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타미플루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11/20
    신종플루사태, 공공의료의 부실이 가져온 예견된 재난
    PP

신종플루사태, 공공의료의 부실이 가져온 예견된 재난

신종플루사태를 통해 본 한국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재난대책이 지난 11월 3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되었다. 이에 따라 범정부 대책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되어 운영중이다. ‘심각’단계로 격상되었다고 해서 정부차원의 대책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달라지는 점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대응체계 강화 △중증환자 진료체계 강화 △학교예방접종 조기 완료 △항바이러스제 적극 투약 등의 대책을 발표했는데, 사실 중앙차원의 대책본부가 부처별 업무를 조정하고 상황을 통합, 관리한다는 것과 지역차원의 대책본부가 꾸려지는 게 달라지는 점일 뿐이다.
신종플루의 감염속도에 비해 치사율이 일반 계절독감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지 않은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로 그동안 정부의 대책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이 예견된 2005년에 정부는 이를 인지했음에도 4년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들어 신종플루가 대유행하고 있음에도 우왕좌왕하고, 국민들에게 너무 동요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결과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백신 공급이 지연되거나 부족을 초래하였고,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의 비축이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치료거점병원만 지정한 채 나몰라라 하여 병원현장의 혼란만 야기하여 국민의 불신과 의료인에 대한 불만만 키웠다. 이러한 정부대책의 문제점에 의해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신종플루를 통해 드러난 의료체계의 문제점
정부대책의 미비함에 더하여 더욱 중요한 점은 신종플루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표출되었다는 점이다.

첫째,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의료기관이 일찌감치 신종플루에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비중이 부족하고 역할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격리병상과 음압시설을 갖춘 병원은 몇 개 지나지 않았고, 병실도 환자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영남과 강원, 충남북에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신종플루 중환자가 크게 발생했을 시 국가가 강제로 대책을 실행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전염병 같은 질병에 대한 대책에는 일정부분 국가의 행정력이 힘을 발휘해야 하는 데, 민간의료기관에는 이를 강제할 힘이 재정지원같은 인센티브 말고는 없다.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은 이를 실행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째, 거점병원 및 1차의료기관의 혼란으로 인해 신종플루의 확산을 방지하기는커녕, 병원에서의 감염마저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환자와 신종플루 의심 환자가 섞이는 걸 막아야 하는데, 도무지 방법이 없다” “오늘 신종플루 진료를 봤던 의료진이 그 다음날 일반 병동 환자를 진료하기도 한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 환자는 폭증했고 의료진은 그대로이니 방법이 없지 않나” 등이 직접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의 하소연이다.
또한 1차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은 신종플루환자를 보건소로 보내고, 보건소에서는 병원으로 보내고, 병원에서는 다시 보건소로 보내는 등의 혼란이 발생하는 등 의료전달체계는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였다.

셋째, 지역사회에서 1차의료기관의 혼란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사람이 모여있는 학교와 직장에서의 보건시스템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임이 드러났다. 학교에서는 기껏해야 교문앞에서 효과가 의심스러운 발열검사를 하거나 휴교조치를 취할까 말까 갈팡질팡하는 등 체계적인 감염 및 위생관리, 발생환자에 대한 보호조치, 감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업장 노동보건도 마찬가지이다. 신종플루 대책마련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심지어 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은 예방백신접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넷째, 치료 및 검사, 예방접종에 드는 비용의 상당부분을 국민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국가 의료기관이다 보니, 신종플루 검사비가 다른 병원에 비해 싸다. 그러다보니 전화로 검사비가 얼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렇게 묻는 사람들은 거의 검사비도 댈 수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다. 우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아, 이 사람은 돈이 없어서 못 오겠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결국 진짜 검사를 받아야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병원에 오지 못한다.”(“밖에서 떠는 환자들... <대장금> 방불 인력 태부족... 공익이라도 배치해 달라”, 오마이뉴스, 2009.11.3)

즉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해 더욱 더 전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점병원지정을 하고, ‘동요하지 말라’는 립서비스와 상황관리만 하고, 병원은 병원대로 불만을 표출하고, 의료인은 아무것도 안하고 책임을 넘기는 정부를 욕하고, 건강보험체계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언론은 스포츠 중계하듯 늘어나는 사망자수를 보도한다. 무책임한 정부의 대응 속에 국민은 불안해하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대처법을 마련하는 지혜를 짜내느라 골몰하고 등의 모습이 신종플루를 통해서 드러난 한국보건의료시스템의 모습이다. 

강동진(포럼 [사회복지와 노동])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