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210건

  1. 어머니 칠순, 금혼식 (6) 2007/01/08
  2. 재밋는 아들...2 (4) 2006/12/27
  3. 눈 피해... (2) 2006/12/18
  4. 몇 년만의 외식? (6) 2006/12/11
  5. 1년 만에 합격... (9) 2006/12/11
  6. 축구 구경 2006/11/27
  7. 대화.. (7) 2006/11/27
  8. 수능시험을 본 아들아... (10) 2006/11/16
  9. 오토바이 사건... (3) 2006/11/10
  10. 아침의 두 장면... (12) 2006/11/07

50년 전에 결혼 한 거는 맞는 거 같은데,

결혼식 날자도 정확하게 모르신다. 두분다...

신행 가고 오는 어느날을 헷갈리는지

아니면 세월이 지나다 보니, 결혼날자라는게 무슨 의미가 없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후자가 더 크겠지.

 

어쨌거나 지난 토욜(6일)저녁에

어머니 칠순 잔치를 치렀다.

 



그때도 안하신다, 못하신다 하다가도 막상 하고 나니까

그저 좋아 하셨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에는

어머니 칠순에다 금혼식까지 겹쳐서 잔치를 해야겠다고 추진했다.

 

장소에, 사진에, 이런거 저런거 챙기기 싫어서

아예 무슨 상조회사라는데 계약을 했다.

부모님 웨딩 사진 찍어준다 해서

모시고 가서는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맘에 안든다고 다시 가서 찍었다.

두번째 가신다고 할때는 난 모르겠다고 안갔더니,

막내 동생이 함께 갔다 왔단다.

사진을 액자로 크게 만들어 가져 왔는데,

그사진이나, 새로 찍은 사진이나...그게 그거인듯.

(어쨌든 그당시의 결혼 사진도 한장 없다..사진이라고 찍지도 않았겠지)

 

아버지와는 칠순잔치를  하겠다, 안하겠다로 실갱이를 좀 벌였고,

"저도 낼모레면 나이 50이니까 그냥 제가 하는대로 좀 따라오시죠!"

하고 아버지한테 대들었더니 그담에는 부모님으로부터는 말이 없어졌다.

막상 청첩장 만들어 드렸더니,

올친구들 아무도 없다고 하셨다가는 다 연락해 가지고,

예약한 자리보다 50석이나 자리가 많았는데도

막상 자리가 모자랐다는...

 

문제는 형제들간에 있었다.

형제들이라기보다는 며느리들의 불만이 나오고,

며느리들끼리도 의견이 안맞아 말다툼도 하고....

 

물론 원인제공은 큰아들인 내가 했지만,

그래도 일을 시작할때 이런저런걸 계약해서 하려고 하고,

그걸 추석 때 만나서 얘기는 했고, 

또 지난 12월 초에 시골에 묘사지내러 갈때

청첩장 나눠주면서 이렇게저렇게 할 거라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이 동생들이 자기 아내들한테 제대로 설명을 안해줬다.

대충 이렇게 칠순잔치 한다더라... 정도로.

 

그러다 보니, 불만이 일을 추진한 장남 한테로 몰렸고,

왜 그런 행사를 하려면 전체가 다 모여서 결정을 하지 않고,

장남 맘대로 진행했느냐는 거였다.

(이 형제들이 회비를 거둬서  모아둔 돈이 조금 있었고,

 행사비를 이 돈으로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직접 자식들은

'그정도는 일추진하는 사람이 알아서 하면 편하고 좋은거 아니냐?'였고,

한다리 건넌 자식들은

'전체가 회의를 해서 결정해야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게 어딧냐?'였다.

 

한다리 건넌 사위들은 '별의견 없음....' 이런정도..

 

그나마 장남의 아내라고, 남편을 위해서인지, 큰며느리라고 그런지 모르지만,

아내가 대충 지지해 줬고, 그래서 행사는 무사히 마쳤다.

행사 끝나고, 장남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일요일날 모여서 향후 계획이라도 얘기하자고

밥이라도 살테니 모이라고 했더니,

아들 한명과 며느리 셋은 불참.

