠나? 그런 면에서 反MB나 反이건희나 다 똑같긴 매한가지다. 무노조 경영과 황제식 경영으로 대표되는 삼성식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건희가 만들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군산복합체를 앞세운 전쟁기계 미국이라는 제국은 조지 부시 혼자 만들었나? 조지 부시 물러나고 나니 미국은 좀 살림살이 나아졌나?

 

삼성경제연구소는 괜히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삼성 장학생들도 허수아비는 아니다. 걔들이 이건희가 물러난다고 '좋은 시절은 다 갔구나'하면서 낙향해서 인생을 관조하며 살려고 할까? 정말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이건희의 황제식 경영이 없어지면 삼성은 좋은기업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지배구조의 문제는 얼마간 해결될지 모르겠으나, 삼성이 초일류 그룹으로 성장하려 하면서 빚어낸 '노동'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태경씨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게 뭐 어쨌다구?" 지금까지 그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들만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대답이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이윤을 위해 노동력을 구매하여 잉여를 수취하는 활동은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혹여나 그 과정에서 부당한 문제들(이를테면 박지연씨 사례 같은 것)이 발생한다면 그건 부당한 지배구조의 문제일 뿐이다. 결국 노동과 자본과의 관계에선 처음부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니 결국 그는 하승우의 '자본주의 너머를 꿈꾸자'는 주장도 탐탁치 않다는 고백을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몇 십년동안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맹신하던 일본의 경제학자가 최근 경제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는 왜 무너졌는가>라는 제목의 책까지 쓰는 마당에 자본주의 너머를 꿈꾸는게 무슨 쌍팔년도 구닥다리 유품 뒷다리 만지는 것이라도 되는냥 말하는 그의 확신에는, 확실히 21세기 자본주의 변화에 대한 '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자신의 정세에 대한 둔한 감각 때문에 자기 상상력을 제한하는 거야 말릴 수 없지만, 남이야 자본주의 너머를 꿈꾸든 말든 제발 냅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웃긴건 "혹시 하 활동가가 자본주의 체제 하의 국가를 마르크스가 말한 "부르주아지들의 일상사를 처리하는 위원회"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라고 하는 부분이다. 그게 왜 염려되는가? 자기 말대로 자본주의 국가는 북구 유럽처럼 국민들의 집합적 의지에 의해 조직될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러면 그건 그냥 생각이 다른거지 염려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가만 보면 이 양반은 마르크스의 주장과 비슷한 구절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는 것 같다. 부디 그대안의 색깔론을 성찰해 보시길 바라오.

 

게다가 "사익추구집단으로부터 권력을 탈환해 대한민국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의무가 있는 진보ㆍ개혁 진영이 반(反)자본주의 혹은 포스트 자본주의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집권은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여러 말 필요없이 이런 대답이 필요하다. "집권이 그렇게 좋으면 혼자 하세요." 사익추구집단으로부터 권력을 탈환한다고? 이 사람의 권력과 집권에 대한 상상력은 딱 구소련적이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가 권력을 탈환한다면 그들은 또 다른 사익추구집단일 뿐이다.

 

반론 글을 또 보낼 생각은 없다. 프레시안 지면상에서 이태경씨가 너무 수차례 까여서 좀 불쌍하기도 하고, 지면상에 그의 이름이 수차례 거론되는것도 그닥 좋은 일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끝으로 이태경씨 글에 대한 댓글 중에 완전 공감되는게 있어서 옮겨적는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삼성만한 기업은 수없이 많았고 사라진 기업도 부지기수다. 불매운동과 상관없이 저물어가는 삼성이 보인다. 삼성의 정점은 이미 끝났다. 지금의 서프라이징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환율조작, 납품가 압박을 통해 국민의 이익, 하청업체의 이익을 갈취한 것에 불과한 것이고 혁신에 의한 결과가 아닌것만 봐도 삼성은 이미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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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비판] 이건희와 가신그룹만이 문제인가?

 

[이태경 비판] 이건희와 그의 가신그룹만이 문제인가?



김상봉 교수(이하 존칭 생략)의 제안 글 이후 이어진 기고들에서 쟁점은 주로 소비자운동으로서 ‘불매운동’과 궁극적 운동의 목표로서 ‘삼성해체’, 이 두 가지로 압축되는 듯 하다. 이 중 전자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하니 굳이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태경이 주되게 비판하고 있는 후자와 관련한 쟁점이다.(<삼성 해체가 답인가?>, <삼성 임직원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 이태경은 삼성해체 주장에 대해 이건희와 그의 가신그룹만 문제 삼으면 될 것을 왜 삼성 전체의 문제로 부당하게 확대시키느냐고 불만을 표한다. 그는 ‘구좌파적 사고’라는 말까지 거론하며 김상봉의 제안을 평가절하하는데, 그러나 그의 ‘세련된’ 주장엔 함정이 너무 많아 보인다.



나쁜 기업은 해체되는게 맞다


나는 처음 김상봉의 삼성 불매운동 제안 글을 보고 그가 바람잡이 노릇을 자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의 경향신문 칼럼이 게재되지 못한 것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아 삼성문제를 전 사회적 논쟁의 공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단 ‘질렀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김상봉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나는 그가 ‘삼성해체’라는 말을 논쟁의 멍석을 깔기 위한 일종의 자극적 수사로 이해했다. 그의 글에서도 삼성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왜 그래야 하는지 근거는 있지만, 삼성을 어떻게 해체시키고 그래서 그 다음엔 어쩌자는 건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러니 그의 제안에 대해 “하지만 정작 방법에 대한 문제는 적고, 삼성을 해묵은 비위 사실과 모순에 관한 철학자로서의 성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진알시 회원, ‘삼성 불매운동’에 할 말 있다>, 오마이뉴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삼성해체’를 주장하는 김상봉의 글은 단지 논쟁의 출발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우리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위법, 무법, 탈법, 초법적 행태들을 선보인 삼성, 어디로 보나 국내에서 가장 나쁜 기업 삼성은 해체되는 것이 맞다. 이것은 웬만한 기업들에게도 적용되어왔던 ‘관행’이고, 요새 유행하는대로 말하자면 ‘법치주의’에도 부합한다. 삼성이 아니라 다른 소규모 기업들이 이 정도였다면 이미 예전에 임직원들 줄줄이 소환되어 콩밥먹고, 기업은 다른 사람에게 조각조각 팔려져 나갔을 것이다.


