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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주간 초점>군비경쟁과 세계평화 2012.1.20

21세기 세계의 전략적 환경은 냉전해체 이후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환경은 동북아로부터 형성되고 있다.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인 “중국 위협론”과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 NATO의 확장을 기반으로 한 미-중 간의 갈등, 미-러·중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특히 미국의 중국봉쇄 전략에 맞선 중국의 움직임과 북한의 불안정한 정세, 더불어 일본의 보수 우파들의 ‘보통국가화’를 위한 노력들까지 맞물리며 세계 군비경쟁은 동북아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갈등은 차가운 평화(cold peace)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이렇듯 냉전(cold war)이 끝났음에도 패권국들은 힘의 균형 혹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군비지출 확대라는 형태로 외화 되어 나타나고 있다. 군비지출은 단순하게 국방부 예산으로만 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현재의 전통적 안보 상황을 진단하고 이후 상황을 가늠해 보는데 유의미하다. 따라서 이번 정세 초점에서는 전 세계의 군비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새로운 패권경쟁의 당사국들이 위치한 동북아를 중심으로 이를 살펴보고자한다.

 

매년 세계 군비는 신기록 경신중

 

2008년 금융공황은 전 세계 군비 증가 속도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10년 전 세계 군비가 전년도에 비해 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5.9% 증가율에 비해 낮아진 수치이며, 2001년 9.11 사태 이후 급증한 군비 증가율 이후 최저치이다.

냉전이 끝난 후, 세계적 차원의 군사비 지출은 상당히 감소하였다. 그러나 동북아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주요국가 군비지출 추이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미국

108

100

94

85

83

72

67

61

64

영국

103

100

88

87

79

77

82

91

92

프랑스

100

100

90

86

77

71

63

69

73

소계

106

100

93

86

82

73

68

65

68

일본

99

100

102

95

91

81

73

77

80

독일

 

100

 

 

 

 

59

 

 

러시아

 

 

100

50

33

20

17

13

9

자료: SIPRI Yearbook 2000. p.315

1990=100, 1995년도 불변가격환율적용(러시아 제외)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지역의 군사비 추세는 1985년 약 980억 달러에서 1994년 1,230억 달러로 증가하는 등 오히려 군비지출이 늘어난다. 또한 2001년을 기점으로 해서는 동북아를 비롯해 전 세계적 차원에서 군비증가가 이루어진다. 2001년 세계 군비 총액이 8000억 달러를 넘더니 2005년에는 1조 1018억 달러, 2006년에는 2005년보다 3.5% 늘어난 1조2040억 달러를 기록한다.

 

대륙별로는 남아메리카의 경우 5.8% 증가율로 군비 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대륙이 됐다. 이는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이 치안 유지를 위해 군비 지출액을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미의 군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 지역 국가들이 최근 경제 발전에 자신감을 갖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군비 지출이 9.3%나 급증한 브라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칠레는 구리 등 원자재 수출로 쌓인 돈을 군사력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 페루 콜롬비아 등은 국내 치안을 강화하면서, 아르헨티나는 군대 인건비를 올리면서 군비 지출이 늘어났다. 아프리카도 2009년에 비해 5.2%나 군비지출이 증가했는데, 이는 아프리카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유럽은 3820억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은 일부 국가들이 군비 지출액을 축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지역이 있다. 다름 아닌 동북아이다. 아시아만으로 이를 한정할 경우,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동북아, 즉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북한의 군비지출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2010년 이들의 군사비 지출 총액은 약 9600억 달러이다. 이는 전세계 국방비 지출규모의 약 60%를 차지한다.

 

전세계 국방비 비출 상위 10개국을 살펴보면 미국 다음으로는 중국(1190억달러), 영국(596억달러), 프랑스(593억달러), 러시아(587억달러), 일본(54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와 독일(452억달러), 인도(413억달러), 이탈리아(370억달러) 등의 순이다.