모인 사람들만 대충 결정하고 마쳤다.

불평 있는 사람들이 빠지면, 회의는 언제나 일사천리??

 

하튼, 칠순 잔치에는 부모님 친구들과 친척들이 많이 왔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부모가 자식들보다 훨씬 인물이 낫다'는 중평이었고,

더구나

아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산오리를 남편이라고 소개했더니,

'할아버지랑 사냐?'고 되물었다는....

 

아버지, 어머니! 저는 왜 이렇게 만드셨어요? 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1/08 18:37 2007/01/08 18:37
Tag //

재밋는 아들...2

from 나홀로 가족 2006/12/27 17:58

지리산 간다고 산청으로 가서 이준 위원장 집에서 술한잔 마시고 있는데,

동명이가 문자를 보냈다.

 

-  아빠나술먹구잇엄좀늦게들어가ㅜㅜ

=  짜샤 아빠는 산에 왔어 좀만 마시고 엄마한테 혼나지 않게 잘해라

-  알게뜸ㅋㅋ!!~~

= 여자친구한테 크리스머스카드라도 선물해라

-  흐음돈이.......ㅜㅜ

= 카드는 오백원이면되는데

- ㅋㅋ 알겟음...ㅜ

= 집에 갔냐?

- 응 ㅋㅋ잘먹고왓음 !~

= 다왔냐? 잘자라

- 오키 ㅋㅋ 아빠도 잘자!! ~~산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구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2/27 17:58 2006/12/27 17:58
Tag //

눈 피해...

from 나홀로 가족 2006/12/18 12:57

토욜 이주노동자 송년 문화제에 가서는 밥만 먹고서

일찍 집에 들어가서는 간만에 독서나 하려 했더니..,

아내가 놀러 간 탓에 애들 저녁을 챙겨주고 어쩌고 하니까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

 

눈이 내린다고 해서 친구 한놈이랑 집에서 놀고 있던 동명이한테

"눈도 내리는데, 여자친구라도 만나서 놀아야 하는 거아니냐?" 고 했더니,

"귀찮은데... 뭘.."

 

그러던 놈이 조금 있다가 옷을 주섬주섬 집어 입으면서,

"친구들이 놀이터에 와 있다고 해서 놀러간다"고 집을 나갔다.

 

친구들 만나러 영등포로 간 아내는 눈 내리기 시작한 즈음에는

친구와 같이 집에 가서 한잔 더 하겠다고 하더니,

시간이 좀 지나니까 길이 막혀서 자유로 어디쯤에 버스에 갇혀 있단다.

 

눈구경도 할겸 집 밖에 나갔더니,

경비 아저씨 혼자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길래,

그 너까래 하나더 있으면 같이 좀 치우겠다고 했더니,

비짜루밖에 남은게 없다면서, 그거로 좀 쓸어달란다.

비짜루로 눈을 쓰는데, 군대 생각이 마구 나더구먼,

남성대 골프장으로 향하는 그 긴 차도를 밤을 새워가면서 쓸었는데,

돌아서면 다시 하얗게 쌓이고, 돌아서면 또 하얗게 쌓이고,....

낼 아침에 눈 그치고 나서 쓸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밤을 새워서

눈을 쓸라 하는지 도대체 군바리들 이해가 가지 않더라는..

 

눈좀 쓸고 있는데, 동명이가 후다닥 오더니,

"아빠! 나 집에서 핸드폰 가져왔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짜식아!"

"가져왔는지, 안가져 왔는지 생각이 안나네.."

그러더니 집에 다시 갔다가는 나가는지 어쩌는지...

 

어쨌든

이자식은 그 밤에 호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나가서는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느라고 잃어버렸다.

놀이처 주변 돌아다니면서 전화해보라 했더니,

진동으로 해놔서 울리지 않는단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 둘러보라고 했는데,

엊저녁에 물어보니, 돌아 봤는데, 없단다.

 

아내는 아직 휴대폰 값 할부도 남았는데,

또 어쩌라는 것이라고 투덜거리고,

휴대폰 없다는 핑계로 이 자식은 하루종일 드러누워 잠이나 잤다나...