이미 국가적 통제를 초월하여 국가위에 군림하게 된 삼성을 정상화시켜 국가와 사회의 통제아래 안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해체시키는 것이 맞다. 그 이후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것이며, 사법권력을 비롯한 국가권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 할지는 해체가 전제된 상황에서 논의되는 것이 옳다. 여기서 사람들이 우려하듯 ‘해체’를 ‘공중분해’라는 식으로 이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부당하게 독점된 권력과 자본은 해체되고 분산되어야 한다. 3%의 주식만을 소유하고도 회장 일가가 기업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은 이태경씨가 그리도 옹호한 ‘건강한 시장경제’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내 예상으로는 이태경씨가 말하는 ‘강하고 유능하고 정의로운 국가’가 등장한다면 ‘공정한 시장경제’와 ‘법치주의’에 입각해 삼성을 해체시킬 것 같다. ‘기업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 때문이 아니라.



임직원의 침묵도 범죄다


나아가 이태경씨는 삼성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황당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는 “국가가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제 역할을 조금도 하고 있지 못한 현 시점에서 시민들이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소비자 운동(삼성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뿐”이라고 말한다. 왜 삼성의 문제가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문제이며, 또 불매운동이 왜 그 문제만을 위한 해결책이 되어버렸는가? 김상봉도 첫 제안글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부각되는 삼성의 문제는 이건희와 그 가신그룹의 비자금과 사법권력과의 유착, 부당한 지배구조의 문제로 드러나겠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오히려 이런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었던 ‘삼성식 글로벌 스탠다드’에 있다. 이건희 회장의 황제식 경영이 ‘CEO리더십’으로 칭송받고, 삼성의 무노조 경영원칙은 온 나라에 ‘노조포비아’를 유포시켰다. 이는 노동자의 무권리 상태를 오히려 당연하게 여기게끔 만들었다. 지금까지 삼성반도체에서 24명이 백혈병이 발병하고, 13명이 사망해도 업무상 재해가 아닌 개인 질병이라고 매도해 이들을 두 번 죽이는 행태를 보였던 것이 삼성이었다. 이 백혈병 노동자의 문제를 고발하고 해결을 위해 일하던 한 노무사는 엉뚱하게도 경찰에 끌려갔다. 나의 누나도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삼성 전기 공장에 취직해 일했는데, 제품 검사 라인에서 주야를 번갈아 가며 일하다가 눈에 이상이 생겨 퇴사했다. 하지만 누나는 돈 잘 주는 회사를 왜 그만뒀냐는 아버지의 질책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 우리의 삶과 노동의 한 가운데로 들어와 버린 문제들이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정도의 일인가?


또한 그는 삼성 불매운동이 삼성 임직원 전체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 운동이 미국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말처럼 황당하게 들린다. 물론 우리는 삼성 임직원 전체를 매도해서도 안되고, 그럴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성의 임직원이 삼성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 인식하고 이에 대해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 일의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인간으로서의 ‘의무’라는 사실이다. 나치 전범재판에 회부된 아이히만을 관찰하면서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에게 사유는 '능력'이 아니라 '의무'이다. ‘직장’에선 유태인 학살을 자행했던 아이히만도 집에 돌아가면 자상한 아버지요, 성실한 남편이었다. 처음부터 나쁜놈은 없다. 다만 그가 사유하고 실천하지 않는 순간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될 뿐이다. 아마도 김용철은 삼성 임직원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 이하의 존재’이기를 거부한 사람, 인간의 의무를 다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또한 2006년에 삼성 사내 게시판에 삼성 직원들을 ‘끓는 물속에 서 잠자는 개구리’라고 비유하며 삼성식 경영을 비판하며 사직한 모 신입사원도 김용철 변호사에 비해 사회적 파장은 작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실천의 기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래의 시를 이태경씨와 삼성의 임직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 김남주의 “어떤 관료” 중에서 -


 

 

(프레시안에 실림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324200059&sectio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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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연대'에 대한 한 우려

'무상급식연대'에 대한 한 우려

 

- 이명박에겐 없지만 박근혜에겐 있는 것을 생각하자 -

 

 

 

 

이명박에겐 없는 것

 

대략 2000년 이후, 정치인이 특정 이념을 내걸고 나서는 것은 매우 촌스러운 짓이 되어버렸다. 대신 모든 정치적 가치, 이념은 '경제'라는 지상명제에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그런면에서 이명박은 꽤 세련된 존재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의 입장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인데, 그래서 경제라는 고양이를 잡기 위해 일견 그와 안어울리게 보이는 뉴딜이란 용어도 쓰고 케인지언이라는 정운찬도 총리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이념도 이념 나름이다. 정치인은 학자가 아니니 보수주의니 근본주의니, 또는 자유주의니 사회민주주의니 하는 특정이념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대중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생각의 좌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 그것도 굳이 이름 붙이자면 이념은 이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전'이라 해야 맞겠지만...) 이것은 정권에 대한 지지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작업인데, 이에는 타 정치세력의 동의를 얻어 광범위한 지배블록을 형성하는 것도 포함된다.