 

NATO, 프랑스·영국 전방· 미국은 후방지원

 

비록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군비지출이 줄어든 지역이 유럽연합(EU)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서류상으로는 군사력 측면에서 가장 강력하다. EU는 미국보다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보다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한편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면서 실질적인 군사비 지출이 적은 EU는 이제 자신들의 실제 군사적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가에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동서냉전 시절 미국은 유럽에 40만명의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러나 지금 유럽 주둔 미군은 8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 숫자가 몇 년 새 절반 수준으로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그러한 절실함과 한계가 외화된 것이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리비아 군사 개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개입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선봉에 서고 미국은 '후방 지원'을 담당하는 형태로 전개됐는데, NATO의 리비아 군사작전은 실제로 미국의 군사, 기술, 정보, 병참지원에 크게 의존했다.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군수품조차 독자적으로 충분히 조달할 능력이 없었다. 리비아 공습 첫날 발사된 100여기의 크루즈 미사일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쏜 것은 단 2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영국의 핵잠수함에서 발사된 두 기의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마저도 미국에서 제조된 것들이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새로운 전략 구상은 이 같은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해준다. 유럽위원회 외교관계 담당 시니어 펠로우 닉 위트니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은 유럽과 미국간 전략적 이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강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군사력면에서) 성장해야 하며 미국 없이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는 것을 배워야 한다”면서 “아니면 스위스식으로 전략적 후방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시아 중심의 군비경쟁, 미-러에서 미-중으로

 

세부적으로 각국의 군비 지출 규모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총 6980억 달러를 군비로 지출해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1190억 달러로 2위, 영국이 596억 달러로 3위에 각각 뽑혔다. 미국은 2.8% 증가율로 2009년 7.7% 증가율에 비해 낮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국방비는 전세계 국방비 총액 1조6300억달러의 42.8%나 된다. 2010년 미국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4.8%로 전세계 평균 2.6%의 거의 2배에 이른다. 또한 미국의 실제 국내총생산(GDP)에서 군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8%로 2009년 4.6%에 비해 증가했다. 여전히 미국을 뺀 나머지 9대 국방대국의 군사비를 모두 합쳐봐야 미국만 못하다.

 

미 브라운대 왓슨 국제관계연구소가 올 여름 내놓은 ‘전쟁의 비용’(Costs of War)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뒤부터 10년 동안 쓴 전쟁 비용은 어림잡아 4조 달러(최소 3조7000억 달러, 최대 4조4000억 달러). 여기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 비용, 그리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미국 국채의 이자가 포함돼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해마다 내는 <군비·군축·국제안보 연감> 2011년도 판에 따르면, 미 국방예산은 2001~09년 연평균 7.4%씩 늘어나 10년 만에 국방비가 2배가 됐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와서도 국방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 계획,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유지’(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를 통해 국방비 감축을 계획하고 있으나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국방비는 여전히 방대하다.

 