그리고 저녁에 독서실 가면서는 엄마 휴대폰을 가지고 갔단다.

 

눈피해가 크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2/18 12:57 2006/12/18 12:57
Tag //

몇 년만의 외식?

from 나홀로 가족 2006/12/11 13:06

산에 오라고, 아니면 저녁먹으러 오라는데,

귀찮음을 핑계삼아 집에서 개겼는데,

저녁때가 되자 마트에 뭐 살거도 있다하고,

동명이는 옷도 사 줘야 한다면서 아내가 나서는데,

나도 욕실 타일에 바를 실리콘을 사야겠다고 해서 따라나섰다.

 

동희도 집에 있다가 저녁이나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해서 나섰고,

먼저 나가서 놀다가 마트로 온 동명이를 만나서 살걸 사고...

 

저녁 먹으러 돼지 갈비집에 갔는데,

아내가....

"이렇게 네 식구가 다 모여서 외식한게 몇년 만이냐?"

".............."

할말이 없지...뭐.



잔은 세개 달래서 동명이한테 한잔 할래냐고 햇더니,

엄마와 형의 눈치를 보더니 안먹겠단다.

 

조금 지나서 서빙하는 아줌마가 된장뚝배기를 들고와서는

이거 시켰냐고 물어서, 안시켰다고 했더니,

주문표를 보더니, 여기 시킨게 맞다면서 놓고 간다.

뭐냐고 했더니,

아내가 "저기 동명이 친구가 시켜 준것" 이란다.

 

유니폼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학생이 동명이네 학교 학생이란다.

학교에서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친구네 가족이 왔다고 음식 하나 주니까 고마웠지.

계산하고 나오면서 '친절한 직원' 적어 주는 종이에

그 친구의 이름을 두개나 적어주고 나왔다.

 

밥 먹고 나와서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논쟁이 붙었는데,

- 그 집 시급이 일산에서는 가장 비싸서 5천원이다..

- 아르바이트 하면 뭐하냐? 쓰잘데  없느 것 사느라고 허당인데...

- 그래도 돈벌어서 자기가 쓰면 좋지 않나?

- 쓸만큼 주는데, 웬 돈이 필요하나? 그시간에 공부나 하지..

- 왜 하는지 아르바이트 하는 애한테 물어봐라.

-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저렇게 써도 되냐?

- 어디 가도 다 학생들이야.. 

- 아르바이트도 최저임금인가 있다며?

- 있으면 뭐하냐?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데...

- 그래서 저번에 당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할거라고 친구들 한번 모아오라 했잖아.

- 그래도 돈많이 벌면 좋잖아..

- 많이는 어떻게 많이 버냐? 주말에 5시간씩 일해도 일주일에 6만원 벌겠구먼...

- 그럴시간에 공부나 해서 나중에 제대로 돈을 버는게 낫지 않겠냐?

- 나중에 한달 일해서 버는 돈이 지금 아르바이트로 석달 일한거 보다 더 많을 거라구..

- 아르바이트는 시간낭비야..

 

석달 아르바이트보다 한달 월급이 더 많을 거라고 한 건 동희였는데,

이자식이 평소 말이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 없었는데,

속은 멀쩡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2/11 13:06 2006/12/11 13:06
Tag //

1년 만에 합격...

from 나홀로 가족 2006/12/11 12:47

일요일 아침에 동명이를 차에 태우고 뚝섬 근처의

산업인력관리공단 동부지사라는 곳을 찾아 갔다.

한달전에 인터넷으로 접수를 해 놓은 제과, 제빵 필기시험 본다고...

9시부터 시작되는 시험이 1시쯤이면 끝날거 같은데,

어디 목욕탕이니 피씨방에서 개기다  시험끝나면

태워갈까 하다가 전철타고 오라하고선 먼저 돌아왔다.

 

저녁에 시험잘 봤냐고 물어봣더니,

제과는 그런대로 봤는데, 제빵은 어려웠단다.

(과목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밤12시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동명이가 마루에 있는 엄마한테 와서 뭐라하고,

아내가 동명이방에 가서 확인하고...