 

헌데,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명박은 참 촌스럽다. 그는 입만 열면 '선진화'를 부르짓지만 여러모로 구린 면이 많다.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라는 나름대로의 역사적 비전을 뽐내고 있긴 하지만, 이 비전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선진화의 이명박식 실천방식'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존재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볼땐 흑묘백묘인지 몰라도 남이 볼 땐 아전인수라는 거다. 최근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반대 의원들을 향해 '보스따라 입장이 바뀐다'고 공격한 것은 전형적인 자기중심성의 발현, 즉 '내 생각만 선진화'라는 식의 주장이다. '선진화'야 말로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보수가 장기집권을 노리는데 가장 훌륭한 브랜드인데, 현 정권의 유딩스러운 자기중심성 때문에 이미지를 깎아먹고 여당의 분열마저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에겐 있는 것

 

이 시점에서 박근혜에게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이 경제를 '짱'으로 여기는 데에는 '세련'됐지만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비전제시에는 촌스러운 반면, 박근혜에게는 이명박의 한계를 넘어설 뭔가가 있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박이 현재 사실상 야당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시 정국에서 수정안 반대파의 최고 골잡이는 누가 뭐래도 정세균이 아니라 박근혜다. 이로써 박근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수사의 민주당 독점권을 빼앗아 왔다. (지금부터는 나의 상상력이 최대한 발휘됨을 염두해 두시고...) 만약에 여기에 박근혜가 지방선거를 겨냥해 무상급식을 추진해 보겠다는 발언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실 무상급식은 김문수와 경기도의회가 과도한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여서 그렇지 그렇게 급진적인 공약도 아니다. 실제 다른 시도에선 실시하는 곳도 있고, 원희룡도 무상급식을 받아 안았다.

 

게다가 박근혜는 육영수의 핏줄인 만큼 자신을 '국모'의 이미지로 형성화할 강력한 자원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박근혜가 자기 입으로 그런 소리를 하진 않겠지만, 만약 그런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 어린아이들의 밥을 무상으로 챙겨준다? 내가 볼땐 박근혜로서 필승의 카드다. 심지어 박근혜는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 행사 때 추모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셨지만, 경제 성장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괜히 한번 해 본 소리가 아니다. 박근혜는 최근 자신의 키워드를 '복지'와 '행복'에 두고, 사회복지기본법 개정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박근혜 복지법'나온다>, 매일경제, 09.12.30) 이로서 박근혜는 유신공주 이미지를 벗고 지역균형발전과 복지국가를 두 축으로 반MB전선의 수장이 될 준비를 끝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세종시 논란에서는 박근혜가 지난번 미디어법 사태에서처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무상급식은?

 

박근혜와 무상급식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적으로 내 상상의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전혀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원희룡의 무상급식 공약 발언 이후, 노회찬은 적극적으로 '무상급식연대'를 제안했다. 그 동안 반MB전선의 '내용'을 강조해 온 진보신당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원포인트 연대'가 진보신당으로서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음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번 무상급식 논란은 어느 순간부터 문제의 본질인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의 대립이라는 문제를 벗어나 정치인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상황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통해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허망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 '무상급식연대'가 성사된다고 한다면 노회찬은 무슨 근거로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할 것인가?

 

논리전개를 위해 박근혜 얘기를 주로 했지만 진짜 문제는 박근혜가 아니다. 사실상 이미 무상급식은 진보정당만의 것이 아니다. 원희룡의 말대로 그것은 "따뜻한 보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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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잘한다!!!

제목만 보면 손호철을 비꼬는 말처럼 들릴수도 있겠는데, 그런거 절대 아니다.

손호철의 발언들이 너무 에누리 없이 톡톡 쏘는 맛이 있어서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거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면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류의 발언들을 대놓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난 예전부터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투쟁을 하려면 이명박 정부보다는 민주당을 두들겨 패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삼국시대에 백제는 왜 망했을까? 고구려에 맞서는 투쟁을 잘 하지 못해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은 초딩들도 다 안다. 백제는 신라한테 뒷통수 맞아서 망한거다. 반면 신라가 백제를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구려와의 결투가 끝난 뒤 전리품을 나누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 놨다가 백제의 몫을 다 가로채 가버렸다는데 있다.

 

진보는 백제가 될 것인가 신라가 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지금 진보의 행태는 고구려와의 싸움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미 백마강에서 삼천궁녀와 풍악을 울리며 니나노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면에서 손호철의 멘트들은, (약간 투박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진보의 진짜 적은 고구려가 아니라 신라라는 점을 명확히 해 준다. 그리고 실제 자신이 직접 나서서 신라를 두들겨 패고 있다.

 

손호철은 그 중에서도 정세균을 주요 타겟으로 잡은 듯 하다. 얼마전에 그가 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제출한 글을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에 대한 민주당 측의 대응, 그리고 그에 대한 손호철의 반박이 참 재밌기도 하고 씁쓸하다.(관련 글) 민주당은 도대체 몇 대를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릴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뱀발) 민주당은 한나라당보고 '삽질정권'이라고 욕한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전 의원 김원웅은 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사람 중에 처음으로 대전-금산-옥천 통합추진을 공약했다. 이에 대해 우리 동네 헬스장 아저씨들은 "그거 빨리 돼야 그린벨트 풀려서 땅값이 오를텐데..."라고 말했다. 그 아저씨들 말이 정확한 예측을 담고 있건 아니건 간에 요런 정황만 봐도 삽질정권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대상이 꼭 하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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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써도 되는 걸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에 서울행 기차를 탔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사회복지사 시험 때문에 기차 안에 몸을 실은 2시간 동안

계속 1주일 내내 정리한 요약노트를 보고 있었다는게 서울역으로 향하는 사람의 태도로서

좀 민망하긴 했지만, 여하간에 난 그날의 학살이 일어난 지 1년이 되어서야 그들을 만나러 왔다.

