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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운동권은 아니다.

* 이 글은 달군님의 [난 왜 운동권학생이 되었나]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어.. 빨리 자야 하는데, 오늘도 이 XX을 하고 있군.=.=;; 역시 네트는 광대햐~~

 

근 20년을 경상도 땅끝마을(?)에서 보낸 나는 대학교에 들어갈 때 모든 일가친척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데모만 하지말어라"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런 걱정을 하덜덜덜 말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중파 9시뉴스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철썩같이 진실이려니 믿고 있었던 나에게 "데모하는 놈=빨갱이"라는 등식이 있었다. 초등학교 다니던 87년에는 전두환이 노태우에게 대통령 물려준다는 뉴스 듣고 "음..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생각까지 했던 나니께...

 

그러던 내가 촌에서 상경해서 서울로 대학을 왔다. 기숙사에서 1학년을 다녔는데, 하루는 고등학교 선배가 점심 사주면서 어딜 좀 같이 가자고 했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별 생각없이 따라갔는데, 대학교 입학식 몇일전이었던 그날 김영삼 화형식을 하더라. 투쟁가 부르고 영새미 인형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면서 불에타고 어...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더만. 그날 보았던 장면은 내게 참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이거 데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입학식도 마치기 전에 어기다니.

 

그러던 차에 뭔 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의 나도 대학생활에서 동아리를 연상했던 걸 보면 어릴 적 월요일저녁마다 보았던 "우리들의 천국"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듯 싶다.(어릴 적 보았던 홍학표는 참 멋있었지) 솔직히 그냥 어울려 놀기만 할 뿐 별다르게 하는 것도 없는 동아리이긴 했지만(내가 뭐 시키면 맨날 피해다녔거든) 그냥 거기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환경에서 적응을 해서 살았고,그렇게 동아리 사람들하고 어울려 놀다보니 데모하는 거나 집회가는 거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시간과 환경이라는 놈은 그래서 무서운 건가보다.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동기나 선배가 집회 나가자 그러면 맨날 도망다니고, 변명 늘어놓고, 암튼 지금 아무리 돌이켜봐도 내 기억에 집회에 나갔던 적은 드물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난 운동권은 아니다"

나같은 사람이 운동권이라면 운동권 욕 맥이는 말같고, 난 그저 운동권 주위를 맴도는 주변인일 뿐이다. 관념적인 주변인 정도로 해두자. 아무래도 내 거대한 몸통에서 달팽이눈처럼 돋아나 있는 팔과 다리가 조금씩 강인해졌을 때라야 "나 운동권 맞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면 그때까지 뭐라도 조금씩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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