어슴프레 주워 듣기로는

'엄마, 나 제과제빵 다합격했어...' 였나 보다.

 

일년동안 학원다니면서

산오리는 그 잘난 필기시험도 못붙는다고(60점도 못맞냐? 짜샤) 갈구고,

이번에 떨어지면 아예 그만 두라고 협박하고,

엄마는 필기도 안되는데, 학원에서 실기 연습만 하면

뭐하냐고, 학원도 끊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는데,

 

그래도 독서실 다니면서 공부할거라고 하더니,

거의 마지막(?)에 필기시험은 통과했다.

 

실기는 또 얼마나 걸려서 붙을라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2/11 12:47 2006/12/11 12:47
Tag //

축구 구경

from 나홀로 가족 2006/11/27 13:17

주말 산으로 가겠노라고 주중 어느날 밥상에서 얘기했더니,

아내가 버럭 화를 낸다.

벌써 언제부터 자기가 부산에 가기로 했다고 얘기했단다.

그래서 주말에 집을 지키기로 했다.

 

토욜 낮에 수시시험 보러 가는 동희를 태우고 대학엘 갔는데,

무려 두시간이나 걸렸다.

돌아와서는 차 바퀴를 바꾸느라 간만에 수십만원을 차에 발랐다.

그러고도 또 점검해야 할게 있단다.

 

일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N 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있어 동희한테 가자 했더니,

친구들과 축구할 거라 하더니, 그 약속 취소되었다면서 같이 가겠단다.

 

간만에 정말, 오랜만에 축구구경하러 갔다.

그 넓은 운동장에 관중은 고작 2-3천명이나 될라나..

시작하기 전에 사인볼 관중석으로 차 주는데, 동희는 그걸 하나 건졌다.

전반 끝나고 또 차 주는데, 이번에는 산오리가 하나 건질 뻔 했는데,

건지지는 못했다..

 

텔레비전만 들여다 보다가,

직접 운동장에서 구경하니까 그런대로 구경할 만하더라...

축구전용구장이 아니라 관중석에서 축구장까지 너무 멀어 좀 아쉽지만..

 

골도 3골이나 들어가서 심심치 않게 해 줬고,...

 

부자간에 할 얘기도 별로 없고,

축구경기 보느라 얘기할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동희가 중학교 들어간 이후에

첨으로 간 부자간의 나들이였다.



축구경기에 열중하느라 안찍고 있다가..

한가할때 찍었더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1/27 13:17 2006/11/27 13:17
Tag //

대화..

from 나홀로 가족 2006/11/27 13:08

토욜 밤늦게 집에 들어온 동명이에게 약간의 시비를 걸었다.

 

- 너 요새도 사고 치고 다니지?

-......어.... 많이...

- 이제 좀 사고 치지 말라고!

- 근데, 아빠 뭐 말이야?

- 네가 잘 알잖아 그거 임마!

- 뭐?

- 하튼 좀 잘 하고 다녀라..

- ??????



독서실에 12시까지 오라고 엄마한테 문자 보낸 모양인데,

자려고 누웠다가 일찍 데려오고 잠자야겠다고 30분전에 가서 차에 태웠다.

돌아오는 길에...

 

- 아빠는 회사에서 무슨일해?

= 그냥 일해...

- 문서도 작성하고 그래?

= 어...

- 아빠! 아빠 회사 대화동이지?

= 어...

- 엄마 회사도 대화동 아냐?

= 아니, 아빠회사는 대화역에서 가깝고, 엄마 회사는 멀어...

- 엄마랑 아빠랑 가끔 만나기도 하고 그래?

= 만날일이 없는데...

- 가끔 밖에서 만나서 점심도 같이 먹고 안그래?

= 그럴 필요도 없는데...

- 그럼 아빠는 다른 여자들 만나서 놀고 그래?

= (헉!) .... 어.......

 

이 자식이 무슨 의도로 이렇게 물어 봤을라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1/27 13:08 2006/11/27 13:08
Tag //

아침에 너를 시험장에 실어다 주고,

회사에 출근하는데, 갑자기 애비의 할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아들 시험 보는 날 왜 애비의 머리에 할머니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떠오르면서 갑자기 눈시울 뜨거워졌다.