 

원래 계획은 노제까지 가서 용산 참사 현장을 내 눈으로 보고

형식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날 그렇게 아팠던 분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거였는데, 그냥 영결식만 보고 돌아왔다.

 

뭐 어디 깃발 밑에 있기도 뭐한 형편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아는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재빨리 얼굴을 돌리고,

엉겹결에 또 얼굴을 마주친 사람들과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뭐 이런 일들을 3시간 넘게

하고 있으려니 그것도 참 불편한 일이었다.

 

3시간동안 만난 사람중에 어색한 사람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바로 옆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두더지'를 만났는데, 그 놈은 아직 졸업을 안 하고 있댄다.....는 말에 좀 반가웠다. ㅋㅋㅋㅋㅋ 1년 동안 여행을 다녔다고... 그래서 아직 졸업하려면 1년이나 남았단다. 이런식으로 '젊음'의 기간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부류가 나 말고도 또 있다는 사실에 오랜만에 누군가와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도 나름 소득이라면 소득이겠지...

 

집에 다 와서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장군님이었는데, 아까 서울역에서 나를 봤댄다. 너무 멀리 있어서 부르지는 못하고....

그래서 답장을 해줬다. 뻘쭘해서 일찍 내려왔다고. 다들 슬픈데 나만 바람쐬는 기분으로

와 있는게 민망하기도 했다고...

그랬더니 장군님은 그래도 내가 그런데 안 오는 놈들보다는 낫댄다.

 

이거 그냥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말이겠지?

요즘 너무 외부의 감정적 자극으로부터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여서

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를 담은 말을 들을때는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

어쨌든 한 5분쯤 생각한 뒤 장군님에게 고맙다고 생각했다.

 

이제 9개월 가량 남았다.

거의 3분의 2가 지났다. 힘든건 없었지만 엄청남 지겨움과 살짝 느껴지는 외로움 정도가 그 기간동안 나와 함께 했다. 9개월 뒤, 나는 장군님의 말에 어떤 방식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어쨌든 1월 9일같은 상황에서 그런 어색함은 다시 느낄 일이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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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시험이 끝나면 읽어달라고 줄 서 있는 책들이 너무 많다.

일단 소문만으로도 너무 사람을 긴장시키는 이갑용의 <길은 복잡하지 않다>부터 읽어야겠다.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가를 할지 말지 뭐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은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형편

이지만, 어쨌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문제들로부터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독서 목록 1번에 들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그 동안 숙원사업을 해결해야겠다.

신영복의 <강의>와 기세춘의 <예수와 묵자>를 시작으로 동양고전 독파에 들어간다.

올 해 안에 기세춘 선생이 완역한 <묵자>, <장자> 등도 완독해야 겠다.

올 해가 지나가면 아마 손도 못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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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우주최강 찌질이들

최근 민주대연합, 진보대연합과 관련된 논의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10년 넘게 재탕 삼탕되는 이 난제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민주당을 뺀 진보대연합' 발언과 이에 대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반론, 그리고 여러 학자들의 논쟁이 있었다. 논쟁의 당사자인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당내 미묘한 입장 차이들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는데, 그 때문에라도 나 같이 두 당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별 영양가 없는 말이라도 보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BS 주말 드라마 중에 <그대 웃어요>라는 게 있다. 자동차 재벌 회장집 아들이었다가 사업을 쫄딱 말아먹어 빈털털이가 된 서정길(강석우 분)의 가족들이 자기 아버지 개인 기사로 일했던 강만복(최불암 분)의 집에 얹혀살게 되는(사실상 가택침입에 상습적인 기물파손과 사생활 침해)게 주요 스토리다. 그런데 서정길은 빈털털이 된 주제에 아직도 자기가 회장님댁 왕자님인줄 알고 자기 아버지뻘 되는 강만복에게 꼬박꼬박 '강기사'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 자기 아버지가 지금까지 강기사 먹여 살렸으니까 강기사가 나 먹여살리는 건 당연한 거라고 뻔뻔스럽게 말한다. 그래서 심지어 강만복이 운영하는 카센터도 자기한테 물려줘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내가 설명한 서정길의 모습이 민주당하고 완전 닮았다고 말하면 당사자들께선 많이 기분이 나쁘시려나?

 

 

'묻지마 연합'의 꼬라지들

 

민주당이 진보정당들을 향해 '민주대연합'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딱 그렇다. MB정권이 독재정권이고 한국사회를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기 때문에 반MB로 뭉쳐야 한다는 말은 슬로건일 뿐이다. 사실 속내는 '2010지방선거 승리'와 '2012대권탈환' 딱 두마디로 요약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왜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에게 힘을 보태야 하는가? 언제 돈 꿔준 적 있나? 당사자들은 또 노발대발 하시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세력에게 '트로이의 목마'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노무현이 집권했던 5년은 그야말로 '배신의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07년 대선에서 참패했다. 그런데 그들은 또 남 탓을 하고 싶은걸까?

 

민주당 세력이 지난 10년간 개혁에 실패한 것이 진보정당이 안 도와줬기 때문인가? 왜 자기들이 무능력해서 '자멸'해 놓고서는 엄한데서 삽질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때리는 시애미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여기다 대고 민주당을 거들고 나선 정상호 교수는 노회찬의 발언이 연합정치의 산통을 깨는 거라는 식으로 말한다.

 

자, 그럼 다시 앞의 드라마 얘기로 돌아가보자. 강만복이 서정길과 힘을 합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 강만복이 서정길네 식구한테 잘못한 것도 없을 뿐더러 지금껏 할만큼 했다. 자린고비 정신을 바탕으로 자수성가하여 알부자가 된 강만복의 상황은 지금 진보정당과 좀 다른 면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비슷한 처지다.