미국에 대항하여 2005년부터 세계 2위로 올라선 중국의 군비지출도 무서운 기세로 가파르다. 최근 중국의 군비지출 추이 및 중국의 국가발전 목표를 살펴볼 경우 위협적이다. 중국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는 국가발전 목표와 함께 군비와 군사증강을 단행하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초 군사력을 100만씩 감축하며 세계적 군축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2001년 400억 달러 규모에서 2010년 1190억 달러까지 늘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군비는 실제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 당국이 군사비 예산을 발표할 때 ‘해외 군비 구매’, ‘중국내 국방산업체 보조금’, ‘국방 관련 연구개발비 지출’ 등을 빠뜨려 왔다. 만약에 이를 더할 경우, 중국의 군비 규모는 약 2배 가량 뻥튀기가 되고 만다. 이러한 중국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은 여전히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가운데 차근차근히 강성대국 건설에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경이 되면 중국의 공식 군사비가 미국의 군사비의 반 이상에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군사비가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것인데 비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대륙과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지역에 전액 투입하는 군사비이기 때문에 적어도 동아시아 태평양에서는 미국의 군사비와 맞먹는 군사비 지출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 증가의 원인은 중국의 군 현대화와 미국의 대 중국정책에 기인한다. 중국은 『중국국방백서』를 살펴보면 중국 당국은 “국방건설과 경제건설의 협조적 발전”이라고 이야기하며 군사증강을 경제발전과 같이 중요과제로 위치 짓고 있다. 이는 중국이 경제발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국방력의 향상을 위해 자원투입을 계속하는 것을 뜻하며 군사 현대화를 뜻하기도 한다. 또한 미국의 중국 압박정책이 가속화됨에 따라 중국으로 하여금 자위적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천명한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갈등 및 충돌은 가까운 미래에 더욱 외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당분간 직접적인 충돌은 중국이 피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중국도 미국에 비해 열세인 군사적 상황을 인정하고 있으며, 외교전략으로서 ‘평화로운 발전론’ 및 ‘조화로운 세계론’인 “화평굴기(和平屈起)”를 표방하는 상황에서 강대국들이나 주변 국가들과의 군사충돌을 피하려 하고 있다. 대만에 대해서도 군사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대 대만 위협 능력을 확보하고 미국과 협력해 대만의 분리 독립 시도를 사전에 봉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듯 당분간 중국의 군사발전 목표는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보다는 상대국들이 중국의 이해를 인정하지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선에서의 군사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과 미국의 군비경쟁은 특히 해양무대에서 더욱 치열하게 나타나고 있다.(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과 미국의 중국봉쇄 전략의 전선을 따라 나타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지난 ‘주간 초점과 동향’을 확인바람.) 중국은 특히 자국의 영해를 자국의 이익 핵심지역으로 상정하고 군사력 증강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최초의 항공모함 바랴그호를 시험운항한 데 이어 이보다 규모가 큰 뤼순호 제작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관광지인 하이난 섬에 20여척의 핵과 디젤추진 잠수함을 수용할수 있는 지하 해군시설을 건설 중이다.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해양팽창전략을 도련선(島 連 線: Island Chainsㆍ섬을 연결한 방어선) 전략이라고 하는데, 중국은 2020년까지 제1도련선(센카쿠섬-타이완-필리핀-스프래틀리군도로 연결되는 선)으로 진출하는 능력을 배양하며, 2050년까지는 제2도련선(괌-북마리아나군도-호주로 이어지는 선)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정하고 있다. 이 도련선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 해군은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중국은 3만∼4만t급 중형 항공모함 2척과 6만t급 핵추진 항모등 4∼6척의 항모를 건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 언론은 남부지역 하이난다오(海南島) 싼야(三亞), 북부지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그리고 중부지역 등 3곳에 항모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옛 소련 항모 ‘바랴그’호를 개조해 만든 첫 항모와 현재 창신다오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2척의 자체 항모가 완성될 경우, 중국의 동쪽과 남쪽 해안을 따라 3개 항모 기지를 운영하게 되어 남중국해는 물론 서해,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크게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중동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 수송로 보호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할 정도로 미국과 해군력에 엄청난 격차를 갖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08년 기준 중국이 소비하는 원유의 약45%가 중동으로부터 수입되는데, 중국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인도양→말라카해협의 전략요충해로를 거치는 동안 미군 해군력의 보호를 받지 않는 곳이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은 해양수송로를 중심으로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을 확인시켜줬다. 중국이 2015년까지 상하이 푸둥에서 3만∼4만t급 중형 항모 2척을 건조하고 2020년 이후 6만t급 핵추진 항모 2척을 건조하기로 하는 등 대양해군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중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에 진출하고 있고, 미얀마의 시트웨 항구를 확보하였다. 이들 두 지역의 항구의 확보로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말레카해협을 통과하는 중국의 물류선박들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화물처리능력을 갖게 되었다. 중국이 파시스탄과 미얀마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수송되는 원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대륙을 수송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인도양에 해군력을 진출시키고자 함이다.