 

 



그 말년에 서울 변두리로 자식을  따라 오셔서는

소일거리도 없이 그저 손주들 들락날락 거리는걸 물끄러미 지켜 보시고만 하시던 할머니였지.

그리고 장손인 애비가 군대 간다고 집을 나설때,

할머니는 그저 손자의 손을 잡아 보고서는 아무말이 없었다.

유난히 손자를 사랑했던 할머니의 모습이기에

그모습만 뚜렷하게 남아 있네.

 

지금쯤이면 마지막 시험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노력하고,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올 것이라 믿고 있지만,

그래도 약간의 운이라도 더 따라서 찍은 문제가 몇개라도 더 맞기를

애비는 바라고 있다. 그거야 부모보다 네가 더 한 심정이겠지.

 

그 지겹다는 제도교육을 거쳐온 애비로서는 자식에게는 이런 학교, 이런 선생,

이런 무자비한 제도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지금도 계속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저 흘러가는대로 지나쳐 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 될 거 같다. 흘러 오는 과정에서 좀더 좋은 대학을 나와야 잘 먹고 살수 있다는

보통사람들의 생각이 엄마의 생각이 되고, 그렇게 별 저항없이 지내온 것이지.

애비도 되돌아 보면, 뭔가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사회에서 겪어온 걸 생각해 보면, 뭔가 다른 교육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보통의 사람들이 가고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오히려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고고한 삶을 살기는 틀린 마당에, 아비규환의 세상에 들어가려면

그 아비규환을 어릴적부터 경험하면서 체화되지 않으면 더 큰 불행을 겪을수도 있으니까..

 

애비는 아니지만, 오늘 이 시험을 보기까지 너와 네 엄마가 겪은 고통은

결코 적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매일 밤 12시가 넘어서 집으로 들어왔으니, 그게 어린 네가 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들을 기다리다 지친 엄마는 가는 실로 아파트 모든 창의 커텐을 다 짰을 정도이니까

엄마도 결코 그렇게 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통을 겪고 시험을 봐서는 대학을 가야 하는데,

대학이 또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는 걸 엄마나 아빠도 뻔하게 알고 있는데 말이다.

 

애비는 대학을 가려 할때 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게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구체적인 길을 보고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저 그건 재미 있을 거 같고, 또 열심히 해 볼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

그런데, 아버지는 공대를 가라 했고, 그게 먹고 살 수 있는 지름길이란걸 강조하셨다.

어딜 갔어도 비슷했겠지만, 핑계거리라도 생겨서 공대 공부는 하기 싫었고, 하기 싫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모르는거 투성이였고, 그래서 겨우 겨우 졸업이나 했다.

대학에서 공부한 거와는 전혀 관계 없는 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대학이 살아가는 것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애비는...

 

너는 네 목표가 지금 뚜렷하니까 그 목표를 위해서 하겠다고 하면

애비는 그대로 따라갈 생각이다.

그게 설사 재수가 된다 하더라도, 네가 하고픈걸 하라고 할 생각이다.

 

너의 할아버지가 애비를 대학보낼때와 비교해서

30년이 지난 지금 너를 대학보내면서 나아진게 있다면,

너 스스로 대학을 선택할수 있다는 권리가 주어진 것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30년 전에 너의 할아버지도 먹고 살만했다면,

아니 논을 팔아서라도 사립대학을 보낼 만한 논이라도 있었다면,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아들이 하고 싶다는 걸 하라고 했겠지...

 

마지막까지 시험 마무리 잘하고,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제는 네가 결정하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말밖에는 없구나.