 

진보세력은 민주당-자유주의 세력에게 딱히 잘못한 것도 없고, 할만큼 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권영길 의원이 스스로 증명하지 않았나? 97년 대선때 자기가 당선될 가망이 없는 걸 진작에 알고 마음 속으로 김대중이 당선되길 바랬다고... 대통령 후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 했겠는가? 솔직히 그 당시 진보세력들 중에 겉으로는 권영길 지지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김대중 되길 바라고, 실제 김대중 찍었던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는 건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렇게 '자기 존재 근거 까지 부정'해 가면서 도와줬으면 그 쯤해서 고마운 줄 알고 자기 힘으로 먹고 살 생각해야지 어디와서 또 행패냐 이거다. 초등학교 반장선거 할때 뭣도 없는 놈이 나와서 "야, 작년에 우리 같은 반이었잖아. 그러니까 나 찍어"하는 것만 같다.

 

 

곗돈 갖고 날른 놈한테 돈을 빌려주라고?

 

4대강 사업 반대하니까 힘 합쳐야 한다고? 이 말이 뻥카라는 사실을 최근에 자신들이 예산안 타협과정에서 폭로해 버리고 말았다. 난 지금까지 4대강 반대한다는 사람 중에 보의 높이만이 문제였다고 말하는 사람 한 명도 못봤다. 어디서 사기질이야?

 

오늘 기사를 보니 추미애 의원이 한나라당과 문 걸어 잠그고 노조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프레시안 기사) 이쯤 되면 민주당에서 추미애 의원을 제명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만약 그렇게 한다면 민주당에 그나마 희망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희 의원처럼 민주당과 '묻지마 연합'을 해야 한다면, 그거야 말로 강만복이 서정길에게 카센터 물려주는 꼴이다. 드라마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서정길은 강만복이 삼시세끼 밥 먹여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기다 대고 '내가 부도난건 당신들 책임도 있어. 왜냐면 우리 옛날에 한 솥밥 먹었으니까'라고 말하는 꼴이다. 서정길이 지가 흥청망청해서 부도낸 걸 강만복에게 갚아달라고 하는 꼴이다.

 

민주당은 한반도 남녘에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세상에 그런 찐따들을 제1야당으로 모셔주는 국민들인데, 참 너그럽기도 하셔라.

 

오늘 레디앙에 기고된 박노자의 글에 100% 동감하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명박이 독재라고 하려면 박정희처럼 자기 지시 한 마디로 국회의원 뱃지를 뺏을 수 있어야 한다. 국회도 해산하고... 지금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 아니, 박노자 말대로 이명박이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나? 민주당이 이명박보고 그의 '야당을 무시하는 통치' 때문에 독재라고 하려면, 예전에 김영삼이 YH노조 농성 때문에 두드려맞고 의원직 박탈 당했을 때 만큼의 탄압을 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뭐하냐고 대체? YH노조 사건과 맞먹는 용산참사가 일어났어도, 용산에 가는걸 마치 시장통 민생탐방하는 것 정도로 여기고 있다. 고작 한명숙이 고소 당하니까 벌떼처럼 일어나서 거품 물고 앉았고... 혹시나 김영삼이 91년 3당 합당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그를 '반(反)민주 인사'로 치부한다면, 민주당은 무(無)민주, 몰(沒)민주 집단 쯤 되겠다.

 

이쯤되면 민주당은 우주최강 찌질이라고 할 만 하다. 그들의 속내는 그저 한나라당처럼 되고 싶은데 그러기엔 과거가 캥기는데가 있고, 그러다 보니 괜히 엄하게 자기보다 힘없는 군소정당 두드려 패서 반사이익이나 얻으려는 간신배들이다. 국민참여당이라고 해서 다를까?

 

민주대연합을 하고 싶나? 그러면 지금처럼 협박하지 말고 '유혹'해 보라. 달콤한 꿀과 향기가 있는 꽃이어야 벌과 나비가 꼬일 거 아닌가? 지금 민주당 꼬라지로는 열흘 굶은 소도 안 쳐다 볼꺼다. 근데 이런 찌질이의 러브콜을 받아주려는 민주노동당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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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교육감(2)

새벽길님의 [진보교육감 되기] 에 관련된 글.
 

 

 

새벽길님의 생각과 저의 생각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약간 미묘한 데가 있네요. 어제 새벽길님의 글을 보고 바로 답글을 쓰려다가 머릿속이 꼬여서 접어버리고 말았는데, 샤워하면서 생각해 보니 할 말이 생각나서 몇 자 더 적어봅니다.

 

두 가지 지점에서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벽길님은 무상급식이 별로 급진적인 사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하셨는데, 그 이유가 오직 민주당 때문인가요?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저는 김상곤 교육감이 오히려 잘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김상곤 뿐만 아니라 모든 진보운동에 해당되는 얘기일텐데, 민주당과 함께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쟁점에 끌려다니는게 문제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쟁점에 억지로 끌려다닌 때는 정말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4대개혁입법, 노무현 탄핵, 세종시 모두 그런 예일테고 그 속에서 진보운동은 울며 겨자먹기로(?) 민주당 편이 될 수 밖에 없었죠. 그런 면에서 무상급식은 그 자체로는 매우 바람직한 쟁점이고 이를 통해 민주당을 '묶어' 놓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술적으로도 옳다고 보여집니다.

 

노회찬 대표가 요즘 언론을 통해서 계속 '민주대연합 할꺼냐 말꺼냐'라는 되도 않는 질문에 대해 '조건부'로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그 조건부라는 것이 바로 이렇게 '우리가 만든 쟁점'에 대해 동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노회찬이 이야기하는 바가 민주당의 현실적인 힘을 회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포지션이란 생각이 드네요.

