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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7호>끝나지 않은 용산 이제 저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자!

멈춰버린 시간
"살아보겠다고 아우성치는 우리에게 이렇게 해야 합니까? 정의사회구현이 이런 겁니까? 힘없고 가난해도 생명이라고 살아보려는 우리들을 군화발로 짓밟고 부유하고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를 짓고 공원 만드는 것이 정의사회란 말입니까?"(1985, 목동 철거민)
“새벽 다섯 시, 명동 마리 침탈 여섯시, 포이동 대치중 2011년, 8월 2일, 서울. 용역천국.” - 2011년 8월 3일 새벽, 배우 김여진씨의 트위터(@yohjini)
2012년이 시작 되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철거민들의 시간은, 청소차량에 실려 강제 이주당한 1971년 광주대단지에, 20여명에 이르는 이들이 불타죽고, 맞아죽고, 건물잔해에 깔려죽은 1980년대에, 그리고 다섯 명의 철거민들이 학살당한 2009년 1월 20일 용산에 멈춰져 있다.

 

개발 잔혹사가 붙여 준 이름 ‘철거민’
비록 세입자이지만 수십 년 지역에 살아오고, 지역의 상권을 발전시켜온 ‘주민’이, 개발 현수막이 나부끼는 순간 ‘철거민’이 되고, 구청은 ‘철거민’을 더 이상 지역의 주민으로 대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정당한 권리를 말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아니라, 그저 귀찮고 시끄럽게 하는 ‘떼잡이’들의 ‘생떼거리’로 취급되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생존을 건 저항은 ‘도심 테러’로 매도된다. 용산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개발 현실을 참혹하게 각인 시켜주었다.
이러한 잔혹한 개발사는 7~80년대 판자촌 철거에서부터 90년대의 달동네 아파트 건설과 신도시 건설, 그리고 2000년대 뉴타운건설로 이어지며, 오랫동안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철거민이 되어 쫓겨나거나, 저항하거나, 죽임당해야 했다.

 

누가 저들을 망루로 몰아넣고 있나?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해머 소리가 들리도록 하지 않으면 이 난국을 돌파하는 동력을 얻기 어렵다”, “전광석화와 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한다.”
무협지 대사와도 같은 위 내용은, 용산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한 달 전(2008.12.15), 이명박 대통령과 당시 여당 대표(박희태)가 나눈 이야기이다.
이명박 시대를 상징하는 뉴타운 도심 광역개발은, 수많은 이해당사자, 특히 도시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으로 살아가야 하고, 그곳에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수많은 도시 빈민, 노동자들에게 닥칠 직접적인 문제로 직면하게 된 것이다. 특히 그 규모와 속도에서 이례적인 뉴타운 개발사업은, 도시의 다수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을, 전세난민 혹은 불안정한 잠재적 철거민에 놓이게 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개발 구역간의 보다 빠른 개발 경쟁을 불붙여, 세입자들을 보다 빨리 쫓아내고자 용역 깡패를 이용한 폭력의 양상이 더욱 극심해 졌다. 비록 최근 전 세계적 경제위기와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주춤한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투기적 규제완화와 민간개발의 활성화를 계속 부추기고 있다.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하자
이러한 강제퇴거의 현실은 또 다른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에서, 시급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에 함께하는 빈곤, 인권, 사회단체들은 이미 지난 용산참사 3주기에, ‘주거권’을 처음으로 명시한 ‘강제퇴거금지법’을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법으로 입법 발의 하였다.
강제퇴거금지법은 폭력적인 강제퇴거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퇴거를 수반하는 모든 개발사업에서 거주민의 재정착 대책 마련 없이 진행되는 퇴거 및 철거, 철거예비행위를 강제퇴거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다. 특히 강제퇴거금지법은 다양한 개발 사업들과 그 사업에 따라 적용되는 다른 법체계들에 의해 대책이 달라지는 현실, 그리고 법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개발 사업으로 분류조차 되지 못하는 무대책 상태의 개발 사업들이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개발사업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업 추진에서부터 세입자를 포함한 거주민들의 동의와 인권영향 평가의 실시를 포함 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자본과 투기적 소유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행 개발관련 법체계의 균열과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법이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법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이러한 법이 만들어 진다고 해도 막대한 개발이득을 목전에 둔 세력들에게는, 무시하면 그만일 수 있는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처럼 개발 법에 의해 보호되는 폭력을, 불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철거민들이 불법세력이고 도심 테러리스트가 아닌, 법 집행을 이유로 휘두르는 저들이 폭력이 불법이고, 대책 없이 남발되는 강제퇴거가 불법이고, 지역 주민들에 대한 테러임을 밝혀야 한다. 그것으로 부터, 저들만을 위한 개발법을 균열시켜는 시작이 될 것이다.
용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2009년 1월 20일, 어제의 진실을 밝히고 기억하는 것에만 멈추지 않는다. 용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우리에게 올 내일의 용산을 막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구속철거민 석방하고,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하자! 이제 우리의 시간이 아닌, 저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자!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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