 

아비규환의 전쟁터가 바로 네가 나가야 할 곳이고,

그런 전쟁터를 만들어 놓고, 그리로 내보내는 애비를 욕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살아 남든, 그렇지 못하든 그것도 네 몫의 삶이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그래도 덧붙여 바라는게 한가지 더 있다면,

이제는 네 손으로 무엇이든 좀 해보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손을 빌지 않고, 할수 있는 것들은 스스로 하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1/16 16:50 2006/11/16 16:50
Tag //

오늘 건강검진 한다고 착실하게 어제는 일찍 들어와서 저녁먹고,

깍두기 담그는 아내를 거들어 무우도 씻고, 마늘과 생강도 찧고,

그리고는 잠자려고 누워서는 살그머니 잠이 들었는데,... 

 

집 전화가 울리고 일을 끝내지 못한 아내가 받았는데,

잠결에 들리는 아내의 대답이,

"동명이, 오토바이, 동국대 병원, 무슨 교회......."

후다닥 일어나서 통화하는 아내 곁에 섰는데, 아내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이자식이 오토바이 타다가 사고 내서 병원에 입원했나 보다...'

통화 끝나지 않았는데, 일단 옷부터 주섬주섬 주워 입으니,

아내가 전화를 끊고 빨리 나가 보잔다.

 

병원에 있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고 길거리에서 잡혀 있단다.

풍동 입구, 동국대 병원 가는 길 사거리 한모퉁이에

오토바이 네대가 서 있고, 그앞에 고만고만한 놈들 여덟명이

서있다.

네 놈은 차려 자세로 벌받듯이 서 있고, 나머지 네 놈은

이리 저리 얼러 대고 있는 중이었다.

 

도착하자 마자 일단 오바 해서 동명이에게 귀싸대기와 발길질을 무자비하게 했다.

"야, 이새끼야!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했지! 너 뒤질려고 환장했냐?" 이러면서..

이자식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 서면서 잘못했다고 빈다.

(손과 발로 마구 때리고  차면서 문득 든 생각은 '나도 잘 때리고 잘 차는 구나,

  텔레비전에서 K-1 열심히 본 효과가 있나 보다...'  나 원 참...)



동명이 친구 두 놈이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12시 넘어서 나오니까 버스가 끊어졌고,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해서는 오토바이 태워 달라고 했고, 두 친구가 오토바이를 몰고 왔고, 공부하던 두 놈이 그 뒤에 타고 집으로 오는 중에 다른 놈들한테 걸렸다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공부하겠다고 독서실에 다니고 있다. 그동안 한번도 이자식이 어쩌고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엊저녁에 아내에게 한번 물어봣다. '동명이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나 해?' 아내의 대답은, '나라고 그걸 어떻게 알겠어? 그러고 싶다니까, 그냥 독서실 다니라고 냅둔거지..' )

 

동명이 일행을 잡은 놈들은 동네의 양아치 비슷한 놈들인 모양으로, 폭주족 행세를 하고 다녔는데, 자기네들이 볼때 얘네들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장물일 가능성이 많고, 면허증도 없기때문에 위험하다고, 그래서 부모님께 잡아서 부모님께 전화한 거라고, 만약 경찰서에 넘기면 장물취득으로 감방갈 거라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했다. 얘들이 오토바이를 샀다고 하지만, 영수증도 없고, 키박스도 뜯어서 바꿨기 때문에 문제라면서...

 

그 양아치 같은 놈들의 설명대로 동명이 친구들은 오토바이를 '어떤 형'한테 15만원을 주고 샀다는 것이고, 영수증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고, 당연히 부모 몰래 타고 다니는 거였다.

 

내가 경찰서에 이놈들 모조리 넘기겠다고 했더니, 양아치 같은 놈들이 '그러면 문제가 커질수도 있으니까, 부모님 오셨으니까 인계하고 그냥 가겠다면서 오토바이 두대에 네놈이 타고서는 폭주족처럼 요란하게 사라졌다.

 

남은건 네 놈의 동명이 친구들과 나와 아내..

한 놈의 아버지는 곧 오신다고 했고, 나머지 오토바이 타고 온 놈에게 '네 부모님께 통화해서 네가 오토바이 탄다는 것만 알리겠다'고 했는데 한사코 집에 전화하지 말라고 울먹이면서 사정이다. 부모님이 피자집을 하는데, 저번에 오토바이 타는 걸 걸려서 뒵따 얻어터지고 안타겠다고 맹세했는데, 지금 또 연락하면 자기는 죽음이라는 거였다.