 

물론 무상급식으로 일점돌파하겠다고 마음먹고 일제고사 같은 다른 문제를 버리고 간다고 생각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두 번째 문제, 김상곤 교육감이 자신의 포지션을 경영전문가에 맞추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의문스러운 지점은 그가 선거 당시부터 신문광고에 '경영전문가'라는 점을 대문짝만하게 광고하고 다녔는데 왜 이게 선본 내부적으로 전혀 제어가 안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 선본에서 민주당 세력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영향때문에 교원평가 같은 것에 애매한 입장을 내놓는 것이 방치되는 것이라면, 좌파의 입장에서 이 선거는 '이기고도 진' 것이 아닐까요?

 

진보진영도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선거 승리, 왜 이렇게 죽쒀서 남주는 결과가 되도록 만들었는지 그게 답답한 겁니다. 따지고보면 경기도 교육 수장을 '진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유시민이 서울시장되는 것보다 더 파괴력이 큰 일일 수 있는데, 왠지 임기가 끝날때까지 공수표로 날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 같은 사람은 그게 누구 책임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선거에 당선된 사람은 어떤 세력의 지원을 받아던지간에 관료가 되어버리고 마는 구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웠고, 사실상 문제의 해결을 그런 '기술관료적 지배구조 타파'에서 찾아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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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교육감

<나는 김상곤 교육감이 싫다> (김진, 참세상, 09/12/08)

 

<김상곤 교육감, 최소한 이것만은 하라> (김태균, 참세상, 09/12/10)

 

 

참세상에 김상곤 교육감을 비판하는 기사가 두개나 올라왔다. 그저 힘들겠거니, 앞으로는 잘  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어서 그닥 관심을 두고 있진 않았는데, 기사를 읽어보니 문제가 심각한가보다. 주요 언론에는 경기도 의회와 대결을 벌이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실제 김상곤 교육감 스스로도 그 문제가 자신이 해결할 제 1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김진, 김태균님이 지적한 문제들이 앞으로 그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다. 이들의 말대로 시국선언, 일제고사, 비정규직 유치원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김상곤 교육감이 싫을 수 있고, 그가 다음번에 교육감 선거에 또 출마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이런 문제들만큼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김 교육감이 따금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하기에 좀 망설여 진다.

 

(내가 요즘 시국에 대해서 블로그를 통해 쓰는 글들이 모두 그렇지만) 난 그저 이렇게 뉴스를 통해 접하는 내용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해당 사안에 대해 매일매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시는 분들의 생각에 이런저런 코멘트를 달 만한 자격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외부자'라는 나의 위치를 인정한 선에서 할 수 있는 말들을 풀어보려 한다.

 

나는 김상곤 교육감을 두둔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른 건 둘째치고 비정규직 유치원 노동자들이 항의방문 하자 그들과 면담하여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기보다는 경찰의 손에 넘어가게 했다는 점은 당췌 용서가 안되는 점이다. 시국선언, 일제고사 같이 전국적인 규모의 쟁점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공갈협박 때문에 주춤한다 변명하더라도 이건 뭐 어떻게 빠져나갈 구멍이 없질 않나?

 

하지만 나는 '무상급식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전면에 맞서는 민감한 사안들은 피해가면서 여론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미지 상승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김진님의 말은 좀 갸우뚱 거려진다. 비교하자면 무상급식 문제는 노무현의 4대개혁입법처럼 본질에서 벗어난 포퓰리즘적 선동이고 본질은 '시국선언, 일제고사'라는 얘기인데, 나는 무상급식 문제가 이렇게 과소평가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김상곤 교육감의 그간 행적 전반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무상급식 문제만 놓고 보자면, 이를 교육청 안으로 가느냐 도의회 안으로 가느냐는 단순한 교육예산사용방향에 대한 결정의 문제를 넘어서서 앞으로 복지정책의 방향을 선별주의로 갈 것이냐 보편주의로 갈 것이냐 하는 핵심적인 문제다.

 

김대중-노무현 10년 동안의 성과로 기초생활보장법과 같은 공공부조의 도입을 크게 선전하고 다니던데,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놓은 이런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선별주의였다. 김상곤 교육감이 요즘 역설하고 있는 것처럼 이는 수급자에게 '가난'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었다. 만약에 경기도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된다면 이런 낙인찍기 일색이었던 복지정책의 프레임이 바뀌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놓고 뭐는 본질이고 뭐는 여론전이고를 갈라놓는게 합당한 태도일까?

 

또 하나는 소위 '진보교육감' 혼자서 그 많은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올바른 생각일까 하는 점이다. 김상곤과 도민의 관계는 최고경영자와 투자자의 관계가 아니다. 우리가 종잣돈 모아왔으니 니 능력껏 10배로 불려와라, 못하면 다 니 책임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사실상 우리가 그를 '진보교육감'으로 뽑아놨다면 말이다. 실제로 경기도 교육감 선거가 그렇게 진행되었다. 보수정당 국회의원 선거하듯 당에서 공천주면 만사오케이고 애들 과외비 벌기 위해 모인 아줌마들 선거운동원 시켜서 율동시키는 그런 선거가 아니었다(고 언론을 통해 들었다). 시민단체, 학부모단체들이 선거운동과정에서부터 함께 해 온 것이라면 당선 이후도 같이 해야 한다. 그보다는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언제까지 진보가 행정기관에 청원하고 읍소하고 압박하고 점거하고 농성하는 집단일 수는 없다. 진보정당들이 원하는 집권을 하려면 더더욱이나 말이다. 그런 면에서 당선 전에는 득표 전쟁을 치루는 것이라면, 당선 이후에는 교육 관료들과 전쟁을 치뤄야 한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정부를 이명박이 지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행정부 고위직을 장악한 기술관료들이 지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경기도 교육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 김상곤 취임 초에 벌어졌던 교육청 관료들의 행태를 생각해 봐도 그들의 힘은 상당하다. 물론 도의회 의원들처럼 선거로 밥줄이 결정되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감을 고꾸라 뜨리려고 애쓰지 않았을 뿐...

