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7호>냉소와 방기를 넘어 현장에서부터 계급정치를!

지난 1월 31일 서울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번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는 2011년 민주노총의 투쟁과 사업을 평가하고 2012년 계획을 논의, 심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의 가장 큰 관심과 논쟁의 지점은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이었다. 지난 10년간, 노동자정치세력화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지지를 현실적 방침으로 한 민주노총정치방침 논란은 뒤에 놓더라도 2011년 11월 민주노동당과 노무현정권의 핵심들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선언과 이러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를 유지하려는 민주노총집행부의 시도가 시작된 때부터 다시금 시작된 민주노총 정치방침논쟁은 2012년을 시작하는 지금 가장 뜨거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세력으로 투항한 민주노동당운동에 마침표를 찍고 지난 10년간의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을 근본적으로 평가하며 이후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하자는 선언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입장과 원내교섭단체확보와 연립정부구성을 통한 집권가능성을 위해 돌진하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입장이 정면으로 대립되어 왔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이 두 진영에게 중요한 기점이었다. 선언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반대와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운동에 동의하는 진영에게 대의원대회는 이러한 운동은 노동자대중의 운동으로 조합원의 운동으로 확산시켜가는 시작점이다.
민주노총집행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를 관철하기 위하여 지난 2개 월 여간 갖은 꼼수를 부렸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확인되면서 민주노총대의원대회를 통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결정은 그들에게 더욱 절실해 졌다. 민주노총집행부는 이날 대의원대회에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분리하여 논의하는 것으로 안건을 상정하였으며 심지어 별도 논의하자던 총선방침을 ‘2012년 사업계획과 예산안 심의’ 속에 총선사업으로 명칭하여 한꺼번에 심의처리 하고자 하였다. 또한 김영훈위원장은 정치방침은 4월 총선이후에 논의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대의원대회 개회직후 회순통과에서 민주노총 정치사업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정치방침을 차기로 미루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특히 정치방침 없이 선거방침을 심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으로 제기된 수정안이 과반수를 얻어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분리하지 않고 심의하도록 수정되었다. 각자의 입장 차이를 떠나 상식적 수준에서 대의원들이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 상식도 민주노총집행부는 준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1년 사업평가의 정치사업평가에 대한 수정안도 현장에서 제출되었다. 지난 1년간의 진보통합시도와 ‘새통추’ 활동에 대하여 아무런 반성도 없이 성과적으로 평가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 수정안은 11표차이로 부결되었지만 상당수의 대의원들이 지난 1년간 민주노총의 정치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의원대회는 유예되었다. 4호 안건인 임원보충선거가 진행된 후 국가재정활용방안 토론 후 재적성원 미달로 중단되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대의원들은 정치방침을 비롯한 국고보조금 문제 등 민주노조운동의 주요한 의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위해 남은 것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입장이 다르지만 남아있었고 어쩌면 다르기 때문에 남아 있었다. 한편으로 적지 않은 대의원들이 자리를 떠났다. 이는 현장에서 아직은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토론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의 방향을 논하기도 전에 현장의 무관심과 탈정치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이것이 지난 10여 년간의 정치세력화의 결과이다. 현장의 무관심과 탈정치화 이것이 실패 아닌가. 
 
대의원대회의 유예로 인하여 이후 민주노총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논의할 것이다. 따라서 선언운동은 더욱 확산되고 발전하여야 한다. 이 선언운동에 동참하는 조합원들의 고민과 이후 방향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지난 10년간 이 땅에 신자유주의를 안착시키고 노동자를 탄압에 앞장섰던 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며 노동자계급의 우호세력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 10여 년간 진행되었던 민주노총의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즉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지지는 노동자대중을 정치운동에서 소외시켜 갔고 의회진출과 현장투쟁은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집권이라는 미명아래 심지어 자유주의세력에게 투항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투쟁을 중심으로 연대를 하는 것에만 익숙하던 현장의 활동가들이 정치적 사안을 가지고 토론하고 연대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울산, 부산, 마산창원, 대구, 대전, 충남, 충북, 강원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현장 활동가들이 모이고 토론하고 있다. 이 운동은 더욱 정치적으로 상승되어야 한다. 지난시기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하여 현장에서부터 돌아보고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한 운동세력이 주도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식의 평가는 정말 경계해야한다. 우리가 하면 다를 것 이라는 허황된 전망도 노동자대중과 호흡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운동은 통진당에 대한 반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다시 노동자당을 만들자 라는 단편적 운동도 아니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정치에서 어떻게 소외되어 갔으며 현장이 어떻게 탈정치화 되어버렸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운동이며 다시금 현장 활동가와 노동대중이 노동자계급의 직접정치라는 것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전장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