그러기 때문에 더 연락해야 한다고 연락처 달라고 했더니, 그 옆에 친구놈이 "애네 집은 보수적이라서 그러니 봐 달라" 고 거든다.

 

'허거.... 보수적이라... 산오리는 안보수적이서 동명이 놈은 그냥 전화하라고 알려 줬나?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그래도 보수적인 부모는 무서워 하기라도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놈과 전화번호 내놓으라, 못주겠다 로 실갱이 하는 통에 시간은 흘러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늘 가서 부모님께 말씀 드릴테니까 내일 부모님과 통화해서 얘기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러고 있는데, 다른 오토바이 임자의 아버지가 도착했다. 그 아버지 도착하자 마자,

"이 새끼야, 너는 이제 학교고 학원이고 다 끝이야."

이 한마디로 정리하고서는 자초지종을 약간 듣고서는 바로 112로 전화를 때린다.

10여분 후에 경찰이 도착하니까 '이 오토바이 가져 가서 처리좀 해 달라'고 하고선

그 아버지가 애 둘 데리고 가고,

산오리는 동명이 데리고 집으로 왔다.

나머지 한 놈은 그 근처가 집이라 걸어서 돌아갔다.

 

집에 돌아 오니 두시...

잠 자려고 누웠는데, 애새끼를 줘 팬게 맘에 걸리기도 하고,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엄마나 애비나 사정을 하고 다녀도 듣지도 않고,

거짓말만 해대는 저 자식을 어찌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숨만 한참을 내쉬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1/10 12:17 2006/11/10 12:17
Tag //

1. 두어달이 전부터, 국선도장에 세 부녀자(?)가 나타났다.

아버지와 중학교 2학년의 딸과 초등학교 5학년의 아들...

얼마나 다닐까 궁금했는데, 굳굳하게 새벽 5시 30분이면 도장에 나타난다.

아버지는 이제 흰색에 노란줄이 있는 띠를 매고 있는 걸 보니,

지난주에 승급을 했다 보다.

 

끝나고 내려 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두 남매와 같이 탔다.

"힘들지?"

"예..."(둘이 동시에 대답...)

"그래, 힘든데 새벽에 운동하러 오고 대단하다.."

"졸려서 힘들어요.."(아들)

"허---ㄱ"

 

처음에 호흡하라고 누워 있으면 잠이 깜박깜박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 초중학생들이 새벽에 와서 그러고 있으니

졸리지 않으면 이상한 노릇이지...

그래도 아빠 따라 그 새벽에 운동하러 나오는건

착한 아이일까? 



식탁 한쪽에 네모난 지우개 만한 종이곽이 하나 보인다,

무심코 뭔가 하고 집어 들어보니,

애들 만화 캐릭터 같은게 그려져 있고, ZZIMING 인가 뭔가 그런게 씌여 있다.

뒤집어 보니, 뒷쪽에는

'LOVE IS NOT SPORTS!!

 COMMUNICATION OF SOUL'

이런 게 씌여 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는 뚜껑을 열고 안을 만져보니,

허거, 콘돔이다.

 

아니, 산오리가 콘돔 써 본지도 오래 되었는데, 어디서 콘돔이 났지?

아내에게 물었다.

"이 콘돔은 어디서 났어?"

"그게 콘돔이야?"

"............"

"어제 동명이 잠바 세탁소에 가져다 주면서 호주머니 뒤져 보니까 있어서

  꺼내 놨는데..."

"그럼 동명이 거야?"

"미~ 친~놈...."

 

아침에 학교 태워 주는 차안에서 물었다.

"너, 콘돔은 어디서 났냐?"

"난 모르는데,...."

"쌩까지 말고 자샤..."

"진짜 몰라, 그저께 00 이가 그 잠바 입었는데, 걔가 넣었나?"

 

문득  한 선배님 생각이 났다.

사고치는 아들놈에게 '콘돔이나 꼭 챙겨다니라'고 하셨다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1/07 09:10 2006/11/07 09:10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