 

내가 안타까운 점은 사실상 이런 교육관료들과 전쟁을 치르는데 필요한 노동, 시민운동계의 활동이 교육감의 정책적 활동과 전혀 연결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료들의 행태를 답습한 교육감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얼마간 운동적 힘을 통해 탄생시킨 교육감마저 관료로 전락시킨 이 구조 자체가 더 한탄스러운 뿐이다. 

 

난 김상곤 교육감이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 김진, 김태균님 만큼 잘 모른다. 그래서 일제고사 시행, 시국선언 교사 징계가 얼마만큼 김상곤 교육감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었는지 잘 모른다.(그의 의지가 덜 반영된 것이길 믿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영혼없는 관료'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리편인 줄로만 알았던 교육감 개인에 대한 배신감을 표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뀔 것이 없지 않을까?

 

"그러니 교육감에게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하지 않으련다. 진보교육감이 계속해서 진보교육감일 수 있으려면 같은 편으로부터 날라오는 비판과 공격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를 향해 날라오는 피케팅을 관료의 힘을 빌어 눌러버리지 않고 이들과 (원래 그랬듯이) 더 열린 자세로 토론하고 '함께' 정책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그런 면에서 김상곤이 더욱 더 '포퓰리스트'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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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운동 (2)

구르는돌님의 [학생회 운동] 에 관련된 글.

 

 

 

 

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난장판인가보다. 한겨레21에서 기획기사로 서울대 선거를 집중 분석까지 한 것을 보면.... 뭐 서울대 만의 문제는 아니고 이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등이 꽤나 질펀한 선거를 하고 있나보다.

 

내가 작년에 졸업한 명륜동의 저 학교의 사례도 서울대 감청사건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전국구 대박감인데, 서울대의 이름값과 사건의 경악성에 밀린 것이 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권선본 두개가 나와서 경선이라는데,

알고보니 그 중 학교쪽이랑 더 친한 선본의 인사캠 총학생회장 후보가

내가 2학년때 갔던 새터에서 같은 조 새내기였다. ㅋㅋㅋㅋ

그 자식 새터 첫날부터 "나는 비권 총학생회가 좋아요"와 "저는 박정희를 존경합니다"

를 외쳤던 놈인데... 그리고 자기는 꼭 총학생회장이 될 거라는 말도 했었다.

물론 우여곡절 재선거까지 가는 과정에서 결국 낙선하긴 했지만 ^-^;;

 

(아, 혹여나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이 학교는 캠퍼스가 서울 명륜동과 수원 율전동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총학생회 선거는 각 캠퍼스당 총/부총 후보 두 명씩, 즉 4인 1조로 출마해야 한다. 그래서 한 캠퍼스에 총-부총 후보가 있어도 다른 캠퍼스에 메이트가 없으면 출마가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듣기로 그 학교에서 2년 연속 선거 파행사태가 계속되었고,

그 발단이 모두 자과캠 쪽의 성폭력 사건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올 해 사건은 사실상 '강간' 수준이라던데....

 

그 때문에 해당 선본(이하 A선본이라 함)은 선본자격을 박탈당했는데, 사실상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살아남은 다른 쪽 선본(이하 B선본이라 함)도 만만치 않은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B선본원 중 한명이 A선본을 사칭하여 A선본이 선본옷 등을 거래한 업체에 전화해 거래내역이 담긴 입출금 내역서를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A선본의 학교측과의 커넥션을 밝혀내려고 했단다. (영화 좀 그만봐라 자식아!!) 하지만 이상하게 여긴 업체 사장님이 A선본에 이 사실을 꼬발러서 다 들통났고 B선본도 선본 자격 박탈.

 

이쯤되면 상식적인 대가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음 수순으로 선거 무효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엽기적인 자식들이 12월 재선거를 공표하고 후보 추천등록을 다시 받는다는 거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A,B 이외에 다른 선본이 나오는건 불가능하다. 결국 A,B에게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A,B 선본은 날림으로 추천을 받아 다시 등록했고 (A는 성폭력 가해자였던 후보를 다른사람으로 갈아치우고) 지난주에 투표가 끝나서 B선본이 당선되었단다.

 

*       *       *

 

자, 그럼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학생회 선거는 민주주의 장이고, 학생회를 통해 학생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 놈이야말로 세상물정 모르는 80년대 퇴물 취급을 받지 않을까? 자격을 박탈당한 선본들이 선본이름, 후보 한명 갈아치워서 뻔뻔스럽게 다시 나오는 판국에, 선거는 민의의 실현을 위한 장이 아니라 뽑아줄테까지 나올테니까 할테면 해보라는 식의 협박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또 졸업까지 한 마당에 이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이 사건과 관련된 중앙운영위원회 속기록을 봤는데, 거기 모여 앉은 학생대표자라는 자식들의 생각도 딱 그 수준이었다. "새터가야 한다, 축제준비해야 한다. 총학없이 할 수 있냐? 어찌되었든 총학은 뽑고 보자. 3월되면 바빠서 못한다." 전형적인 관료, 테크노라트들의 사고방식이었다. (물론 몇몇 일부는 그런 생각에 반대했지만)

 

총학이 새터를 위해서, 축제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쿨하게 생각해 보는게 어떤가? 어차피 그런 일은 여행 및 공연 기획사가 더 잘한다. 총학생회 사무실을 그런 회사에게 아예 임대를 해 주고 1년 내내 그 회사가 알아서 행사 준비하라고 시키면 어떤가? 그럼 학교는 1년내내 연예인들 공연으로 들썩들썩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광장을 소녀시대, 원더걸스 전용 콘서트홀로 만들 수도 있다. 어때 괜찮지? ^^;;

 

등록금 협상도 해야 한다고? 어차피 등록금 투쟁이 아니라 협상을 할거라면 학생들이 하는 것 보다 전문적인 공인회계사에게 맡기는게 백번 낫다. 나도 2006년에 등록금 투쟁(?)할때 관련 예산표를 본 적이 있는데, 나이많은 NL선배들이 와서 몇 날 며칠 표 분석 내용 설명해 주고 그랬는데 진심으로 '하나도' 못알아 들었다. 그렇다고 그 NL선배들은 잘 알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선배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유인물로 만들어 뿌렸는데, 며칠 뒤 그 내용을 반박하는 유인물을 (학교측의 지원을 받는) 반권 총학생회가 냈는데, 그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대응을 못했었다. 왜? 모르니까...