 

중국이 해양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서해의 전략적 요인에 있다. 왜냐하면 지난 연평도 사태 이후, 미군의 작전반경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 해군이 서해에 진입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미국은 암묵적으로 서해를 중국 내해로 인정해 왔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항공모함이 이곳에 진입함으로 인해 미국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작전구역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에 중국은 이 곳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옛 소련 항모 ‘바랴그’호를 개조해 만든 첫 항모를 칭다오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가까운 미래에 제주도 미군기지까지 들어서게 되면 미국과 중국의 해양패권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과 세계 2위의 군비지출 국가로 올라선 중국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은 그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패권이 유지되어 온 동북아 역내에서 큰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정세 변화는 당연히 역내 중소국가들에게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 끼인 한국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한국은 ‘건드리면 다칠 수 있다’는 고슴도치론으로 무장하고 있다. 2007년 진수한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연유한다.

 

이에 더해 북핵문제는 동북아 군비증강 움직임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뒤 동북아 안보정세는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져 들었으며 일본이 북핵에 대응해 핵무장 불가피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는 ‘핵 도미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이 같은 움직임은 또다시 역으로 미국의 MD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이에 위협을 느끼는 중국과 러시아는 다시 군비를 증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면서 이 지역의 군비확산과 안보불안의 양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핵무기와 군축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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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이후, 세계 핵무기 개발국가의 핵개발 열풍은 냉전시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신형 핵무기를 실제로 개발한 러시아를 비롯해 여전히 핵실험을 계속하며 신형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몰입한 미국,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도 핵개발 비용에 전력하는 북한 등 핵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SIPRI 2011년 연감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핵탄두 보유량은 2만500기로 나타났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핵무기 보유국이 일선에 배치한 핵탄두는 모두 5027발로 집계됐으며, 이 중에서 2000여 발은 지금 당장 발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관 중인 나라는 러시아(8570발)로, 러시아의 모든 핵탄두를 합치면 11000여 발에 달한다. 두 번째로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은 일선에 배치한 2150발과 보관 중인 6350발을 합쳐 8500발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중국의 240발과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핵탄두 약 10여발까지 합치면 동북아에만 집중된 핵탄두는 약 20000발 정도로 예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집계일 뿐이다.

 

반핵운동 NGO인 ‘글로벌 제로’는 세계 각국의 핵무기 개발 현황과 예산 등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며 전 세계 핵보유국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등 9개국을 꼽았다. 한편, 각국별 올해 핵무기 지출 현황을 보면 미국이 61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러시아(148억 달러), 중국(76억 달러), 프랑스(60억 달러), 영국(55억 달러), 인도(49억 달러), 이스라엘(19억 달러), 파키스탄(22억 달러), 북한(7억 달러)순으로 나타났다.

핵보유 9개국 전체의 핵무기 비용은 1천49억 달러로 이들 국가 국방비의 약 10%에 이른다. 글로벌 제로는 이들 국가가 향후 10년간 매년 같은 비용을 핵무기에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조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이 핵개발에 투입된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핵 보유국들의 움직임은 재래식 무기에 대한 지출이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 비중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보유국 가운데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에 투입한 비용이 눈에 띈다. SIPRI 2011년 연감을 살펴보면 2010년 북한의 핵무기 관련 비용은 전체 국방비 88억 달러의 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가운데 핵무기 연구 및 개발, 조달, 실험, 운영,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과 핵무기 개선, 핵무기 지휘통제 시스템, 조기경보 인프라 등 핵심 비용)이 5억 달러(5천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다 환경 및 보건 비용, 핵무기 방어에 필요한 미사일 시스템 등을 합치면 총 비용은 7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국들의 핵개발 열풍으로 세계적인 핵위협이 증대되는데 이러한 위협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세계 핵무기의 95%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가 핵 군축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최근 빠른 속도로 신형 핵무기에 몰입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두 국가 모두 노후한 핵무기와 생산시설을 현대화하고 있어 핵무기 지출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위기 속 무풍지대, 방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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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무기 거래량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의 무기 거래량보다 24% 증가했다. 특히 2010년 군수산업은 1조6300억 달러 규모로, 지난 10년 동안 56% 성장했을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증가 추이는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급증했는데, 아시아 태평양의 거래량은 전체 무기 거래량의 43%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유럽(21%), 중동(17%), 미국(12%) 순으로 거래량이 많았다.