 

그러니까 학생회 업무를 전부 다 아웃소싱 하라는 거다. 그러면 쓸데없이 부정선거, 진흙탕선거 라는 얘기 들을 것도 없고 투표율 50%넘기려고 학우들 붙잡고 귀찮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운동권 학생이든 비권학생이든 선거운동 하느라 시험공부도 못해서 학고맞아 집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 어때 괜찮지? 국가 행정업무도 사실상 기업체에 아웃소싱하는 마당에 학생회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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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운동하는 친구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나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총학생회가 무슨 지역사회복지관 쯤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운동권이 아무리 급진적인 구호를 내걸고 출마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혹여나 이 '게임의 룰'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으로 뛰어드는 거라면 모를까....

 

이를테면 복지공약 하나도 만들지 말고 출마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걸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거다. "우리는 복지공약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학생회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하나하나 대결 하는 거다. 물론 당선가능성과는 크게 멀어질 테지만, 뭐 어떤가? 이래 지나 저래 지나 어차피 지는거 할말은 제대로 하고 지는게 낫지 않나?

 

내가 지금은 당사자가 아니라고 너무 막 질러대나? 음... 그건 아닌것 같다. 예전에도 총학생회 선거 준비할 때 나는 "이번 선거 목표는 '지는 선거'로 가자"라고 말했다고 바로 뻰치 먹은 적이 있다. 현실적인 역관계에서 운동권이 열세일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이기려고 용쓰다보면 하지말아야 할 짓을 너무 많이 하게 될 테고, 그렇게 해서 혹시나 이긴다고 해봤자 득될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음... 나의 이런 생각은 지난 12일 경향신문에 실린 한윤형씨의 칼럼 내용과도 어느정도 비슷한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총학생회가 허수아비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래에 퍼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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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09. 12. 12) [2030콘서트]‘허수아비’ 대학 총학생회 

대학가에서 가을은 총학생회 선거의 계절이다. 올해는 유난히 총학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지인이 많았다. 개표 전 ‘투표함 개봉’과 ‘도청’을 통한 비리 폭로로 파행으로 치달은 서울대 총학 선거를 비롯해 우려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기성 정치권 못잖은 ‘꼬마 정치인’들의 진흙탕 싸움? 어떻게 해도 투표를 하지 않는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 어느 쪽을 택하든 씁쓸함은 남는다. 우스갯소리로 운동권이 총학을 잡으면 자기네 정치조직으로 돈이 흘러가고, 비(운동)권이 총학을 잡으면 학생회장과 그 측근들의 주머니로 돈이 흘러간다고 한다. 이 말에 약간이라도 진실이 있다면 어느 쪽이든 학생의 대표자로서 제 역할을 하는 총학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실정이므로 학생들이 총학 선거에 무심해지고, 그 무심함의 장막 뒤편에서 총학이란 조직에 배정된 빵부스러기를 주워 먹기 위한 난장판이 벌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닐까.

오늘날의 대학은 군사독재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해방구’도 아니고, 진학률 86% 시대의 대학생을 특권층이라 칭하는 것도 부질없다. 대학생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이들을 예비노동자라 부르는 이도 나타났지만, 지금은 이조차 사치스럽다. ‘예비’라는 글자를 떼어내기 위해 젊은이들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이제 대학생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고, 다만 자신의 삶이 정치에 의해 규정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던져진 2000년대 초반의 운동권 정파들은 등록금 인상 저지 투쟁을 주장해서 학우들의 신망을 얻어 총학을 잡고, 총학을 잡은 이후엔 자기네 정치조직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했다. 학생들을 위하는 ‘복지공약’과 제 이념을 실현하는 ‘정치투쟁’의 이분법 속에서 등록금 문제가 그 자체로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설령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총학은 대학 당국에 대해 얼마나 무력한 조직인가? 가장 강경한 정파가 가장 강경하게 투쟁했을 때도 등록금 투쟁은 실패로 끝나곤 했다.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몇몇만 희생양이 되면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총학 선거가 복마전이 되는 이유는 총학이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만큼의 권력은 지니지 못했으되, 선거에서 승리한 몇몇 학생들에겐 충분히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수준의 조직이 되어버렸기 때문 아닐까? ‘시민 없는 시민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듯이, ‘학생 없는 학생회’에 대해 얘기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꼬마 정치꾼들’과 ‘선거에 무관심한 대학생들’에 대한 규탄보다 훨씬 본질적인 문제다.

총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이 총학 선거에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 학생들의 열렬한 참여 없이는 대학 당국이 총학에 더 큰 권력을 배분하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을 거다. 이 딜레마 속에서 총학은 대학 당국과 학생들 사이에 어떠한 소통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허울 좋은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총학에 대한 고민은, 이렇게 그것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한윤형 | 대학생·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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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교지 만화

총장을 비판한 만화라고 수거조치 당했단다.

우아 근데, 요 만화 그린 친구 센스가 장난이 아니다.

감상평을 한마디로 쓰라면 "이거 참, 씁쓸하구만" 이지만, 어쨌든 훌륭한 만화다.

이거 보시는 분들은 인터넷 여기저기에 퍼나르심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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