 

2006∼2010년 사이 재래식 무기 판매는 미국(30%)과 러시아(23%)가 전 세계 무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독일(11%) 프랑스(7%) 영국(4%)이 그 뒤를 이었다. 전 세계의 무기 수출량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국제 분쟁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미국이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이라면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은 다름 아닌 인도이다. SIPRI 2011을 살펴보면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최근 5년간 세계에서 재래식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로 나타났다.(여기에서 재래식 무기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제외한 전투기, 탱크 등 모든 무기가 포함된다.)

 

인도가 중국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인도는 전세계 무기량의 9%를 획득했고, 그 중 82%가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다. 이러한 인도의 무기 수입 목적은 군사 현대화와 주변국들 즉, 파키스탄과 중국과의 분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구축한 경제력으로 인도는 향후 10년간 계속해서 무기 구입량을 추가할 계획이다. 인도 국방부에 따르면 인도는 앞으로 15년 내에 전투기 126대를 구입할 예정인데, 이는 세계 최대의 전투기 구매 규모이다. 만약에 인도가 전통적인 앙숙 관계인 중국과 본격적인 거리두기를 시도할 경우, 중국을 무기거래 제한국으로 지정한 유럽과 미국까지 인도에 적극적인 무기판매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무기수입 규모도 엄청나다. 2006∼2010년 한국은 전 세계 재래식 무기 수입의 6%를 차지, 중국과 공동 2위의 수입국으로 기록됐다. 이는 지난해 3위에서 2위로 한 단계 상승한 순위이다. 이어 파키스탄(5%)이 4위, 그리스와 아랍에미리트(UAE),싱가포르가 각각 4%로 공동 5위로 나타났다. 중국의 무기 수입이 줄어든 것은 자체적인 군수산업 역량을 계속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무기 수출입으로 역내 안보, 나아가 세계 안보는 더욱 더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웃는 이들이 있다. “전쟁이 나면 <CNN>과 군수업체들은 남몰래 미소 짓는다”는 말이 있다. CNN은 전쟁뉴스를 팔고 시청률이 올라가면 광고수입이 올라가서 좋고, 군수산업은 매출이 올라가고 덩달아 주가가 뛰어서 좋다. 분명한건 피를 먹고 자라는 건 민주주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피를 먹고 자라는 건 군수산업도 마찬가지이다. 2008년 금융공황에도 불구하고 재래식 무기 시장은 여전히 활황이다. 특히 과거 내수에만 집중했던 독일이 전 세계 무기 수출 규모를 11%까지 끌어 올린 점과 캐나다가 지난 2008~2009년 세계 무기수출국 순위 15위에서 1년 사이 12위에 오른 점은 위와 같은 격언(?)을 되새겨 보게 하는 사례이다.

 

특히 전세계 무기거래의 30%를 차지하는 미국의 무기수출 규모는 엄청나다. 그리고 이 규모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미국의 5대 군수산업체인 록히드 마틴, 보잉, 노스럽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언이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국방예산의 절반이 넘는 3000억 달러 이상을 조달계약 형식으로 챙겨가고 있다. 이들은 자본주의 위기 속 잇단 전쟁으로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미 국방정보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군수산업은 미국 노동력의 2%인 22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매출액 1위인 록히드 마틴은 의원(특히 국방위 소속 의원들)들과 펜타곤의 고위 민간관료들과 장성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피는 한편 그들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다.

 

물론 다른 메이저 군수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군산복합체(군부와 군수산업체들 사이의 상호의존 체제. 최근에는 여기에 정치권과 언론계, 학계를 더해 ‘군산정언학(軍産政言學) 복합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그 만큼 군수산업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는 미국, 나아가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세력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고, 또 다시 그 노동자에게 피를 흘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무정부 상태인 국제 관계 속에서 전략적 이해와 안보 문제는 계속해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국의 불안과 전략적 이해를 상쇄 혹은 충족시키기 위한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불안과 군비경쟁 이면에서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전쟁목사’들, 즉 군수업체들이 하이에나처럼 떡고물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것들은 반전과 군축, 나아가 평화를 위한 운동은 결국 反자본주의 투쟁으로부터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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